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 [짐꾼] 거짓된 관계
아린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게 참 보는 맛이 있었다.
뱃속으로 무언가가 들어오는 낯선 감각에 아린은 얼굴을 잠시 찡그리더니, 다 들어가기도 전에 표정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거 이상… 흐큿♥ 우, 움직이면 안 돼….”
쯔억.
나는 그녀의 부탁을 무시하고 다시 자지를 반쯤 뽑았다.
그리고는 곧장 다시 깊숙이 처박았다.
“꺄흑…! 자, 잠시만요… 조, 조금만 쉬었다가… 흐윽…!”
푸욱!
나는 그녀의 귀여운 요구를 묵살해버렸다.
아예 잠시 입을 다물게 해볼까.
나는 아린의 얼굴을 내 가슴에 묻어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한 뒤에 세리아로 갈고닦은 기술을 그녀에게 선보였다.
“흐… 읏… 으… 흑….”
나오다만 그녀의 신음소리가 내 가슴을 간지럽혔다.
그렇게 한 몇 번을 더 박아주고 아린을 떼어놓자 그녀의 망가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헤으윽… 하윽♥”
풀린 눈동자는 초점도 맞지 않은 채 자기 몸뚱이처럼 축 늘어져있었고, 풀어진 입가에서는 침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쮸읍… 쯉….”
내가 입을 맞추자 아린은 정신이 나간 와중에도 열심히 내 입술과 혀를 탐했다.
조금 과하게 받아들였나보네.
아무리 꿈이라지만 이렇게까지 극적인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망가진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두운 욕망이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귀하디귀한 고위 신관을 이렇게 망가뜨렸다.
내 손으로 그녀는 밑바닥까지 굴러떨어진 것이다.
흥분으로 손이 떨린다.
아린, 너는 이제 나한테서 벗어날 수 없어.
나는 그녀 보지에 자지를 박아넣은 채 그녀가 잠시 정신을 차리길 기다렸다.
“하으… 흐으… 이, 이상해요, 제렌 씨….”
“뭐가 이상하지?”
나는 웃음을 꾹 참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이, 이렇게… 이렇게 기분 좋은 건줄 몰랐어요….”
“원래 그런 법이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나?”
“네, 네헤… 이렇게 기분 좋은 거… 수녀님들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어라, 수녀님…?”
아차, 지금의 그녀는 신관도 뭣도 아니지.
굳이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나는 다시 그녀를 내 품으로 끌어안으며 화제를 돌렸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이게 섹스야. 남자와 여자가 하나가 되는 마법.”
“하으… 섹스….”
“기분 좋지?”
“네… 좋아요….”
그녀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꿈속에서만의 이야기지만 처음으로 호감을 가진 남자.
아린은 원래 성격이 그런지 순진하게 내 말을 전부 믿었다.
저렇게 머리가 맛갈 정도의 쾌락을 느끼면 누구라도 믿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정신 차렸으니 마저 해볼까?”
“네? 이, 이걸 또요…?”
“아직 한 번도 못 쌌잖아.”
“으, 으읏….”
그녀는 주저하다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녀가 거부한다고 안 박을 생각도 없었다.
나는 아린의 고개가 끄덕이기 무섭게 다시 자지로 그녀의 배꼽과 인사했다.
“히윽…! 흑… 오윽…!”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가버렸다.
벌써 두 번인가.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을 만큼 빠른 절정이다.
세리아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꿈이라는 게 참 무섭다.
“케흑… 하윽… 아앗♥”
그렇게 그녀가 가버린 횟수가 두 자리를 기록할 때 쯤, 나는 평소보다 빠르게 사정했다.
뷰르륵! 뷰륵!
“정액이 질 안을 헤엄치는 게 느껴지지?”
“네에… 뜨거운 게 잔뜩….”
원래는 안 느껴진다는데, 당연히 느껴질 것이라 전제하고 말을 걸었더니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꿈. 정말로 무시무시하다.
진지하게 남자 음마가 있다면 마족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순간 생각했을 정도다.
뽀옥!
그녀의 질에서 내 자지를 꺼내자 내 무릎 위에 앉아있던 아린의 질에서 정액이 줄줄 새어나왔다.
짜악!
“조여.”
“흐읍!”
내 말에 그녀가 엉덩이에 힘을 꽉 주더니 열심히 구멍을 쪼였다.
내 말을 잘 들은 그녀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녀는 헤실헤실 웃었다.
“오, 오늘은… 감사했어요….”
아린과 섹스를 하고 감사를 받는 날도 오네.
그녀가 생각하는 우리 둘 사이의 관계는 상하관계가 뚜렷한 그런 관계인 듯 했다.
그런데 이걸 어쩌지.
“아직 안 끝났는데?”
“…네?”
그리고 한 30분 쯤 뒤.
그녀는 실신한 채 침대 위에서 뭍으로 나온 물고기 마냥 전신을 떨고 있었다.
“하윽… 케흑… 컥….”
아무래도 조금 많이 심하게 한 것 같은데.
얘 죽거나 이러진 않겠지?
아무튼 아린이 정신을 차리지는 못할 테니, 오늘은 이쯤하고 나가는게 좋겠다.
나는 꼬맹이 음마를 불러 다시 밖으로 나왔다.
“…가, 가까이 오지마!”
“엉?”
그리고 내가 현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그녀는 나와 멀찍이 떨어져서는 베개로 자기 몸을 가렸다.
“지, 짐승… 천박해! 더러워! 징그러!”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너무 자극이 셌던 모양이다.
“꼬맹아, 원래 섹스는 이런 거야. 너도 용사랑 하면 이렇게… 음… 아무튼.”
용사는 이렇게 못하겠지.
일단 그녀에게는 문신이 없으니까.
“에, 에릭 님이랑… 후읏….”
그녀는 불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꼬리를 흔들었다.
살랑살랑하고 흔들리는 게 꼭 개 꼬리를 보는 기분이다.
손이 닿는 범위였다면 한 번 움켜쥐었을 텐데, 아쉽구만.
“…그, 그럼 오늘은 이걸로 됐죠? 전 갈 거에요!”
“잠깐, 시간이 남잖아.”
슬슬 그녀의 집합시간도 파악이 된다.
아직 여유가 있을 거 같은데.
그동안은 우리에게 꿈만 보여주고 바로 돌아갔던 것 같지만, 용사가 담당자와 담판을 지었기 때문인지 그녀는 거의 우리만 담당하고 있어 시간이 많이 비었다.
그러니 이렇게 느긋하게 아린을 따먹을 수도 있었고.
나는 잠든 아린의 머리카락을 잠시 만지작거렸다.
“으… 으읏…. 더 할 것도 없잖아요…!”
아린은 잠들었으니 소용이 없지.
세리아는 거절했으니 더 이상 그 꿈을 꾸지 않을 테고.
“유니.”
“…네?”
“유니 꿈으로 가보자.”
한 번 구경쯤은 해보자고.
***
그녀의 꿈은 오두막에서 시작했다.
언덕 위의 오두막인가.
주변 경치도 좋고, 붉은 지붕도 어울리고.
그야말로 아담하고 아늑한 느낌의 집이다.
현실이라면 이렇게 외딴 곳에 홀로 이런 집 짓고 사는 이들이 없겠지만, 역시 이 부분은 꿈다웠다.
그나저나 정말 아무도 없는 건 좀 이상한데.
끼익!
잠시 집 밖에서 상황을 보고 있으니 곧 문이 열리고 익숙한 남자가 나왔다.
용사다. 조금 나이가 든 모습인지 제법 다부진 모습이었다.
“갔다 올게.”
“응, 몸 조심해, 에릭.”
문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 건 유니였다.
뭐,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그녀는 용사와 단 둘이서 사는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다.
그녀의 꿈은 용사와 가정을 차리는 건가?
소박하다면 소박한 꿈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유니와 다른 여자들의 관계는 이상했다.
세리아에게 듣기로 내가 끼어들기 전 그녀들의 관계는 사실상 유니의 호의로 성립된 관계였다.
아린과 세리아가 품은 연심을 유니가 눈치 채고도 말리기는커녕 응원했다고 하던가.
사랑보다 우정을 중요시하는 걸까? 그런 것치고는 집 주변이 너무 썰렁했다.
“아빠, 몸조심!”
“그래, 우리 공주님도 몸조심!”
둘 사이로 어린 아이 하나가 다다다 뛰어온다.
애인가.
결혼해서 애까지 있다는 설정인가 보다.
유니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아이를 안고 어디론가 떠나는 용사를 배웅했다.
흠, 좀 더 살펴볼까.
나는 집 근처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언덕을 내려가던 용사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꿈의 구조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일을 하러 갔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바람에 이 공간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럼 해가 질 무렵에야 다시 나타나겠지?
그러나 꿈은 시간이 어떻게 흐를지 몰라 주의해야한다.
나는 창틀 사이로 집안의 풍경을 엿보았다.
뭐지?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캄캄한 어둠. 창문 안은 새카맣게 물들어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못 보게 해둔건가?
그렇지만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은 모를 텐데.
유니는 누군가가 집 밖에서 자기들을 훔쳐보는 상황 자체를 전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밖에서 굳이 내부를 못 보게 해뒀다.
평범하게 문을 두드리는 건 안 되겠지.
이렇게 외딴 곳에 살고 있다는 설정은 다른 이들의 침입을 배제하겠다는 뜻일 테니까.
그러고보니 이러면 아린이랑 세리아도 찾아올 일이 없을 것이다.
그녀들보다는 용사가 더 중요하다는 거겠지.
그런데도 그녀들의 사랑을 응원한 건 여전히 이해가 안 갔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네.
유니.
그녀에 대한 건 막상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파티 내에서 유일하게 나를 챙겨줬던 여자.
모두에게 친절하고 착한 여자.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른다.
아린과 세리아한테 물어봐도 막상 그녀들도 이 이상의 정보는 잘 모른다.
뭐를 좋아한다거나 이런 버릇이 있다거나 그런 사소한 정보들 말고,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없다.
예컨대 세리아는 자위중독이고, 아린은 노출증.
그런 식으로 써먹을만한 약점을 아직 못 찾았다.
어차피 둘 다 거의 우연으로 발견한 것이다 보니 못 찾는 게 당연하긴 하다.
우연이 세 번 반복되길 바라기는 좀 무리겠지.
“흠….”
나는 좀 더 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더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었다.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이정도로만 할까.
의외로 그녀가 방어적이라는 것 말고는 딱히 건진 게 없네.
그녀는 나중에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봐야겠다.
나는 몽마를 불러 다시 밖으로 나갔다.
구름처럼 흩어지는 꿈속의 공간.
깨어나기 직전, 그녀가 내가 있는 쪽 창문을 열었던 것 같다.
***
“별 거 없네. 너는 혹시 뭐 아는 거 없냐? 안에서 뭐하는지.”
“안에서? 그냥 자기 애랑 놀던데요?”
갸웃거리며 답한 그녀는 뒤늦게 자기 입을 막았다.
“합! 남에게 발설하는 거 금진데!”
“…이미 늦었잖아. 좀 더 말해봐.”
그녀는 아는구나.
하긴 이 꿈 자체가 그녀가 만든 공간이니, 그녀가 아는 건 당연했다.
나는 시간이 없는 걸 확인하고 재빨리 그녀를 설득했다.
점점 그녀를 속이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으, 으음…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요! 진짜루요!”
“당연하지. 말할 사람도 없어.”
그녀는 한숨을 폭 내쉬더니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혹시나 도움이 되는 게 있나 싶어 들었지만 정말 별 거 없었다.
아이가 넘어져 울길래 상처를 치료해주고 달래주었다거나, 책을 읽어주었다거나, 집을 청소하고 밥을 차렸다거나 뭐 그런 소소한 얘기들이었다.
“이상한 건 없었어?”
“아마도요? 제가 인간들의 문화는 잘 모르지만 딱히 이상하진 않던데요.”
으음, 정말 아무 수확이 없네.
뭐 모두가 비밀이 있는 건 아니니까.
유니는 그냥 남들에게 자신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 같다.
흠, 둘이 소꿉친구라고 했던가.
마을에서 무슨 불화가 있었다거나?
가설은 이것저것 들었지만 확신을 가질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그래, 가기 전에 용사한테 키스라도 한 번 하고 가면 좋아할걸.”
“그, 그런 건 서로 동의를 얻고 나서… 아, 아앗 그치만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갈팡질팡하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슬슬 약속한 5일이 다 지나간다.
이제 몽마들은 떠나갈 것이고, 용사 일행은 다시 그 엘프들의 숲으로 출발하겠지.
아린의 마음은 최대한 돌려두었다.
이게 현실에서 어떻게 반영될지는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아린 조교도 거의 다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유니 뿐.
당초의 계획이 마무리될 날도 머지않았다.
그 뒤에는 뭘 하지?
…그건 성공하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