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짐꾼] 목 뒤의 약점
수도를 떠난 첫날 밤, 유니는 잠든 에릭을 두고 우리를 찾아왔다.
유니는 자신의 목을 내어주며 나를 등지고 앉아있었다.
“흠, 잘 안 보이는데. 머리 좀 들어봐.”
“…그냥 하면 안 돼?”
“그럼 내가 직접 머리 쓸어올리고 할까?”
내 말에 유니는 투덜거리면서도 양손으로 자기 목을 쓸어 올리며 나에게 흰 목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나에게 무방비한 부분을 노출하고 있으니 제법 두근거리는 기분이 든다.
나는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목을 톡하고 건드렸다.
“읏….”
“벌써부터 흥분했나?”
“노, 놀랐을 뿐이야.”
나는 그녀의 목에 손가락 하나를 가져다댄 채, 살살 원을 그리며 그녀를 서서히 자극했다.
“…이상한 짓 하지 마.”
“다 필요한 짓이야.”
루엘라의 말에 따르면 몸을 섞을수록 그녀들의 감각이 예민해진다고 한다.
몸의 감각이 증폭된 경험이 많아질수록 점점 그 감각에 맞춰 몸이 예민해진다고.
하긴, 살짝만 건드려도 흥분하는 세리아나 아린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말대로라면 유니도 제법 용사와 많이 했을 테니 민감할 거란 말이지.
그녀의 신경이 온통 뒷목으로 쏠리게 한 후, 나는 그녀의 목을 손으로 감싸고 민감한 부위를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문질렀다.
“읏… 흐읏.”
“반응 좋네요, 유니.”
“설마 목 만진 걸로 흥분하는 건 아니지?”
옆에서 그녀들이 키득거리자 유니가 표독스럽게 그녀들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누가 이런 걸로 흥분을 해?”
그러게.
그렇게까지 말해놓고 흥분하면 좀 많이 부끄럽겠지?
나는 천천히 그녀의 목을 문지르며 유니의 어깨를 바라봤다.
그녀의 장미 주변에 푸르게 피어있는 멍.
과연 어쩌다가 생긴 것일까.
“주인님이 봉사해주다니, 정말 사치스러운 대접이네요.”
“주인님한테 봉사가 뭐야, 아린. 조교라고 해야지.”
“…둘 다 들린다.”
나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둘을 조용히 시키고 자꾸만 시선이 가는 그 푸른 멍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그녀의 몸에 손을 대는 사람은 현재 용사와 나밖에 없다.
설마 에르티나가 그녀의 어깨에 이런 멍을 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녀가 이렇게 절묘한 위치에 멍을 만들 이유가 있는가?
그러니 이건 아마 용사의 짓이겠지.
자기 여자에게 멍까지 입혀가면서 대체 뭘하는 걸까.
나는 슬쩍 그 상처부위를 문질렀다.
“…읏, 거긴 만지지 마.”
“용사가 깨물었나?”
“만지지 말라고. 거긴 목 아니잖아.”
나는 그녀의 장미 문신을 한 번 쓰다듬고는 다시 목으로 돌아왔다.
꾸욱, 꾸욱.
“…읏.”
“기분 좋으면 굳이 신음 참지 않아도 돼.”
“이런 게 뭐가 기분 좋다고….”
아직까지 그녀는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 5분쯤을 지나갈 무렵, 그녀의 모습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꾸욱.
목을 살짝 누르며 문지르자 그녀의 등이 조금 뒤로 젖혀졌다.
그러니까, 뒷목이 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는 말이다.
“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왜, 마음에 안 드나?”
내 물음에 유니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쓸모 없는 짓을 하는 것 같아서.”
“흐음, 그래?”
꽈악.
조금 세게 눌러주자 그녀가 흠칫 몸을 떨었다.
“뭐, 뭐하는 거야…!”
“미안, 힘 조절 실패했다.”
“으, 으읏….”
그녀는 조심하라면서 투덜거렸는데 확실히 처음보다는 그 비난의 강도가 약해진 상태였다.
“어때, 그냥 안마 받는 기분이라고 생각하니 기분 좋지 않나?”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뭐, 흥분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편안해진다거나 그런 거 있잖아. 이정도 실력이면 제법 괜찮은 편 아닌가?”
세리아가 나를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
세리아와 아린은 내 맞은편에 앉아있으므로 유니의 표정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저 표정은 아마 그녀가 고민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나는 씩 웃으면서 그녀에게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럭저럭.”
10분이 넘어가자 그녀는 다시 한 번 나에게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흐읏….”
“왜, 갑자기 두려워졌나?”
“무, 무슨 소리를….”
그녀는 살짝 당황한 기색이었다.
살짝 어쩔 줄 몰라하는 느낌이 드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몸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같았다.
슬슬 신호가 오나.
후, 10분이라니 좀 길구만.
꾸욱, 꾸욱.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의 목을 눌렀다.
계속 머리를 지탱하고 있으니 힘들다며 유니가 7~8분 쯤에 손을 내려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 손은 유니의 머리카락 밑에서 그녀의 목을 누르고 있었다.
“하아….”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달뜬 신음이 새어나왔다.
“유니, 흥분했나요?”
“…아니.”
아린이 키득거리며 묻자 유니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읏… 혹시 내 몸에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지?”
참 늦게도 물어본다.
나는 그녀의 초조해진 마음이 느껴져 픽 웃으면서 대답했다.
“왜, 뭔가 이상한가?”
“……아니야.”
여기서 그렇다고 하면 자신의 몸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음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유니는 내가 기고만장해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할 것이므로 애써 부정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조금 더 하면 참을 수 없어지겠지.
나는 세리아나 아린한테도 해본 적 없는 정성들인 애무를 그녀의 목에 해주었다.
“하아… 부럽네요.”
“쉿, 방해하지 마.”
그녀들의 담소를 들으며 나는 30분 동안 그녀의 목을 주물렀다.
그 사이 유니의 몸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읏… 흐읏, 읏….”
한 번씩 주물러줄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제는 이를 막을 생각도 안한다.
유니는 몸에 힘이 빠졌는지 내가 목을 세게 누를 때마다 몸이 그대로 앞으로 쏠렸다.
내 힘을 버티지 못할 만큼 몸에 힘을 주고 있지 않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 그럴 여유가 없어서겠지.
“유니, 흥분했어?”
“읏… 흐읏… 아니….”
세리아는 유니의 대답을 듣고 나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뜻.
나도 그녀의 어조만 들어도 알 것 같다.
“그렇지. 설마 목을 만지는 걸로 흥분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겠어, 안 그래?”
“…으읏… 나한테… 뭔가 한 거야…?”
세리아가 웃으면서 말하자 유니가 불안한 듯 물었다.
“우리가 뭘 했다고?”
“흐읏… 흣….”
그녀는 아무런 흔적도 느끼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실제로도 별 거 안했고.
정말 목만 문지르고 있을 뿐이니까.
저렇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음을 시인하는 태도였지만, 유니는 그럼에도 이를 물어볼 만큼 많이 조급해진 상태였다.
자신이 처음에 먼저 그럴 일 없다고 선언해버렸는데, 이렇게 흥분해버리니 부끄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
“…그,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왜, 흥분했나?”
“아,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럼 계속 해야지.”
애초에 시작부터가 성감대를 개발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두려워지니 그만둔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으, 으읏….”
그녀는 우물쭈물 거리며 몸을 조금씩 비틀었다.
슬슬 반응이 재밌네.
한 번 조금 더 내려가볼까?
나는 그녀의 목을 주무르면서 살며시 손을 밑으로 내렸다.
“하아… 하아….”
목 뒤에서, 등으로.
정도는 약하지만 유니는 등골을 쓸어내리는 것에도 조금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금쯤이면 몸도 많이 달아오른 것 같은데, 슬슬 흥미로운 반응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슬슬 팔도 저린데 그만해야지.
나는 그녀의 목을 콱 누르면서 한 손으로 그녀의 등골을 훑어 내려갔다.
“흐약…!”
유니는 격한 반응을 보여주며 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무, 무, 무슨…!”
“어이쿠, 손이 그만….”
유니는 새빨개진 얼굴로 나를 홱 돌아보며 몸을 양손으로 가렸다.
“모, 목 뒤 말고는 안 된다니까!”
“미안, 미끄러졌다니까?”
“그, 그런 변명을….”
살짝 눈에 물기가 맺힌 채 새빨간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바라보는 유니의 얼굴은, 누가봐도 흥분한 여자였다.
“…그런데 흥분했어?”
“……아, 안했어.”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지만 나는 다 이해한다는 듯 슬쩍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군. 계속 하는수밖에.”
“계, 계속 한다고?”
“당연하지. 내가 성감대를 개발시켜준다고 했잖아? 지금 반응을 보니 효과가 아예 없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
유니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고민했다.
“농담이야. 오늘은 이만했으면 됐으니 돌아가.”
“…다른 건 필요 없나보네?”
대딸을 말하는 건가?
“하고 싶어?”
“돼, 됐어.”
내 밑을 흘끔 바라보고 애써 안 본 척 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그럼 돌아가. 덕분에 나도 좀 흥분했으니 좀 빼둬야지.”
“아, 이제 시작인가요?”
“휴우, 길었네요.”
나는 더 이상 유니를 바라보지 않고 나에게 매달리는 그녀들을 안아주었다.
그녀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어주고, 자지를 배에 문지르며 그녀들이 나에게 넣어달라고 아양떠는 모습을 유니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자리에 못 박힌 듯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그녀가 자리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하으읏…♥”
나를 받아들인 아린이 나에게 매달리며 내 뒷목에 얼굴을 묻자 유니가 무의식중에 자기 뒷목을 쓰다듬었다.
“…읏.”
유니는 그런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는 당황하며 자기 천막으로 돌아가버렸다.
“푸흐흣….”
“하는 짓만 봐서는 풋처녀네요.”
그녀의 귀여운 행동을 본 내 여자들이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