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용사/신관] 아세일라의 일상
나는 잠시 의아했지만 세라는 내가 한가롭게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자, 자. 그래서 용사님께선 무슨 얘기가… 응? 아, 그렇지 참! 흠흠,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해보시겠어요? 이 세라가 뭐든지 들어드리죠!”
여전히 정신없는 말투다.
이 고해실은 서로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죄를 고백하는 곳인데, 세라는 그 사실도 잠시 잊고있던 것 같았다.
하긴, 사실 나도 죄를 고백하러 온 게 아니니까 이 곳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은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지.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재미없는 것부터 물어보네? 가슴 사이즈가 몇이에요 같은 질문은 안 하는 거야?”
“윽, 그런 정보는 필요 없어요!”
내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자 판자 너머로 그녀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제길, 완전히 날 갖고 놀 생각이다.
“나는 세라. 마왕님의 갑옷이자 아세일라의 정식 수녀라 할 수 있지.”
“왜 당신 같은 사람이 이런 일을 하고 있죠?”
수녀라니 웃기지도 않다.
분명 인간인 척하고 교회에 잠입했겠지.
“왜냐니, 난 원래부터 수녀였는 걸. 순서상으로도 마왕님보다 여신을 먼저 섬겼… 앗, 이거 말하면 안 되나?”
이미 나불나불 다 털어놓고 입을 합 막는 그녀.
너무 노골적이라서 믿어도 되는 건지 의심스럽다.
“뭐, 믿든 말든 자유지만. 어차피 너무 옛날이라 잘 기억도 안 나. 다음 질문은?”
거짓말이든 뭐든 우선 우리에게는 정보가 필요하다.
저 이유 모를 호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르니 최대한 많은 걸 알아내야했다.
“…왜 이렇게 호의적이죠?”
그렇지만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여자는 마족. 그것도 음마다.
인간에게 친화적인 마족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다.
왜 저 여자만 유독 우리에게 적의를 내비치지 않지?
루엘라처럼 방심시키려는 계획이라기엔 그녀가 과하게 친절했다.
오히려 너무 호의적이라서 의심을 품을 지경 아니던가.
“흐음… 그걸 묻는구나.”
세라는 이 질문에는 금방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는지 건너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건 쉽게 말해줄 수가 없겠는걸.”
역시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다.
저렇게 대답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밝혀선 안 되는 이유가 있다는 뜻 아닌가.
그래서 되려 의심스러웠다.
결국 이건 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정보를 알려준 셈이다.
그녀는 대답을 거부함으로써 대답을 내놓았다.
“그럼….”
“아아, 안 되겠다. 이러고 있으니 너무 따분한걸. 좀 더 재밌는 걸 하자.”
“…재밌는 거?”
질문시간은 벌써 끝인가.
그녀는 정말이지 도저히 종잡을 수도 없을만큼 독특한 마족이었다.
“거기 밑에 큰 구멍 보여?”
이 기묘할 정도로 큰 구멍을 말하는 걸까.
무척이나 잘 보인다.
“바지벗고 거기에 고추 넣어봐. 그럼 질문 더 받아줄게.”
“…뭐라구요?”
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흐읏.”
벽 건너편에서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너무 작아서 나도 잘못 들은 건지 아닌지 확신이 안 서는 미약한 목소리였다.
“그치만 아무 것도 안하고 앉아만 있으니 좀이 쑤시는 걸. 나 음마란 말이야. 이렇게 따분하게 앉아있는 건 적성에 안 맞아.”
“그럼 애초부터 수녀를 하지 말았어야….”
“시끄러! 자지 넣기 전까지는 대답 안해줄거야!”
아니, 이건 대체 무슨….
대체 누가 참회실에서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내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그녀가 비음 섞인 목소리로 나를 유혹했다.
“왜애, 싫어? 엄청 기분 좋을 텐데…. 어차피 여기엔 우리 둘밖에 없잖아. 너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
“그, 그래도….”
“에이, 왜이렇게 딱딱해. 앗, 거기 말한 거 아냐! 어머, 이 말 하니까 정말 딱딱해지네. 우후후, 너 혹시 이런 거 좋아하니?”
그녀의 갑작스런 말장난에 나도 모르게 고추가 반응해버렸다.
역시 몽마라 이런 반응에 예민한 건가?
아니, 그것보다 고작 이런 말로 서버렸다는 사실이 당황스럽다.
평소에는 절대 이런 걸로 반응하거나 하지 않는다.
아마… 아마 세리아가 한 발 빼주려다가 말았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저 음마가 나한테 무언가 이상한 짓을 한 것이 틀림없다.
“후후… 하고 싶지? 내 몸은 쉽게 줄 수 없지만, 편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
세라가 구멍 너머로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이 뱀처럼 구불거리며 나를 찾길래, 나는 당황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고 안 사실인데, 구멍의 위치는 내 사타구니 높이와 비슷했다.
정확히는 내 고추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다.
처음부터 이런 목적으로 만든 것이었나.
그렇다면 여기를 만들 때부터….
“흐음, 잘 안 넘어오네. 그럼 이렇게 하자. 한 번 쌀 때마다 질문 하나씩 답해줄게. 대신 이번에는 무조건 솔직하게 답하는 걸로.”
“뭐, 뭐하러 그런….”
“이게 내가 살아가는 법인걸. 난 이런 존재야. 여기에 의문을 갖지 말아줘.”
으윽….
대체 왜 이런 짓까지 해가면서 날 유혹하는 거지?
“잘 생각해봐.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아? 내가 뭐든지 다 알려준다니까?”
“…….”
“너희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어.”
“대체 왜 이렇게까지….”
내 말을 들은 그녀가 다시 깔깔 웃었다.
“궁금하면 이리와.”
얼토당토 않는 유혹이다. 고작 저런 말에 놀아나지 않는다.
그렇게 다짐했지만… 자꾸만 그녀의 손에 내 시선이 닿는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
그래,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지.
어차피… 어차피 여기엔 나와 그녀밖에 없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이겠죠?”
“우후후,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이건… 이건 우리 모두를 위해서다.
결코 내가 기분 좋아지자고 이러는 것이 아니다.
나는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바지를 벗었다.
옆에서 그녀가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내 마음을 자꾸 어지럽혔다.
“좋아, 좋아. 잘 생각했어. 자, 이리로 오렴. 살짝 높나? 까치발 들고, 옳지.”
제길, 굉장한 수치다.
까치발을 들고 벽에다 내 고추를 집어넣고 있다니.
우리 파티원 중 누가 이 꼴을 보기라도 한다면 난 부끄러워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후, 후후후… 이히힛! 귀여워 우리 용사님!”
세라는 그리도 만족스러운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자, 그럼 시작할게에? 알겠지? 한 번 쌀 때마다 질문 한 번이야.”
나는 보이지도 않지만 수치심에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야속하게도 내 마음과는 달리 고추는 펄떡거리며 여자의 손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런 내 자지에, 따뜻한 여자의 손길이 닿았다.
“읏…!”
건너편에서 세라가 뭐라고 말을 했지만,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뭐, 뭐라고 하신 거죠?”
“후후… 혼잣말이야. 신경쓰지마. 그럼 시작한다?”
스윽스윽.
따뜻한 손길이 내 자지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기 시작했다.
“크윽…!”
역시 음마인만큼 무척 기분 좋… 진 않았다.
뭐지?
오히려 조금 어설프다.
살짝 허전할 정도로 낮은 압력과 자지가 움찔거릴 때마다 당황해 손이 멈칫거리는 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음마라길래 손이 닿은 것 만으로도 사정한다거나 그런 모습을 생각했는데, 이래서야 오히려 남자 경험이 없는 처녀 같은 반응 아닌가?
“어때? 기분좋아?”
“어… 그, 그러네요….”
이 여자 은근 허당인가?
갑자기 그녀가 측은해졌다.
“으응? 그 말투는 어째 기분 좋지 않다는 듯한 느낌인데.”
“아, 아니요! 기, 기분 좋네요! 하하….”
내가 했지만 정말 형편없는 연기다.
이런 어설픈 연기에 그녀가 넘어갈 리가 없지.
아니나 다를까 가뜩이나 약하던 그녀의 악력이 더욱 약해진 느낌이 든다.
다시 건너편에서 그녀가 혼잣말을 했다.
…혹시 저주 같은 거라도 외우는 건 아니겠지.
꽈악!
“크윽!”
순간 그녀가 내 자지를 꽉 쥐었다.
“와, 와앗! 뭐하는 거야! 아니, 미안!”
세라가 당황하며 사과했다.
당황했는지 그녀의 손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제야 겨우 적절한 수준으로 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후후… 아직 서툴러서 그래. 이해해줘.”
“…의외네요.”
“히히히… 그렇지? 완전 변태인 줄 알았는데 은근 못하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창녀처럼 구는데도 정작 기술이 허접하니 웃기지?”
아니… 그렇게까지는 말 안했는데.
뭐지, 자기비하인가?
“그, 그렇지는….”
“그으래? 그럼 용사 네가 느끼기엔 어떤 것 같아?”
꾸욱.
자지를 쥔 손에 약간의 힘이 들어갔다.
혹시… 내가 그녀를 인정해주길 바라는 걸까?
충분히 기분 좋게 잘 하고 있다고?
의외로 조금 미숙한 측면이 있네.
사천왕이라길래 피도 눈물도 없는 마족일 줄 알았는데.
“…그, 충분히 야, 야하게 잘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구체적으로는 뭐가?”
슥. 스윽.
그녀의 손길이 조금 더 빨라졌다.
만족한 걸까?
“어, 어색한 느낌이 오히려 좋다고 할까…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더 야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후후… 그렇단 말이지?”
사악, 사악.
그녀의 손길이 점점 기분좋게 느껴진다.
“흐읍….”
“벌써 갈 것 같아? 참지 않아도 돼. 기분좋게 가득 싸렴.”
그런 말을 들으면, 참기가 어렵….
“으윽….”
슥슥.
한계가 왔다는 걸 느꼈는지 그녀의 손이 더욱 거칠어졌다.
안 되겠다. 슬슬…!
“흐윽! 윽…!”
찌익, 찍!
하얀 물줄기가 판자 건너편으로 비상했다.
순간 여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고, 잠시 안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어머, 기운도 좋아라. 축하해. 이제 나한테 질문 하나를 할 수 있겠네.”
“허억, 허억….”
한 발 싸고 나니 갑자기 후회가 밀려든다.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신성한 고해실에서 이런… 이런 불결한 짓을!
“후후… 어떡할래? 질문 하나로 끝낼래? 아니면… 더 많이 질문할래?”
이, 이런 짓을 더… 하자고?
“…….”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세라는 내가 대답을 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었다.
“질문은….”
그리고, 나는 그 뒤로 그녀에게서 세 가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
좁은 공간 안이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찼다.
마치 세리아가 열 마법을 사용한 것 같은 느낌.
내 얼굴이 뜨거운 것도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다.
끼익.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제자리에 앉아있자, 곧 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때?”
“이, 이런 건… 고해가 아니에요!”
이건 종교에 대한 모독이다.
세상 그 누가 이런 식으로 고해를 듣는단 말인가.
심지어 조금 전 용사님과 했던 짓은 고해도 뭣도 아닌 그냥… 그냥 음행이었다.
“우리 신관님. 그런 것치곤 꽤 기분 좋아보였는데?”
“윽… 아,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다!
내가, 내가 이런 걸로 기분 좋아했다고?
“아, 하긴. 용사님 건 좀 작았지?”
“읏… 요, 용사님을 욕하지 마세요!”
나는 순간 흠칫해 벌떡 일어났다.
확실히 조금 전에 들어왔던 남자보다는 조금 작고, 얇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마음씨다.
용사님의 상냥한 마음만큼은 이 대륙 어디를 찾아봐도 비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아하하하! 욕이라… 그래, 히히. 뭐 좋아. 그보다 옷은 그대로 괜찮겠어?”
“읏….”
그녀의 지적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밑으로 내렸다.
신관복이 하얀 액체로 얼룩져있었다.
…대부분은 용사님 이전에 왔던 사람 때문이다.
“그대로 나가도 아무도 뭐라 안 하긴 할텐데, 그럼 우리 신관님은 좀 부끄럽겠지?”
“읏… 이, 이런 차림으로 나갈 수 있을 리가…!”
부, 분명 남는 옷이 있을 거다.
우선 그걸 입고 이 옷은 아무도 모르게 빨면….
“히히, 우리 귀여운 후배님한테 도움을 좀 줘야겠네. 남는 옷을 빌려줄테니 우선은 그걸 입고 가.”
“……고, 고마워요.”
이건 솔직하게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차림으로 밖을 돌아다니는 건 사절이다.
여기 사람들은 거의 변태나 다름없는 꼴로 돌아다니긴 하지만….
나는 그들과 똑같아지면 안 된다.
“그럼 옷 가지고 올테니 거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나를 방 안에 홀로 내버려뒀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지. 그녀는 마물이니까.
사람들을 홀리고 타락시키는 사악한 음마다.
“하아….”
내가 어쩌다가 이런 짓까지….
어제부터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만 일이 흘러가는 것 같다.
나는 내 손을 끈적하게 눌러붙은 하얀 액체를 바라보았다.
이게… 정액.
아이를 만들기 위한 남자의 씨앗.
이게 여자 몸 안에 들어가면 아이가 태어난다.
“흐읏….”
왠지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어 허벅지를 문질렀다.
지금은 식어 온도가 느껴지지 않지만, 처음 이걸 손으로 받아냈을 때는 손이 후끈거렸다.
마치 진심으로 내 손을 임신시키려는 듯한 힘찬 움직임이었다.
으읏….
그, 그 남자가 예외였던 거지.
그렇게나… 그렇게나 기분이 좋았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이 눌러붙은 정액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철썩.
정액의 일부가 바닥에 철푸덕하고 흘러내렸다.
아, 이건 용사님 거다.
용사님 건 더 미끄러우니까.
그에 비해 이건 손에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넌 내거라는 듯,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같다.
정액. 남자의 씨앗.
나는 그것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돌리기는커녕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왜? 뭐가 궁금해서?
모르겠지만, 점차 내 손은 얼굴 근처로 다가오더니…
덜컹!
“짠! 옷 가져왔어!”
“꺄악!”
갑작스런 그녀의 등장에 나는 손을 재빨리 허리 뒤로 감췄다.
“후후… 혼자 있으니 심심했구나? 난 그 마음 다 알지. 그보다 이거봐, 이 옷 예쁘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내민 옷은… 좀 충격적이었다.
“이, 이런 걸 입으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