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 [용사] 처음 보는 약점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선 예상하고 있는 다음 목적지는 페렌.
딱히 특별한 곳은 아니고 그냥 적당히 규모 큰 도시라 보급하고 가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곧 축제가 열린다는 말도 있는데, 일정이 맞을 지는 잘 모르겠다.
뭐, 축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기회가 되면 잠시 즐기고 가는 거고, 아니면 그냥 갈 뿐.
잠시 쉬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되니까.
여기부터는 순전히 우리의 계획으로 정한 길이다.
세리아가 도와주기는 했지만 과연 아무런 문제없이 도달할 수 있을까?
요즘 드는 걱정은 이런 것이었다.
물론 걱정이 그것 하나만은 아니었다.
“하아, 하아….”
왠지 얼굴이 빨간 유니의 모습도 걱정이다.
***
어제 밤, 밤중에 눈을 부스스 뜬 나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세리아나 아린이 교대시간에 날 깨워주고 가는데, 이렇게 내가 홀로 눈을 떴다는 것은 아직 교대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러나 그렇다기에는 바깥이 너무 조용했다.
자연스레 잠든 유니를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잠들어있던 침낭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유니?”
어디 갔지?
나는 다급히 천막 밖으로 뛰쳐나왔다.
“유니!”
“아… 에릭.”
그녀는 홀로 모닥불에 앉아 있었는데, 불을 쬐고 있었는지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채였다.
“불침번… 서고 있었던 거야?”
“응.”
왜 혼자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려다가 문득 바닥이 축축한 것을 느꼈다.
“이건….”
“아, 미안. 에릭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을 못해서 청소를 안 했어.”
그녀는 손짓 한 번에 가볍게 정사의 흔적들을 치워버렸다.
“…왜 날 안 깨웠어?”
“너무 피곤해보이길래. 마침 잠도 안 오고 해서 그냥 내가 하려고 했지.”
그런… 걸까?
정말 그런 이유로 나를 자게 내버려뒀던 것일까?
“왜 그래?”
“아, 아냐….”
나는 쿵쿵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 일어났으니 나도 같이 불침번 설게.”
“응, 알았어.”
그녀는 자기 옆에 앉으라고 자리를 내주었다.
나는 유니와 같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그녀의 체온을 바로 옆에서 느꼈다.
“…유니, 혹시….”
“에릭.”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유니가 내 말을 끊었다.
“으, 응? 왜?”
“여기서 할래?”
“지, 지금?”
이렇게 갑자기?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지만, 유니는 정면의 모닥불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 탓인지 빨개진 그녀의 얼굴은 묘하게 색기마저 느껴졌다.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슬며시 손을 뻗어 내 옷을 차근차근 벗겼다.
“에릭은 앉아 있어. 내가 올라가서 할게.”
“으, 응.”
유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하나씩 벗었다.
그녀가 웃옷을 벗으며 같이 딸려 올라간 그녀의 머리카락이 다시 밑으로 내려오기 전에 순간 빨개진 유니의 목이 드러났다.
“유니, 목이….”
“…….”
유니는 대답하지 않고 치마도 벗었다.
저… 빨개진 부위는 뭐지?
그녀가 스스로 자기 목을 주무른 걸까? 그렇지만 왜?
“그럼 이제 시작할게?”
“으, 응….”
유니는 끝까지 내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못 들은 것일까.
…아니면 안 들은 척하는 것일까.
꾸욱.
그녀는 내 자지를 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슥슥 문지르면서 자극시켰다.
덕분에 나는 금세 발기할 수 있었고, 유니는 살짝 아쉬운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며 내 허벅지 위에 앉았다.
아쉬운 얼굴….
“넣을게.”
“응.”
쮸븝.
내 아랫배 위로 올라온 그녀가 서서히 그녀의 몸 속으로 나를 받아들였다.
한 손으로 내 자지를 잡아 위치를 고정시킨 뒤, 그대로 주저앉아 내 물건을 한 번에 받아들인다.
“하으….”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토해내고는 나를 안았다.
쭈윽, 쭈윽.
나를 안은 유니의 엉덩이가 조금 들렸다가 다시 내려왔다.
“후읏….”
“후윽….”
우리는 서로 신음소리까지 맞춰가며 모닥불 앞에서 몸을 섞었다.
“하아, 하아… 에릭, 나 좀 만져줘.”
“으, 응….”
애무해달라는 것일까?
자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나는 슬쩍 손을 그녀의 가슴 위로 올렸다.
턱.
“어? 왜?”
“거기 말고… 여기….”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자기 목 위로 가져다 댔다.
“거, 거기? 갑자기 왜….”
“얼른….”
“아, 알았어.”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가 바란다면 해줘야지.
나는 한 손으로 가슴을 문지르며 그녀의 목 뒤를 쓸어내려줬다.
이런 걸 바라는 게 맞나?
“거기 말고… 아니, 조금 더 밑에… 아, 너무 내려갔어.”
그녀는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는 것 같았는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으읏… 응, 거기… 더 세게… 아, 아얏…!”
너무 셌나?
나는 다급히 손을 뗐다.
“괘, 괜찮아, 에릭. 다시 해보자.”
“으, 응….”
어느새 그녀의 허리도 멈춰있었다.
질 안에 들어간 내 자지는 활동을 멈춘 채 나는 그녀의 지시에 맞춰 내 손을 목 뒤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으음… 뭔가 아닌데….”
“아, 미, 미안.”
“어? 아, 아냐! 신경 쓰지 마!”
무심코 흘러나온 그녀의 혼잣말은 숨길 수 없는 그녀의 본심이었다.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그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구나.
답답하고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에릭, 그냥 내려줘.”
“아, 응….”
나는 쓸쓸한 마음과 함께 내 손을 바닥으로 내렸다.
“다시 할게? 너무 신경 쓰지 말구….”
“으, 응.”
쯔읍, 쯔읍.
그녀는 다시 나를 안고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착각인지, 그 힘은 아까보다 훨씬 약했다.
***
처음에는 그녀가 왜 목뒤에 집착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다음 날에도, 그리고 그 다음 날에도.
그녀는 집요하게 나에게 목 뒤를 만져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것이 무슨 의미였는지 이해한 순간,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하읏♥”
내 손이 그녀의 목을 스치자, 그녀가 가냘픈 신음소리를 냈다.
“…유니?”
“아, 읏… 더 만져줘….”
점차 반응이 좋아지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반응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내 배 위에 올라타 허리로 원을 그리며 나에게 뒷목을 잡아 달라 요구하고 있었다.
“하으… 흐읏….”
“유니… 왜….”
그녀는 감았던 눈을 살짝 뜨면서 나를 바라봤다.
반쯤 뜬 그 눈은 약간 나를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슬퍼하는 것 같기도 했다.
“…몰랐는데 말이야. 나… 목 뒤가 약한가봐.”
“약… 하다고?”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 동안 관계를 맺으면서 목 뒤를 건들지 않았던 건 아니었는데.
딱히 그녀에게서 그런 특이한 조짐은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하아… 에릭, 얼굴을 묻고 바람도 불어줘….”
“어?”
당황하면서도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그녀의 목 뒤에 얼굴을 묻었다.
“프흐….”
“흐으응…♥”
입으로 바람을 후욱 불어주니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걸….
“하읏, 아… 덕분에 더 좋은 걸…. 고마워….”
“아, 아냐….”
덕분에?
누구… 덕분에?
그녀는 평소보다 더 흥분한 채로 내 위에서 허리를 열심히 흔들었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내 가슴은 싸늘해져갔다.
“하앗, 하아… 에릭도… 평소보다 더 흥분했네…?”
“내, 내가…?”
이렇게나 가슴이 서늘한데, 내 자지는 전례 없을 만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이렇게나… 열심히 해주잖아?”
“읏….”
나는 그제야 내가 허리를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가슴 속이 얼어붙는 동안, 내 하반신은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허리를 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순적인 상황에 나는 기묘한 쾌감을 느꼈다.
“흣… 으읏….”
“에릭… 나 잘하고 있는 걸까…?”
그녀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물었다.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나도 몰랐던 그녀의 예민한 부위가 왜 개발 되어 있는지.
누가 유니조차 몰랐던 성감대를 그녀에게 알려준 것인지.
민감한 그녀의 목에 바람을 불어주면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그렇지만 나는 그 모든 의문과 불안과 분노를 입 밖이 아닌 내 자지 끝으로 토해냈다.
“가, 갈게….”
“응….”
찌익!
내 모든 감정이 어우러진 한 줄기 정액이 그녀의 질에 살포시 안착했다.
“목… 만져줘.”
“응….”
나는 사정을 마치고 그녀의 목뒤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으읏… 읏, 으읏…♥”
그러자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내 자지를 꾹 조였다.
“어, 어…?”
“아, 아하하… 가버렸다….”
유니는 나를 보고 수줍게 웃었다.
그녀는 절정해버린 것이다.
내 자지가 아닌, 성감대를 건드린 내 손 끝으로 인해.
나는 그 사실에 무척이나… 흥분해버렸다.
“…다시 커졌네?”
나는 입술을 깨물고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열심히 허리를 들썩거렸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기필코…!
“읏, 흐읏… 에릭, 나 목….”
“자, 잠시만….”
그런 거 없어도… 그런 게 없어도 나는 할 수 있어…!
나 혼자만의 힘으로 유니를 만족시켜보이겠어…!
찌익!
“후읏, 후으….”
“…에릭, 나….”
“……알았어.”
나는 비참한 기분으로 그녀의 목 뒤를 만져주었다.
“하응, 읏, 하으으…♥”
내 위에서 신음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낯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