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신관] 시작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죠?”
“신관님, 만찬회 때 입을 드레스를 가져왔습니다.”
아, 드레스.
오늘 도착한다고 했었지.
읽고 있던 경전을 잠시 덮어두고 문을 열자 시종 둘이서 조심스레 천으로 감싼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아마 저 안에 드레스가 들어있겠지.
“감사해요.”
“정말 저희가 입혀드리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사실 그들에게 맡기는게 제일 좋다.
이런 드레스는 혼자입는 것이 아니니까.
“괜찮아요. 저희끼리 입어볼 거니까요. 무슨 문제 있으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유니가 다같이 입자고 하도 성화를 부리기에 결국 그녀에게 맞춰주기로 했다.
뭐 혼자 입기 힘들다지만 셋이서 서로 도와주면 금방 입어보지 않겠는가?
유니도 참, 이럴 때는 어린애 같다.
평소에 입어볼 일 없던 드레스를 앞두고 그녀는 평소 이상으로 흥분한 상태였다.
예쁜 걸 입고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드레스를 입은 나를, 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평소와는 다른 옷.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나를 어필할 절호의 찬스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유니는 아닐지도 모른다.
가끔 보면 유니가 용사님께 표하는 호감은 남녀간의 사랑이라기보단 어린 아이들이 친구를 대하는 우정 같은 것이 아닐까 싶은 느낌도 가끔 드니까.
내가 유니라면 세리아나 내가 용사님께 다가가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좋은 친구였다.
그에 비해 세리아는….
“후우….”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저어… 혹시 무슨 문제라도….”
“네? 아, 아니에요. 돌아가보셔도 좋아요.”
내 한숨을 오해했는지 시종들이 조심스레 물었다.
오해를 풀고 그들을 돌려보내자 시종 하나가 자리를 뜨기 전에 편지 하나를 건넸다.
“그리고 이건 신관님 앞으로 도착한 편지입니다.”
“편지?”
아마 그녀에게 보냈던 편지의 답장이리라.
만찬회가 끝날때까지 못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왔다.
“고마워요.”
“별 말씀을요. 저흰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시종은 공손히 인사를 하고선 단정한 걸음걸이로 돌아갔다.
역시 왕궁에서 일하는 시종답게 절도있고 예의바른 동작이었다.
나는 한 손에는 옷을, 다른 한 손에는 편지를 들고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곧 유니가 올테니까 옷 구경은 그 때 해도 늦지 않다.
우선은 편지부터 확인해보자.
옷을 조심스레 침대 위에 올려놓고 편지를 개봉했다.
겉면에 새겨진 직선과 원의 문양.
선은 대지를, 그 위의 원은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한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가장 밝은 빛이 떠오르리니, 모든 만물이 그것을 가리켜 어둠을 밝히는 신의 눈이라 하였다.
비록 지금은 마왕이 일어나 온 세계가 어둠 속에 잠겨있지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태양처럼 아침은 곧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아침은 용사님의 검 끝에서부터 떠오르겠지.
나는 용사님과 함께 해가 뜨길 기다리며 새벽을 지킬 뿐이다.
손 끝으로 상징을 매만지며 나는 조심스레 편지지를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필체가 적혀있었다.
나와 같은 날 세례를 받은 동기 수녀.
지금은 헤어졌지만 그녀는 수도의 서고에서 봉사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지를 펼쳐 읽어보았다.
[새벽을 수호하는 촛불 아린 자매에게.
보내주신 내용은 전부 빠짐없이 읽어보았습니다.
자매님의 말씀대로 과거 여신님의 대리자셨던 용사와 그 일행분들께 동일한 문양이 나타났다는 전설은 교단 내에서 일부 신도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단 내의 서고는 물론이고 교외의 서고들에서도 이에 대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입니다.
그렇지만 특기할 사항 두 가지가 있어 첨부합니다.
1. 그 분께선 스스로를 꽃이라 칭하신 적도, 이에 관한 언급을 하신 적도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신실하신 자매님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2.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자료들에는 다소 의문스러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관련된 기록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던 모든 문서가 소실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선 이미 보고를 마친 상태이며, 어르신들께서는 이를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계십니다.
따라서 제 미약한 힘으로는 이정도가 최선일 듯 하나 조만간 교단 내부에서 이에 대한 확인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바, 새벽의 인내심으로 기다리시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자매님의 활약이 종종 귀에 들려옵니다. 자매님과 같은 날 세례를 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아직 마왕의 힘은 너무나 강대하고, 아침까지는 오랜 시간이 남았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새벽의 은총이 함께하길 바라며, 별빛의 인도를 받는 헤일이.
추신) 저는 자매님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때로는 다가가는 것이 아닌 물러나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라더군요. ‘늑대남 길들이기’ 5권에 그렇게 적혀있었습니다.]
“헤, 헤일도 참….”
괜한 참견이다.
연애를 시중에 도는 도색서적으로 배운 그녀가 얼마나 잘 안다고 충고란 말인가?
…연애경험은 비슷하지만.
둘 다 0이니 사실상 똑같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나에겐 사랑하는 용사님이 있으니 나는 0이 아니었다. 0과 1 사이의 어딘가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니 그녀와는 절대 같지 않다.
특히 소설 속 등장인물이 실존할 것이라 믿는 그녀와는 더더욱.
“음음, 그렇구나.”
“…유, 유니? 언제 왔어요?”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라 편지를 떨어뜨릴 뻔 했다.
“문 열려있던데?”
아….
닫는 걸 깜빡한 모양이다.
“그거 드레스인가요? 아직 풀지도 않으셨네요.”
“응! 다 같이 있는 곳에서 열어보려고!”
역시 그녀는 귀여웠다.
여동생이 있으면 딱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
“그래요. 그럼 세리아한테 가볼까요?”
“설마 또 자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나는 방긋 웃으며 유니를 따라 세리아의 방을 다시 찾았다.
편지의 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같이 의논하기로 하자.
그녀의 방에는 여전히 기묘한 냄새가 감돌았다.
이를 지적하는 건 실례인 것 같아 차마 말로 하지는 못했지만, 그다지 기분 좋은 향은 아니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는지 유니와 눈이 마주쳤다.
“세리아, 창문 좀 열어도 괜찮을까요?”
“그러게, 나도 좀 덥네.”
세리아가 빨간 얼굴로 살짝 손부채질을 했다.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닌데, 그녀는 왜 더워하는 것일까?
유니는 세리아에게 안 보이게 정령을 불러 이 이상한 냄새를 창문 밖으로 내보냈다.
대체 방 안에서 무엇을 하길래 이런 냄새가 나지?
무슨 이상한 실험 같은 거라도 한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이 방에 그런 마법도구가 있을 리도 없고.
그녀가 일부러 뿌렸다기엔 다소 불쾌한 냄새다.
어디선가 비슷한 냄새를 맡아본 것 같기도 한데, 언제더라.
빈민가를 돌아다닐 때였나?
“세리아도 받았구나, 드레스.”
유니의 말에 문득 그녀의 드레스가 신경쓰였다.
여기 계속 뒀다가는 이상한 냄새가 배는 거 아닐까?
“세리아, 드레스 제가 보관해둘까요?”
“응? 왜?”
“…이왕 보관할 거면 같이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왠지 걱정되어서 말을 걸긴 했는데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도와줘요 유니!
“응?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하지만 무심하게도 유니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눈을 깜빡거리며 내 구조신호를 무시해버렸다.
“…그, 그럼 말고요.”
제발 세리아가 눈치채고 환기라도 자주 시켜주길 바랄뿐이었다.
세리아의 드레스를 구조하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우리들은 하나씩 드레스를 펼쳐 살펴보았다.
보자마자 감탄이 나올 만큼 예쁜 드레스였다.
솔직히 급조해서 만든다기에 그다지 기대하진 않았지만, 역시 왕궁 직속 재단사라는 직함은 허명이 아니었다.
그는 얼굴 한 번 본 게 전부인데도 놀랄만큼 우리들과 어울리는 드레스를 만들어냈다.
“와아… 며칠 만에 이런 옷이 나오는 거야? 수도는 굉장하구나.”
“그만큼 사람이 많은 거지. 뭐… 확실히 예쁘기는 하네….”
유니는 눈을 빛내며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았고, 세리아는 아닌 척하면서도 드레스가 마음에 드는지 시선을 떼지 못했다.
확실히 내가 봐도 둘에게 어울리는 드레스였다.
유니는 갈색 땋은 머리에 어울리는 흰색과 녹색 배합의 드레스.
그녀가 도시 출신이 아닌 걸 눈치챘는지 부담이 적은 심플한 디자인이었다.
세리아는 역시 그녀에 걸맞는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받았다.
살짝 노출이 있어보이는데 이 정도의 옷은 익숙한지 당당한 모습이다.
나… 나라면 부끄러워서 입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금색과 군청색이 섞인 매끈한 드레스를 받았다.
밤하늘을 묘사한 듯한 그 드레스에 나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와아… 아린 옷도 예쁘다.”
“역시 어울리는 걸로 만들어줬네.”
역시 파티용 드레스라 좀 화려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어쩌면 이정도가 딱 좋을지도 모른다.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용사님!
살짝만 다가가도 금방 넘어오시지 않을까?
어쩌면 키, 키, 키스를 해주실지도 모른다.
저번에는 내가 했으니까 이번에는….
향수도 빌려볼까?
세리아라면 향수를 이것저것 갖고 있을 테니까.
얼마 전에 향을 바꾼 것 같던데, 남는게 있겠지?
지나친 욕구는 바람직하지 못하다지만, 이정도면 여신님도 이해해주실 것이다.
“음… 머리도 조금 자르는 게 좋을까?”
세리아는 드레스를 옷 위에 대보고선 거울을 바라보며 자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솔직히 나라면 조금 더 기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용사님은 긴 머리를 좋아한다고 하셨으니까.
“에릭은 긴 머리가 좋대!”
“으음, 그치만 짧은 머리가 더 예쁘다고… 아, 아니, 응, 그렇지?”
세리아는 아무렇지 않게 이상한 말을 하더니 누군가 콕 찌르기라도 한 듯 깜짝 놀라면서 말을 정정했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세리아가 슬쩍 내 눈치를 살폈다.
가늘어진 내 눈꼬리를 본 것일까, 그녀는 아무 말 않고 다시 시선을 거울 앞으로 돌렸다.
“…….”
“…응? 뭐야 이 이상한 분위기는? 그보다 옷이나 입어보자!”
난 유니에게 속으로 감사를 표했다.
적어도 유니에게는 아직 알리고 싶지 않다.
그녀는 순수한 채로 남아줬으면 하니까.
…세리아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것 같지만.
그녀가 용사님과 그 더러운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평소 행실에서 숨기는게 의미 없을 정도로 드러나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렇게나 영민하던 그녀가, 그 남자와 관련되면 자꾸 초보적인 실수를 반복한다.
그 남자도, 최근 세리아와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그런데도 세리아는 거부하기는커녕 이 사실을 의식하지도 못한 것처럼 행동했다.
그래서 친구의 정으로서 큰 맘 먹고 그 남자에게 저주를 내렸는데….
아직 그녀는 그를 잊지 못한 것 같았다.
그 남자가 그렇게 중요해졌나요, 세리아?
당신의 용사님은 어디로 가버렸죠?
“아린, 도와줘!”
“네, 일단 뒤로 돌아보세요.”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유니가 드레스를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세리아도 잠깐잠깐 도와주긴 했지만, 그녀도 입는 방법은 잘 모르는지 사실상 나 혼자 하고 있었다.
“대단하네, 아린. 나도 드레스는 많이 입어봤는데 입는 법은 하나도 모르겠어.”
“저희는 시종을 두지 않으니까요. 다 저희끼리 도와가며 입는답니다.”
아무리 종교인들이 세속과는 거리를 둔다지만, 정치판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는 없다.
당연히 나정도 되는 지위라면 이런저런 행사에도 자주 참석할 일이 생긴다.
그렇지만 우리가 시종을 고용하거나 그러지는 않기 때문에, 보통은 같이 참석하는 자매들끼리 옷 입는 것을 서로 돕는다.
당연히 숙달될 수밖에.
“자, 됐어요. 어때요, 유니?”
“와아! 나 무슨 귀족 아가씨 같아!”
유니는 방방 뛸 듯 기뻐했다.
“유니, 너무 격하게 움직이면 안 돼요. 그러다 어디 찢어지면 어쩔려구요.”
안그래도 테이블이 근처에 있어 잘못하면 모서리에 옷이 걸릴지도 모른다.
나는 유니에게 주의를 주며 세리아를 돌아보았다.
“세리아도 입어보셔야죠?”
“응….”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며 일어났다.
계속 앉아만 있던 그녀가 일어나자 순간 방 안에 감돌던 그 냄새가 훅 퍼졌다.
냄새는 아까 다 빼지 않았던가?
유니가 직접 정령을 불렀으니 적어도 방 안에 감돌던 냄새는 거의 다 빠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그녀 본인의 몸에서 나는 냄새겠지.
순간 어째서인지 그 남자 생각이 났다.
아, 그렇구나.
그를 처음 만나던 날. 그 때 그에게서 이런 냄새가 났다.
약속 시간에 30분이나 늦고, 자다 온 건지 옷도 부스스한 그의 몸에서 이런 이상한 냄새가 풀풀 났었다.
나는 불안한 느낌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린?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아뇨, 왠지….”
“그, 그런 것보다 이거 입는 법 좀 가르쳐줄래?”
세리아는 왠지 당황한 듯 했다.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네, 제가 도와드릴테니 일단 뒤돌아 서주세요.”
“그… 입혀주지만 말고 입는 방법도 알려줄래?”
“네? 어차피 혼자서는 못 입잖아요.”
“그래도….”
그녀와 별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나는 왠지 짙어지는 상상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럴 리가.
그 남자는 이제 안전해졌는데.
문제의 근원이던 성욕이 사라진 후 그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내가 잘 안다.
내가 건 저주다. 실수 같은게 있을 리도 없다.
그럼 분명 착각이겠지.
그냥…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런 거겠지?
나는 세리아의 부탁대로 입는 법을 하나씩 알려주며 그녀의 드레스를 입혀주었다.
“예뻐요, 세리아.”
그러니 앞으로도 예쁜 세리아로 남아주세요.
“응, 고마워. 아린도 입어봐야지.”
“후후, 유니도 도와주시겠어요?”
나는 조심스레 드레스를 펼쳤다.
밤하늘을 닮은 예쁜 드레스.
엄청 비싸겠지. 그 값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내가 알려준 대로 어설프게나마 도와주는 그녀들.
어차피 당일에는 시종들이 직접 해줄테니까 지금은 다소 엉성해도 상관없다.
뭐, 설령 옷이 풀리더라도 여기에는 우리 셋밖에 없으니 부끄러울 일도 없고.
문제가 있다고 해봐야 조금 헐렁하게 묶여 많이 나풀거린다는 것 정도다.
“와아… 예뻐, 아린!”
“역시 잘 어울리네.”
세리아와 유니가 내 양 옆에서 예쁘다, 아름답다며 자꾸 칭찬했다.
조금 부끄럽지만 용사님도 이정도면 날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
“뒷모습도 궁금하다. 한 바퀴 돌아줄래?”
“그럴까요? 저도 뒷모습이 좀 궁금하네요.”
난 별 생각 없이 세리아의 부탁대로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앗, 방금 누가 드레스 끄트머리를 잡아당기는 듯한…
찌이익!
반 바퀴 정도를 돈 시점에서, 어째서인지 분명 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테이블 모서리에 내 드레스가 걸려 찢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