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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의 짐꾼-174화 (174/236)

〈 174화 〉 [용사] 행동하는 유니

내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있자, 유니가 뜬금없이 화제를 돌렸다.

“손 좀 잡아줄래?”

손…? 갑자기 왜?

그렇지만 못할 이유는 없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손에 깍지를 꼈다.

“…고마워. 그리고… 아직 정령술 쓰는 방법 기억하지? 나를 따라해줄래?”

“응… 그런데 왜?”

방금 한 말과 관련이 있는 내용인가?

유니가 했던 말이 너무 신경쓰인다.

자신으로는 흥분되지 않느냐는 말, 그 말은 유니가 내 비밀의 일부를 알아버렸다는 뜻 아닐까?

묻고 싶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고 싶다.

“조금 이따가 말해줄게.”

나는 망설이다가 결국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곧 들을 수 있겠지.

나는 눈을 감고 유니의 정령술에 집중했다.

그녀의 힘이 정령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나에게도 느껴지는 그 힘을, 나는 문양을 통해 그대로 흉내냇다.

“…흐읏.”

힘을 쓰는 대가로 유니의 몸에 약간의 흥분이 일었다.

아직도 이 원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쓰는 신성력의 원천이 흥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렴풋이 이해가 갈 것 같기는 하다.

잠시 옆으로 샌 사고를 유니의 정령술로 되돌리자 그녀의 명령을 받은 근처의 정령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앞… 아니, 바로 근처다.

정령의 시야를 공유하려는 걸까?

그런데 저 방은….

무심코 그녀를 따라 정령의 시야를 공유 받은 나는 우리 근처의 방 안을 엿보게 되었다.

그녀들과 제렌이 있는, 바로 그 방으로.

“흐급… 흣…♥ 주인님… 주인님…!”

“츄읍… 쮸읍, 쯉….”

정령의 눈에는 사람의 모습이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누가 누구인지는 훤히 들여다보였다.

제렌의 허리 위에 올라탄 세리아는 허리를 흔들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무릎을 꿇은 아린이 세리아의 구멍에 들락날락거리는 제렌의 자지에 열심히 봉사하는 중이었다.

“…윽!”

가, 갑자기 이런 걸 왜…?

당황하며 내가 벌떡 일어나려고 하자, 유니가 순간 깍지 낀 손에 힘을 꾹 주었다.

“유니…?”

“…….”

내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셋의 난교는 이어지고 있었다.

뷰루르륵! 뷰르륵!

“하으윽….”

“다, 다음에는 제가… 세리아, 비켜요…!”

“밀지 마…! 자꾸 기어오를래?”

남자를 앞에 두고 서로 먼저 박히고 싶다며 다투는 그녀들.

이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제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복감? 남자로서의 프라이드?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는… 그 모습이 흥분을 가져왔다.

두근두근.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한다.

내가 아니라 다른 남자에게 달라붙는 세리아와 아린.

만약 저기에 유니가 끼어있다면…?

“…으읏.”

발기해버렸다.

이런 걸 유니가 눈치 채기라도 하면….

“역시… 그렇구나.”

“어, 어?”

뚝.

시야가 순식간에 끊겨버렸다.

“…나랑 할 때보다도 이런 게 더 좋은 거구나.”

“유, 유니, 이건….”

그녀의 시선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채였다.

언제부터?

설마 정령의 시야가 이어지던 그 순간부터 나를 보고 있었던 건가?

“…그거, 감추려고 해도 다 보여.”

그녀의 손이 내 발기한 자지를 가리켰다.

“이건 그냥, 그….”

그녀는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나에게 입을 맞췄다.

“흡… 으읍….”

풀썩.

나는 그녀에게 떠밀려 침대 위로 쓰러져버렸다.

“…지금 해도 괜찮아?”

“잠시만, 유니… 내 얘기를….”

유니는 내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거칠게 내 옷을 벗겨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옷마저 벗어던지더니 내 위에 올라와 발기한 내 자지를 다리 사이에 넣고 문질렀다.

“흐읍… 흐읏… 어때? 이러면 좀 기분 좋아?”

“…유니.”

그녀는 불안해진 것이다.

자신과 하는 것보다 빼앗긴 여자들을 보는 것에서 더 흥분한다는 사실에서.

어쩌면 내가 그녀에게 질려버린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은데.

나는 그녀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걱정하지 마. 나는… 유니가 제일 소중하니까.”

“에릭….”

이 말에는 한치의 거짓도 들어있지 않다.

나는 그녀를 세상에서 제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그 사랑이 이상한 방향으로 조금 엇나가고 있을 뿐이다.

“시작해도 괜찮지?”

“…응.”

유니는 천천히 허리를 내려 그녀의 안에 나를 받아들였다.

“하읏, 흐으….”

어딘지 약간 아쉬운 반응.

내가 아세일라에서 들었던 그녀의 신음은, 이것보다 더욱 격렬했다.

찔꺽찔꺽.

그녀는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 듯 중얼거리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우리 둘의 접합부가 조금씩 젖어들고 있었지만,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조금씩 부족했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흥분하고 있었고, 곧 사정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역시 아세일라에서 봤던 그 소리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그녀에게서 그런 신음이….

“…부족해?”

“어?”

유니가 나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더, 더 열심히 해볼게… 그러니까….”

그녀는 나에게 더욱 밀착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덕찌덕.

아까보다도 더 많은 액이 흘러나와 우리를 적셨지만, 그럼에도 내 높아진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아… 하아… 왜…? 역시 내가 부족해서…?”

“아, 아냐, 그런 게 아니야.”

지금도 계속 내 반응을 읽고 있는 건가?

안 된다.

이대로는 그녀가 오해를….

정말 오해인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 생각을 멀리 치워버렸다.

“아니면… 역시 이런 걸로는 안 되는 거야…?”

“…….”

그녀가 말하는 이런 것은 나와 그녀가 직접 관계를 맺는 이 행위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그녀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것이 아닌 다른 것을….

내가 어딘가 불완전한 사정을 하고난 이후, 그녀는 내 옆에 누웠다.

“에릭… 요즘 연습은 잘 되고 있어?”

“…응.”

사실 아니다.

요즘 쉽게 집중을 못하고 있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

내 거짓말을 눈치 챈 것일까.

“그렇구나. 역시 에릭도 더 강해지기를 바라지?”

“응.”

이 말은 사실이다.

나는 더 강해져야만 했다.

적어도 루엘라는 이길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연습이 안 되는 건, 이대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서겠지?”

순간 내 몸이 굳었다.

“…아냐. 그런 건 아니고….”

그렇지만 이 말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티나는 거짓말이었다.

유니가 이 사실을 눈치 못 챌 리가 없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니구나.”

정말로 내 말을 믿어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내 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에릭은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고.”

“…아, 니야.”

유니는 내 안의 ‘그렇다’를 읽었을 것이다.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그녀의 질문을 듣는 순간, 아무리 거부하고 싶어도 내 마음속은 결론을 내버린다.

그러면 이 대답을 솔직하게 답하든, 거짓으로 답하든 이미 유니는 내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마는 것이다.

이대로… 이대로 더 질문이 이어졌다가는….

“내가… 에릭을 도와줬으면 좋겠어?”

“아, 아냐….”

나를 돕는다는 건, 나를 위해….

안 돼.

그건 안 된다.

“……그렇구나.”

그녀는 담담하게 그렇게 말했다.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인 거지?

나는 분명 아니라고 생각했고,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니 분명 유니도… 아니라고 받아들였겠지?

그럴 것이다.

분명 그렇겠지.

“알았어.”

“…유니, 혹시 내가 한 말을 잘못 이해하거나….”

“괜찮아. 제대로 들었으니까.”

유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걸 물어?”

“어?”

“마치… 내가 에릭의 반응을 읽고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윽….”

아차, 말실수를….

유니가 입을 삐죽거렸다.

“알고 있었구나.”

“아, 그, 그게… 미안, 너무 신경 쓰여서.”

“…미안해. 이 사실을 숨기고 있어서.”

내가 솔직하게 시인하니 그녀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요즘 에릭의 상태가 이상한 것 같아서, 더 자세히 알고 싶었어. 그냥 물어보면 되는데… 미안.”

“아, 아냐. 나도… 나도 제대로 말을 못해서 미안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말을 하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

“그렇지만 나한테 말은 못하는 거지?”

“…….”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괜찮아. 이해할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끌어안았다.

유니의 품에 안긴 나는 그녀의 대답에 고마움을 느꼈다.

비밀은 서로 없기로 했는데….

“그 대신.”

유니가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그녀의 품에 안긴 내가 볼 수 없었다.

“…나에게 비밀이 생겨도 용서해줘.”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그 말이 무척이나 슬퍼보였다는 것이다.

***

어쩌면 유니는 이 날 무언가를 결심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다음날 유니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돌아왔는데, 어째서인지 한 쪽 손을 나에게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다.

아마 끝까지 보여주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았지만… 나는 보고 말았다.

침대에 올라오기 전, 그녀가 자신의 손을 침대보에 닦는 것을.

그리고 그 침대보에 살짝 끈적한 액체가 묻어있었다는 것을.

그 하얀 것을 보고… 나는 순간 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

“역시… 그렇구나.”

유니가 그렇게 중얼거린 것 같기도 했지만, 아마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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