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용사] 달콤한 꿈
간만에 기분 좋은 꿈을 꿨다.
아침부터 몸을 씻어야 했지만, 그런 사소한 사실 정도는 무시해도 좋을 만큼 행복한 꿈이었다.
몸을 씻으니 상쾌한 기분도 든다.
나는 기분 좋게 1층으로 내려왔다.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우리 말고도 많은 손님들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하나 같이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는데, 덕분에 여관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평화로운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들이 행복한 걸 보니 나까지 더 행복해진다.
기분 좋은 선순환을 느끼며 나는 그녀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가장 먼저 내려온 건 역시 아린이었다.
그녀는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뽐내며 그 부끄러운 신관복을 입고 내려왔는데, 나를 보더니 움찔하며 멈췄다.
나도 꿈속의 그녀가 생각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아, 안녕하세요 용사님.”
“으, 응… 안녕.”
우리 둘은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서로 얼굴은 마주치지 못하고 어색하게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다들 표정이 좋네요.”
“그러게. 이렇게 평온한 분위기는 처음이야.”
이 점은 여전히 의문이었지만, 서로 아는 게 없었으므로 더 할 말이 없었다.
우리는 유니가 내려올 때까지 입을 다물고 어색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앗, 에릭… 그, 아, 안녕…!”
유니도 상태가 이상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드물게 부끄러워하며 자기 볼을 양손으로 감쌌다.
“으읏, 내, 내가 에릭이랑 그런 일을….”
그녀가 내 가슴에 손가락을 대고 빙글빙글 돌리던 일이 생각나 나도 헛기침을 했다.
“…아린도 안녕.”
“안녕하세요.”
유니는 어째 아까와는 달리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아린에게 인사했다.
그 다음은 세리아였다.
그녀는 머리를 미처 다 손질하지 못했는지 머리카락 일부가 살짝 삐쳐나와 있었는데, 마치 뜨거운 욕조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얼굴이 붉고 멍한 상태였다.
“세리아?”
“…다들 안녕.”
왠지 그녀는 어디 아픈 것처럼 보인다.
“괜찮아?”
“응? 아… 아픈 거 아냐. 괜찮아.”
그러고는 다리를 꼬고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우… 제렌 씨는?”
“아직 자고 있던데.”
그 말에 세리아는 흘끗 우리 방을 바라봤다.
“흐음….”
그 말을 끝으로 세리아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렌 씨까지 내려오고, 우리는 어떻게 할지 의논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는 건 확실한 것 같거든. 다들 여기에는 동의하지?”
“응… 근데 나쁜 일은 아닌 거 아냐?”
유니의 말대로 적어도 그들의 상태를 보건대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만 너무 수상하지 않는가.
혹시 아세일라 때처럼 집단으로 조종당하고 있다거나 그런 거라면 우리가 어떻게든 해야했다.
“그, 그럼… 며칠 더 머물면서 조사하는 수밖에 없겠네.”
세리아는 당연한 결론을 내렸지만, 왠지 그녀는 그 말을 하고서도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왠지 쉽게 입이 떨어지질 않았는데, 세리아가 대신 말해줘서 고맙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그, 그럴까요?”
“…나, 나도 그게 좋을 거 같아! 응!”
왠지 나처럼 어색해하는 유니와 아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이곳에서 며칠 더 묵기로 했다.
***
“하읏… 흣….”
“하아… 하아….”
남녀의 신음이 뒤섞여 방 안을 가득 메운다.
나는 유니를 한 손으로 안으며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꺄흣!”
“여전히 등이 약하네.”
“에릭도 참….”
유니는 그렇게 말하며 적극적으로 나에게 키스했다.
혀를 섞으며 나는 내 위에 올라탄 그녀의 허리를 잡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흐읏….”
그녀의 질 안쪽에 들어간 내 자지가 유니의 질압에 꾹 눌리며 기분 좋게 사정했다.
뷰르륵!
“너무 좋았어, 에릭….”
“응, 나도.”
유니는 나에게 사르르 안기듯 넘어지며 잠들었다.
나는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방을 나섰다.
유니의 방에서 나오자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 하나가 다가와 말했다.
“이제 세리아 부인의 방으로 가십니까?”
“응, 별 일 없었지?”
그 말에 메이드가 살짝 머뭇거리며 답했다.
“그게… 또 제렌 씨가 돈을 꿔달라고….”
후우, 또인가.
나는 머리를 붙잡았다.
“그냥 돌려보내라고 말했잖아.”
“죄송합니다. 너무 간절한 태도로 부탁하는지라….”
이런 건 확실해야한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돌려보내. 그리고 앞으로는 찾아오지 말라고도 하고.”
한 때는 파티 동료였지만, 보상금을 알뜰살뜰하게 모아 호의호식하는 나와 전부 도박에 탕진해버린 그는 이제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났다.
그래도 정을 생각해서 몇 번 빌려줬지만, 자꾸 이러면 나도 곤란하지.
“알겠습니다.”
메이드는 고개를 꾸벅이고 물러났다.
세리아의 방 앞에서 몇 번 노크한 나는 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에릭.”
그녀는 마법을 연구하고 있었는지 책상 위에 종이가 빼곡했다.
젊은 나이에 마탑주가 되었으면서도 그녀는 꾸준한 학구열로 인기가 높았다.
물론 내 여자니 남들이 넘볼 수는 없고.
나는 그녀를 안았다.
세리아는 내 가슴에 얼굴을 비비다가 엉덩이를 꽉 꼬집었다.
“유니 냄새.”
“미안, 그래도 오늘은… 알잖아?”
로테이션.
그녀들과 매일 넷이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녀들은 아무리 동료라 해도 자기 남자를 나눠갖는게 불만이었는지 이렇게 단 둘이서 만들 시간을 정하곤 했다.
오늘 순서는 유니, 세리아, 아린 순이다.
“후우… 알지? 내일은 내가 먼저인 거?”
“당연하지.”
“후후… 그럼 됐어. 빨리 안아줘.”
그녀가 나에게 더 밀착했다.
“이미 안고 있는데?”
“심술궂긴….”
나는 히죽 웃으며 그녀를 침대로 데려갔다.
내가 가볍게 그녀를 침대 위로 넘어뜨리자, 그녀는 못이기는 척 침대 위에 털썩 누웠다.
“나는… 준비 끝났어, 에릭….”
그렇게 말하며 세리아는 치맛자락을 걷어올렸다.
세리아는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는데, 이렇게 흥건한 걸 보니 입었어도 의미 없었을 듯 했다.
“흐읏… 하아….”
살짝 그녀의 틈새를 애무하자 그녀가 신음소리를 흘렸다.
“얼른… 장난치지 말구….”
나는 그녀의 보챔을 들으며 바지를 벗고 그녀의 배에 문질렀다.
“하앗… 얼른….”
오늘도 바쁘다.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린도 만나야하니까.
나는 웃으며 그녀의 안에 삽입했다.
“으응… 하악…!”
쯔북!
그녀의 따뜻한 질이 나를….
***
“후우.”
나는 상쾌한 마음으로 일어났다.
이불이 또 축축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주인장이 빨아줄 것 아닌가.
샤워를 하면서 문득 아쉬움을 느꼈다.
꿈이었다면 셋 중 아무라도 들어와서 같이 씻었을 텐데….
뭐, 어차피 꿈은 꿈이니까.
나는 살짝 아쉬운 기분으로 내려왔다.
“앗, 에릭! 여기야, 여기!”
유니가 반갑게 손을 흔들길래 그녀에게 다가갔다.
“잘 잤어, 유니?”
“응! 오늘도… 에헤헤.”
유니는 말하다 말고 배시시 웃었다.
내가 그녀 곁에 앉자 유니는 자연스럽게 나와 팔짱을 꼈다.
“응?”
“아… 아앗! 미,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당황한 그녀는 재빨리 팔짱을 풀고 손을 번쩍 들었다.
새빨간 유니의 얼굴이 무척 귀여웠다.
“귀엽네, 유니.”
나는 무심코 꿈속에서처럼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어… 어? 어어?”
유니의 눈동자가 도륵도륵 굴러가며 나를 바라봤다.
마치 이거 꿈이지? 싶은 듯한 얼굴이다.
그야 당연히 꿈… 아니, 현실이다!
“아, 아아! 미안!”
나도 그제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손을 뗐다.
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여긴 꿈이 아니잖아!
“으, 응… 아냐, 괜찮아….”
유니는 살짝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내가 미친 것 같다. 꿈이랑 현실을 헷갈리다니!
둘 다 이상한 실수를 한 탓에 분위기가 조금 야릇해졌다.
이 달콤한 분위기를 견디다 못한 내가 화제를 전환해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위에서 세리아와 아린이 내려왔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후훗, 아무 것도 아니에요.”
왠지 세리아를 상대로 이겼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린과 그녀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세리아.
둘의 모습도 어딘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세리아는 아직도 못했지만 저는… 후후훗.”
“그러니까 대체 뭔데?”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너무 낙심하지 않아도 괜찮답니다. 친구잖아요.”
“친구? 무슨 소리야, 너는 기껏해야 나와 우리 자기 사이의… 아.”
서로 뭔가 다른 소리를 하며 투닥거리던 둘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와 유니를 보고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아, 아린! 정신 차려!”
“네, 네?”
갑자기 세리아가 아린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녀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마치 세리아 왜 이래요? 하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우리도 아는 건 없었다.
세리아는 아린이 아무 것도 이해를 못하자 답답했는지 그녀를 이끌고 우리한테 다가왔다.
“둘 다, 긴 말 않겠어. 이틀 연속으로 이상한 꿈 꿨지?”
“어?”
“응?”
당황한 표정을 짓는 우리 둘을 향해 세리아는 난감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였구나… 우린 지금 꿈이 보여주는 환상에 갇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