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 [짐꾼] 불씨
시장이 열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지만, 모든 골목들이 사람들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이 골목.
이곳에는 나와 아린밖에 없었다.
여기가 인적 드문 골목인가?
딱히 그런 건 아니다.
아마… 세리아겠지.
먼저 돌아가 보겠다는 그녀가 기특하게도 사람들이 이 골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있는 것이리라.
그녀가 나를 위해 헌신하는 만큼, 나도 그녀를 믿기로 했다.
짜악!
“하악…!”
“맞는 게 좋아? 이렇게, 남자 앞에서 팬티 까고 엉덩이 맞는 게 좋냐고!”
아린은 내 말을 듣더니 부르르 떨었다.
“네, 네에… 조, 좋아요….”
웃음을 터뜨리며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다시 한 번 가격했다.
짜악!
“햐윽…! 왜, 왜 기분이 좋은 걸까요….”
“네가 변태기 때문이지.”
짝! 짜악!
아린은 내 말에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흐윽… 마, 맞아요. 여신님이 그렇게… 저를 만드신 거죠….”
여기서 여신 핑계를 대는군.
자기 내면의 변태성을 여신으로 합리화하려는 시도가 우스웠지만, 재밌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내 손에 힘이 빠질 때까지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거려줬다.
“하으으….”
그 때 쯤에는 아린도 풀썩 주저앉은 상태였다.
물론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을 수는 없으니, 엉덩이만 하늘 높이 치든 상태로 쓰러지듯 앉아있다.
그녀는 충분히 만족한 모양이지만 나는 만족 못했다.
이걸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잖아?
“아린.”
“네?”
나는 바지를 급히 벗고 그녀를 불렀다.
아린은 힘이 빠졌는지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보려고 했지만, 당연히 뒤에 서있는 나를 볼 수는 없었고 결국 몸을 틀어 나를 바라봐야했다.
“히익!”
그리고 그런 그녀가 마주한 것은 우뚝 솟은 내 자지였다.
“…뭐, 뭐하시는 거에요?”
그때까지 쾌락의 여운에 잠겨있던 아린은 나를 보며 당황한 눈치로 물었다.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아린은 내가 자기에게 손을 댈 것이라 생각했는지, 다시 눈을 꼭 감으며 부르르 떨었다.
미안하지만 네가 먼저 빌며 사정하지 않는 한 삽입까지 갈 일은 없을 거다.
그래도 거기까지 가려면 일단 내 자지가 어떤 맛인지는 확실하게 알아둬야지.
그렇게 눈을 감고 내 손길을 기다리던 아린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을 알고는 살짝 허탈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무슨 속셈이시죠?”
“……”
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저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나는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뭐, 뭔가 말이라도 해주세요… 그렇게 가만히 서계시지만 말고.”
아린은 나를 흘끔 올려다보았다가 후다닥 고개를 돌렸다.
애꿎은 바닥만 바라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슬그머니 앞으로 향했다가 다시 되돌아갔다.
그렇게 아린이 내 자지를 보다 말기를 반복하며 몇 분.
나는 슬슬 아린이 이 상황에 익숙해져가는 것 같아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사람을 때리는 걸로 흥분하거나 그러지 않아.”
“…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별로 좋은 얘기 같진 않다는 걸 알았는지 아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를 흘끗 바라보려던 아린은 눈앞의 자지에 움찔거리며 다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니까 내가 아린 널 때려주는 건 어디까지나 나에게 있어 노동이란 말이야.”
“그, 그렇네요… 죄송….”
“앞으로도 필요할 때마다 도와주지.”
아린은 앞과 뒤가 다른 말에 잠시 의문을 품는 듯 했다.
앞으로는 안 도와줄 것처럼 말하더니 왜 갑자기 말이 또 달라지는가?
“대신 그 때마다 나도 약간의 보상을 받겠어.”
“…돈이면 될까요?”
이게 답이 아니라는 건 그녀도 알았다.
그랬으면 내가 그녀에게 자지를 내밀지도 않았을 테니.
“빨아. 훈육에 대한 감사인사는 이걸로 받지.”
“…….”
아린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붉어졌다.
꽤 긍정적이었던 점은, 그녀의 입에서 곧장 부정이나 당황하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도 어느 정도 각오했었단 말이다.
아마 그녀도 나름 관심이 많을 것이다.
지난 며칠간 세리아가 그렇게나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을 지켜봤으니.
그래도 아직 첫키스도 안 해본 입술로 남자의 자지에 봉사하기에는 좀 그런 모양이지?
아린은 거의 넘어온 것처럼 보여도, 아직 중요한 선을 넘을 용기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녀를 도발할 무언가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는 세리아를 다시 한 번 써먹기로 했다.
“싫다면 여기까지다. 세리아도 처음에는 하기 싫다며 울음을 터뜨렸지.”
“이… 일일이 그런 거 안 알려줘도 돼요.”
아린은 그렇게 말은 했지만, 내심 이겼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스운 질투다.
세리아는 울기까지 했지만, 적어도 자신은 안 울었다는 것에서 자존심을 찾은 모양.
물론 세리아 때는 내가 억지로 협박했고, 지금은 아린이 각오를 다진 상황인 만큼 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지만, 어차피 그녀에게 필요한 건 세리아를 이겼다는 자존심뿐이었다.
생각해보니 아린은 아직 세리아가 용사의 첫경험을 가져갔다는 걸 모르겠군.
이 얘기는 아껴둬야겠다.
비장의 수로 써먹을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세, 세리아도 참, 은근히 겁이 많죠.”
아린이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덧붙였다.
더 해달라는 말 같아서 나는 그녀를 더 자극하기로 했다.
“내가 보기에는 둘이 비슷해 보이는데. 너도 지금 못하겠다는 거 아닌가?”
“아, 아뇨. 저는… 저, 저는 할 수 있어요.”
아직 용기도 없으면서 말은 잘 하는 아린.
나는 그런 그녀를 살살 구슬리며 얌전히 내 자지를 빨도록 유도했다.
“흐음… 세리아도 울긴 했지만 결국에는 성공했지.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
“…저, 저는 더 잘할 걸요…?”
“정말로?”
“그, 그럼요.”
아린은 굳이 이렇게까지 말 할 필요는 없었는데,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생소한 경험일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질투는 머리가 하는 게 아니다. 가슴이 하는 거지.
아린도 가슴은 빈약하니 그녀에게 넓은 포용력을 기대하는 건 무리이리라.
나는 그럼 어디 해보라는 듯 자지를 그녀 앞으로 더 내밀었다.
거의 코에 닿을 듯한 수준까지 가까워지자 그녀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피하는 건가?”
“아, 아니요!”
내 말에 그녀가 다시 고개를 되돌렸다.
덕분에 볼에 내 자지에 닿았다.
“흐, 으읏…!”
“처음에는 혀를 먼저 쓰면 돼. 정 어려우면 혀로만 해도 되고. 세리아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그녀에게 조언하듯 도발했다.
세리아가 정말 그랬던가?
사실 나도 기억 안 난다. 입에 박고 쌌던 거 같기도 하고.
“…그, 그럼 저는….”
아린은 작게 중얼거리더니 눈을 한 번 감고 다짐하고선, 대담하게 내 자지를 입에 물었다.
“하븝… 우읍….”
그녀는 살짝 역한 냄새가 났는지 눈을 찡그렸다.
“호오, 처음부터 대단한데. 그래서 이게 끝인가?”
“으브븝….”
아린은 어색하게 고개를 까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게 그녀가 생각하는 봉사인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혀도 까딱하지 않고, 이빨이 자지에 닿아 영 별로다.
“흐음… 역시 세리아가 혀 하나는 제법….”
이렇게 말하니 아린은 어색한 동작으로 혀를 굴리기 시작했다.
톡. 톡.
노크하듯 내 자지를 두드리는 아린의 혀.
고작 이정도로 내 정액이 그녀를 반겨주지는 않는다.
나를 부르려면 더 노력해야할 것이다.
“입이 작군. 세리아는 조금 더….”
그러자 아린은 조금 더 입을 벌려 자기 치아와 내 자지 사이에 공간을 만들었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
뭐랄까, 선생님이 된 기분이다.
그녀는 마치 어린 아카데미 학생처럼 내 가르침을 쏙쏙 받아먹었다. 본 적은 없지만.
동기가 질투라는 것도 정말 어린애 같았다.
“흐읍… 하읍….”
이미 수십 번이나 내 자지를 물어본 세리아와 비견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법 만족스러운 봉사였다.
나는 무심코 세리아에게 했던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다가 약속을 떠올리고 그만뒀다.
“흐읍… 읍, 으읍…”
그러자 아린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지? 쓰다듬어달라고?
혹시나 싶어 세리아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머릿결을 쓰다듬어주니 기분 좋은 듯 슬며시 눈꼬리가 휘었다.
이것 참….
“우음… 읍, 읍….”
슬쩍 눈동자가 올라가는 게 자기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을 바라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자존심도 챙겨줄 겸 기분 좋게 눈을 감으며 말했다.
“후우… 나온다.”
“읍? 으읍….”
그녀의 머리를 살짝 움켜쥐고, 나는 그대로 사정했다.
뷰르륵! 뷰륵!
“흐읍…? 읍…!”
벌컥거리며 그녀의 입 안으로 쏟아지는 낯선 액체.
아린은 무심코 고개를 뒤로 젖히려 했지만, 내 손이 은근슬쩍 가로막고 있어 그러지 못했다.
“흡… 읍… 콜록…!”
그녀는 억지로 내 정액을 전부 받아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정액을 마시기는 무리였는지 그녀는 그럼에도 결국 내 자지를 입에서 빼고 기침했다.
“흠, 역시 마시는 건 일렀나.”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아린은 내 눈치를 살피며 어색하게 웃었다.
“…조, 조금 들어가 버렸어요.”
***
나는 아린을 데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세리아는 먼저 돌아와 1층에 앉아있었는데, 아린은 그녀를 보더니 슬쩍 웃었다.
웃으면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보아 명백한 도발이었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와 나를 바라본 세리아는 이내 짜증난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 모습을 본 아린은 만족했는지 살짝 기쁜 듯한 얼굴을 하며 방으로 올라갔다.
“아린도 귀엽네요. 질투하는 건가요?”
둘만 남자 세리아가 아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가봐. 너 한 번 이기겠다고 안달이던데.”
내 말을 들은 세리아는 쿡쿡 웃으며 다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눈웃음을 보냈다.
“알겠어요. 한동안 아린한테 맞춰주면 되죠?”
아린이 세리아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있으니, 여기에 맞춰주고 그녀의 질투심을 더 키워준다.
세리아는 내가 그녀에게 바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지. 잘 아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내 손길을 기분 좋게 음미하는 그녀의 목에는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그런 세리아의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웃었다.
너나 아린이나 똑같아.
조만간 너도 진심으로 아린을 질투하게 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