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용사] 잊지못할 밤
“…어?”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녀의 말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흐읏… 하아…. 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에릭은 아무 것도 안 해도 돼… 부탁해… 흑….”
그녀는 자꾸 자기 몸을 밀착시킨 채 위아래로 문지르고 있었다.
마치 세리아가 나를 도구로 쓰는 것 같은 미묘한 감각이었지만, 뭐랄까,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나쁘기는커녕 너무 흥분된다.
그녀의 가슴이 내 얇은 옷을 사이로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가, 가슴 가운데서 느껴지는 이 감촉은… 그거겠지?
나도 모르게 침이 꼴딱 넘어갔다.
“이, 이런 곳에서 미안해… 그치만, 올라가면 소리가 샐 거라….”
그녀는 내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쪽쪽 빨면서 그렇게 사과했다.
“세, 세리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경험 풍부한 창부들이 이런 느낌일까?
분명 그녀는 처음이겠지만, 왠지 그런 인상을 순간 받을 정도로 그녀의 애무는 자극적이었다.
“…누워줄래?”
“어, 응….”
나는 그녀의 손길에 따라 마룻바닥에 그대로 누웠다.
딱딱한 나무의 감촉이 내 등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지만 그런 불편한 감촉 따윈 지금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이 쯤 되면 아무리 둔감해도 모를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하나가 되려 하고 있다.
오늘이 내 첫 경험이 되는 걸까?
순간 아린과 유니에 대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가 내 바지를 벗기자 그런 생각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아… 내, 내가 세워줄게….”
세리아는 잠시 조용하더니 살며시 혀를 내밀어 내 성기를 핥았다.
“윽…!”
벼락이라도 맞은 듯 짜릿했다.
“츄읍, 츄읍… 앗.”
세리아는 곧장 자기 입 속으로 내 것을 집어넣더니, 얼굴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계속 내 물건을 자극했다.
그녀도 아직 미숙한지 자꾸 내 물건이 입에서 흘러내리긴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의 순결을 증명하는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역시 전부 오해였던 것이다.
그녀는 아직 누구에게도 더럽혀지지 않은 채였다.
“미, 미안….”
“아냐, 괜찮아. 우리 다 처음이잖아. 너무 신경 쓰지 마.”
“……으, 응. 조금 더 짧게 해볼게.”
잠시 조용하던 그녀가 다시 내 물건을 입으로 물었다.
아까와는 달리 내 물건을 물었다가 놓는 간격이 훨씬 짧아졌다.
뭐랄까, 아까는 마치 긴 막대를 빠는 느낌으로 접근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올바른 사이즈를 인식한 느낌이다.
역시 천재 마법사 아니랄까봐 빠른 학습능력이었다.
“읏… 세리아, 나올 것 같아…!”
“버, 벌써…? 앗, 읏…!”
찌익.
내 물건에서 한줄기 하얀 액체가 그녀의 입을 적셨다.
“미안. 너무 기분 좋아서 참지 못했어.”
“아냐,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나봐.”
세리아는 자연스럽게 내 정액을 꿀꺽 삼켰다.
이, 이걸 삼킨단 말이야?
왠지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야하게 보여 나도 모르게 침을 또 꿀꺽 삼켰다.
저번에 세리아가 내 물건을 핥으려고 했을 땐 놀라 거부해버렸는데, 두 번째라 다소 익숙해졌는지 나는 그녀의 유혹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으으, 아린과 유니 얼굴을 이제 어떻게 보지?
정신이 맑아지자 고민들이 밀려들어와 오히려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렇지만… 기분 좋았지.
그 때도 거절 안했으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괜히 기회를 걷어찼던 게 아닐까 싶어 후회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 이렇게 입으로까지 했으니, 다음에는 정말 그녀와 이어질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나는 아린과 유니를 포기해야하는 걸까?
덥석.
사색에 잠겨있던 나는 세리아가 내 물건을 움켜쥐자 정신을 차렸다.
“세리아?”
“…서, 서툴러서 미안해. 이번에는… 여기다가 넣어줘….”
“어? 이번?”
“왜…?”
그렇지만 이미 싸버렸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아니었어?
그녀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
어두워서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의아해하는 것 같다.
하긴, 그녀는 남자가 아니니 모를 수도 있겠다.
“그… 한 번 했으니까 오늘은 어쩔 수 없지.”
“그게 왜…?”
“어? 그야, 한 번 하면 더 안서잖아.”
“……그런 거야?”
세리아는 당황한 것 같았다.
아, 역시 몰랐던 걸까.
풋풋한 그녀의 모습이 귀엽기도 했고, 평소에는 이런 어설픈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재밌기도 했다.
“그, 그치만… 난 아직 아무 것도 못했는데….”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
생각해보니 그녀는 자기를 진정시켜달라고 했었다. 흥분을 가라앉혀달라고.
그런데 정작 그녀는 아무 만족도 얻지 못한 것이다.
내 흥분만 돋웠을 뿐.
그녀가 이렇게 성욕에 적극적인 사람일 줄은 몰랐지만, 나도 자위하다 중간에 방해받으면 얼마나 답답한지 알기에 그녀의 심정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알았어… 노력해볼게.”
“저, 정말? 고마워, 에릭!”
그녀가 누워있는 나에게 폭 안겼다.
내 가슴에 그녀의 가슴이 맞닿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치켜들며 시선을 피했다.
아, 아니지, 이젠 피할 필요 없나?
살며시 고개를 내리자 둥근 그녀의 가슴이 나와 그녀 사이에 눌려 납작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덕분에 축 늘어졌던 내 물건도 서서히 힘을 되찾기 시작했다.
스읏스읏.
세리아는 그 사실을 빠르게 눈치 채고는 한 손으로 내 물건을 문질렀다.
“내, 내가 움직일까?”
“…아냐, 내가 할게.”
자꾸 그녀에게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이건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게다가 보통은 남자가 움직인다고 들었기에, 여자 혼자 움직이게 내버려두는 것은 조금 꼴사납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이지만… 분명 괜찮을 거다.
“괜찮겠어?”
“으, 응…. 할 수 있어.”
막상 하려니까 손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라 나는 멍청하게 양 손을 들고선 쭈뼛거렸다.
세리아는 능숙하게 내 양손을 자기 엉덩이로 유도하더니, 살며시 내 곁으로 내려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바닥 차갑지 않아?”
“괜찮아… 그보다 빨리….”
“아, 응.”
나는 흥분한 채로 그녀의 다리 사이에 내 물건을 조준한 채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아린… 유니…. 미안.
나는 살며시 그녀의 질 사이로 삽입을 시도했다.
“조금 더 밑이야.”
“그, 그렇구나, 미안.”
삽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서로의 성기는 젖어 미끄러웠고, 내가 흥분한 탓에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지도 않았다.
이대로면 세리아가 실망할 텐데.
마음이 급해졌다.
푹.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녀의 입구를 찾았다.
윤활유가 있어서 안으로는 비교적 쉽게 들어갔다.
“하앗… 더 깊숙이 넣어도 돼….”
“더? …알았어.”
이 정도면 다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나는 조금 더 힘을 줘서 그녀의 안으로 내 물건을 밀어넣었다.
“읏… 뭔가 가로막고 있는데?”
“걸… 아니, 처… 처녀막… 이야.”
세리아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렸다.
이게… 처녀막?
여러 가지 감정이 몰아쳤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다.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던 그녀의 가장 은밀한 부분에, 내가 도달하려고 하고 있었다.
“…괜찮겠어?”
“응… 그렇게 아프진 않아.”
그럼 괜찮겠지.
…근데 어떻게 아는 거지?
잠깐 의아했지만, 뭐 자기 몸이니 잘 알고 있는 거겠지.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나는 서서히 힘을 주며 그녀를 몸으로 눌렀다.
“하악…! 더, 더 깊이…!”
이, 이젠 안 들어가는데….
그렇지만 그녀의 기대를 배신할 순 없다.
나는 마치 그녀의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허리를 치켜들며 내 물건을 더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왼팔에서 어슴푸레한 빛이 났다.
왼팔의 가장 작은 장미에게서 미약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건 뭐지?
의문은 길지 않았다.
“윽… 뭐, 뭐야…!”
누군가 내 머릿속을 헤집는 듯한 느낌.
그런데 신기하게도 불쾌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기분이 좋아 지금이라도 바로 싸버릴 것 같다.
“으윽… 읏… 이게 뭐야…!”
“에, 에릭… 움직이면 더 기분 좋을 거야….”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더 이상 자제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성의 끈을 놓고 세리아를 난폭하게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푹, 푸욱!
“하앗… 더 세게 해도 괜찮아….”
그녀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미친 듯이 내 허리를 흔들었다.
“하악… 하아… 미, 미안, 세리아… 으윽…!”
“아, 아니야, 괜찮아… 진짜로 괜찮으니까.”
“으윽!”
깊숙이 박아 넣었다가도 다시 뺄 때가 되면 자칫 질 밖으로 빠져나올 것 같아 나는 그녀를 범하는 와중에도 조심스러웠다.
손으로 할 때와 뭐 별반 다를 거 있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정말 웃기지도 않는 착각이었다.
세리아와 하는 성행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쾌락이었다.
“으윽… 싸, 쌀 것 같아 세리아!”
“어? 자, 잠깐, 난 아직…!”
찍.
나는 그녀의 구멍에 최대한 밀착한 채, 내 물건에서 흘러나온 정액을 최대한 그녀 깊숙이 밀어넣었다.
두 번째라 양이 적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에릭? 사, 사정한 거야?”
“응… 미안, 세리아. 너무 거칠게 해서.”
다시 한 번 빼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세리아가 기분 좋아지도록 노력하려던 것이 아니었던가?
정작 나만 혼자 기분 좋게 허리를 흔들고 말았다.
“……아냐, 괜찮아. 나도 좋았어.”
“그,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그녀는 어딘가 담담한 태도로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에릭은 만족했어? 한 번 더 할래?”
“아, 아냐. 이거면 된 것 같아.”
어째서인지 세리아에게 배려 받는 기분이었다.
정말 나만 혼자 기분 좋았구나 싶어서 미안했다.
“정말 나도 좋았으니까 자책하지 않아도 돼, 에릭.”
“응….”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까?
다음?
또 그녀들에게는 비밀로 세리아와 할 생각인가?
잊고 있던 아린과 유니의 얼굴이 다시 아른거렸다.
아까는 너무 흥분해 생각도 못했지만, 앞으로 그녀들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자신이 없다.
“…이건 우리 둘 만의 비밀이야, 알았지 에릭?”
“응….”
내 표정이 여전히 어두웠는지,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우리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모를 거야.”
“…….”
왜일까. 그녀가 방금 한 말은 세리아의 말 같지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먼저 올라갈래? 난 조금 있다가 올라갈게.”
“알았어.”
나는 주섬주섬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여전히 주변은 어두웠고, 우리 둘의 숨소리를 제외하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오늘부로 동정 딱지를 뗀 셈이지만, 생각보다 기쁘지는 않았다.
원래 다들 이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