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용사] 밤의 도시
“어쩌지? 찾아갈까?”
유니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과연 찾아가는게 맞을까.
그런 유흥업소에 찾아가 심각한 업무 얘기를 하면 별로 탐탁지 않아할 것 같은데.
“역시 다음에 다시 찾아오는 게….”
“마, 만약 찾아가실 거라면 이걸 보여주십쇼. 그럼 영주님도 얘길 들어주실 겁니다.”
포기하자고 말하려 했는데, 남자가 갑자기 호의적인 태도로 우리에게 급하게 쓴 편지를 전달했다.
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해주지?
“후, 후후… 그 대신 아가씨의….”
“고, 고맙습니다! 가자, 유니!”
그럼 그렇지.
이 도시에 멀쩡한 인간이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어리둥절한 유니를 끌고 재빨리 밖으로 도망쳤다.
“으응?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냐?”
“아냐, 저기 더 있어서 좋을 거 없어.”
저 남자, 분명 유니에게 불쾌한 요구를 할 생각이었다!
차마 내 눈 뜨고 그런 모습을 볼 순 없지.
그나저나 편지까지 챙겨나와버렸으니, 이제와서 포기하자고 말하기도 조금 애매해졌다.
“그럼 가는 거야?”
“…그래야겠지.”
다소 깨름칙하긴 한데, 뭐… 별 일 없겠지.
***
영주가 찾아갔다는 시점에서부터 조금 예상은 했지만, 역시 그 ‘천의 얼굴’이라는 가게는 아린에게 영업을 시도했던 그 남자의 가게였다.
지붕이 새빨갛고 근처에 낡은 교회가 하나 있는 걸 보면 확실하다.
“하아….”
안에 들어가면 세리아나 아린도 있는 걸까.
어쩐지 저기 안에서 마주치면 많이 부끄러울 것 같다.
“우, 우와아….”
유니는 건물 외벽에서부터 느껴지는 그 노골적인 채색에 놀란 듯 했다.
하긴 새빨간 지붕에 벽면도 온통 분홍색이니,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가게다.
심지어 그 외벽에도 온갖 추잡한 장식들이 걸려있어 다른 가게와 헷갈리고 싶어도 헷갈릴 수가 없다.
세리아랑 아린이 이런 곳에 들어갔단 말이야?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어쩌면 아직 교회에 있는 건 아닐까 싶어 계속 낡은 교회만 흘깃거렸지만, 시간이 지난 걸 고려했을 때 아직까지 남아있을 리는 없어보였다.
그래, 어쩌면 이미 여기에서도 볼일을 마치고 돌아갔을 지도 모르지.
영주가 여기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 아닌가.
“후우.”
마음을 다잡자.
나는 어디까지나 영주에게 볼일이 있어 들어가는 것 뿐이니.
절대 불순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저, 정말 들어가는 거지?”
유니가 살짝 불안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나도 불안하지만, 그랬다간 유니만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나는 애써 담담한 목소리를 유지했다.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래. 딱 들어가서, 용건만 전달하고 바로 나오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든 간에 눈길 주지 말고.
나는 유니의 손을 세게 움켜쥐고 성큼성큼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앗, 에릭….”
갑자기 손을 붙잡힌 유니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이미 들리지 않았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우리는 골이 울릴 듯한 큰 음악소리에 귀부터 막았다.
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큰 소리가 나지?
듣기만 해도 천박한 음악소리가 마법의 영향이라도 받았는지 건물 곳곳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어두워서 내부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정도로는 보인다.
건물 한 가운데에는 공연장처럼 보이는 큰 무대가 있고, 손님용 좌석이 무대를 반원형으로 감싸고 있다.
옆에 있는 카운터는 주류를 파는 곳인 듯 싶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손님은 남자고, 술을 끊임없이 나르고 있는 점원들은 모두 여자다.
그리고 하나 같이 윗옷을 안 입고 있다.
휙!
유니가 재빠르게 내 눈을 가렸다.
“보, 보면 안 돼…!”
“자, 잠깐만… 그러면 영주도 못 찾잖아.”
마음은 이해하지만 영주를 찾으려면 어쩔 수 없다!
“내, 내가 찾을게.”
유니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 새빨개졌으리라.
다소 순진하고 천진난만해 보여도 유니도 다 큰 여자다.
정상적인 성 윤리관을 가진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당혹스러운 듯 보였다.
물론 이 도시에서 당혹스럽지 않은 부분 따윈 하나도 없었지만.
“어머, 드문 커플 손님이네. 자리로 안내해드릴게요.”
유니의 손 때문에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점원 중에 하나가 우리를 안내하려는 것 같았다.
유니가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영주를 찾았다.
“그, 혹시… 영주님이 어디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이곳에서는 손님들을 신분으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알려줄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아무리 그래도 대놓고 영주가 여기있소 하고 광고하지는 않는 모양.
적어도 최소한의 상식은 남아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영주님이라면 제일 화려한 곳에 앉아 여자들을 끼고 있지 않을까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알려줄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은 했지만 사실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어… 고, 고마워요.”
“그럼 근처 자리로 잡아드리죠. 따라오세요.”
잠깐, 그런데 우리 돈 없는데?
얘기만 하고 갈 생각이었던 우리는 그녀가 자꾸 우릴 자리에 앉히려 하자 다소 난감해졌다.
딱 봐도 일반 술집처럼 가격이 저렴할 것 같지는 않다.
“저, 저기….”
“이쪽이에요.”
우리 말이 안 들리는 건지, 안 들리는 척 하는건지 그녀는 다른 손님들 안내하듯 우리를 안 쪽으로 안내했다.
“어, 어쩌지?”
“…일단 따라가자.”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순 없지.
앉기 전에 사정을 잘 설명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그런데 유니, 손 좀 떼주면 안 될까?”
“안돼. 에릭은 이런 이상한 거 보면 안 돼.”
너는 되고?
황당했지만, 나를 소중히 여기는 그녀의 태도가 느껴져 살짝 미소지었다.
“저기 옆자리 계신 분이 영주님이세요. 그리고 저는 아무 말도 안 한 겁니다?”
“아, 그게, 저희는 얘기만 드리려고….”
그러나 유니의 말이 끝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휙 떠나버렸다.
“…일단 영주님께 가자.”
“으, 응….”
유니는 그제야 내 눈을 가린 자기 손을 내렸다.
물론 그 전에 내 몸을 반대로 돌려 중앙을 보지 못하게 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보이는 거라곤 의자와 테이블 뿐이다.
아무래도 영주는 우리 왼쪽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가운데에 앉은 그의 주변에 많은 여자들이 둘러쌓여 시중을 들고 있다.
빳빳하게 서있는 사람은 아마도 호위병인가?
호위병까지 여자인 점이 조금 특이했다.
“물러가라.”
가까이 다가가자 호위병 중 하나가 우리의 접근을 거부했지만, 영주성에서 받은 편지를 꺼내자 그녀는 난감해하며 영주를 바라보았다.
“흠, 들여보내라.”
“네.”
영주는 우선 편지를 확인하더니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있는 우리 둘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업무를 처리해야겠느냐?”
“…중요한 사안이라 어쩔 수 없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중앙의 무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30분. 30분만 이따가 듣도록 하지. 곧 신입이 공연을 시작할 거거든.”
이러면 우리도 꼼짝없이 가게 안에 머물러야한다.
…세리아가 우리 지갑이 줄은 걸 보면 한 소리 하겠는걸.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슬슬 물러나려고 할 때, 영주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우리를 불렀다.
“아, 그래. 자네들 이리오게. 입은 걸 보니 밖에서 온 모양이지? 아세일라에 들렸으면 이 ‘천의 얼굴’의 공연을 안 보고 갈 수는 없거든.”
“저, 저희 말입니까?”
뭐지?
“그래. 이 수준 높은 공연을 한 번쯤은 봐줘야 아세일라에 들렸다고 할 수 있는 거야. 자네들은 지금 특등석에서 관람할 기회를 얻었으니, 영광으로 알게. 하하!”
그의 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하나같이 아부를 떨어대며 영주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당연히 그런 공연 같은 걸 보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서 영주의 호의를 거절했다간 좋게 끝날 리가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그의 곁에 앉았다.
“하하! 자네 몇 살인가? 경험은 있고?”
영주는 뭐가 그리 궁금한지 자꾸 내 신상정보를 코치코치 캐물었다.
나이야 뭐 굳이 속일 필요도 없지만, 경험은… 차마 있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바로 옆에 유니가 귀를 열어두고 듣고 있는데 세리아와의 경험을 떠들어댔다간 많이 난감해진다.
“이런, 옆에 있는 여자랑은 아직 안 해봤나보지?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하자면, 지금이 제일 좋을 때네. 좀 다양한 경험을 해볼 때란 말이야.”
아무래도 영주는 좀 취한 상태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오늘 처음 보는 상대를 앉혀두고 이런 별 도움도 안 되는 조언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을 리가 없다.
나야 계속 영주가 말을 붙여서 어쩔 수 없이 대답하고 있다지만, 유니는 정말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고 있지 않아 어색하게 앉아만 있는 중이였다.
“하하! 저 여자도 꽤나 좋아보이지만, 좀 더 다양한 여자와 만나보게.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는 것도 있거든.”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며 한 여인이 내민 술을 벌컥 들이켰다.
“오, 슬슬 시작인가.”
안그래도 어두웠던 가게가 조금 더 어두워졌다.
시끄럽던 음악소리도 살짝 잦아들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눈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조심하게.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들 더 가까이 보고 싶어서 그런지 툭 튀어나오더라고.”
무대에 사람들이 올라오기 전, 그가 이상한 농담을 던졌다.
어색하게 웃으며 그의 장단을 맞춰주고 있자, 곧 무대 뒤편에서 세 명의 여자가 나타났다.
거의 안 입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천 면적이 적은 옷차림이었다.
입가를 가린 베일, 팔목과 다리만 감싼 천. 신체를 보호한다는 옷의 본래 의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비효율적인 모습이었다.
팔목과 발목에는 황금으로 된 장신구가 치렁치렁 매달려있고, 목걸이도 형형색색으로 꾸며져있어 마치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슴.
그녀들의 가슴에는 피어스가 박혀있었다.
세상에, 저런 것까지 한단 말이야?
그렇게 경악한 것도 잠시, 그녀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자 나는 곧 그런 사소한 것따윈 전부 잊어버리게 되었다.
무대를 가득 채운 그녀들의 화려한 안무.
흔들리는 장신구들은 짤랑거리며 계속 관심을 유도했고, 그에 맞춰 가슴도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춤추었다.
심지어 팬티도 입고 있지 않아 다리가 살짝 벌어질 때마다 그 안에 숨은 수풀이 보일 듯 말 듯하게 드러난다.
조금만 더 자세히 보면 보일 것 같은데…!
꽈악.
갑자기 허벅지에 통증이 느껴져 돌아보니 유니가 내 허벅지를 꼬집고 있었다.
“변태.”
“아, 아니야…!”
사실 맞았다.
나는 유니에게 대답하면서도 자꾸 시선이 그녀들을 향해 쏠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정가운데에는 화려한 붉은 머리의 여성. 세리아와는 달리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이다.
젖꼭지가 조금 어두운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여기서 가장 노련한지 춤동작이 거침없고 제일 화려하다.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성기가 보일 듯 말 듯 한데, 아무리 노력해도 안 보이는 걸 보니 이것도 하나의 기술인 듯 싶었다.
꽈악.
“으윽….”
남은 둘도 자세히 살피고 싶었지만 유니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에릭, 우리 이러려고 온 거 아니잖아.”
“그, 그치….”
처음에는 별 거 아니겠지 싶었는데, 상상이상으로 정신을 쏙 빼놓는 안무였다.
한 3분이나 5분 정도가 지나자 그들의 짧은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박수와 함성소리가 가게 전체를 메웠고, 영주도 만족스럽게 박수를 쳤다.
“그래, 이래야 ‘천의 얼굴’이지. 음. 만족스럽군.”
그는 기분 좋게 술을 한 잔 더 마시더니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자, 기대하게. 이제 그 대망의 신입이 올라올테니.”
왠지 등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데, 오해다.
딱히 기대하고 있다거나 그러지는 않으니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이제 여러분이 기대하셨을, 대망의 신입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이야, 저도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그녀를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그녀가 이 아세일라의 새로운 ‘여왕’이 되리라는 사실을!”
그 때 봤던 그 남자가 어디선가 등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일반적인 성량은 아닌데, 아마 마법의 힘을 쓰고 있는 듯 했다.
“흐흐, 하지만 너무 기대하진 말게. 신입이 오면 매번 저러거든.”
영주가 박수를 치며 몰래 알려주었다.
이 사람,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사실 그녀는 오늘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네, 다른 가게에서도 활동한 적 없는, 진짜 신인이죠! 쇼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지만 열정만큼은 우리 에이스에게도 지지 않는, ‘에리’를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와아아아!”
“에리! 에리! 에리!”
광기에 가까운 함성소리가 울려퍼졌다.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귀를 막았는데, 유니를 보니 이미 그녀는 귀를 막은 뒤였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황당함이 느껴졌다.
대체 왜 이런 걸 좋아하지?
그러고는 내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마치 나도 저들과 똑같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 아니야…!”
그렇지만 내 가느다란 변명은 이미 파도와도 같은 저들의 함성에 묻혀, 유니에게는 도달하지 않았다.
“으으, 난 못 보겠어.”
유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둥!
느닷없는 북소리가 산만해진 좌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내 시선도 자연스레 다시 무대 앞으로 돌아간다.
촤라락!
무대 뒤의 커튼이 걷히고, 곧 한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확실히 처음이라던 그 남자의 말은 사실인지, 아까 그녀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자기 가슴과 성기를 양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크흐흐, 역시 이 맛이지. 저거 보라고, 아직 부끄러워서 보여주지도 못하는 저 가련한 모습을.”
아무래도 여기 있는 남자들은 다 저런 풋풋한 모습을 보고 싶어 온 것 같았다.
아까보다 더 큰 함성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분명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운지 몸을 움츠린 채 앞으로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더욱 남자들을 부추겨 엉거주춤한 자세를 본 사람들이 더욱 환호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등을 가득 뒤덮고도 밑으로 내려오는 긴 금발.
아까 나온 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무척이나 작은 가슴.
체형부터 머리칼까지, 내가 아는 사람과 무척이나 닮았다.
아니, 아니지.
그럴 리가 없잖아.
아린이 이런 자리에 나올 리도 없고, 가게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그녀를 올려보낼 리도 없다.
아까 정말 처음이니 어쩌니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애초에, 그녀는 여기 도착한지 한 시간 정도밖에 안 되었을 것 아닌가?
그 사이에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올려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분명 닮은 타인이다.
그렇지만… 왜 이렇게 비슷하지?
저 움츠러든 모습도, 서서히 일어나는 모습도 전부 눈에 익다.
왜, 왜 일어나는 거야?
일어나면 사람들이 몸을 보잖아.
전부 드러나는 거잖아.
앉아. 부탁이니 제발 앉아줘.
나는 ‘에리’를 향해 속으로 소리쳤다.
그녀의 몸이 더 많이 노출되자, 나는 그녀의 쇄골에 아무런 문양도 새겨져 있지 않은 걸 발견했다.
그래, 그녀는 정말 다른 사람인 것이다.
그럼… 그러면 대체 이 소름돋을 정도로 비슷한 그녀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