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짐꾼] 첫 접촉
나도, 세리아와 아린도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에릭과, 모두를 위해서니까.”
유니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대체?”
“설명을 좀 해주시겠어요?”
세리아와 아린은 결국 그녀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유니는 잠시 고민하더니 최대한 간략하게 간추려 설명했다.
“에릭이… 나를 의심하게 만들어야 해.”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래야 더… 좋아하니까.”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둘.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듣고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게 아니면 흥분하지 않나보지?”
“읏….”
역시 이건가.
아무래도 유니는 용사가 외도를 보며 흥분한다는 사실을 눈치 챈 것 같다.
어떻게 알았지?
설마 용사가 말해주지는 않았을 테고.
“아하… 그런 거예요?”
“푸흣.”
내 말에 그녀들도 감을 잡고 쿡쿡 웃었다.
“…에릭을 비웃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비웃다니요, 그런 거 아니예요.”
아니, 누가 봐도 비웃고 있잖아.
그렇지만 사실 나도 웃음을 꾹 참는 중이었다.
용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몸을 바치러 올 줄이야.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용사가 먼저 유니를 바치는 그런 그림이었는데, 엉뚱하게도 반대로 가버렸다.
이러면 우리야 좋지.
“설마 용사가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너희가 뭔가 한 거야?”
유니가 예리하게 우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솔직히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우리도 살짝 움찔했다.
설마 이거까지 눈치챘다고?
그렇게까지 눈치가 빠른 여자였나?
“마법이나… 저주 같은 걸 건 거야?”
휴.
다행이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무언가 의심은 가지만 그 증거는 없는 상황인가.
유니가 정령을 못 쓰는 시간대를 열심히 노리길 잘했다.
“후후… 그런 축복은 없어요.”
“물론 그런 마법도 없고.”
덕분에 우리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마법? 저주?
우리는 그런 거 안했는데?
물론 말과 행동으로 살짝 꾀어내기는 했지만.
“…뭔가 숨기고 있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예리하지.
“그치만 우리가 그런 이상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는 건 정말인데? 못 믿겠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건 사실이고.”
어라….
너무 예리해졌는데.
그렇지만 그게 전부였다.
유니는 그 이상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인지 말없이 우리들을 노려보았다.
“만약… 만약 너희 때문에 에릭이 이렇게 된 거라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무섭구만.
그래도 지금은 이걸로 넘어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하던 얘기나 마저 하게 만들어야겠군.
화제는 다시 그녀가 했던 말로 돌아갔다.
“그래서 의심하게 만든다는 건? 더 자세하게 말해줘.”
“…에릭이 그런 걸 좋아하니까, 더 강해지려면 지금보다 더 흥분해야 해.”
…왜?
그거 둘이 무슨 상관이지?
“흥분하는 거랑… 강해지는 게 무슨 상관이야?”
이건 유니의 실수였다.
그녀는 세리아의 지적에 흠칫 놀라더니 입을 다물었다.
오호.
뭔가 중요한 얘기군.
그런 확신이 들어 더 그녀를 캐봤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입을 다물기로 했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아… 알았어. 그렇게 입만 다물고 있으면 아무 진전도 없겠네. 더 안 물어볼 테니 하던 얘기나 계속 해봐.”
결국 세리아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유니는 다시 화제로 돌아왔다.
물론 방금 전의 실수는 우리 셋의 머리에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나중에 알아봐야겠군.
“그냥… 그냥 에릭을 더 기쁘게 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유니는 어설프게 변명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모두 그게 변명이라는 걸 알았지만 넘어가줬다.
“그렇지만 정말 나한테 손을 대는 건 안 돼.”
에릭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고 싶다.
즉, 에릭이 외도하는 유니의 모습을 보고 흥분하게 만들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 이유는 아직 불명이지만, 아무튼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거, 이미 지금 하고 있는 건데.
유니는 모르겠지만 루엘라가 가짜 유니 역할을 하면서 용사를 흥분시키고 있다.
둘이 치고 박고 싸운 뒤로는 만나지 못했지만.
“그러니까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그냥 하는 척만 해서 에릭을 흥분….”
“잠깐만요.”
아린이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
“왜 저희가 그래야 하죠?”
오, 좋은 지적이다.
제 발로 그녀가 굴러온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것 말고도 더 얻어낼 수 있는 게 있다면 최대한 얻어내야지.
그녀의 말에 유니는 나를 살짝 노려보며 대답했다.
“…어차피 그러고 싶잖아?”
“뭐?”
“나한테까지… 손을 대고 싶은 거잖아.”
이런.
생각해보니 그녀는 이미 우리를 감시 중인 입장이었다.
우리의… 아니, 내 목표가 무엇인지도 이미 알고 있겠지.
“푸흣… 지금 너를 보상으로 제시하겠다는 거야?”
세리아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용사를 흥분시키기 위한 자신의 계획에 협력해달라.
그 대신 자신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당돌하기 그지없는 발언이다.
“꽤 자신이 있나 보네?”
세리아의 말에 유니는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난 너희들과 다르니까.”
“…후후.”
“푸흣….”
아, 이거 어디서 들었던 말인데.
놀랍게도 이 얘기를 했던 사람도 유니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결국 그녀의 제안을 받기로 했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굳이 거절할 필요도 없는 제안이니까.
“그래서 구체적으로는 뭘 할 생각이야?”
“…조금만 여기 있다가 돌아갈게.”
우선은 그에게 불안함을 심어주는 것부터.
그녀는 에릭에게 우연히 우리 방을 들락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생각인 것 같았다.
유니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정말 아무 말도 않고 잠시 시간만 보내다 돌아갈 생각인 것 같았지만, 우리가 집요하게 말을 걸자 조금씩 대답하기 시작했다.
“…용사랑은 잘 되고 있나?”
“신경 꺼.”
“정령으로 보던 것과 다르죠? 주인님에 비해 에릭 씨 것은 많이 작아서….”
“…….”
유니가 말없이 아린을 노려봤다.
“기술도 형편없지. 에릭은 주인님처럼 거칠게 하지 못하잖아? 성정이 워낙 유약해서 말이야.”
“…그렇게 짐승 같은 것보다는 훨씬 나아.”
난 애써 웃음을 참았다.
짐승 같은 것보다는 낫다라.
아마 이것은 유니의 본심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그녀의 몸은 용사 같이 미지근한 섹스로는 달아오르지 않는다.
쾌락에 약한 그녀의 몸은 더 강렬한 섹스에 더욱 달아오른다.
몸의 주인은 그녀는 정작 그 사실을 모른다.
이 사실이 너무나도 우스웠다.
미지근한 대화만 계속 오고가자 유니가 슬쩍 주먹을 쥐었다가 다시 폈다.
“…그건 모르는 거야. 유니 너도 의외로 이런 걸 좋아할지도 모르잖아?”
“그럴 리 없어.”
세리아가 눈치껏 상황을 유도했다.
그녀는 유니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며 나의 자지와 그의 것을 계속 비교했다.
“봐, 얼마나 차이가 나는데.”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내 바지를 잡아 당겼다.
“…윽!”
유니가 당황해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내 바지에서도 자지가 벌떡 일어났다.
“후후… 놀랍죠? 아참, 처음 보는 건 아니려나?”
아린의 농담에 유니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정령으로 몇 번이고 봤겠지.
세리아와 아린은 내 양옆에서 손을 뻗어 내 자지를 애무했다.
발기한 상황에서도 그녀들의 자극을 받아 내 자지가 한 층 더 커졌다.
“흡….”
유니가 살짝 당황하며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어때요, 유니? 다르죠?”
“…….”
유니는 용사를 만족시켜야 한다.
아직은 정말로 몸을 섞을 생각이 없겠지만, 그러면 천천히 나아가면 될 일이다.
조금씩.
세리아와 아린이 그랬듯이.
스윽스윽.
그녀들은 간만에 참으로 심심하게 내 자지를 문질렀다.
입도 쓰지 않고, 가슴도, 보지도 쓰지 않는다.
그저 손으로만 문질렀다.
문질문질.
그러나 유니의 눈은 그것만으로도 큰 자극을 받았는지 좀처럼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후후후… 유니, 얼굴이 빨개졌어요.”
“이, 이런 걸 보여주니까….”
살짝 말을 걸어볼까.
“한 번 손 대볼래?”
“…미쳤어?”
역시 거부하는군.
그렇지만 목소리에 옛날처럼 힘이 실려있지는 않다.
나는 여유롭게 말했다.
“제법 그런 사람이 많더군. 자신의 배우자가 다른 남자와 하는 것을 보고 흥분하는 부류의 사람들 말야.”
물론 에릭 얘기다.
“…….”
유니는 그 말에 침묵했다.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지. 나도 몇 번 본 적 있어.”
사실 없다.
정확히는 본 적은 있어도 그들과 엮여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뭐… 그런 입장에서 말해주자면, 오히려 그를 배신하는 행위가 그를 더 기쁘게 만들어주더군.”
“…….”
유니는 잠자코 내 말을 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건 어떨까. 그에게 돌아가서 은근슬쩍 티를 내는 거야. 정액을 묻히고 돌아간다거나, 뭐 그런 거 말야.”
“그, 그딴 속셈에 내가 넘어갈 거 같아?”
누구라도 그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건 용사를 흥분시켜야 하는 유니에게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뭐, 특별한 걸 요구하지는 않아. 그냥 손에 묻은 걸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
손만 뻗어라.
나는 그렇게 말했다.
이왕이면 용사를 조금 더 흥분시키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무언가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있어야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것이다.
그런 말을 조금씩 섞어 말하니 유니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 유니. 이리 와서 만져 봐요.”
“에릭과는 다른… 진짜 남자의 자지를….”
그녀들도 적극적으로 유니를 흔들었다.
긴 침묵.
“…이상한 짓 하면.”
유니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가만 안 둘 거야.”
유니는 잠시 주춤거리더니 손을 슬쩍 뻗었다.
그러더니 다시 손이 뒤로 돌아갔다.
“이런… 이런 짓은 역시….”
“에릭을 위해서잖아?”
“에릭 씨를 위해서죠?”
다시 입술을 깨무는 유니.
“에릭을… 위해서….”
그를 위해서 배신해라.
마지막으로 고민한 그녀는 마침내 사랑을 위해 배신을 택했다.
그녀의 차가운 손이, 내 자지에 처음으로 닿았다.
“…읏.”
꿈틀.
유니가 그 감촉에 놀라 흠칫 손을 뗐다.
“안 되죠, 유니. 자, 손을 이리로….”
아린이 그녀의 손을 쥐고 나에게 이끌었다.
루엘라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반응이다.
유니는 당황하면서도 익숙한 그녀의 지시에 따라 손을 나에게 가져다댔다.
“이렇게… 위아래로… 그렇죠.”
스윽, 슥.
“조금 더 힘을 줘봐. 응, 그렇게.”
꾸욱.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두께가 달라서 그런지 얼마나 힘을 줘야할지 잘 모르고 헤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읏, 으읏….”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며 부르르 떨었다.
“조금 더 빨리… 더 빨리….”
“에릭 씨에게 했던 것처럼 하면 안 돼요. 더 세게… 더 세게….”
그녀의 손짓이 나에게 맞춰 변화해간다.
“읏… 흐읏….”
유니의 눈에 살짝 눈물 비슷한 것이 맺혔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흐읍… 읏….”
그녀의 눈물을 삼키고, 나는 마침내 사정했다.
뷰륵, 뷰르륵!
“읏!”
유니는 당황하며 손으로 튀는 정액을 막았다.
그녀의 손을 내 새하얀 정액이 더럽혔다.
뷰르릇, 뷰륵!
시계추처럼 흔들리며 내 자지가 안에 남은 정액을 모조리 그녀의 손에 토해냈다.
“으, 으읏….”
유니는 기겁하며 손을 털어냈다.
“후후… 그대로 돌아가면 되겠네요.”
“윽….”
키득거리는 그녀들을 두고 유니는 벌떡 일어났다.
“벌써 가는 거야? 한 번 더 하고 가도 되는데.”
“…이제 됐어.”
쾅!
그녀는 거칠게 문을 닫았지만, 문이 닫힐 때까지 그녀의 다리는 문 앞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후후….”
“유니도 끝났네요.”
그녀들의 웃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