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짐꾼] 함락
나는 잠을 자고 있었다.
최근에는 이전처럼 밤을 새우거나 그럴 일이 거의 없어, 마음 놓고 푹 자고 있었다.
고작해야 성욕이니 뭐니 그런 불필요한 것으로 밤을 지새우던 나날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만족스러운 밤이었다.
쿵쿵!
누군가 나를 깨우기 전까지는.
“아이 시발, 어떤 새… 누구십니까?”
나도 모르게 쌍욕을 박으려다가 뒤늦게 수습했다.
요즘 나는 최대한 착한 모습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신관이 이상한 저주를 건 이후, 나한테서 성욕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렇지만 그게 내 성격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쳤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쓰레기 같은 놈인데, 그저 성욕만 없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쓰레기 같은 머리를 굴려 좋은 작전을 생각해냈다.
이 기회를 살려 내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좋은 이미지를 쌓아 그년들을 따먹는데 썼겠지만, 지금은 딱히 그럴 필요 없으니 그냥 파티 내에서 내 입지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입만 좀 조심하면 되는데 어려울 게 뭐 있나?
딱히 손해보는 장사도 아니다.
쿵쿵!
내가 누구냐고 물었는데 상대방은 예의를 뒷골목 어딘가에 버리고 왔는지 다시 세차게 문을 두드렸다.
뭐 설마 내 배때기에 칼 꽂으러 온 놈은 아닐 테니 괜찮겠지.
나는 별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흐으… 흐읏….”
문 밖에는 세리아가 서있었다.
멀쩡한 몰골은 아니었다. 바닥에 머리를 문대기라도 했는지 뒷머리는 엉망이었고, 연기라도 날 정도로 새빨간 얼굴을 한 채 한 손을 가랑이 사이에 넣고 비비고 있었다.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는 몰라도 퍽이나 천박한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누가 그녀를 도도한 마법사라고 생각하겠는가?
“…이, 이젠 안 돼….”
“뭐가 말입니까?”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보아하니 또 자기 발정 나서 찾아온 것 같은데, 난 지난 며칠간 그녀의 방문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용사한테 거의 다 들켜서 박살났던 내 이미지를 겨우 회복했는데, 고작 이런 일로 망칠 수야 있겠는가?
“…왜, 왜 아무 짓도 안 하는 거야…?”
“저는 더 이상 그런 짓을 할 마음이 들지 않고, 당신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하는 건 원치 않잖아요?”
“흐윽, 시발… 언제부터 착한 새끼였다고….”
그녀는 답답한지 발을 동동 굴렀다.
“아무튼 또 그런 시답잖은 일로 온 거면 이만 닫겠습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용사님이랑 하라고 어제 조언 드리지 않았던가요?”
“흐윽… 그, 그 걸론… 안 된단 말이야….”
세리아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떨궜다.
푸흐흐, 그러니까 실좆이였단 소리군.
내 오랜 기억을 되짚어봤을 때, 실좆은 여자들을 만족시키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물론 이를 보완하고도 남을 기술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딱 봐도 여자 한 명 못 먹어봤을 용사한테 그런 기술이 어딨겠는가?
“저런, 그렇지만 제가 도와드릴 건 없군요.”
“흐윽… 자, 잠깐만….”
내가 문을 닫으려고 하자 그녀가 다급히 문틈 사이에 손을 끼워 넣었다.
아니, 이대로 닫으면 어쩌려고?
나도 순간 놀라 문고리에서 손을 떼어버렸다.
그 짧은 시간동안 그녀는 문을 벌컥 열며 내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텅!
세리아가 등 뒤로 손을 뻗어 문을 닫았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이 미친년이 설마 날 따먹을 생각은 아니겠지?
성욕이 왕성하던 시절에도 그런 플레이는 해본 적도 없고, 성욕이 거세된 지금도 그런 짓은 사절이다.
“네… 네가 나쁜 거야….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흐윽….”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아가씨가 변태 같아서 그런 거 아닙니까.”
“으읏….”
그녀의 얼굴에 잠시 고민의 빛이 서렸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각오를 굳히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부, 부탁이니… 제발 저랑 한 번만 해주세요….”
그 세리아가,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나한테 허리를 숙여가며 부탁하고 있었다.
서로 포갠 양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부끄럽겠지.
아마 죽을 만큼 치욕스러울 거다.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그것도 자기가 부탁하는 형태로 관계를 맺는 것이다.
보통 남녀관계는 남자가 매달리기 일쑤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나는 아쉬울 거 하나 없고, 급한 건 어디까지나 그녀.
…이거 이용 안하는 놈이 병신 아냐?
이 기회를 안 써먹고 날리는 놈은 용사 이상의 호구거나, 지능이 없는 저 길가의 돌멩이쯤이 될 것이다.
어차피 성욕은 없다지만 내가 고자가 된 건 아니다.
그냥 할 마음이 없을 뿐 내 성기능은 정상적이었고, 그녀를 만족시킬 기술도 내 머릿속엔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기회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이용해먹을 수 있을까.
나는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워, 원하는 대로 해드릴 테니… 오늘만이라도 제발….”
그녀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집어던진 채 나에게 비굴한 부탁을 하고 있었다.
아니, 던지지는 않았지. 그러니 저렇게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것 아니겠나.
그 점이 좋았다.
아직 그녀의 자존심이 남아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이렇게나 도도하고 자존심 센 년이, 모든 걸 포기하고 한 마리 암컷으로 전락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것이 또 없다.
이건 성욕 따위의 저급한 것이 아니다.
잘난 것들이 저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광경. 나는 단지 그것이 보고 싶을 뿐이다.
성과는 관련 없는 내 음습한 취향.
좋아. 그럼 바닥을 뚫고 저 지하까지 떨어뜨려주지.
비릿한 미소가 새어나왔다.
“좋아, 소원을 들어주마.”
그녀가 반색하며 고개를 치켜들려고 하기에 머리채를 붙잡고 힘을 주며 짓눌렀다.
“어딜 노예주제에 허락 없이 고개를 들려는 거지?”
“노, 노예….”
“아닌가?”
세리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고민하는 게 아니다. 침을 삼키느라 잠깐 입을 다물었을 뿐이다.
“마, 맞아요…♥”
그녀는 겨우 찾아온 희망 앞에서 마침내,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내가 누구지?”
“그… 제렌… 님….”
세리아가 고개 숙인 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제렌 님이라,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이래서야 그냥 평범한 상하관계 아닌가.
“주인님이라고 불러라, 노예답게.”
“읏… 네에, 주인님….”
내가 그녀의 목을 누르며 바닥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내자, 세리아는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
“후우… 난 이런 짓에 더 이상 관심이 없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 물고 빨든 손으로 하든 알아서 세우고 알아서 하고 가라고. 알았어?”
“네헤….”
그녀가 대충 대답하며 내 가랑이 사이로 다가오길래 나는 발로 그녀의 가슴팍을 밀었다.
“감사의 인사는?”
“읏, 가, 감사합니다아….”
지금 보니 이미 눈이 반쯤 풀려있었다.
성욕은 이렇게도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인가.
정말 무시무시했다.
발을 치우고 자리에 앉자 그녀는 조심스레 무릎을 꿇은 채로 기어와 내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내, 내릴게요…?”
“그래라.”
세리아는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지를 쑥 내렸다.
힘을 잃고 쳐져있는 내 자지를 보고 그녀는 살짝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알아서 세워.”
“네….”
아까도 말했지만 딱히 고자가 된 것은 아니기에 자극을 주면 알아서 선다.
내 자지가 이 상황에서도 죽어있는 건 이 상황 자체에 꼴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벌써 발딱 섰을 텐데, 묘한 기분이었다.
이 저주의 제일 좆같은 점은 걸린 장본인이 저주를 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실 막상 걸리면 그리 좆같지도 않다. 딱히 불만이 없거든.
“츄읍… 츄읏… 흐윽, 왜 하필….”
열심히 혀로 핥으며 내 기둥을 세우던 그녀가 무심코 푸념했다.
“그녀를 원망하나?”
“읏… 아, 아니에요…. 그녀는 제 친구고… 동료니까….”
“친구이자 동료인 그녀가 네 즐거움을 앗아갔는데?”
세리아는 말없이 내 자지를 핥았다.
“대답 안 해?”
툭.
발로 배를 살짝 걷어차니 그녀가 황급히 대답했다.
“죄, 죄송해요! 그렇지만 아린도… 좋은 의도에서….”
“크흐흐, 솔직하지 못하기는. 지금 내가 바로 안 박아주니까 불만이잖아?”
“으읏… 아, 아니에요….”
퍽!
“하윽! 마, 맞아요!”
“그렇지? 그년이 잘못한 거지?”
세리아는 힐끔 내 얼굴을 보더니, 차갑게 내려다보는 내 눈동자와 마주하고 움츠러들었다.
“네, 네… 아린이… 잘못했어요.”
“그치? 아주 개시발년이지?”
“…네에.”
딱히 아린에 대한 원망 같은 건 없다.
아 물론 그녀는 원래부터 개년이었지만, 이 저주에 관해서는 딱히 큰 불만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둘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다면 욕 하나 못 할 것도 없지.
둘의 사이가 나빠질수록 내 지분은 점점 높아질 테니까.
“아린은 개년이에요, 해봐. 해주면 박아주지.”
“…굳이 그런 말 할 필요가 있나요?”
“언제부터 노예 년이 따박따박 말대꾸를 했지?”
“으읏….”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아 시발, 됐어. 꺼져. 혼자서 딸이나 쳐.”
“죄, 죄송해요! 할게요!”
내가 세리아를 밀치고 바지를 입으려하자 그녀가 다급히 내 발에 매달렸다.
“주… 주인님, 제발….”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바닥까지 추락한 자기의 처지가 안쓰러워서 흘리는 눈물인가? 아니면 자기한테 박아주지도 않고 끝날까봐 슬퍼서 흘리는 건가?
나는 팔짱을 끼고 다시 앉아서 그녀의 말을 기다리기로 했다.
“후읏… 으읏….”
내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녀는 내 손가락을 쳐다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린은… 개, 개년이에요….”
“푸흐흐하하! 아주 좋아.”
그녀의 입에서 소중한 자기 동료를 욕하는 걸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 내가 몸소 박아줄 마음이 들지.
“옷 전부 벗고 엎드려.”
“앗…! 네, 네!”
내 자지를 빨면서도 참지 못하고 계속 자기 손으로 위로나 하던 세리아가 벌떡 일어나 옷을 벗었다.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치고 벗는 데만 열중인 그녀의 모습을 보니 문득 옛날에 만났던 창녀 생각이 났다.
도박에서 거하게 딴 김에 가슴 위에 동전이 올라가는 만큼 보너스를 주겠다고 했을 때 그년이 허겁지겁 벗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응?”
세리아의 나신을 감상하고 있었더니, 그녀 허벅지에 낯선 붉은 줄이 새겨진 것이 보였다.
“뭐야 이거?”
“아… 아까 에릭이랑 했을 때 찢어져서….”
“시발.”
그러고 보니 그랬지.
그 용사 새끼랑 하고 만족을 못해서 지금 이지경이 난 것이다.
“내가 그 새끼 대용이야?”
“아, 아니에요!”
“아니긴, 시발. 존나 기분 잡치네.”
사실 큰 상관은 없다.
다만 예전이었으면 분명 이걸로 꼬장 부릴 거 같아서 그 때의 감정을 기억하며 비슷하게 따라한 것뿐이다.
물론 정말 조금 맘에 안 들기도 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누가 쓰던 중고품을 쓰는 셈 아닌가.
더러운 장난감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좀 더러웠다.
“지금 나 좋다고 이러는 줄 알아? 내가 지금 위험하고 귀찮은 걸 무릅쓰고 박아주겠다는데, 노예라는 년 태도가 이따구면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거 같아?”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 그게 아니라….”
그녀는 필사적으로 눈깔을 굴리며 변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변명하려는 꼴이 맘에 안 들었지만 무슨 말이 나오려나 잠시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
이러는 순간에도 내 자지는 조금씩 시들고 있었다.
그걸 본 그녀가 다급히 외쳤다.
“지, 지금! 지금 막 복구하려고 했어요! 주, 주인님 보는 앞에서….”
“스태프도 없는데?”
“…주, 주인님 걸….”
노예주제에 요구하는 태도가 건방지기 짝이 없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솔직히 좀 궁금하긴 했다.
대체 시발 처녀막을 복구하는 마법이 뭐란 말인가?
내가 턱짓으로 허락하자 그녀가 구석에 놓여있던 내 작은 스태프를 쪼르르 달려가 주워왔다.
“그, 그럼… 시작할게요.”
“잘 보이게 누워봐.”
“네엣….”
그녀는 침대에 누워 한 손에는 스태프를, 다른 한 손으로는 자기 보지를 최대한 넓게 벌렸다.
“후으… 후우… 시, 시작할게요….”
“빨리 해.”
“우읏….”
그녀가 스태프를 자기 자궁에 가져다대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피익!
그러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며 스태프에서 한 줄기 연기가 새어나왔다.
“…된 거야?”
“이, 이게 출력이 약해서… 다시 해볼게요….”
김이 새버렸다.
내 얼굴이 안 좋아지는 걸 봤는지,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 나를 흥분시키려 했다.
“…허, 헌 걸레막 대신 새 걸레막 주세요…!”
번쩍!
스태프 끝에서 잠시 빛이 반쩍였다.
“된 거야?”
“네, 네! 완벽해요!”
“좋아, 약속대로 넣어주지.”
“가… 감사합니다….”
그녀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날로부터 며칠이 지났더라?
한 일주일쯤 된 거 같은데.
세리아는 그동안 한 번도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서 아무리 열심히 해봐도 그 때만큼 기분 좋지는 못하고, 믿었던 용사마저 허접한 자지로 그녀를 배신했다.
그녀가 믿을 구석은 이제 나밖에 없다.
나는 그녀의 위를 덮으며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앞으론 나를 섬기며 살아가도록 해.”
“…네에, 주인님♥”
나는 내 기억을 되살리며,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각도로 세리아의 질을 관통했다.
“하으윽…♥”
그와 동시에 내 등에는 찬란한 검은 장미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