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짐꾼] 수컷의 격차
루엘라를 따먹은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음마들의 도시를 떠났다.
떠나기 전에 세라가 찾아오기는 했는데, 딱히 별 얘기는 없었고 그 때 신고 안한 게 고맙다 정도의 가벼운 인사가 전부였다.
다만 그 뒤로 용사와 단둘이서 무언가 얘기를 했는데, 그 뒤로 용사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그다지 좋지 못한 얘기를 들은 모양이네요.”
세리아는 멍하니 앉아 있는 용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뒤로 저렇게 멍하니 있거나 유니와 있을 때도 왠지 그늘져보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슨 말을 들었던 걸까요?”
“유니도 화를 내던 걸 보면 둘의 관계에 대한 얘기라거나?”
세라는 용사와 단 둘이서 얘기를 하고 싶다며 우리는 물론이고 유니까지도 잠시 내보냈는데, 유니는 기어이 그걸 또 정령으로 엿들은 모양이다.
유니가 우리에게 말해줄 리는 없으니 결국 우리끼리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수밖에 없다.
“이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어요.”
“그렇죠.”
결국 우리는 결론 내리는 걸 포기했다.
하다 못해 무슨 주제로 얘기를 했는지라도 알면 좋을 텐데.
“흠, 뭐 어쩔 수 없지.”
불안정한 요소가 늘었지만 계획에 변동은 없다.
일단은 그대로 간다.
***
점심시간이 되자 용사가 우리 쪽에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에게 볼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세리아에게 할 말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녀는 내 식사를 챙겨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인님, 아 하세요.”
“세리아, 그거 제 껀데…!”
그녀는 잠깐의 자존심을 접은 뒤로 아린을 흉내내 적극적으로 식사 시중을 들고 있었다.
덕분에 식사시중의 선구자였던 아린은 뒷전으로 밀리고, 나는 그녀 둘의 시중을 받으며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식사를 마치곤 했다.
“…저기, 세리아.”
“후후, 맛있으신가요? 여기 또 있어요. 아 하세요.”
“세, 세리아!”
“응? 무슨 일이야?”
혹시라도 흘릴까봐 수저 밑을 손바닥으로 조심스레 바치고 내 입까지 옮기던 그녀는 용사가 소리를 치고 나서야 고개를 돌렸다.
“그, 그게…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꼭 지금 해야 돼?”
“그런 건 아니고… 그, 경비 문제 때문에 상담을….”
“그럼 이따가 하자.”
세리아는 거기서 대화를 끝내고 다시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자, 얼른 아 하세요. 아.”
“제가 먼저에요! 주인님, 여기요!”
우물우물.
세리아의 당황한 표정이 귀엽다.
근데 얘, 용사가 한 말 듣기는 했나?
그 뒤로 저녁시간이 끝날 때까지 나한테 이 얘기를 한 마디도 안 한 걸 보니 완전히 까먹고 있는 듯 했다.
결국 안절부절 못한 용사가 다시 찾아와 그 얘기를 꺼냈고, 세리아는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식사 끝나고 보자고 약속을 잡았다.
“하아, 정말 귀찮게 하네요. 이럴 거면 그냥 나한테 계속 맡기지.”
뭐, 둘이 세리아를 못 믿겠다 하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세리아는 나름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세리아와 아린의 몫이 내 일당에 합쳐졌을 뿐, 전체적인 자금 관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차피 이런 얘기를 해줘도 안 믿을 게 뻔하니까 그냥 내버려두는 수밖에.
저녁 식사가 끝나고 세리아는 잠시 용사를 기다렸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쥬릅… 쥽… 분명 에릭 씨도 지금쯤 유니랑 하고 있을 거라니까요?”
팔짱을 끼고 용사를 기다리는 세리아에게 아린이 놀리면서 말했다.
“그래도 에릭이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아니잖아.”
이건 용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그녀의 믿음이었다.
적어도 용사가 약속을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러나 아린은 그에 회의적인 듯 했다.
“에릭 씨는 그렇죠. 보나마나 유니가 에릭 씨를 꼬드겨서 지금쯤 한창 물고빨고 하고 있을 걸요?”
“…그건 가능성 있네.”
아린은 유니가 별로 마음에 안 드는지 자꾸만 그녀를 들먹이며 유니가 용사를 망치고 있다고 투덜거렸다.
“유니가 자꾸 에릭 씨를 자기 입맛에 맞게 바꿔나가고 있다니까요. 요즘 보면 에릭 씨가 파티장인지 유니가 파티장인지 잘 모르겠어요.”
“유니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나?”
내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묻자 아린은 부루퉁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유니도 빨리 주인님의 여자가 되어서 제 주제를 알아야 해요.”
“그러면 그만큼 주인님을 차지할 시간도 줄어들 텐데?”
“앗….”
그 말에 아린이 불안한 듯 나를 바라봤다.
“왜, 내가 그런다고 너희를 버리겠어?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해.”
“후후… 그렇죠?”
그녀는 내 말에 안심하고선 가슴에 머리를 마구 비볐다.
세리아는 아린의 솔직한 반응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조금 더 용사를 기다렸지만, 결국 포기하고서 내 곁으로 돌아왔다.
“하아… 아린 말대로인 것 같네요. 뭐, 내일 다시 찾아오겠죠.”
그녀는 내 품에 안기려다가 아린이 방해가 되자 슬쩍 그녀를 노려봤다.
“아린, 좀 비켜줄래.”
“싫어요.”
“주인님에게 안길 수가 없잖아.”
“뒤로 가세요.”
그러자 세리아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짜악!
“흐기잇…!”
“아린, 너 요즘 자꾸 기어오르는 거 같다?”
“가, 같은 노예 주제에 서열이 어딨어요…!”
아린은 억울한 듯 항변했지만 세리아는 자신이 1호 노예라는 프라이드를 갖고 그녀를 밀어냈다.
“흐급… 주, 주인님!”
“비켜줘.”
“흐읏….”
아린이 오랫동안 나를 독점하고 있던 것은 맞는 말이라 나는 세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
세리아의 보라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과 대조적으로 아린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세리아는 내 가슴이 비자마자 안으로 파고들어 내 자지를 만지작거리며 유혹하기 시작했다.
“쮸읍… 쯉… 저… 슬슬 봉사 드리고 싶은데….”
“그럴까? 벗겨봐.”
“네에!”
말도 안 된다며 벌떡 일어난 아린도 합세해 둘이 아웅다웅하며 내 바지를 벗겨냈다.
나는 몸을 일으켜 그녀들이 내 상의와 하의를 모두 벗기게 내버려두었다.
“그, 그럼 제가 먼저… 하으읏….”
세리아가 무릎에 손을 집고 엉덩이를 흔들며 내 자지에 살며시 안착했다.
“흐긋… 하악… 흡…♥”
그녀가 뿌리까지 나를 받아들이자 나는 그제야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윽, 큽… 흐읏….”
세리아는 다리에 힘이 풀리지 않게 힘을 꽉주며 허리만 숙인 상태로 내 삽입을 견뎠다.
“쿡쿡, 세리아, 자세가 많이 불안정하네요.”
“흐읍… 시, 시끄러… 네가 이상한 거야…!”
마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린은 이런 식으로 자세를 취하고 버티기를 무척 잘했다.
맨날 내 품에 안겨 허리를 들썩이기만 하던 세리아에게는 다소 어려운 자세인 모양인데, 어차피 그녀도 배워둬야 했으므로 나는 이렇게 시간날 때마다 그녀에게 다양한 체위를 시켜보곤 했다.
“…저, 저기…!”
“…흐읏, 하아…♥ 흥, 흐읍, 흣….”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나?
그렇지만 나보다 더 천막 입구에 가까이 있을 세리아가 조용했으므로 나는 잘못 들은 것으로 생각하고 넘겼다.
“저기! 세, 세리아!”
이번에는 확실하게 들렸다.
용사의 목소리다.
“하읏, 하아… 주인님 방금 저 부르셨나요?”
세리아가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나 아냐.”
“네? 아니라구요?”
그럼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던 세리아는 그제야 천막 밖에 생각이 미친 모양이었다.
“아… 에릭. 저기, 주인님, 밖에 에릭이….”
“알아.”
그렇지만 나는 굳이 자지를 빼고 싶지 않았다.
이제 겨우 물이 올랐는데 흥을 망치라고?
“읏… 그, 그럼….”
세리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에게 박힌 채 고개만 천막 밖으로 쏙 내밀었다.
“어머.”
그 모습에 아린도 살짝 감탄했다.
호오, 대단한 배짱인데.
버틸 수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어디 열심히 버텨보라는 뜻으로 허리를 세차가 흔들었다.
“흐읍♥”
밖에서 대화하던 세리아의 입에서 교성이 튀어나왔다.
“주, 주인님, 지금 에릭이랑 말하고 있는… 꺄응♥”
그녀가 우리 쪽을 향해 속삭였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어디… 끝까지 버텨봐!
“하악, 흐읍…♥ 그,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햐읏! 이, 이건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세리아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높아졌다.
필사적으로 변명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용사도 눈이 있는 이상 상황을 모를 수는 없겠지.
그의 목소리는 참으로 우습게 떨리고 있었다.
용사는 자기가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아예 내일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주인님, 그냥 지금 하는 건 어떨까요.”
“엉?”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아린이 문득 그런 제안을 했다.
“…후후, 슬슬 에릭 씨한테도 보여주죠. 진짜 섹스가 무엇인지를….”
혀로 입술을 살짝 핥으며 아린이 말했다.
흠, 그럴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린이 세리아의 발목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내일? 알았… 꺄흡…♥ 왜, 왜요…?”
세리아가 당황하며 이쪽을 향해 묻자 나는 그녀에게 몸을 숙여 이 자리로 데려오라고 시켰다.
“그냥 지금 들어오라고 해.”
“아… 네, 네…. 후훗, 알았어요.”
세리아는 금세 상황을 이해하고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에릭, 잠깐 들어올래? 안에서 알려줄게.”
“어?”
용사가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그, 그게….”
예상대로 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부하지 않는다.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슬슬 반응이 오네요. 에릭 씨도 보고 싶어 하고 있어요.”
“자기 여자였던 년들이 따먹히는 걸 보고 흥분하는 건가?”
“아직은 몰라도 슬슬 그렇게 되겠죠.”
아린은 우습다는 듯 천막 밖을 바라봤다.
“격이 다르다는 걸 받아들여야겠죠, 그도.”
우리가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밖에서는 세리아가 열심히 용사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는 분명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가 마지막 결단을 내리기 전에 유니가 도착했다.
“돌아가자, 에릭.”
그녀는 정령으로 다 감시하고 있었는지 귀신같은 타이밍에 나타나 에릭을 거의 강제로 끌고 갔다.
“…왜? 설마 들어가려고?”
“아….”
유니는 용사가 망설이는 반응을 보이자 차가운 목소리로 용사에게 겁을 줬고, 그는 당황하며 금세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역시 유니가….”
아린은 인상을 쓰며 천막 밖에 있을 그녀를 노려봤다.
“유니가 문제에요. 유니가 에릭 씨를 망쳐놓고 있어요.”
아린은 조금 과할 정도로 유니를 깎아내렸다.
아무래도 처음 용사에게 들켰을 때의 충격을 전부 유니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싶었던 모양.
이거 나중에 사이좋게 지낼 수는 있나?
“죄송해요, 주인님. 실패했어요….”
결국 유니에게 끌려 용사가 돌아가자 세리아가 미안한 얼굴로 다시 천막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뭐, 됐어. 다음에도 기회가 있겠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유니가 방해가 되는군.
“아뇨, 기다릴 필요 뭐 있나요? 이따가 다시 불러보죠.”
우리 둘 다 다음 기회로 넘기려던 찰나 아린이 벌떡 일어나며 당당하게 말했다.
“뭐야,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간단하죠. 유니가 방해라면 유니의 방해가 없을 시간에 부르면 돼요.”
유니가 보지 못하는 시간.
그 때를 노려 용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화를 낼까?
아니면 체념하고 받아들일까?
곧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