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 [짐꾼] 더럽혀진 벽
그 날 이후, 유니는 에르티나와 훈련을 마치고 에릭의 방에 돌아가기 전에 잠깐씩 우리 방에 들르게 되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5분보다 짧을 때도 있고, 그보다 더 길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10분을 넘기지는 않았다.
방에 올 때마다 그녀는 우리들의 모습을 관찰했지만, 딱히 그녀가 먼저 손을 뻗거나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녀를 보채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게 내버려두었다.
“하그으윽… 주인님♥”
“조금 더 버텨봐.”
아린은 네 발로 엎드린 채 내 무게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녀를 의자처럼 쓰며 나는 세리아의 펠라를 음미했다.
“쮸읍, 쮸윽… 츄븝, 츄읍….”
세리아의 머리를 한 손으로 꾹 누르며 나는 시선을 유니에게 돌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없어.”
“후읏, 후우… 사양 안 해도 돼요, 유니….”
아린의 말에 유니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돌아갈래.”
“오늘은 좀 빠르군.”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야.”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우리 방을 나갔다.
“…그 때 충격이 컸던 걸까요?”
그녀가 나간 방문을 바라보며 아린이 한 소리 하자, 세리아가 잠시 자지에서 입을 떼고 대답했다.
“글쎄, 그런 것보다는 용기를 못 내는 거 같은데.”
에릭을 위해 무언가 더 해야하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는 중.
그게 세리아가 본 유니의 상태였다.
내 생각도 비슷하다.
자꾸만 별 의미 없이 우리 방에 들르는 것도, 무언가 용사를 위해 해야만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역시 이럴 땐 주인님이 직접 이끌어주셔야죠.”
“후후… 그녀도 저희와 같은 암컷이니까, 분명 주인님이 먼저 오시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둘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맞췄다.
“후후….”
“쿡쿡….”
그러더니 갑자기 세리아가 얼굴을 굳혔다.
“그보다 자꾸 그렇게 흔들지 마. 주인님이 힘들어하시잖아.”
“읏, 네에….”
아린이 애처롭게 떨리는 팔다리에 힘을 꾹 주었다.
그녀들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보다는 무언가라도 하는 편이 더 낫겠지.
***
그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늦잠을 자고 있는데, 아린이 나를 슬쩍 흔들며 깨웠다.
“주인님, 주인님.”
“…으음, 왜?”
“저 잠시 에릭 씨랑 나갔다 올게요.”
용사랑?
나는 눈을 끔뻑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왜?”
“시간 좀 끌게요.”
“무슨 시간?”
내 말에 아린은 창문을 슬쩍 가리켰다.
이 창문은 앞마당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니와 에르티나의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좀 일찍 끝날 모양이던데요.”
“그래서?”
“제가 에릭 씨를 붙잡고 있을 테니, 그 사이에 유니한테 접근 해보시는 건 어떨까 해서….”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던 나는 굳이 손해볼 거 없겠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아서 해.”
“네, 그럼 잠시 옷 좀 갈아입고 나갈게요.”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잠시 머리를 매만지며 밖에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떠온 물로 가볍게 몸을 씻고 푸석푸석한 머리에 향유를 살짝 바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잠기운은 몰려가고 살짝 흥분되기 시작했다.
알몸으로 옷을 입으려고 그녀가 팬티에 손을 뻗을 때,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앗… 주, 주인님?”
“한 번만 쓰고 가자.”
“아… 네.”
아린은 익숙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속옷을 벗겼다.
“흐으읍…♥ 에, 에릭 씨가 기다리니까 빨리….”
“언제부터 나에게 명령하는 위치가 됐지?”
“하그읍… 죄송해요… 마음껏, 마음껏 써주세요….”
파앙! 파앙!
“하긋, 흐읍… 소, 소리가 들릴지도….”
“알아서 잘 참아봐.”
아린은 필사적으로 입을 가리며 밀려드는 쾌락에 저항했다.
“흐그으읏… 하으긋….”
“바쁘니까 빠르게 보내줄게.”
“네엣…!”
뷰르륵! 뷰르르륵!
“하으읏….”
나는 아린이 정액을 빼지 못하게 막고 그대로 팬티를 입혀버렸다.
“아핫… 주인님도 참….”
그녀는 음란한 미소를 띠며 노출도가 높은 신관복을 입었다.
“…그럼 갔다올게요.”
쪽.
그녀는 무릎 꿇어 내 자지에 입맞춤을 한 번 하고는 방을 나섰다.
“…저도 해드릴까요?”
방금 전까지 껴안는 베개처럼 내 품에 안겨있던 세리아가 눈을 뜬 채 그렇게 물었다.
“아냐, 곧 나갈 거니까 됐어.”
“…네에.”
살짝 입술을 샐쭉거리며 세리아가 대답했다.
자, 그럼 유니를 만나러 가볼까.
나는 복도에 나가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왜 여기에?”
기분 좋은 얼굴을 하며 복도에 올라오던 그녀는 나를 보고 표정을 굳혔다.
“잠시 이야기나 좀 할까?”
“오늘은… 좀 싫은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무시하고 방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왜 따라와?”
“오늘따라 여기서 하고 싶군.”
“미, 미쳤어? 안에는 에릭이….”
“없어.”
그녀의 손이 딱 멎었다.
말없이 방문을 연 그녀는 방 안이 텅 빈 것을 보고 나를 노려봤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별 거 없어. 그냥 아린이랑 잠시 잡담을 나누고 있을 뿐이지.”
“읏….”
그녀는 불편해 보이는 기색으로 방을 나서려고 했다.
턱.
내가 유니의 손목을 잡자 그녀가 나를 거칠게 노려봤다.
“이거 안 놔?”
“이대로 가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나는 유니에게 에릭을 흥분시키겠다는 그녀의 다짐을 상기시켰다.
“…여기서 뭘 하려고?”
경계심이 느껴진다.
아마 너무 심한 것을 꺼내면 거부하겠지.
너무 심하지는 않게.
저번과 비슷한 정도면 되겠군.
“이런 건 어때. 벽에 내 정액을 발라두고 용사의 반응을 지켜보는 거야.”
“…변태 같아.”
유니가 얼굴을 찌푸렸다.
“좋아할 걸.”
“……이해가 안 돼.”
그녀는 살짝 서글픈 얼굴로 중얼거렸다.
유니도 에릭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짓이기에 떨떠름해하고 있을 뿐.
“뭐, 원래 성벽이라는 게 그런 법이지.”
“…이러면서 점점 나한테 심한 짓을 할 생각이지?”
잘 아는군.
하긴 둘을 지켜본 만큼 내 수법도 잘 알겠지.
“그만두려면 언제든지 그만두던가. 난 상관없어.”
“거짓말.”
“나한테 안 넘어 올 자신이 없나?”
그 말에 유니는 나를 째릿 노려봤다.
“웃기지 마.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에릭의 편이야.”
“이러는 건 그를 배신하는 거 아닌가?”
그 말에는 과연 유니도 할 말이 없었는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더 몰아붙였다가는 정말 안 해줄 것 같아서 나는 조금 말을 바꿨다.
“뭐, 하지만 그 배신에 흥분하는 게 용사 같은 인간들이지. 결국에는 이게 다 그를 위한 거라고.”
“정말로… 이해가 안 돼.”
그녀가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기에 나는 기회를 노려 바지를 훌렁 벗어버렸다.
“…읏.”
“오늘은 도와줄 여자들도 없는데, 가능하겠어?”
그녀는 그 용사와 비해 압도적으로 큰 내 자지를 보며 살짝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손만 댈 거야.”
“그러던지.”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내가 얼굴 쪽으로 자지를 들이밀자 질색하며 손으로 밀어냈다.
“잡았군.”
“읏….”
그녀는 내 자지에 손을 댄 채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슬쩍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 느린데?”
“시, 시끄러워….”
그녀는 시선을 나에게서 돌린 채 천천히 자지를 위아래로 왕복했다.
싫은데도 억지로 하는 모습이 꼴리기는 하지만, 이렇게 느려서야 서던 고추도 죽을 지경이다.
“그렇게 느리면 용사가 올 때까지 안 끝날 걸?”
“…알았다고.”
그녀는 용사가 온다는 말에 살짝 걱정이 들었는지 속도를 조금 높였다.
스읏스읏.
조용한 방에 그녀의 손과 내 자지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으읏… 내가 왜 이런….”
“용사를 위해서잖아?”
“으, 으으….”
그녀는 기분 나빠 하면서도 벽면에 나를 사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혀를 쓰면 조금 더 빨리….”
“싫어.”
역시 안 되나.
아쉽지만 더 밀어붙였다가는 역효과겠지.
나는 심심한 자극에 살짝 따분함을 느꼈다.
“이대로는 정말 못 할 거 같은데? 뭐라도 좀 해보는 게 어때?”
“읏… 그건, 싫어….”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기껏 마음먹은 게 소용이 없구만 그래.”
유니는 내 말에 할 말이 없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반대쪽 손을 들어 양손으로 내 자지를 감쌌다.
슈읏슈읏.
“이러면… 되지?”
“아니, 달라진 게 없잖아.”
“으읏….”
방 안이 묘한 열기로 차기 시작했다.
“후읏, 후읏….”
“흥분한 건가?”
“웃기지 마….”
그녀는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아니라고 하지만 약간 반응이 왔다는 것은 얼핏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이성이 거부해도 본능적으로는 이 상황에 흥분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흥분된 모습을 보니 나까지 덩달아 흥분되기 시작했다.
이런 허접한 대딸로 사정하다니.
이건 오히려 나에게 더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점차 이렇게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했으므로, 나는 수치를 잊고 살짝 무리해 그대로 사정하기로 결심했다.
“후, 이거 참 어쩔 수 없군.”
나는 그녀의 손 위로 내 손을 겹쳤다.
“읏… 무, 무슨….”
슉슉.
나는 그녀의 손을 내 손처럼 빠르게 왕복하며 거칠게 내 자지를 훑어냈다.
“윽… 으읏… 무, 무슨….”
“네가 너무 느리니까, 이렇게라도 사정해야지.”
유니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볼을 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조금 투덜거리기만 했을 뿐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
용사를 위해서.
그 명목 하나가 그녀의 발목을 계속 붙들고 있었다.
탈출하지 못하는 족쇄.
용사와 유니가 스스로 자신들에게 건 족쇄다.
그 편린을 느끼며, 나는 서서히 올라오는 사정감에 소리쳤다.
“맞기 싫으면 비켜!”
“읏…?”
퓨붓! 퓨부붓!
내 자지 끝에서 정액이 세차게 튀어오르더니 벽면에 부딪혔다.
“…이, 이렇게….”
유니는 그 기세에 압도되어 살짝 움츠러들었다.
벽면을 치덕치덕 흰색으로 바른 나는 사정의 여운으로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돌아봤다.
“이, 이쪽으로 내밀지 마.”
“슬슬 시간도 됐고, 돌아간다.”
“…이, 이런 짓은….”
가만히 있으면 지는 것 같았는지, 유니가 괜한 소리를 하려고 하길래 나는 그녀의 말을 자르고 충고를 남겼다.
“그리고 용사가 오기 전에 창문 열어두는 게 좋을 걸. 지금 들어오면 정액 냄새가 풀풀 풍길 테니 말이야.”
“…누구 때문인데.”
유니는 벽면에 칠해진 정액자국을 보며 떨떠름하게 창문을 열었다.
뭐, 이쯤 되면 용사도 눈치 못 채지는 않겠지.
나는 속으로 슬쩍 웃으며 방으로 돌아갔다.
어설프게 흥분하고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방 안에 남아있던 세리아와 용사를 만나고 돌아온 아린이 책임지고 처리했다.
뷰부북!
“헤으윽….”
“후읏….”
머리 위로 새하얗게 염색해버린 그녀들은 머리에 붙은 정액을 떼어내며 슬쩍 입으로 손가락을 쏙 하고 집어넣었다.
“후우, 나는 더 자야겠다.”
“안녕히 주무세요, 주인님.”
“베개 필요하신가요?”
아린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그녀를 손짓해 불렀다.
“들어와.”
“네!”
이대로만 나아가면 되겠지.
어차피 유니의 함락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다.
내 손길로부터 유니를 방어해야 할 용사부터가 그 모양이니, 안 넘어오고 배기겠는가?
나는 아린을 껴안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깐의 낮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