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짐꾼] 즐거운 꿈나라 여행
그녀의 반응을 보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
무시하지 마라.
이게 그녀가 바라는 본심인가.
내가 자신에게 끝까지 손을 대지 않은 점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겠지?
그리고 그 점이 세리아에 대한 질투를 불러왔을 것이고.
적어도 그녀가 나를 의식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큰 진전이다.
그러나 아직 이것이 나에 대한 의존이나 복종, 혹은 연심조차도 아니라는 사실은 아쉬운 점이기도 했다.
하긴, 용사가 있는데 그렇게 쉽게 넘어오지는 않겠지.
그래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정작 그 용사가 사라졌으니까.
그녀 마음속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아닌가?
내가 개입해서 벌어진 일이니 예외라고 쳐야하나?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상관없다.
이제는 그게 사실이 될 테니까.
“뭘 해주길 바라지?”
“저도… 저도 할 수 있어요…. 세리아보다 더….”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릴 뿐 무엇을 바라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본인도 모르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알려줘야지.
나는 그녀와 입을 맞췄다.
“흐읍!”
눈을 동그랗게 뜬 아린은 뻣뻣하게 굳은 상태였지만, 내가 그녀를 안자 그녀도 어색하게 팔을 올렸다.
“읍… 흐읍… 으응….”
처음에는 그녀의 입이 단단하게 닫혀있었지만, 내 혀가 계속 그녀의 이를 두드리자 결국 포기하고 열어주었다.
“츄읍… 츗….”
혀와 혀가 얽히며 음탕한 소리를 냈다.
아린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잠시 허리를 비틀거렸다.
“하앗… 흐윽….”
덕분에 잠시 떨어진 아린의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자세히 보니 눈동자에서 살짝 혼란스러운 낌새가 엿보인다.
“크흐흐… 이런 걸 바랬나?”
“하아… 하아….”
그녀의 표정은 정말 내가 그랬나?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 나는 다시 그녀와 입을 맞췄다.
“흐읏… 하아… 츄릅….”
그녀의 눈이 몽롱하게 풀리는 것을 본 나는 바지를 풀러 그녀에게 내 자지를 내밀었다.
“자, 이것도 바란 거지? 마음껏 써도 좋아.”
그녀는 이제 별 의심 없이 내 자지를 물었다.
“흐읍… 하앗… 츄릇, 츄읍….”
꿈속이라고 그녀의 펠라 실력이 갑자기 좋아졌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래도 처음 시켰을 때보다는 훨씬 좋아졌는데, 아마 연습을 해봤다던가 머릿속에서 어떻게 할지 생각을 좀 해본 게 분명했다.
“흐읍… 으음… 츄릅….”
그녀의 혀가 내 자지를 감싸며 손가락처럼 내 자지를 위아래로 훑었다.
예상외의 기술이라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흐흣… 츄읍, 츕….”
그러자 아린은 기쁜 듯한 눈웃음을 지으며 더욱 열심히 혓바닥으로 내 자지를 매만졌다.
그 모습이 제법 귀여워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흐으… 흐읏….”
나는 사정감이 몰려오자 그녀의 머리를 꽉 붙들고 목 깊숙이 내 자지를 처박았다.
“크흡… 읍….”
뷰륵! 뷰르륵!
“흐윽… 읍….”
이번에는 그녀가 내 정액을 전부 삼킬 때까지 계속 붙들고 있었다.
아린은 다급히 내 다리를 탁탁 쳤지만, 내가 비킬 낌새를 안 보이자 결국 정액을 전부 입 안으로 넘겨버렸다.
“케헥… 케흑….”
“마조년 같으니라고.”
“흐읏….”
내 밑에서 무릎 꿇고 기침하는 그녀를 내려보며 매도하자, 아린의 몸이 움찔 떨렸다.
“다른 남자 자지를 빠는 게 그렇게 좋았냐? 더러운 년, 암캐 흉내도 그렇게 좋아하더니.”
“흐윽….”
그녀는 부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자기 다리 사이에 팔을 넣고 비비적거리며 좋아했다.
“크흐흐, 남자 앞에서 자위나 하는 꼴이라니. 비참하군. 한심해.”
“하악… 하앗….”
꿈속이라 그런지 그녀는 자제하지 않았다.
서툰 몸짓으로 아린은 자기 손으로 가랑이 사이를 비비고 있었는데, 세리아의 숙달된 자위에 비하면 정말로 볼품없었다.
“이런 것마저 세리아보다 못하는군.”
“…윽.”
그 말에 아린이 멈칫했다.
“남자를 몰라서 그래. 걱정 마라, 너도 한 번 하고 나면 세리아보다 잘할 수 있으니까.”
“세리아… 보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래. 넌 재능이 있어. 세리아보다 훨씬 더 음탕하고 음란하게 태어났으니까.”
“흐읏… 음란한 년이라 죄송해요….”
“아냐, 아냐. 자랑스러워해도 좋아. 암컷의 본분에 충실한 거니까.”
난 그녀의 뺨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게 했다.
“하앗… 하아… 암컷… 흐읏, 나는… 나, 나는….”
“그래. 너는 암컷이야. 인간 이하의 암컷. 여자라고 불릴 가치도 없지.”
“…세, 세리아는?”
문득, 아린의 눈에 잠시 생기가 돌았다.
나는 이걸 뭐라고 답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여기서는 그녀에게 철저하게 맞춰주기로 했다.
“그년은 좆집이지. 의지 따위는 없이 내가 내킬 때만 사용하는 그런 도구 같은 년. 어때, 넌 그보다 낫지?”
나는 아린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걸리는 것을 보았다.
이것도 결국 본심이라는 소리 아닌가.
여자의 질투심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그 편린을 살짝 본 나는 조금 무서워졌다.
“뭘 좋아하고 있어, 이 변태년이. 다리나 벌려.”
발로 그녀 배를 살짝 차서 뒤로 넘어뜨리자, 아린이 못 이기는 척 다리를 벌렸다.
“흐읏… 요, 용사님… 죄송해요….”
“아직도 용사를 찾나? 스스로에게 거짓말할 필요는 없어….”
나는 그녀를 속이기 위해 열심히 귓가에 속삭였다.
너는 용사를 원하지 않고.
다만 나에게 인정받기만을 원한다고.
“하아, 하아….”
“자, 허리에 힘을 빼고… 그렇지…. 잘할 수 있어. 세리아보다 잘하는데? 그래, 그래.”
나는 서서히 그녀의 보지를 풀어주며 삽입의 준비를 마쳤다.
“하으응….”
그렇게 그녀의 보지가 흥건하게 젖고 내 물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나는 다시 꿈이 구름처럼 흩어지는 감각을 느꼈다.
“아, 시발.”
***
“벼… 변태!”
현실로 돌아온 나를 향해 몽마 년이 소리쳤다.
“내, 내가 이상한 짓 하지 말랬잖아! 으, 으으… 인간은 역시 변태야… 세라님 말이 옳았어….”
“아니 이 미친년이, 넌 상도덕도 없냐?”
웬만하면 한 소리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건 좀 아니지!
나는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최대한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으으… 인간 더러워… 돌아갈래….”
그렇지만 그녀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 귀로 듣고 흘리더니 힘없이 문 밖으로 나갔다.
“아니, 어디가?”
“이제 진짜 안 가면 혼나… 돌아가야 해….”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는 내 시야 밖으로 사라지기 전에 늦게 깨달았는지 나를 홱 돌아보고는 말했다.
“아, 아무튼! 이걸로 알았지? 절대 딴 사람한테 말 하지 마! 어라, 이게 목적이었나… 아무튼 안녕!”
그러면서 다다다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쟨 날개가 없나?
나는 이 마을의 비밀을 알아버렸지만 다음 날 아침 용사와 그의 동료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왠지 오늘 밤에도 또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린의 꿈속에 들어가서 마저 작업을 해볼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침에 세리아를 만났을 때, 나는 그녀의 꿈에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아, 자기야 잘 잤… 흡!”
용사와 유니, 아린은 먼저 내려갔고 우연히 동시에 문을 열고 마주친 세리아는 멍한 눈으로 나를 부르다가 황급히 자기 입을 가렸다.
뭐? 방금 뭐라고 불렀지?
“……죄송해요.”
뭐라고 더 물으려 했지만,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도망쳐 버렸다.
…대체 무슨 꿈을 꾼 거야?
덕분에 밤에 다시 음마를 만났을 때 좀 고민했다.
세리아한테 한 번 가볼까?
“혹시 날 무슨 조수 같은 걸로 착각하는 거 아니지?”
그녀가 날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며 투덜거렸지만, 맞으니까 조용히 해.
“아린한테 가자.”
“아니, 내가 왜 인간한테….”
당연히 그녀는 나에게 들켰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내 얘기를 윗사람한테 올리지 않았고, 그 결과 그녀는 오늘도 자기 담당구역으로 찾아와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멍청한 년 구슬리는 건 일도 아니지.
나는 적당히 그녀를 속여 다시 아린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다행히 평범한 꿈이었고, 나는 용사의 자리를 꿰차 그녀와 시간을 보냈다.
아마 내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용사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텐데, 덕분에 그녀는 나와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계속 세리아를 의식하는 것 같아, 별거 아닌 행동 하나하나에 세리아에게도 안 해줬던 것이라고 말해주니 엄청 좋아했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다.
꿈속에 들어가는 거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데, 어떻게 나도 해볼 방법이 없나?
살면서 마물이 부러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를 데리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쉽지만 포기하는 수밖에.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기분으로 나는 아린을 물들이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자 드디어 세리아가 눈치를 챘다.
“제 생각에는 그 꿈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주인님도 이상한 꿈 꾸셨죠?”
음, 안 꿨는데.
어떻게 반응할까 잠시 고민하는 그 짧은 시간에 세리아는 내 반응이 미묘하다는 걸 눈치채버렸다.
“주인님?”
“아… 음. 사실 알고 있었어.”
잠깐 고민했지만 어차피 내 명령 없이 함부로 말하지는 않을 거라 나는 순순히 세리아에게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그렇군요. 왜 주인님만 잠이 안 든 걸까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니 문득 기억나는 게 있었다.
“어제처럼 자기라고는 안 해?”
“히익…! 이, 잊어주세요!”
세리아는 새빨개진 자기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으으… 부끄러워요. 아직도 주인님께 그런 감정을….”
나는 연인이 아니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지만, 마음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어쩔 수 없는 문제겠지.
이걸 구실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넘어갔다.
평소에 잘 하고 있기도 하고, 이런 것마저 빼앗으면 그녀가 정말 감정 없는 인형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에릭과 함께 사건을 파헤칠까요?”
그냥 넘어가기에는 용사가 이미 상황을 알아버렸다.
오늘 아침 세리아가 다른 파티원들 앞에서 마을의 이상한 점을 밝혀내버렸기 때문이다.
뭐, 그러면 이왕 이렇게 된 거 알아서 진상을 조사하게 만들어줘야지.
나는 손 놓고 구경할 테니 위험한 일은 용사한테 떠넘기면 된다.
“적당히 중간에 깨어나서 눈치 챈 걸로 하면 되겠네. 음마 꿈에서 스스로 깰 수가 있나?”
세리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외부에서 강력한 자극을 받으면 깰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 가설을 따라 세리아는 뭔가 복잡하게 마법을 짰는데, 정해진 시간에 물을 머리 위에서 떨어뜨리는 특이한 마법이었다.
그러니까 한창 음마가 이 여관에서 활동할 때 찬 물을 맞고 정신을 차리겠다는 뜻이었다.
“그, 그래도 조금 아쉽네요… 그 꿈을 다시 꾸진 못할 테니….”
세리아는 마법을 마치고 살짝 손을 꼬며 비비적거리다가 괜한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이 너무나 기운 없어 보여,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다.
“한 번만 허락해줄게.”
“네?”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딱 한 번 부르게 해준다고.”
그 말에 세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환한 미소와 함께 나를 슬쩍 껴안았다.
“…주인님.”
“원하는대로 불러도 된다니까?”
“역시 저는 이게 좋아요.”
그녀는 헤헤 웃고서는 방으로 돌아갔다.
때는 이미 저녁.
머잖아 나를 뺀 우리 모두가 잠들 것이다.
나는 용사를 따라 누워 자는 척하며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왜 갑자기 자는 척? …오늘은 그 이상한 짓 안하는 거지?”
“안하고 그냥 잘 거니까 알아서 해.”
용사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그녀가 나를 쳐다봤다.
불신이 가득한 눈이다.
대체 얼마나 나를 봤다고 이렇게 못 믿지?
“…진짜지?”
“진짜라니까.”
그녀는 계속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지만 금세 희희낙락하며 여자 파티원 방에 들어갔다.
순서도, 시간도 저번과 똑같군.
그러면 슬슬 마법이 발동할 시간이 되었다.
“히약! 뭐, 뭐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방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