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화 〉 [짐꾼] 수도와 용사
용사가 아세일라를 떠나기까지, 우리의 일과는 하나의 약속으로 자리 잡았다.
“하읏, 흡… 흐읍….”
몽롱한 얼굴의 유니, 아니 루엘라가 나를 바라보며 반사적으로 입을 맞췄다.
“쮸읍, 쯉….”
내 입술을 빨고 물면서 그녀는 익숙하게 옷을 벗었다.
그녀가 옷을 벗는 동안 나는 인기척을 통해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와 용사 둘 다 바라지 않았던 불청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같이 알몸의 아린을 끌고 다른 예쁜 여자들과 다니니 그렇게 된 것이겠지.
상황은 알지만 어차피 두 노예가 지키고 있으니 안으로 들어올 일은 없다.
만의 하나 그런 경우가 있더라도 어차피 상대는 루엘라 아닌가.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된 상황이다.
나는 루엘라가 옷을 다 벗은 걸 확인하고 턱짓으로 벽을 가리켰다.
“하앗, 하아… 오늘도…?”
그녀는 얌전히 벽에 손을 짚고는 나에게 엉덩이를 쑥 내밀었다.
짜악!
“하긋…♥”
엉덩이를 가볍게 한 대 내려치자 루엘라의 엉덩이라 파르르 떨렸다.
“저 벽 너머에 있는 놈들한테도 잘 들리게 짖어보라고.”
“후읏… 후우… 저, 저는 당신의 여자가 아니… 흐응♥”
또 귀엽기만 한 말을 중얼거리길래 자지로 살짝 보지균열을 문지르니 다시 입이 닫혔다.
자꾸 쓸데없는 소리나 하고 말이야.
이미 그녀의 육체는 홀라당 넘어와 버렸는데.
지금 유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자도 분명 루엘라지만, 유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루엘라와 평소 모습의 루엘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순종적인 암컷처럼 굴지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때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냉랭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뭐… 정말 그녀가 넘어왔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지금 그녀가 얌전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들어간다.”
“흐급… 하앗, 학… 더, 더 깊이….”
뻑뻑한 그녀의 질을 억지로 넓히면서 조금씩 안으로 넣자 루엘라가 애를 태우며 나에게 부탁했다.
아마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엉덩이를 살살 흔들면서 꼬리를 치기에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단번에 끝까지 밀어 넣었다.
“히익…♥ 하읏… 아, 안이 가득… 흐읍♥”
루엘라는 오랫동안 비어있던 보지가 다시 채워지는 느낌에 부르르 떨었다.
퍽퍽!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가 골목길을 너머 그 밖으로까지 퍼져나갔다.
“크흐흐… 용사만이 아니라 다른 남자들도 듣고 있는 것 같은데, 기분이 어때?”
“하으, 읏… 하앗… 사, 상관 없어요…♥”
“그래? 부끄럽다거나 기분 나쁘진 않나?”
그녀는 쾌감을 견디려고 벽을 짚은 손에 힘을 꾹 주면서 살벌한 소리를 했다.
“어차피… 다 한낱 인간이니까….”
자기에게 위협 하나 되지 못하는 남자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건가?
마치 우리가 벌레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녀도 인간에게 비슷한 감상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나는?”
“다, 당신은… 흐읍….”
루엘라는 대답하는 대신 엉덩이를 조금 더 나에게 밀착했다.
“대답하라니까!”
짜악!
엉덩이를 세게 치자 그녀가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나를 돌아봤다.
“그, 그게 중요해요…?”
“중요해.”
루엘라는 잠시 우물쭈물 거리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요.”
“뭐?”
“조, 좋다구요…! 햐윽♥ 가, 갑자기 격렬하게… 하응♥”
크흐흐, 그렇단 말이지.
그녀의 대답에 만족한 나는 그녀가 실신할 때까지 박아주기로 했다.
“끄읏♥ 흐읏… 흐읍….”
민감한 유니의 몸은 내가 한 번 사정할 때마다 밑도끝도 없이 부르르 떨렸다.
“하그으읏♥ 흐익♥ 또, 또 가버려…!”
“야야, 다 묻는다.”
애액이 튀잖아.
내가 자지를 뽑고 그녀를 툭툭 치며 벽 끝으로 밀었다.
“흐급…♥”
“몸 약한 건 거의 아린이랑 비슷하네.”
그래도 아린은 조교 받으며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맨몸이라 할 수 있는 유니의 육체는 쾌락에 너무나도 약했다.
“이런 몸을 용사는 제대로 못 쓰고 있다는 말이지… 큭큭.”
“흐읏, 흐으… 그, 그건 모르죠…?”
“뭐?”
갑자기 루엘라가 태클을 걸자 내 눈이 가늘어졌다.
“이, 이건 그 용사와 맺어지기 전의 몸이니까… 지금의 그녀와는 조금 차이가 있을 거예요.”
“뭐야, 그런 거야?”
지금 루엘라의 이 육체는 유니의 것이 맞지만, 정확하게는 용사와 이어지기 전의 몸.
그러니까 용사가 예상외의 재능을 보여 유니의 개발을 열심히 진행중일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하려고 그러는데.”
“읏… 그, 그래도… 아마 똑같을 거예요….”
“무슨 근거로?”
지금 끝내기는 아쉬웠는지 루엘라가 내 눈치를 살피며 대답을 열심히 골랐다.
“…요, 용사 자지는 너무 작으니까…♥”
“푸흐흣.”
아린에게 배웠나?
곁눈질로 배운 그녀의 매도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녀석 용사 자지를 본 적은 있어?
“귀엽기는. 좋아, 엉덩이 대.”
짜악!
“하긋!”
루엘라가 순순히 엉덩이를 내밀었다.
“용사 같은 실좆보다는 내게 더 좋다 이거지?”
“…네에.”
“그럼 박힐 때마다 소리쳐. 내 자지가 더 기분 좋다고.”
파앙! 파앙!
“하앙♥ 하읏♥ …조, 좋아요….”
“더 크게!”
“자, 자지…! 기, 기분 좋아요…♥”
나는 유니의 모습을 한 그녀에게 계속해 용사를 매도하는 발언을 시키면서 오늘의 정액을 안에 잔뜩 뿌려주었다.
“햐으윽…♥ 지, 진짜 수컷님의 자지….”
***
“하아… 진짜 짐승 같은 남자.”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루엘라는 진저리를 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런 것치곤 많이 앙앙거리던대?”
“후후, 솔직하지 못하시네요.”
내 양팔을 껴안은 채 그녀들이 한 마디씩 하며 루엘라를 놀렸다.
“…그건 연기에요. 당신이 바라는 것도 그런 거잖아요?”
“그럼 아까 했던 말들도 다 연기란 말인가?”
연기라기에는 감정이 풍부했는데.
그렇다고 지금의 모습도 거짓이라기에는 또 생생하다.
“…정신은 육체에 종속된 것이니까요. 그 때의 저도 저지만, 진정한 저라고는 할 수 없죠.”
“응?”
뭔 소리야?
“흐응… 그러니까 유니 모습을 한 루엘라는 주인님의 암컷노예고, 지금의 너는 마왕의 사천왕이라는 거지?”
“후후… 재밌는 가설이네요.”
아무래도 그녀들은 이해를 한 것 같은데, 나는 멍청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뭔 소리야?”
“인정하기 싫어서 억지부리는 거예요.”
그렇군.
세리아의 명쾌한 해설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니거든요! 하여간, 이래서 육체가 하나인 인간들은….”
루엘라는 기분 나빠하며 나와 세리아를 찌릿 노려보았다.
“진심으로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제 주인은 오직 한 분밖에 없어요.”
“우리 주인님 말하는 거죠?”
아린이 키득 웃으면서 나에게 더욱 매달렸다.
“…마왕님을 말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녀는 짜증을 내면서도 순순히 답해준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돌아갔을 텐데, 이런 장난을 죄다 받아주는 걸 보면 그녀도 많이 유해졌구나 싶다.
그러면 슬슬 부탁을 하나 더 해봐도 될까.
“루엘라.”
“…뭐죠?”
“슬슬 용사와 한 번 싸워줄 수 있어?”
***
아마도 유니의 배움에 무언가 진전이 있었는지, 용사는 내일 다시 아세일라를 떠날 것이라 발표했다.
에르티나의 수업을 받은 유니는 확실하게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아직 직접 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지만, 둘의 말에 따르면 그렇단다.
“눈이 달라졌어요. 실력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소리죠.”
“세리아보다 강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린의 농담에 세리아가 나에게 붙어있던 몸을 홱 일으켰다.
“뭐?”
“당신, 요즘 마법연구 한 적 없죠? 전 아직 꾸준히 기도를 드리고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전에는 연구한답시고 방에 몇날 며칠을 틀어박히곤 했는데 요즘에는 본 적이 없네.
“읏… 그야, 주인님이 더 먼저니까….”
그녀는 나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를 우선시하는 것은 고맙지만, 나로써도 내 노예가 더욱 강해지면 좋지.
“이제는 아린도 있으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공부하고 와도 좋아. 나도 약한 년보다는 강한 년이 좋으니까.”
“우으….”
세리아는 그 말을 일종의 축객령처럼 받아들였는지 살짝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비해 아린의 얼굴이 밝아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나는 그녀들이 이상한 오해를 하기 전에 아린의 코를 붙잡고 그녀를 억지로 떼어냈다.
“헤우읏… 우그….”
“너도 마찬가지야. 엉덩이를 까고 기도하는 게 신관이냐?”
그녀가 기도 시간을 열심히 챙기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진심으로 기도를 드린다기 보다는, 자기의 지위를 이용해 섹스어필을 하는 쪽에 더 가깝다.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데, 자꾸만 엉덩이를 들추고 나에게 씰룩씰룩 흔드는 게 섹스어필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하긴, 아린도 이제는 무늬만 신관이죠.”
“뭐, 뭐라구요?”
아린이 그 말에 발끈해 벌떡 일어났다.
신관인 그녀의 입장에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농담.
“너 그럼 주인님보다 그 여신이 더 좋다는 거야?”
“…….”
세리아의 말에 아린은 살짝 침을 삼키며 내 눈치를 보았다.
아니, 그런 신인지 뭔지 하는 것과 나를 비교하고 싶지는 않은데….
“둘 다 이상한 농담 하지 마. 서로의 상처 들쑤시지도 말고.”
“네에….”
“호, 혹시 신경 쓰고 계신다면….”
얌전히 내 품에 안긴 세리아와는 달리 아린은 살짝 불안해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신경 안 써. 여신이 먼저든 내가 먼저든.”
“…여신 같은 것보다는 당신이 더….”
아린은 그렇게 우물거리며 내 품에 안겼다.
…지금 발언은 못 들은 걸로 하자.
아무튼 내일부터는 수도로 향한다.
한동안 또 밤에 바빠질 테니 일찍 자둬야겠구만.
나는 슬금슬금 다가오는 노예들을 물리고 일찍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