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짐꾼] 사람 많은 밤길
“그럼 황금티켓을 쓴 것으로 해두지.”
“황금티켓? 그건 또 뭡니까?”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바라봤다.
아세일라의 제일가는 스트립쇼 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씨익 웃으며 대단한 비밀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뭐긴 뭐겠나? 황금으로 만든 티켓이지.”
“아니, 진짜 황금으로 말입니까?”
뭐하러 그딴 짓을 하지?
“이 티켓을 제출한 손님은 그 어떤 무희를 상대로도 우선적으로 뒷자리를 선점할 수 있네. 말하자면 우선권이지. 고급 손님을 위한 티켓이라고나 할까.”
“차라리 녹여서 쓰는게 더 이득일 것 같은데….”
그는 내 말에 껄껄 웃었다.
“아,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누가 아까운 황금으로 그딴 짓을 하겠나?”
“크흐흐, 어쩐지. 농담이 제법이시군요.”
“사실 황금티켓 같은 건 없네. 그렇지만 손님들에게는 그런 티켓이 있는 것처럼 말을 해뒀지. 자네처럼 우리 가게에 큰 도움을 준 이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게.”
“호오… 있지도 않은 티켓으로 그런 짓을 하는 겁니까?”
그러니까 결국 나 같은 놈들에게 뒷자리를 공짜로 내어주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것 아닌가.
있지도 않은 상품을 써먹다니, 역시 상인이라 그런지 머리가 똑똑했다.
“뭘, 상인들 사이에서는 기본이지.”
“그럼 이걸로 계약은 끝인 겁니다?”
아린은 며칠 전 나한테 매를 맞으면서 이런 곳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다시 이곳에 방문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그 누구의 개입도 없는 순수한 자신의 의지였다.
아, 아예 없진 않았지.
세리아가 그녀 가슴에 열심히 불을 질러뒀으니까.
아린은 최근 며칠 세리아의 손에 이끌려 도시 구석구석의 온갖 음습한 욕구들과 접했다.
그녀가 본 것은 더러운 욕구와 그것을 감출 생각도 안하는 망가진 사람들.
아직은 그래도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아린에게는 당혹스러운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곳은 비정상적인 놈들만 모인 도시.
결국 이곳에서 비정상은 오히려 아린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기의 상식과 눈 앞의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혹시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가? 이정도는 괜찮은 걸까?
어쩌면 여기까지는 안 갔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사고방식까지 바꿔버리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니까.
그래도 최소한 ‘여기서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진 않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해도 성공이다.
자신의 추잡한 욕구를 정당화할 명분이 생기니까.
나는 그동안 아린을 열심히 피해다녔고, 용사나 유니에게 이 비밀을 밝히지도 못하는 그녀는 정상인과 대화해 착각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세리아의 끊임없는 유혹.
교회도 자주 찾던 것으로 보아 세라도 그녀에게 바람을 어지간히 불어넣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아린의 재방문.
아마 그녀는 지금쯤 필사적인 변명을 스스로에게 늘어놓고 있겠지.
그렇지만 아무도 아린에게 이 상황을 강요하지 않았다.
결국 아린은 자기 욕망에 또 지고 만 것이다.
나는 그녀가 천의 얼굴에 찾아갔다는 세리아의 보고를 듣자마자 사장을 찾아가 남은 약속을 이행했다.
모든 수익은 사장에게 다 줄테니.
처음이자 마지막 뒷자리만, 나에게 달라고.
***
뒷자리를 위해 마련된 이 방은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이 방에는 은밀한 시간을 즐기기 위한 거의 모든 것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인용 침대부터 시작해 온갖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각종 기구들까지.
그렇지만 나는 이것들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딴 걸 시켰다간 제아무리 이성이 마비된 아린이라도 순식간에 냉정함을 되찾고 날 죽이려들 게 뻔했다.
그래도 아예 안 쓰는 건 아깝잖아?
그래서 나는 이 모든 기구들을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전시해뒀다.
들어오면 바로 볼 수 있도록.
그 뒤에 나는 침대 대신 작은 의자에 건방진 자세로 앉았다.
아린 입장에서는 불량해보일 자세다.
평소의 그녀라면 그렇게 앉지 말라고 지적하겠지.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나한테 그런 말을 할 낯이 있을까?
똑똑.
마침내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시죠.”
내가 목소리를 깔고 말하자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서서히 열렸다.
문 건너편에는 아린과 그녀를 붙잡은 두 명의 여성… 뭐지?
“저, 저는 이런 얘기 못 들었…!”
“단기계약이라도 당신은 현재 우리 가게의 무희에요. 무희는 거부권이 없죠. 자, 들어가시길.”
“시, 싫어… 히익! 제, 제렌 씨…?”
거의 억지로 방 안에 들어온 아린은 내 얼굴을 보고는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녀를 데려온 두 여자는 아린을 방 안에 밀어넣고 다시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문을 바라봤지만, 곧 내가 말을 걸자 고개를 돌렸다.
“…신관님.”
“자, 잠깐만요… 제, 제가 전부 다 설명할게요!”
창백해진 것도 잠시, 그녀는 자기 몸을 애써 가리며 열심히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 오해하시는 것도 당연해요. 그렇지만 들어주세요. 사실 이 가게의 무희복에는 저주가 걸려있어요, 그것도 사악한 마계의 저주가요! 저는 신관되는 몸으로써 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수치를 무릅쓰고 조사를….”
“신관님.”
변명 내용 따윈 상관없다.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렸겠지만, 그게 본심이 아니라는 건 그녀가 알고 나도 안다.
내가 차갑게 말을 끊자, 그녀가 눈동자를 또르륵 굴리며 시선을 피했다.
탁탁!
내가 옆의 테이블을 치자 아린이 쭈뼛거리며 내 눈치만 살폈다.
아참, 아린은 아직 교육이 덜 됐지.
세리아라면 바로 쪼르르 달려올텐데.
“이리 오십쇼.”
그녀는 기도하듯 떨리는 손을 마주모았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다시 손을 뗐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으읏….”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내 앞까지 걸어왔다.
지금은 두 발이지만, 언젠가는 네 발로 걷게 되겠지.
나는 잠시 그 미래의 풍경을 상상하며 히죽 웃었다.
아차, 들킬라.
다행히 그녀는 눈을 감고 있다.
“신관님.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십니까?”
“…그, 그치만 저는 조사를…”
“후우….”
내가 한숨을 내쉬자 그녀가 움찔거렸다.
“그, 그보다 왜 제렌 씨가 여기에….”
“제 말 안 끝났습니다.”
나는 그녀의 의문에 답하지 않고 끊어버렸다.
주도권을 넘겨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둘이 있을 때는 무조건 내가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그녀는 철저하게 수동적으로만 반응하게끔.
“왜 여기에 있냐라… 그야 당신 때문 아니겠습니까?”
“…….”
아린은 살짝 억울해보였다.
마치 너도 나쁜 생각을 품고 여기 온 거 아니냐고 묻는 듯한 얼굴이었다.
“돈 많은 놈들이 여기서 무희 데리고 뭐하는지 아십니까? 한 번 둘러보시죠.”
“…흐읏.”
아린은 사방에 널린 도구들을 보고 겁에 질렸다.
아마 그녀가 저 중에 사용법을 아는 도구는 거의 없겠지만, 생긴 것부터 워낙 흉흉하게 생겼으니 부연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아… 얼마나 위험한 짓을 했는지 아시겠습니까? 자칫 잘못하면 당신의 순결까지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아린은 그 말에서 내가 자길 덮치거나 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그녀의 얼굴에 안도의 낯빛이 스쳐지나갔다.
“…고, 고마워요.”
“저랑 약속했던 거 같은데. 아닌가요?”
아린은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를 그렇게 오래 붙들고 있을 순 없다.
여기서는 가볍게 체벌만 주고 끝내자.
“전에 얘기했듯… 이번에도 잘못을 저지르셨으니 벌을 받으셔야 합니다.”
“읏… 그, 그렇죠….”
아린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손을 슬쩍 내밀었다.
망설임도 없는 게 살짝 마음에 안 들었다.
이래서야 내가 그녀에게 명령을 내리는 느낌이 안 들지 않는가.
“아뇨. 이걸론 안 될 것 같군요. 뒤돌아서 다리 걷으세요.”
“…네?”
아린이 당황해 눈을 깜빡이자 나는 회초리를 한 번 바닥에 내리쳤다.
짜악!
“힉! 읏, 으읏….”
아린은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몸을 숙여 다리 쪽에 걸친 옷 같지도 않은 천을 걷어냈다.
마치 양말을 벗는 것 같아 좀 미묘한 느낌이었다.
이게 옷이야 양말이야?
아무튼 다리 쪽의 천을 걷고 나니 그녀의 매끈한 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금씩 떨리는 걸 보니 꽤 두려운 모양이다. 아니면 기대하고 있거나.
이 다리를 많은 남정네 앞에서 보여줬다 이거지.
마치 내 물건을 남에게 빼앗긴 것 같아 불쾌해졌다.
“정하십쇼.”
“뭐, 뭐를요?”
“몇 대 맞을지.”
아린이 순간 황당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짜악!
나는 다시 바닥에 회초리를 내리쳐 그녀를 위협했다.
“제가 저 좋다고 이러는 것 같습니까? 사제님이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실 때까지 때릴 거니까, 몇 대가 적당할지 미리 정해두세요.”
“그, 그게….”
아린은 설마 여기서 자기가 정하게 될 줄은 몰랐는지 급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물론 완전히 맡길 생각은 아니다.
“…세, 세 대….”
“설마 한 두 대 맞고 끝내겠다는 소리는 안 하실거라 믿습니다. 그보다 뭐라구요? 제대로 못 들었는데.”
“…다, 다섯….”
“다섯 대라…. 정말 그걸로 되겠습니까? 저야 사제님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반성하실지는 잘 모르겠군요.”
아린은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여, 열 대!”
“열 대 좋습니다. 제가 마련한 자리고, 제가 신관님을 교육시키는 입장이니 맞을 때마다 감사하다고 해주시면 좋을 것 같군요.”
“네?”
대답은 필요없다.
짜악!
나는 그녀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휘둘렀다.
“끄윽! …흣!”
처음에는 비명소리밖에 없었다.
“감사인사는 어디갔습니까?”
“…가, 감사합니다.”
짜악!
“히잇…!”
“인사.”
“가, 감사합니다!”
짜악! 짜악!
네 대를 넘어가자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햐악! …흣, 흐읏….”
비명소리. 그리고 숨을 죽인 신음소리.
전자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아파서 낸 소리다.
그렇지만 후자는 맞는 사람이 내는 소리와는 달랐다.
“가, 감사합니다아….”
그녀가 다리를 살짝 비비적거리며 말했다.
나는 말 없이 다시 회초리를 들었다.
짜악!
“하앗…! 감사합니다….”
목소리에 조금씩 열기가 섞이기 시작했다.
짜악!
“하으응… 흡…!”
아린은 자기 입에서 낯선 신음소리가 들리자 당황해 입을 틀어막았다.
나를 살며시 돌아보길래 우선은 모르는 척 해줬다.
“뭡니까?”
“아, 아니에요….”
“계속하겠습니다.”
짜악!
“햐악! 감사합니다….”
짜악!
“가, 감사합니다앗…!”
짜악!
“감사합니다… 흐윽….”
아린은 자기 허벅지를 부비적거렸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남자에게 애처롭게 아양이나 떠는 여자였다.
문득 장난기가 동해 회초리를 휘두르는 척만 했다.
휘익!
“흐읏, 감사합니 …어?”
그녀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돌아보자 나는 굳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반성하신 것 같군요. 더 때리려니 저도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이 정도로만 하죠.”
“네? 그… 그래도 아직 한 대가….”
“후우, 신관님이 더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군요. 이만 돌아갑시다.”
“앗, 그… 네, 네에….”
아린은 아쉬움에 머뭇거렸지만 차마 더 때려달라고 할 순 없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사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올 때까지 그녀는 계속 나를 힐끔거렸다.
나는 딱히 반응해주지 않았다. 아쉬운 건 내가 아니니까.
“저, 저기….”
“들어갈 때는 따로 들어가죠. 괜한 오해라도 사면 곤란하니까.”
“…아, 네… 감사합니다.”
아린은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중요한 문제이긴 했으므로 군말하지 않았다.
“용사님, 죄송해요….”
작게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게 죄송할 짓을 왜 해?
전부터 생각한 건데, 이 년은 좀 이기적인 면이 있었다.
새벽부터 용사한테 잘 보이겠다고 나한테 귀찮게 굴던 건 물론이고, 지금도 잘못은 지가 했는데 용사가 용서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지 않는가.
나는 이렇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년을 데리고 다닐 생각이 없었다.
예절교육도 겸해서 같이 인성도 교육시켜줘야겠다.
머릿속으로 어떻게 뜯어고칠지를 고민하던 나는 골목 저 편에서 무척이나 익숙한 사람을 보고 당황했다.
뭐야, 시발. 용사잖아.
왜 여기있어?
아니, 그보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
지금 여기서 들키면 곤란하잖아?
“신관님. 저기 용사가 있군요.”
“네? 꺄, 꺄아….”
“쉿!”
비명을 지르려던 그녀의 입을 틀어막자, 아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다행히 아직 눈치는 못 챈 모양.
그렇지만 시간문제다.
“용사한테 들키면 여러모로 위험하니까 변장을 하죠. 급하니까 대답은 듣지 않겠습니다.”
용사가 이 쪽을 바라봤다.
후다닥!
우린 재빨리 골목 안 쪽으로 도망쳤다.
“…아린! 제렌 씨!”
용사가 소리쳤다.
역시 못 알아볼만큼 눈이 나쁘진 않군.
나는 달리는 와중에도 스태프를 꺼내 우리를 겨누었다.
“…읍? 읍!”
“쉿, 조용히. 몸을 멋대로 만진 건 이따 사죄하죠.”
무언가 투명한 막 같은 게 우리를 감싼 느낌이 들었다.
…이게 끝인가?
“…읍, 으읍!”
그녀가 뭔가 할 말이 많아보였다.
젠장, 이걸로 된 거야?
세리아가 알려준 건 이게 전부였는데.
나는 더 깊숙한 골목 안 쪽으로 들어가 그녀의 입을 풀어주었다.
“…케흑! 다, 당신… 이거 세리아의 마법이잖아요!”
“오, 알아보는군요.”
그러고보니 이 여자는 한 번 이걸 써먹은 적이 있었지?
용사한테 알몸으로 자기 보지 보여주는데 썼다고 그랬나?
“어떻게 당신이 환상마법을….”
“배웠죠. 그녀한테.”
아린이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그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용사 성격상 분명 여기까지 들어와서 확인하겠죠.”
“읏….”
용사 얘기를 꺼내자 다행히 잘 넘어갔다.
아린이 불안한 듯 골목 입구를 살피자 나는 그녀에게 슬며시 다가가 말했다.
“아무래도 연기가 필요한 시점 같습니다. 제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주십쇼.”
“…환상마법이 깨지지 않게요?”
환상 마법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착각에 기초한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 둘을 봤을 때, 한 눈에 ‘뭐지? 다른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 자연스레 마법에 걸리는 것이다.
당연히 어느정도 마법 저항력이 있다면 쉽게 걸리지 않겠지만, 저번에 아린이 성공한 걸 보면 이번에도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보였다.
“자, 알아들었으면 빨리 벽에 손 집고 엉덩이 내미십쇼.”
“…네?”
아린이 의아해했지만, 나는 말 없이 손짓으로 재촉했다.
저벅저벅.
멀리서 용사의 발걸음이 들렸다.
“…으읏. 아, 아까랑 같은 짓을 하시려는 거에요…?”
“시간 없습니다.”
“이, 이건 벌도 아닌….”
“어서.”
내가 싸늘한 눈으로 명령하자 아린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 결국 내 말에 따랐다.
벽에 손을 짚고 나를 향해 엉덩이를 살짝 내민다.
“…흐읏, 기, 기억해두세요…! 버, 벌이 아니니까 이건 단순한 폭력…!”
거 참, 까다로운 년이군.
어차피 자기도 즐기고 있잖아?
나는 허릿춤에서 회초리를 꺼내려다 잠시 고민했다.
이걸로 때리기엔 살짝 아쉽지 않나?
저 탐스러운 엉덩이를 때려보고 싶은데, 그게 고작 회초리면 조금 아쉽다.
좀 더 유연하고 길죽한 게 필요한데….
고민하며 스태프를 만지작거리다보니 스태프를 끼운 허리띠에 손이 갔다.
오, 이거 좋네.
가죽인데다가 길고 그렇게 두껍지도 않다.
나는 재빨리 허리띠를 풀고 그녀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내리쳤다.
짜악!
“하윽! 이, 이건 무슨….”
낯선 감촉에 그녀가 당황했다.
타다닥!
그리고 동시에 용사도 이 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좋아, 지금이다!
나는 용사가 이 쪽으로 들어올 타이밍에 맞춰 다시 허리띠를 휘둘렀다.
짜악!
“히이잇… 아, 아파요!”
자박.
용사가 당황해 뒷걸음질치는 소리가 훤히 들린다.
역시 우리 둘을 알아보진 못하는 모양.
하긴, 용사가 그녀에게 이런 성벽이 있을 줄 예상이나 했겠는가.
아마 그의 눈에는 우리 둘이 변태 연인처럼 비칠 것이 틀림없다.
짜악! 짜악!
“아프라고 때리는데 당연하지! 앞으로 다섯 대!”
“하읏… 하앙….”
나는 그가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 때까지 아린을 몇 대 더 치다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응? 형씨,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