〈 190화 〉 [짐꾼] 0의 거리
“용사의 능력? 아… 그거 말이군요.”
루엘라는 내가 던진 질문에 역시나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어떻게 알고 계시죠?”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며 묻는 그녀에게, 유니의 말에서 추측했다는 사실을 들려주자 그녀의 의문은 더욱 깊어졌다.
“…그 둘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닐 텐데.”
아무래도 루엘라는 그 때 세라가 용사와 둘이서만 대화를 나눴던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 얘기를 해주니 루엘라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렇군요. 세라가….”
왠지 이대로 놔두면 분위기가 침울해질 것 같아 나는 그녀를 툭툭 건드리며 하던 일 계속 하라고 신호를 줬다.
“아, 알았으니까 그 더러운 걸로 그만 쳐요.”
루엘라는 자기 볼에 내 자지가 닿자 질색을 하며 밀어냈지만, 곧 얌전히 쪽쪽 빨아주었다.
“우믑… 브읍….”
그녀를 보고 있으니 슬슬 진짜 유니도 옆에 붙여주고 싶다.
유니 둘을 동시에 안는 기분도 꽤 짜릿할 거 같은데.
그런 상상을 하며 나는 그녀에게 사정했다.
뷰르륵! 뷰륵!
“으읍… 읍… 케흡….”
루엘라는 자연스레 양손으로 자기 턱 밑을 받치면서 정액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전부 모았다.
“으읍… 쥬릅….”
교육받은 대로, 그녀는 내 정액을 모조리 충실하게 삼켜버렸다.
“하아, 하아….”
유니의 모습을 한 루엘라는 이미 거의 마음이 넘어온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본래 모습일 때는… 잘 모르겠다, 그 모습일 때는 아닌 것 같은데.
뭐, 아무튼 그녀의 함락은 중요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곁다리에 지나지 않는 정도.
“오늘은… 안 하나요?”
“하고 싶다면 해주지.”
내 말에 그녀의 표정에 갈등의 기색이 스쳤다.
“마, 마음대로 하시죠? 어차피 저한테 거부권 같은 건….”
“그럼 돌아가.”
옆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둘 들렸다.
두말할 것 없이 세리아와 아린이다.
루엘라는 자신이 망신당한 것을 알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으읏… 당신 자꾸 이런 식으로….”
제법 자존심이 센 그녀는 이런 모욕을 받으면 견디지를 못했다.
루엘라는 이번에도 돌아갈 생각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노려봤다.
“…약속 지킬 준비나 하세요. 도착하기 전에 끝을 봐야하지 않겠어요?”
“흠.”
요즘은 만날 때마다 이 얘기네.
그만큼 그녀도 초조해진 모양이다.
“잠깐만, 루엘라. 그래서 결국 그 에릭의 능력은 뭔데?”
엇, 그러고 보니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또 까먹을 뻔했다.
루엘라가 의도한 사항이었는지 그녀는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세리아에게 대답해줬다.
“하아… 뭐, 어차피 본인들이 알고 있으면 제가 말하든 안하든 큰 차이 없겠네요. 용사의 그 마족을 정화하는 힘, 그건 그의 흥분을 영양분으로 삼아 성장하는 능력이에요.”
용사는 신성력이라 부르는 그것.
그 힘은 그의 흥분을 먹으며 성장하는 독특한 힘이었다.
“뭐, 결국에는 그 문양 마법에 기초한 건데, 능력을 한 번 뜯어보니 그런 구조더라구요.”
“그걸 해석한 거야?”
“제가 좀 이런 걸 잘하다보니.”
마법적인 역량에서 밀린 세리아가 분한 얼굴을 했다.
뭐, 살아온 세월부터가 다를 테니 어쩔 수 없지.
“아마 전전대… 아니, 여기까지는 말할 필요 없겠네요.”
그녀는 무언가 더 알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더 말하지 않았다.
조금 신경 쓰이기는 하는데, 어차피 루엘라가 말해줄 생각이 없다면 우리가 알 수는 없겠지.
“그러면… 아하, 그래서군.”
루엘라가 최근에 자꾸 나를 보채는 이유.
용사가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흥분을 통해 그가 성장한다면, 자신의 여자를 뺏기면서 흥분하는 성벽을 갖게 된 그는 지금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중이리라.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마왕과 가까워지고, 용사는 점점 강해진다.
마왕이 죽기를 바라지 않는 루엘라는 점점 마음이 다급해지리라.
“흐음… 뭐, 아직 유니가 남았으니까. 유니가 넘어오면 그 때 생각해보자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우선 한 발 물러섰다.
솔직히 나로서는 누가 이기든 그다지 상관없지만, 마왕이 이기면 우리 다 죽는 거 아닌가?
그런 결말은 조금 사양하고 싶은데.
“…설마 다른 마음 품고 있는 건 아니겠죠?”
루엘라는 눈치 빠르게 그 점을 눈치 채고 나를 노려봤지만, 나는 대충 말을 돌렸다.
그리고 루엘라가 돌아간 뒤, 나는 더 이상 그녀들에게 이 사실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았어, 말할 테니까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하도 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기에 결국 다 말해줬다.
루엘라의 계획.
그리고 내가 고민하고 있다는 점까지.
“그런 약속 지킬 필요 뭐 있나요?”
“무시하고 마왕부터 죽이죠.”
역시나 그녀들은 용사 파티답게 거침이 없었다.
그래, 어쩌면 이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최대한 질질 끌고 마왕이 죽는 꼴이나 구경해야지.
설마 지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용사만 믿고 있다.
***
그 믿음직스러운 용사는 다음 날 우리와 함께 도시를 떠났다.
나에게 유니가 따먹혔다는 사실을 대충 눈치챘을 텐데도 그는 나에게 뭐라 항의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유니의 표정은 꽤나 침울해보였다.
유니는 하루 종일 용사와 우리 쪽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용사가 그 모습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유니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상황을 계속 이어나가도 되는 걸지.
과연 이것이 정말 용사를 위한 것일지.
뭐라고 좀 꼬드겨보고 싶지만 낮 시간에는 용사가 두 눈을 뜨고 있으니 유니 쪽에서 접근하지 않는 한 쉽게 다가갈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행동은 저녁식사 이후부터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그것도 필요 없었던 것 같다.
그녀가 다시 우리를 찾아왔으니까.
“결론은 내렸나?”
“읏….”
고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켜서 그런지, 유니는 움찔거리며 내 말에 반응했다.
“나는… 에릭을 위해서….”
유니는 에릭을 위한 것이라 스스로에게 변명했지만, 그다지 설득력 있어 보이는 표정과 말투는 아니었다.
세리아와 아린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속에 품은 감정은 조롱에 가까운 것이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굳이 그 감정을 바깥으로 꺼내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비웃음이 아니니까.
“그럼 이리 와.”
유니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한 걸음씩 떼어 나에게 다가왔다.
내 팔이 닿는 범위 내로 들어오자, 나는 그녀를 확 끌어 당겨 내 품에 안았다.
“…읏, 무슨….”
“고생했어.”
고민하는 그녀에게, 나는 위로를 선물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느라 고생이 많았겠지.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도록 만들어주마.”
“읏… 지금 당장 후회하고 싶어지는데….”
칭얼거리는 말에 비해 그녀의 행동은 솔직했다.
얌전히 나에게 안겨 반항 하나 하지 않는 것이다.
“용사는 너무 우유부단하지. 너를 보내고 싶지 않아하면서도 또 보내고 싶어 하고, 너를 위하는 척 하면서 결국에는 자기 욕망을 더 우선해.”
“에릭을… 욕하지 마.”
그러나 이 말은 사실 그녀가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말에 힘이 없는 것을 보면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끝까지 용사를 위해 행동하는 거잖아? 정말 대단해.”
“…그런 입에 발린 칭찬 따위는….”
나는 그녀의 뒷목을 슬쩍 어루만졌다.
“하읏….”
아직 아무런 애무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파르르 떨렸다.
나는 뒷목을 꾸욱꾸욱 누르며 그녀를 자극했다.
“어차피 용사에게 의심 받으려고 오는 거잖아? 그럴 거면 적어도 너라도 기분 좋게 즐겨야지. 안 그래?”
“……흐읏.”
그녀는 대답 대신 애타는 신음을 흘렸다.
그것을 긍정의 신호로 해석한 나는 서서히 내 입술을, 그녀에게 가져다댔다.
“읏… 으읏….”
유니는 망설였지만 내가 뒷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물론, 힘을 썼다면 억지로 벗어날 수는 있었겠지만.
쪽.
나와 그녀의 입술이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멀어지는 그녀의 얼굴에서 복잡한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그 중에서 유독 눈에 띠는 감정은, 의아함이었다.
아마 내가 억지로 입을 열고 그 안을 헤집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흐흐, 기대했나?”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나는 그녀의 옷 안에 손을 넣었다.
“하읏… 무, 무슨….”
“옷 입고 하는 게 취향인가?”
유니의 얼굴이 서서히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의사표명이었다.
유니가 만약 거절하려면, 지금이 마지막이다.
“나는, 나는 에릭을….”
“사랑하니까, 나랑 하는 거잖아?”
“…….”
유니의 시선이 잠시 등 뒤로 향했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녀의 등 뒤에 있을 천막에는 아마 용사가 홀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나에게 안겨 허덕이는 그녀를 상상하며….
유니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자, 움직이지 말고….”
나는 유니의 웃옷을 서서히 벗겼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고, 나는 그녀의 옷을 벗겨 아무렇게나 내팽개쳤다.
아무런 질서도 없이, 옷들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마침내 알몸이 된 그녀는 내 앞에서 가슴과 보지를 가리며, 새빨갛게 익은 고개를 숙였다.
“예뻐요, 유니.”
“역시 예쁘네.”
그녀들의 칭찬에 유니는 더욱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세리아와 아린의 시중을 받으며 옷을 벗었고, 뻣뻣하게 선 내 자지를 본 유니는 침을 삼켰다.
“이게….”
“한 번 들어갔다 나온 물건이지. 반갑지 않나?”
“읏….”
유니는 슬픔과 아주 미약한 기대감을 품고 내 자지를 바라보았다.
“시작할까.”
“…….”
그녀의 침묵이 곧 시작의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