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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의 짐꾼-164화 (164/236)

〈 164화 〉 [짐꾼] 관음

아세일라에 도착한 용사는 하루만 쉬고 가려고 했던 것 같지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한동안 더 머물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에르티나가 온 모양이네요.”

세리아의 추측대로, 에르티나가 우리를 따라 아세일라에 도착했다.

아니, 루엘라도 그렇고 에르티나도 그렇고 우리 파티만 졸졸 쫓아다니나?

둘 다 마음만 먹으면 용사파티는 순식간에 몰살하겠네.

내 일거수일투족이 죄다 감시받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유니가 다시 자리를 비울 텐데… 어떻게 할까요?”

저번에는 유니가 용사를 감시하지 못하는 틈을 타 열심히 노예들이 그에게 작업을 걸었다.

요즘 용사의 반응을 보면 이미 충분히 넘어간 것 같고, 굳이 더 할 필요는 없겠지.

이제 필요한 것은 용사가 반응하길 기다리는 것뿐이다.

“용사한테는 신경 쓰지 마. 없는 것처럼 굴자고.”

그러니 지금은 철저하게 무시하는 것이 가장 좋다.

***

“그래서… 당신과 최대한 친한 척하면서 돌아다니면 된다 이거죠?”

“그런 거지.”

유니는 나를 보며 인상을 팍 썼다.

물론 진짜 유니는 아니고, 유니인 척하는 루엘라다.

나에게 삼류보지를 들킨 이후로 루엘라는 나와 약간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 전까지는 여유로운 척 하면서 은근슬쩍 다가오더니, 밑천 다 털리고 슬금슬금 도망가는 게 딱 삼류보지 같은 발상이라 우습다.

“협력하겠다면서?”

“누가 안 한다고 그랬나요? 제대로 할 거니 걱정 마시죠.”

결국 루엘라는 자기가 했던 말이 있어 내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대충 준비는 끝났다.

이 여자가 유니가 아니라 루엘라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여기 셋 뿐.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내 앞에 있는 것은 루엘라가 아닌 유니다.

용사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혹시 이런 걸로 제 호의를 사려고 하거나 그런 거라면….”

“그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

단연컨대 그럴 일은 없다.

내 말을 듣자 그녀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으나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 좋아요. 당연히 그래야죠… 흥.”

“푸흣.”

세라인지 아린인지 둘 중 하나가 웃자 루엘라가 표독스럽게 그녀들을 째려봤다.

“…그동안 이 여자들은 어쩌시게요?”

결국 지금 중요한 것은 루엘라다.

유니의 모습으로 최대한 나와 돌아다니며 용사의 시선을 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실 나머지 둘은 딱히 필요가 없다.

“제가 주인님을 지켜드릴게요.”

세리아는 경호를 자진했다.

사실 루엘라도 바로 옆에 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겠지만… 뭐, 본인이 자발적으로 나서는데 굳이 말릴 필요는 없겠지.

문제는 아린이었다.

“앗, 저, 저도….”

“둘씩이나 있을 필요는 없어.”

“으읏….”

아린도 세리아처럼 경호를 맡으려고 했지만 애초에 그녀는 전투원도 아니기도 하고, 세리아가 두 명까지는 필요 없다며 매몰차가 걷어차 버렸다.

“후후… 아린은 방에서 얌전히 기다리는 게 어때? 혼자 자위나 하면서 기다리고 있어.”

“세리아 혼자만… 너무해요!”

“그럼 너도 뭐라도 할 수 있는 걸 가져오던가.”

“으으읏….”

경호로 쓰기에도 애매하고, 도시 한복판에서 축복이 필요할 일이 있겠는가?

물론 세리아도 비슷한 처지기는 하지만 아린은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세리아보다 더 필요없는 존재였다.

아린도 그 사실을 아는지 초조하게 나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조금 불쌍하니까 기회라도 줘볼까?

“개.”

“네, 네?”

“산책할 때 개가 있으면 어울릴 것 같군.”

잠시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자들이 갸우뚱거렸다.

가장 먼저 이해한 것은 역시 아린이었다.

“아… 아아! 네, 네! 제가 개 할게요!”

세리아는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이해하고 피식 웃었다.

아린에게 목줄 채우고 끌고 다닌 경험이 있으니 이해하겠지.

그렇지만 루엘라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그녀는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조금 이따가 알게 될 거야.”

“…왠지 별로 좋은 쪽은 아닐 것 같네요.”

뭐, 그렇기는 한데….

당사자는 만족하고 있으니 좋은 것 아닐까?

그렇게 한 10분쯤이 지나고, 우리는 외출 준비를 마쳤다.

“아린… 아니, 멍멍아. 우리 허락 없이 두발로 걷거나 사람 말 하면 안 돼, 알겠지?”

“머… 멍.”

그녀는 새빨간 얼굴로 바닥을 기며 대답했다.

지금부터 그녀는 두 다리가 아닌 네 다리로 산책을 시작할 것이다.

아린이 걸치고 있는 옷은 목에 걸린 개목걸이가 전부.

그 줄은 세리아가 쥐고 있다.

“미… 미쳤어….”

400년 전 사람이 보기에는 조금 충격적이었는지, 루엘라는 우리를 보며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개 산책 시키는 거 처음 보나?”

“세, 세상 누가 신관을 개처럼 산책시킨다고 그래요? 당신들 미쳤어요?”

루엘라에게 이런 상식을 지적당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지만, 원래 우리들은 상식 따위 버린지 오래다.

“늙어서 이해 못하는 거야, 할망구.”

세리아의 빈정거림에 루엘라가 울컥했다.

“…흥, 좋아요. 이 정도 쯤 아무 것도 아니죠.”

“좋아, 그럼 출발하자.”

그렇게 사람 셋과 개 한 마리는 그날부터 아세일라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숙소를 나가기 전에 주인이 할 말 많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뭐 하러 신경 쓰나?

아마 예전에 아린을 스트립쇼에 넘기면서 약속했던 걸 지키라고 하고 싶은 모양이겠지만, 이쪽은 아쉬운 거 하나 없다.

“뭐, 뭐야?”

“사람이….”

역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무리 성에 개방적이고 향락적인 아세일라라고 해도 사람이 목줄을 차고 개처럼 걷는 풍경은 좀처럼 볼 수 없을 터.

그들은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우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흐읏… 흐응…♥”

아린은 이런 상황이 무척 기분 좋았는지 걷는 것만으로 흥분하며 다리 사이로 물을 뚝뚝 흘렸다.

“멍멍아, 발정하지 말고 빨리 와.”

꽈악!

세리아는 아린의 발걸음이 늦어질 때마다 그녀의 목줄을 잡아당겼는데 그러면 아린은 괴로워하면서도 엉금엉금 우리 뒤를 쫓아왔다.

“크흐흐… 아가씨네 개가 참 귀엽구만.”

그러나 이렇게 여자를 개처럼 끌고 다니면 불필요한 오해도 사는 법.

추잡한 욕망을 지닌 자들이 멋대로 아린에게 손을 뻗기 시작했다.

“머, 멍! 멍멍!”

아린은 누군가 자기 엉덩이를 움켜쥐자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손 안 떼?”

“흐그아악!”

세리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녀를 더듬은 남자에게 마법부터 갈겼다.

팔에 화상을 입은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고, 주변 사람들은 당황해 슬쩍 물러났다.

“잘했어, 멍멍아. 누가 자꾸 손대면 그렇게 소리 지르면 돼, 알았지?”

“…멍.”

아린은 새빨갛게 익은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나와 루엘라는 상점가를 돌아다니며 적당한 화제들을 주고받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다소 개인적인 얘기들도 오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니 천막 안에 저와 그밖에 없더군요. 그 때는 저도 좀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는 상태기도 했고….”

“크흐흐, 술을 먹여놓고 따먹었단 말이지. 비겁한 놈이구만 그래. 정정당당하게 기술로 승부를 봐야지.”

지금 루엘라가 하는 얘기는 어쩌다가 그녀가 전 용사를 배신하고 타락했는가에 대한 얘기였다.

뭐 엄청난 스토리가 있을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결국 술 먹이고 따먹었다니 살짝 김이 새네.

“…마왕님 욕하지 마세요.”

“마왕도 참 쪼잔한 놈이네,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냐?”

“크읏….”

루엘라는 나를 찌릿 노려봤다.

이거 유니의 얼굴로 이러고 있으니 마왕한테 뺏긴 것 같아 살짝 불쾌하다.

내 여자를 감히 마왕이 뺏어가?

용서할 수 없지!

“…뭐, 아무튼 그게 시작이었어요. 당시에 저와 용사는 교제하는 사이여서 전부 고자질하겠다는 협박에 순간 당황해 넘어가버렸죠.”

“협박에 넘어가는 년이 제일 멍청한 년이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세리아의 모습을 살폈다.

협박에 넘어간 멍청한 년은 제 발로 넘어온 멍청한 년의 목줄을 잡아당기며 재촉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은근슬쩍 자위를 하다 세리아에게 들킨 것 같았다.

그녀가 지나온 길바닥에 젖은 흔적이 방울져 남아있었다.

“어딜 보시나요?”

“별 거 아냐.”

잠깐 과거를 생각하던 나는 그녀의 말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루엘라의 뒷얘기는 참 뻔한 소리였다.

점점 바빠지는 전쟁으로 용사는 그녀에게 관심을 많이 쏟지 못했고, 그 빈틈을 천천히 마왕이 공략해가면서 그에게 마음이 기운다.

듣다보니 마왕은 섹스가 아니라 말빨로 그녀들을 휘어잡은 것 같았다.

그건 좀 제법인데.

나처럼 막돼먹은 인간들에게는 그런 화려한 말빨이 없다.

“뭐 세라도 비슷하게 당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머, 상점가는 여기가 끝인가 보네요.”

주절주절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상점가의 마지막 가게까지 지나쳐버렸다.

가게들도 사람들도 드문드문해지더니 어느샌가 아무도 없는 골목까지 와버렸다.

“돌아갈까요?”

“흠… 잠깐.”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기회군.

나는 세리아와 아린을 불러 아무도 못 들어오게 감시하라고 시켰다.

“감시? 뭐하러 지금… 서, 설마 여기서?”

순간 당황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나는 그녀를 벽에 밀쳤다.

“자, 잠시만요… 이런 곳에서… 흐읍…!”

나는 다짜고짜 그녀의 입을 맞추며 옷을 살살 벗겨나갔다.

“흐읍… 읍…! 쭙, 츄읍….”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내가 혀를 섞자 이를 받아주었다.

농후하게 혀를 섞으며 나는 유니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유니의 몸을 그대로 복제한 루엘라의 몸.

그 말은 지금 루엘라가 반응하는 성감대가 곧 유니의 성감대이기도 하단 말이다.

꽉!

그녀의 젖가슴을 세게 쥐자 루엘라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젖꼭지가 성감대란 말이지.

나는 그녀의 몸을 매만지며 몇 군데의 성감대를 추가로 찾아냈다.

“하읏… 흐윽… 이, 이런 더러운 곳에서….”

입을 떼어주자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급하게 살폈다.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 걱정은 필요없는데.

“…서, 설마 여기서 삽입할 생각은 아니죠?”

맞는데?

나는 거침없이 바지를 홱 하고 내려버렸다.

“…지, 짐승….”

“짐승한테 몸을 바친 건 너지, 루엘라.”

이럴 것 같았으면 처음부터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지.

나는 살짝 떨리는 그녀를 안고 선 채로 그녀의 구멍 안에 삽입했다.

“꺄흐읏… 흐읏….”

그리고 루엘라가 정액을 줄줄 흘리며 골목에서 나오기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하앗, 하악… 두, 두고 봐요…♥”

***

이 짓을 다음 날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반복했다.

“주인님. 용사가 저희를 지켜보네요.”

세리아가 그렇게 말하며 내 귀에 소곤거린 것은, 루엘라와 반지를 구경하던 셋째 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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