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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의 짐꾼-183화 (183/236)

〈 183화 〉 [용사] 고요한 새벽

불안한 꿈을 꾸고 잠에서 깼다.

또다.

유니가 다른 남자와 붙어 나를 배신하는 꿈.

당연히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꿈에서만큼은 어쩐지 그 생각이 나질 않아 매번 큰 충격과 흥분에 빠져 잠에서 깨곤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유니가 제렌과 우리의 침실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고는 잠에서 깼다.

“후우, 후우….”

자꾸 이런 악몽을 꾸는 것을 보니 역시 최근 일이 문제였던 것 같다.

유니가 나에게 비밀로….

“쮸읍, 쯉….”

천막 밖에서는 여전히 천박한 소리가 들린다.

또 제렌인가.

이제는 안 들리는 게 어색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 소리…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착각이라 치부하고 넘기면 되겠지만,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손을 더듬거리며 유니를 찾았다.

유니는, 그래, 분명 여기… 더 옆이었나?

여기도 없네.

더 옆인가?

더?

턱.

쭉 뻗은 내 손이 천막의 반대편 끝을 더듬을 때 쯤, 나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유니가, 내 옆에 없다.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돌려 확인해보니 내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한 때 유니가 자고 있었다는 사실만을 증명하듯 반 쯤 열려있는 침낭.

그러나 그 안에는 아무도 없다.

왜 없지?

어디로 갔지?

“흐브읍… 츄읍… 헤읍….”

문득 불안한 상상이 머리를 스쳤다.

아니, 정말 상상일 뿐인가?

이곳에 없는 유니.

그리고 바깥에서 벌어지는 정사.

만약에 유니가 정말 다른 볼일이 있어서 나간 것이라면 무언가 말이라도 한 두마디 오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왜… 바깥에서는 저런 소리밖에 들리지 않지?

목이 말라서 잠시 나갔을 뿐이겠지?

그런 거라면 제발 빨리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만약 아니라면….

“쥿… 츄읍… 읏….”

“후우, 후우….”

제길, 제길…!

왜 또 흥분해버린 거지.

나는 분할 정도로 흥분해버렸다.

이 폭발할 것 같은 흥분을 도무지 억제할 수가 없다.

나는 침낭 속에서 꾸물거리며 바지를 조금 내렸다.

“후웃, 후우….”

스읏.

침낭 속에서 자지를 잡고 있으니 혐오가 밀려들어왔다.

그러나 그 혐오는 오래 가지 못하고, 넘칠 듯한 흥분이 그 자리를 채웠다.

“우므읍… 우음….”

“후우, 후우.”

나는 바깥에서 들리는 유니의 목소리에 맞춰 자위해버리고 말았다.

찌익! 찍!

침낭 속이 내 정액으로 더럽혀졌다.

“으, 으읏….”

내가 대체 무슨 짓을….

“브으읏… 읏… 흐읍….”

그러나 아직도 바깥에서는 신음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나는 애써 잠을 이루려고 했지만, 유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가라앉았던 흥분이 다시 몸 안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아니, 저건 유니가 아니다.

유니는 아니고… 세리아나 아린도 아니지만….

아무튼 유니는 아니다.

아닐 것이다.

“후우, 후우….”

그러니… 내가 자위를 해도 용서해줄 수 있지?

나는 다시 한 번 꼴사납게 사정하고 말았다.

아까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정액이 귀두 끝에 살짝 맺혔다가 떨어졌다.

이대로 몸을 한 번 뒤척이기라도 하면, 내 몸에 묻어버리겠지.

그러고 싶지는 않아 몸을 뻣뻣하게 굳힌 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돌아갈래.”

이, 이 목소리는….

나는 황급히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스윽.

곧이어 천막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아니지… 아니지?

이런, 이런 타이밍에 들어오면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

왜 누군지 모를 목소리가 끊기자 마자 돌아오는 거야?

마치… 마치 그 제3자가 유니인 것처럼?

“에릭….”

유니가 나를 보고 놀라길래 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자는 척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뛰기 시작한 가슴은 내가 어떻게 억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읏….”

유니도 눈치챘겠지.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자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뜨고, 그녀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유니를 보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내가…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좋지?

그녀는 한참이나 나를 바라보고 서있던 것 같다.

눈을 감고 있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분명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그녀가 내 옆에 눕기만을 기다렸다.

저벅저벅.

곧 그녀가 내 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복잡한 심정이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며, 그것이 얼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스윽.

그녀의 손이 내 머리를 쓸어올렸다.

이건….

“에릭….”

그녀는 내 이름을 중얼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내 이마에 가까이 접근했다.

입을 맞추려는 걸까.

그 입맞춤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이 간다.

“…….”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유니의 따스한 입술이 내 이마에 닿는 일은 없었다.

“더러운 입으로는… 할 수 없어.”

유니가 중얼거린 그 말은, 내 가슴에 너무나도 아프게 꽂혀버렸다.

“미안…….”

그렇게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불침번 시간을 맞이했다.

우리를 깨우러 온 아린은 내가 잠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 챘는지 작은 웃음소리만 남기고는 다시 나가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옆에 누운 유니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자고 있는 그녀.

나는 그 모습에 쓸쓸함을 느꼈다.

“유니….”

그러나 상황이 어떻듯 우리는 불침번을 서야 한다.

나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

“유니, 힘들면… 내가 혼자서 설까?”

“…아냐, 일어날게.”

그녀는 스르르 일어났다.

피곤해보이는 기색이기는 했으나 잠이 들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가자.”

“응….”

우리는 그렇게 불침번을 서기 위해 천막 밖으로 나왔다.

“읏.”

“윽….”

역시나 모닥불 주변은 어지럽혀진 상태였다.

곳곳에 싸지른 정액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마치 우리에게 과시하듯 사방이 난잡하게 어지럽혀져 있었다.

“하아… 윽, 이런 곳에도….”

나는 적당히 포기하고 앉으려다가 내 발 밑에 정액 웅덩이가 살짝 고여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발을 뗐다.

“더럽잖아….”

“읏….”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유니가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그런데 의자 앞에 고인 정액이라면… 뭐지?

바로 앞에서 정액을 받아내 흘린 건가?

“내, 내가 정리할게, 에릭!”

유니는 내 시선을 그 정액웅덩이에서 돌리게 한 후 정령들로 한 번에 치워버렸다.

한결 깔끔해진 그곳에서, 우리 둘은 빈 의자를 사이에 두고 한 자리 떨어져 앉았다.

훔쳐본 그녀의 옆모습은 수심에 잠겨있는 듯 보였다.

모닥불을 바라보던 유니는 내 시선을 눈치 챘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에릭… 에릭은 나를….”

유니는 잠시 뒷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였다.

“…아직 사랑하고 있어?”

왜 불안해하며 그런 것을 물어보는 걸까.

유니에 대한 내 마음은 한 순간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응.”

“…고마워.”

망설임 없는 내 대답에 유니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혹시 내가… 잘못된 걸까?”

잘못.

그 잘못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나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 그 무언가?

그 비밀은 아마….

“…미안. 없던 말로 해줘.”

“……응.”

우리는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다시 침묵했다.

그 침묵을 깬 건 나였다.

“저기, 유니….”

“응.”

“혹시 지금… 나랑 해줄 수 있어?”

불안했다.

유니가 그와 관계를 맺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팔목의 문양을 살피게 되는데, 내 착각인지 오늘은 유니의 장미가 조금, 아주 조금 작아진 것 같아 보였다.

아마… 아마 착각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불안했다.

“지, 지금…?”

유니는 살짝 당황한 듯 했다.

그 태도를 보니 더욱 불안감이 거세져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확인하고 싶다.

그녀가, 아직 나의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에, 에릭, 잠시….”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유니의 입에 내 입을 맞추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탁!

그렇지만 내 입술은, 그녀의 입술에 닿기도 전에 도중에 손으로 막혀버렸다.

“…유니?”

“미, 미안.”

그녀는 어쩔 줄 모르는 태도로 고개를 돌린 채 그렇게 말했다.

“지, 지금은… 안 돼.”

왜?

어째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내 눈동자를 바라보지 않은 채,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더러워서 안 돼.”

그리고 나는, 부끄럽게도 그 말에 더욱 흥분해버렸다.

***

그 뒤로 우리의 불침번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것은 기억할 만한 일이 없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조용했던 시간.

무심코 꾸벅 졸아버릴 정도로 아무런 대화 없는 고요한 새벽이었다.

유니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모닥불만을 바라보고 있고,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아무 것도 없는 숲속으로 시야를 돌렸다.

마침내 가장 먼저 일어난 아린이 부스스한 머리로 반쯤 뜬 눈을 하며 천막에서 나왔을 때, 나는 약간의 안도감마저 느꼈다.

드디어 이 불편한 시간이 끝난 것이다.

“어머… 후후.”

그녀는 우리 둘의 모습을 보더니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상상이 가므로 나는 살짝 기분이 안좋아졌다.

“그, 그럼… 나는 아침 준비를 하고 있을게.”

“그래요, 그럼 제가 주인님이랑 세리아를 깨우고 있을 게요.”

아린은 유니에게 의미심장한 눈웃음을 짓고는 천막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시선에 무심코 내가 유니를 바라봤는데, 그녀는 새빨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유니.”

“아,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그런 것으로 해두기로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뒤, 우리는 목표로 했던 다음 도시에 도착했다.

도시는 축제준비로 한창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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