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화 〉 [용사] 유니와 유니
“에릭, 에릭.”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피곤한 몸을 부스스 일으키자 나를 바라보는 세리아와 눈이 맞았다.
“안녕, 에릭.”
“…세리아?”
왜 여기에… 아, 교대시간이구나.
“교대야?”
“응, 우리는 이만 들어가 자볼게. 불침번 수고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는데, 세리아의 허벅지 사이로 흘러내린 끈적한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아, 미안. 미처 다 못 치웠네.”
내 시선이 다리로 향한 것을 본 세리아는 음흉하게 웃으며 그 끈적한 액체를 손으로 훑었다.
“쮸읍… 후후….”
세리아는 액체가 묻은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빨면서 나를 바라봤는데, 그 모습이 너무 선정적이라 나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덕분에 좋은 시간 잘 보냈어… 너희도 행복한 시간 보내고 와.”
세리아는 비웃음인지 아닌지 애매한 미소를 남기고 천막을 나섰다.
흥분으로 잠기운이 모조리 달아난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유니를 깨웠다.
“유니, 이제 우리 차례야. 일어나.”
“우음… 으응…?”
유니는 졸린 눈을 살짝 떠 나를 보더니 반쯤 일어난 채로 다시 나한테 파묻혔다.
“흐암… 흐응….”
내 가슴에 고개를 묻고 부비적거리는 건 고맙긴 하지만, 우리의 임무가 남아있다.
“마음은 알지만 얼른….”
“…후우, 알았어.”
그러자 유니는 멀쩡한 얼굴로 내 가슴에서 고개를 들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불침번이지? 얼른 나가자.”
“아, 응….”
그 짧은 사이 잠이 깬 건가?
나는 유니를 데리고 천막 밖으로 나왔다.
“읏….”
모닥불 근처는 엉망이었다.
흙바닥은 물기로 인해 축축했고, 도대체 뭘 한 것인지 하얀 점액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다.
지워지지 않은 정사의 흔적.
“내가 치울 테니 잠깐 기다리고 있어.”
“응.”
유니는 정령들을 불러 더러운 흔적을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무슨 짐승도 아니고….”
유니는 투덜거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리와, 에릭.”
그녀가 자기 옆을 탁탁 치면서 부르길래 나는 그녀 옆에 얌전하게 앉았다.
“너무하지. 그치?”
“그, 그러네….”
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모닥불을 응시했다.
축축한 바닥. 세리아나 아린의 애액인가?
사람의 몸에서 그렇게 많은 액체가 나온단 말인가?
…유니랑 할 때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리고 그 하얀 점액.
보자마자 정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양은 지나치게 많았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사정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도대체, 얼마나 격렬하게 해야 그런 흔적이….
“에릭?”
“응? 아, 미, 미안. 뭐라고?”
유니가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길래 나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무슨 생각 했어?”
“아냐, 그냥… 왜 이렇게 더럽게 만들어 뒀을까 해서….”
유니는 팔짱을 끼며 얼굴을 찌푸렸다.
“성격이 안 좋아서 그래. 에릭보다 더 잘한다고 자랑하는 거지.”
“…그, 그래?”
역시 나보다는 그 남자가 더 잘하는 건가?
내가 살짝 침울해지자 유니는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 아냐!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남자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지…!”
“으, 응… 알아.”
유니가 그런 식으로 날 폄하할 리가 없으니까.
무슨 의도로 한 말인지는 잘 알지만, 그래도 순간적으로 충격을 좀 받았다.
“에릭은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나도 정말 기분 좋은 걸.”
“고, 고마워….”
왠지 칭찬을 받는데도 기분이 영 상쾌하지가 않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자꾸만 애써 칭찬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에릭과 그 남자는 방향이 다른 것뿐이야. 에릭은 항상 상냥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대해주는 걸. 잠자리를 가질 때도 그게 그대로 드러나는 것뿐이야. 그 남자하고는 전혀 다르지.”
“아… 응.”
그가 평소에 어떤 행위를 하는지 잘 아는 것 같은 말투.
정령으로 본 적이 있는 것이겠지.
왠지 유니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는 마음에 걸렸다.
나와 그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니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줘도, 내 마음속에서는 약간의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자꾸 불편하게만 들린다.
나는, 유니를 만족시켜줄 자신이 없는데….
그 남자한테 안기면 유니도 그렇게 흥분하는 걸까?
세리아나 아린처럼 애액을 흘리며 교성을 질러대는 그런….
“윽….”
“에릭? 왜 그래?”
왠지 누군가한테 심장을 꽉 쥐인 것처럼 답답해졌다.
나는 유니에게 별 일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유니는 불안한 눈으로 계속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유니의 시선이 문득 밑으로 향했다.
“아하. 에릭… 하고 싶구나?”
“어…?”
나도 모르는 새 발기하고 있었다.
유니는 키득키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후후… 에릭도 참, 하고 싶으면 솔직하게 말을 하지.”
“아, 아냐, 나는….”
이럴 생각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지만….
대체 왜 서버렸지?
당혹스러웠다.
그렇지만 유니가 내 바지에 손을 올리자, 그런 의문은 금세 사라지고 새로운 흥분이 내 몸을 조금씩 잠식해나갔다.
“읏, 유니, 여기서는….”
“뭐 어때, 그 남자도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거 있어?”
“그, 그래도….”
유니는 내 바지를 잡고 살살 내렸다.
“괜찮다니까… 사양하지 않아도 돼.”
“자, 잠시만….”
아무리 그래도 바깥에서 하는 건 거부감이….
“으읏… 그럼 입으로만 할게. 이 정도는 괜찮지?”
“아… 아, 알았어.”
유니는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이 이상은 부담스러웠다.
둘 사이에 차이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왠지 야외에서 몸을 섞는다는 것 자체가 무척 부끄러웠다.
그래도 입으로 하는 정도라면, 옷을 다 벗을 필요도 없고 부끄러움도 덜하니까….
유니는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는지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의자에서 내려와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왔다.
“앗, 그러면 옷이….”
“괜찮아.”
그녀는 옷이 흙에 더러워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내 자지를 입에 물고 조금씩 키워나갔다.
“흐음… 흡, 흐읍….”
“으읏….”
나는 무심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가 뗐는데, 유니가 내 손을 다시 머리 위로 올려놓았다.
“흐읍, 쥬읍… 츄읏….”
유니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혀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몰랐는데, 지금은 내 귀두 끝을 건드리거나 혀로 말끔히 청소를 해주는 등, 정말 정성어린 봉사를 해주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듣고 배우기라도 한 것처럼 수직상승하는 그녀의 기술.
유니에게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흐윽… 유니….”
“쮸읍… 츕….”
그녀는 내 반응을 보고 눈웃음을 지으며 더욱 속도를 높였다.
“쮸읍… 츄릅, 츕….”
문득 나는 이 목소리를 방금 전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잠깐 깼을 때, 그 때 들었던 것 같다.
아니, 그래도 그 땐 분명 유니가 옆에 있었잖아.
애초에 유니가 그런 자리에 있었을 리도 없다.
나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곧장 부정하고 유니의 기분 좋은 봉사에 몸을 맡겼다.
“유니, 나 슬슬….”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느껴진다.
나는 그녀의 머리에 올린 손에 힘을 조금 주고 타이밍을 맞춰 있는 힘껏 사정했다.
찌익! 찍!
“흐으읍… 읍… 흡….”
그녀는 나에게서 나온 정액을 흘리지 않고 모두 받아먹었다.
“흐우… 히히.”
“고, 고마워, 유니….”
히죽 웃는 그녀를 보며 나는 순간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 사정하는 양이 적은 편인가?
방금 전 제렌이 잔뜩 바닥에 싸지른 양을 생각해보면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는 별로 고민해본 적 없는 사실인데, 설마…?
“저기… 유니.”
“응?”
나는 살짝 주저하며 말을 꺼냈다.
“…아냐.”
“뭔데, 뭔데?”
아무리 그래도 여자한테 내가 많이 싸는지 물어보기는 부끄럽다.
그렇지만 유니는 어떻게든 질문을 듣고 싶었는지 계속 나를 추궁했다.
“뭔데, 말해줘. 뭐든 다 말하기로 했잖아.”
“아, 그게, 좀 부끄러운데….”
“이제와서 우리 사이에 부끄러운 게 어디있어.”
“그, 그게….”
결국 나는 유니에게 이기지 못하고 더듬더듬 말해버렸다.
“아….”
유니는 내 질문을 듣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무슨 의미지?
“음… 근데 있지,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그, 그래도….”
“많던 적던 우리가 만족하면 그걸로 되는 거잖아. 그렇지?”
“으, 응.”
왠지 대답은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지만, 유니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다독였다.
“후후… 에릭, 그런 걸 걱정하고 있었구나?”
“그, 그냥… 나도 좀 더 잘하고 싶고, 유니가 더 좋아해줬으면 해서….”
그 말에 유니의 입이 살짝 씰룩거렸다.
“그, 그럼… 한 번 더 할래?”
“아, 미안. 방금 사정해서 지금 당장은….”
“아… 그렇지. 미안해.”
유니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유니는 여자라서 잘 모르는 것 같지만, 남자는 한 번 사정한다고 곧바로 또 발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 얘기를 차분하게 유니에게 들려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유니의 표정은 참으로 복잡하고도 미묘했다.
유니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결국 얘기해주지 않았다.
“응… 에릭이 만족했으면 난 그걸로 됐어.”
“나, 나도 유니가 만족하면 그걸로 좋아….”
“헤헤….”
유니는 내 말에 볼을 붉히며 웃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불을 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해가 뜰 때까지 다시 관계를 맺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충실한 시간이었다.
***
아침이 되자 그들 셋도 일어나 우리는 다시 마왕성을 향해 출발했다.
마왕성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으므로 우리는 자연스레 다른 몇몇 마을을 들릴 수밖에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이전에 들렸던 마을을 다시 방문하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여긴….”
“그 음마들이 있던 곳이네.”
세리아의 말에 나는 그 때 일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흐흣.”
아린은 왠지 몰라도 부끄러워하며 몸을 비비 꼬았다.
그 모습에서 나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껴 시선을 돌렸다.
다른 걸 생각하자.
그래,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음마들의 이상한 실험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꿈을 꾸며 매일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발을 들인 우리는, 생각보다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여전히 기분 좋게 웃으며 돌아다니는 사람들.
음마들은 물러난 게 아니었던가?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자, 한 여자가 우리를 보더니 후다닥 달려왔다.
“에, 에릭 님…! 다, 다시 찾아와주셨군요…!”
왠지 모르게 익숙한 말투.
그녀를 자세히 바라보니 무척 낯이 익었다.
날개와 꼬리는 안 보이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나에게 호감을 품고 있던 하급 몽마, 미리였다.
“와, 와아…! 너무 반가워요!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에아 님께 가서 얘기하고 올게요!”
그녀는 내 팔을 덥석 잡고 휙휙 휘두르더니 다시 어디론가 급하게 뛰어갔다.
불안한 예감이 들어 나는 유니의 눈치를 살폈다.
“…흥.”
“유, 유니, 이건….”
그리고 나는 음마들을 관리하던 에아가 우리를 촌장 집에 초대할 때까지 열심히 유니의 화를 풀어주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