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화 〉 [짐꾼] 수컷의 격차
마침내 불침번을 설 때가 다가오자 우리는 모닥불에 모여 용사와 유니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웬일로 이렇게 조용하죠? 드디어 사람으로 돌아오셨나요?”
우리의 뒤편으로 어느 샌가 루엘라가 스윽 나타났다.
“그래도 매일 오는 거 보니 주인님이 그리운가봐?”
“…헛소리 하지 마세요.”
세리아가 던지는 농담에 루엘라가 정색했다.
그녀는 어제 앙앙거리던 자기 모습이 생각났는지 잠깐 얼굴을 붉히며 나를 노려보았는데, 간만에 본체의 모습을 하고 있어 제법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그 마을, 세라가 관리하는 곳이죠? 그녀와 만났나요?”
왜 유니의 모습이 아닌가 했더니, 다른 목적이 있던 모양이다.
“만나긴 했지. 왜, 들킬까 걱정되나?”
“뭐… 솔직히 말하면 그렇죠.”
의외로 루엘라는 순순히 수긍하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녀의 시선은 저 멀리 세라가 있을 도시를 향해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는 건가요?”
그 모습을 본 아린이 질문을 던졌다.
마물과 인간의 공존.
여기서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믿는 것은 세라와 용사밖에 없을 것이다.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모든 마족과 인간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뭐, 음마 정도라면 그럭저럭 가능할지도요.”
그들은 생김새도 인간을 닮았고 여러모로 쓸모도 많으니까.
“그래서, 그녀가 절 찾았나요?”
“찾았지. 모른다고 하니까 금세 포기하긴 하던데.”
그 말에 루엘라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뭐, 정보 고마워요. 보아하니 오늘은 제가 필요 없을 거 같은데 돌아가도 되죠?”
오늘은 용사를 꾀어내는 게 목적인만큼 굳이 루엘라가 필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또 아예 쓸모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아무튼 만약에 용사가 못 참고 뛰쳐나올 때, 자기 눈앞에서 유니가 범해지는 모습을 보면 상당한 충격을 받지 않겠는가?
중요한 건 용사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지, 유니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루엘라는 발각이 되든 안되든 굳이 상관없는 존재고, 지금은 또 써먹든 안 써먹든 달라질 것 없는 상황이었다.
“못 할 건 없지.”
내 말이 떨어지자 그녀들이 슬금슬금 루엘라에게 다가왔다.
“오, 오지 마세요! 쓰, 쓸데없는 소리를….”
루엘라는 어제의 기억 탓인지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며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남아있으면 또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급히 도망쳐버렸다.
“처음에는 그렇게 무서워보였는데… 역시 여자는 다 똑같네요.”
그 모습을 보며 아린은 쿡쿡 웃었다.
“슬슬 둘 다 잠든 것 같은데, 시작할까요?”
“좋아, 한 번 해볼까.”
우리는 그들의 천막이 조용해지고도 잠시 더 기다렸다가 용사를 깨웠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세리아를 보내려고 했는데, 아린이 자진해서 손을 들었다.
“제가 가고 싶어요.”
“상관은 없는데, 굳이?”
아린은 약간의 분노를 담아 중얼거렸다.
“에릭 씨도… 자기가 유니에게 놀아난다는 것을 좀 알아야 해요.”
아린이 용사를 자극하러 떠난 사이 세리아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아린이 많이 험해졌네요.”
“그러게. 대체 누가 가르친 건지 원.”
“푸흣… 그러게요.”
나는 자연스레 그녀의 허리를 휘감으며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쮸읍… 츕….”
그녀는 나에게 붙자마자 입을 맞추며 내 위를 올라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입맞춤을 받으며 세리아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
“하앗, 하아…♥ 주인님, 그럼 바로….”
용사에게 과시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이번에는 애무나 펠라 없이 곧장 삽입하기로 했다.
내 위에 올라탄 그녀는 내 등을 꽉 껴안으며 조심스레 위치를 조준했다.
“크흡, 흣… 너, 넣을 게요….”
쑤욱!
나에게 맞춰 변형된 그녀의 질은 아무런 부담없이 자지를 받아들였다.
“흐윽…♥ 아, 아아….”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내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가만히 있지말고 좀 움직여.”
“네, 네엣….”
그녀는 내 등에 손을 두르고 조금씩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자세로 꼼짝도 않고 세리아에게 몇 번이고 사정했다.
아린이 용사를 반쯤 강제로 데리고 나온 건 그 무렵이었다.
“주인님… 하읏, 하앗♥ 더, 더 깊이… 흐읏….”
세 번째 사정을 마치고 쉴 틈 없이 계속 섹스를 이어가던 도중, 용사는 아린의 손에 이끌려 한창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
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커진 눈은 어쩔 줄을 모르고 나와 그녀 사이를 왔다 갔다 했는데, 아린은 그런 그의 모습을 비웃으며 그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용사는 아린이 이끄는 대로 멍하니 우리의 맞은 편 의자에 가 앉았다.
딱히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냥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런 그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직접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그읏, 흐읏♥ 주인님… 주인니임♥”
내가 더 깊숙한 곳까지 귀두로 눌러주자 세리아가 녹아내릴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애교를 부렸다.
나는 그녀를 더 세게 안으며 용사에게 과시하듯 우리 둘의 교접을 보여주었다.
“이, 이런 걸 왜 나한테….”
용사는 그제야 아린에게 물었다.
왜 그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가?
그야 당연히 유니를 위해서다.
“에릭 씨가 더 잘 알지 않을까요?”
아린의 대답은 잔혹하게도 용사의 내면을 끄집어내는 것이었다.
용사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그의 다리가 움찔하고 떨렸다.
우리를 바라보는 그는 발기하고 있었다.
“너무 낙담하지 마요, 에릭 씨.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충격과 실의에 빠진 그에게 아린이 사악한 말을 속삭이기 시작한다.
“에릭 씨가 작고 볼품없는 자지를 가지고 태어난 건, 에릭 씨의 역할이 암컷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 거예요.”
너에게 여자를 안을 자격 같은 것은 없다고.
“암컷들의 행복은 주인님께 맡기세요.”
그녀들을 범할 자격은 나에게만 있다고.
“하으읏… 크읏♥ 흐읍♥”
세리아는 나에게 매달리는 와중에도 그녀의 대사를 듣고 있었는지 쿡쿡 웃었다.
“에릭한테 너무 매몰차네요… 흐응♥”
“그러게 말이야. 충격 먹고 발기부전 되는 거 아닌가 몰라.”
뭐, 그렇게 되면 더 좋겠지만.
에릭은 그 말에 벌떡 일어나며 필사적으로 부정했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세리아, 이번이 마지막이야.”
“으읏… 알았어요.”
그녀는 아쉬운 듯 투정을 부리면서도 자기의 역할을 자각하고 얌전히 내 마지막 사정을 받았다.
“흐급… 흐이익♥ 히잇♥”
세리아는 내 정액을 자궁에 가득 머금은 채 내 자지에서 빠져나왔다.
“하아, 하아… 에릭, 그럼 시작할까?”
알몸으로 웃으며 용사에게 접근하는 세리아가 다리 사이로 내 정액을 질질 흘렸다.
철푸덕거리며 쏟아지는 내 정액을 그는 경악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주인님, 이제 제가….”
“올라와.”
“네♥”
내 자지가 찬바람을 맞지 않게 아린이 쪼르르 달려와 그녀의 자리를 대신했다.
뿌득!
“흐긋… 하악♥”
아직 세리아처럼 내 맞춤형 질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큰 부담없이 아린의 보지는 나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나중에는 그녀도 전용 질로 변모하겠지만, 그 사이에만 즐길 수 있는 감촉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맞춤 보지가 주식이라면 아직 적응이 덜 끝난 뻑뻑 보지는 별미라고나 할까?
나는 아린의 즐거움을 위해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꾹 잡아당겼다.
“캬흑…♥ 가, 감사합니다….”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뒤로 꺾으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흑… 하윽♥ 크흣….”
우리 둘이 짐승처럼 교미하는 모습에 용사는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았다.
옆에서 세리아가 알몸으로 그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우리에게 향해 있었다.
“에릭, 듣고 있어?”
“아, 으, 응….”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우리를 보고 있었다.
“하악…♥ 주인님, 더, 더 잡아당기시면…!”
“보짓물 질질 싸면서 싫어하는 척 하지마!”
꽈악!
그녀의 머리채를 더 세게 잡아당기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꺄흑♥ 거,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뷰르르륵!
나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사과하는 아린에게 다시 한 번 사정했다.
“흐그읏… 흐급…♥”
그녀가 내 품에서 떨어져 경련했다.
이대로 내가 머리채에서 손을 놓으면 아마 바로 바닥에 떨어지겠지.
“에릭.”
“흐읍…!”
세리아는 그 모습을 눈이 빠져라 보고 있는 그에게 확 다가갔다.
에릭이 자기 눈앞의 가슴에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자 그녀가 쿡쿡 웃었다.
“집중하란 말이야.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가르쳐줄 수 있을지 몰라.”
“그, 그럼 차라리 다른 곳에서….”
그가 애써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리자 세리아는 과장된 몸짓으로 놀란 척을 했다.
“단둘이서 얘기하자고? 미안하지만 그러려면 주인님 허락을 맡아야 하는데.”
“아, 아니, 내 말은 그런 의도가 아니라…!”
“안 돼.”
나는 용사의 변명을 듣기도 전에 잘라버렸다.
“그렇대. 미안해, 에릭.”
“으읏… 그, 그럴 생각 없다니까!”
에릭은 우물쭈물거리며 세리아의 가슴을 한 번 흘낏 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푸훗… 자위하는 것 정도는 이해해줄게.”
“아, 안 해….”
결국 세리아의 교육은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끝났다.
저렇게 흥분한 남자를 상대로 가르쳐봐야, 내일 쯤이면 머릿속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용사는 괜히 헛짓거리만 한 셈이지.
그래도 진짜 섹스가 뭔지 목격했으니 그것만으로도 그에게는 큰 수확이었으리라.
나는 아린의 머리채를 놓아주었다.
쿵!
“끄힉♥”
아슬아슬한 자세로 나에게 매달려있던 그녀는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다.
몸을 부르르 떠는 아린의 다리 사이로 내 정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꾸욱!
내가 그 배를 눌러주자 정액이 분수처럼 푸슛 터져나왔다.
“흐그읏…♥”
“주인님, 끝났어요.”
잔뜩 자지를 세운 에릭을 돌려보내고 세리아가 내 팔에 달라붙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내 질문에 세리아는 달의 위치를 보더니 살짝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직 충분히요.”
“그래?”
내가 보기에는 이미 지난 것 같은데.
그러나 나는 굳이 그 사실을 지적하는 대신 세리아의 허리를 확 끌어당겼다.
교대 시간은 지났어도 아직 우리의 시간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