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 [용사] 돈을 관리하는 방법
들어오라고?
지금?
내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자 누군가가 내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돌아가자.”
유니였다.
상황을 정령으로 다 지켜본 것인지 그녀는 곧장 천막 안에서 뛰쳐나와 나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또 에릭한테 장난치려고 그러는 거지?”
“정말로 가르쳐주려던 건데? 너무 우리를 못 믿는 거 아냐?”
세리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유니와 세리아의 시선이 매섭게 부딪혔지만 어느 한 쪽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가자, 에릭.”
“자, 잠깐만….”
순간 유니를 말리고 말았다.
나를 억지로 잡아끌던 유니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왜? 설마 들어가려고?”
“아, 그게….”
들어가면 분명 그들이 과시하듯 나에게 관계 맺는 장면을 보여주겠지.
유니가 나를 말리는 것도 분명 그래서일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나도 그들의 장단에 놀아날 필요가 없는데….
왜 고민하고 있는 거지?
“…후후. 들어와, 에릭. 내가 하나씩 가르쳐줄테니까.”
“에릭….”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보는 유니와 눈꼬리가 휜 세리아 사이에서 잠시 갈등했다.
흥분….
더 흥분할수록 나는 강해진다.
“그, 금방 돌….”
“에릭을 믿어.”
슬그머니 그녀들을 돌아보며 말하려던 나는 유니의 말에 순간 입을 다물었다.
“…돌아가자.”
유니는 내가 저 안에 들어가길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유니 쪽으로 몸을 틀자 세리아가 살짝 가라앉은 눈으로 유니를 바라봤다.
“너도 참 지독하다.”
“…너희한테 듣고 싶지는 않아.”
유니는 내 어깨를 잡아 나를 끌어안고는 말없이 천막으로 돌아왔다.
***
쿡쿡.
무언가가 내 볼을 찌르는 감촉에 나는 눈을 떴다.
천막에 돌아오고 나서 유니와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는데, 누가 날 깨운 거지?
멍한 눈으로 고개를 돌리니 쪼그리고 앉아 내 볼을 찌르고 있는 아린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에릭 씨.”
“…벌써 우리 차례야?”
오늘도 그녀들이 먼저 불침번을 서는 날.
얼마 못 잔 것 같은데 벌써 순서가 돌아왔나?
“아뇨, 아직 시간이 좀 남았어요.”
“그럼 왜?”
내가 의아해하며 묻자 아린이 입가에 손가락을 올리며 쉿, 하는 소리를 냈다.
“너무 큰 소리 내지 마세요. 유니가 깨잖아요.”
“…뭘 하려는 거야?”
유니의 이름이 나오자 나는 순간 긴장감이 들었다.
그녀에게 비밀로 나에게 뭘 시키려고?
“세리아가, 당신을 불러달라던데요. 경비 관련해서 할 얘기가 있다고.”
“…그건 내일….”
설마 했더니 오늘 밤에 있었던 일 때문인가.
순간 고민했던 것은 사실이나 나는 유니가 바라는 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에릭 씨. 당신은 유니의 개가 아니에요.”
“뭐?”
내가 유니를 바라보며 머뭇거리자 아린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그 충격적인 말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왜 유니의 의견을 그렇게 맹목적으로 따르죠? 당신의 의사보다도 유니의 의견이 더 중요한가요?”
“그, 그건 아닌….”
“그러면 에릭 씨, 스스로의 의사로 판단하세요.”
아린은 본 적 없는 차가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니에게 놀아나지 마세요. 그녀는 당신을 길들이고 있어요.”
“…….”
유니가… 나를 길들여?
나는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그 순간 유니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 유니가 일어난 것은 아닐까.
그녀가 자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아린이 한 말에 묘한 설득력을 느꼈다.
내가 왜 자꾸 유니의 반응부터 확인하고 있지?
…설마 정말 나는 유니에게 길들여지고 있는 것일까?
“아직 에릭 씨가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다면, 나오세요.”
“…자, 잠시만….”
아린이 먼저 홱 나가버리자 나는 당황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유니가 나를?
아니, 그렇지만 유니는 항상 나를 위해….
머리가 복잡하다.
그렇지만 유니가 나쁜 게 아니잖아.
유니는 나를 위해서 행동하는 것뿐인데.
아린이 한 말은 그냥 나를 흔들기 위해 한 말이다.
그래. 신경 쓰지 말자.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자꾸 천막 입구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경비 문제는 빨리 해결해야 하니까.
그러니 지금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처리하는 게 좋은 거 아닐까?
뭘 보더라도 놀라지 말고, 얘기만 듣고 오자.
무슨 일이 있으면 유니가 바로 곁에 있으니까, 언제든지 부를 수 있을 거야.
나는 내 배에 걸친 유니의 팔을 살짝 떼어놓았다.
“금방 갔다 올게….”
유니는 새근새근 잠든 채로 내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야 자고 있으니 당연하지.
그녀가 잠든 모습을 보며 나는 천막을 걷으려 손을 올렸다가, 왜인지 두근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흥분한 건가?
대체 왜?
기대하고 있는 내가 있다.
뭐를 기대하고 있는 거지?
천막 밖으로 살짝 내민 손을, 누군가 덥석 붙잡았다.
“잘 생각하셨어요.”
아린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천막 밖으로 잡아당겼다.
“아, 잠시, 그….”
스스로를 합리화할 시간이나 마음을 다잡을 시간도 없이 야생으로 내동댕이쳐진 나는 아린의 시야를 따라 고개를 서서히 돌렸다.
그곳에는 보고 싶지 않았던 풍경이 있었다.
“주인님… 하읏, 하앗♥ 더, 더 깊이… 흐읏….”
세리아가 옷자락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제렌의 위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제렌을 향해 돌아앉은 자세로, 그의 다리 위에서 들썩이며 그의 자지를 몸 안에 받아들이고 있었다.
손을 그의 목 뒤로 두르며, 그녀는 제렌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신음하고 있었다.
“하읏, 흐윽… 흐읍….”
이미 둘의 접합부에는 하얗고 투명한 액체가 가득했다.
구멍을 가득 채우고도 남은 그의 정액은 둘 사이에 고이며 바닥으로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후후… 놀라셨나요? 금방 끝나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린은 얼이 빠진 나를 잡아끌며 그들의 정사가 가장 잘 보이는 맞은 편 의자에 나를 앉혔다.
“하그읏, 흐읏♥ 주인님… 주인니임♥”
세리아가 그를 부를 때마다 말투에서 애정이 뚝뚝 묻어져 나온다.
나에게는 단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목소리, 몸짓.
그것들은 전부 내가 아닌 그에게 향해있었다.
그녀는 나를 돌아보고 있지도 않다.
그녀의 시선에는 아까부터 오직 그밖에 담겨있지 않았다.
“세리아는 한 번 시작하면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니까요. 참 곤란하죠. 본인이 불러놓고 잊어버리다니.”
“아, 아린….”
나는 담담하게 옆에 앉아 둘의 교미를 감상하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네, 왜 그러시죠?”
“이, 이런 걸 왜 나한테….”
내가 더듬거리며 묻자 아린은 잠시 대답을 고민하더니 슬며시 웃었다.
“에릭 씨가 더 잘 알지 않을까요?”
나는 침묵했다.
아린은 내 대답에 쿡쿡 웃으며 바지 위로 부풀어 오른 내 자지를 바라보았다.
“부러우신가요?”
“부, 부러워…?”
내가 둘을 부러워하고 있는 건가?
세리아는 그를 안으며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질 안을 꿰뚫고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자지는 내 것보다 훨씬 크고 두꺼웠다.
그래서일까.
세리아도 한 번 박힐 때마다 사람의 것이라고 보기 힘든 교성을 내며 기뻐하고 있었다.
“너무 낙담하지 마요, 에릭 씨.”
그녀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에릭 씨가 작고 볼품없는 자지를 가지고 태어난 건, 에릭 씨의 역할이 암컷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 거예요.”
그녀는 그렇게 내 가슴을 후벼 팠다.
“그 대신 에릭 씨는 세상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중요한 사명을 맡았잖아요? 암컷들의 행복은 주인님께 맡기면 되는 거예요.”
“아, 아니야… 나한테는 유니가….”
그 말에 아린이 키득키득 웃었다.
“유니도 불쌍하죠. 진짜 남자가 어떤 분인지를 매일 훔쳐보면서도 이런 작은 자지로 만족해야 한다니.”
“아, 아니야…!”
나는 그녀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아린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도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에릭 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그렇지… 그렇지 않아….”
“유니는 주인님에게 안겨 있을 때가 더 행복할 거라고?”
“아냐!”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유니가 저 남자에게 매달려 앙앙거리는 꼴을 볼 바에는… 볼 바에는….
“후후….”
“하앗, 하아… 아린, 너무 에릭 놀리지 마.”
또 한 차례의 정사를 마친 세리아가 그에게 매달린 채 아린에게 핀잔을 줬다.
“미안해요. 에릭 씨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하아… 슬슬 시간이 됐으니 교대하자.”
세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주인에게 입맞춤을 나누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그읏….”
주르르륵.
그녀의 다리 사이로 정액이 폭포처럼 떨어졌다.
나는 아무리 흥분해도 저렇게까지 싸재낄 자신이….
“하아, 하아… 그럼 시작할까?”
세리아는 발가벗은 채로 몸을 가릴 생각도 안 한 채 나에게 다가왔다.
“자, 잠깐….”
“주인님… 흐그읍…♥”
세리아의 뒤로 제렌을 꼭 껴안은 채 그의 물건을 받아들이는 아린의 모습이 보였다.
“아, 신경 쓰지 마. 우리는 더 중요한 걸 하러 왔잖아. 그렇지?”
“……응.”
반쯤 얼이 빠진 나에게 세리아는 경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등을 가르쳐주었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
그런 그녀의 등 뒤로는 단순하고 명쾌한 둘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하윽♥ 하악… 흐급♥”
아린의 짧아진 머리카락이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린다.
남자는 여자를 만족시키고, 여자는 남자에게 매달린다.
그저 그것뿐인 단순한 풍경이었다.
“…가 되는 거지. 이해했어?”
“응….”
“그럼 다음으로, 비상식량 구매에 대해서 말인데….”
그렇게 새벽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