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의 짐꾼-50화 (50/236)

〈 50화 〉 [마법사] 굴러 떨어지는 중

정말이지 죽고 싶었다.

내 첫 경험을, 그딴 식으로 그딴 남자에게 뺏기다니…….

그 남자보다는 나한테 더 화가 났다.

바보. 멍청이. 변태 같은 년.

왜 그딴 상황에서 발정이 나서.

딱 봐도 그 분홍 안개에 최음독과 비슷한 성분이 들어있던 것 같지만, 어쨌든 내가 발정난 개처럼 그의 품에 안긴 것은 사실 아닌가.

에릭이 아닌, 그딴 새끼한테…….

몸이 더럽혀진 것은, 어떻게든 되돌릴 수 있다.

마탑의 여자들 사이로 암암리에 전해져 내려오는 ‘복구’ 마법을 사용하면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쯤이야 간단하다.

“하아….”

그럼 뭐하는가.

이미 내 첫 경험이 최악이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데.

그 사실이 너무나도 분했다.

저런 약한 남자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를 건들 용기가 나지 않는 내가 몹시 미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몸이 나섰다.

필사적인 심정으로 그를 유혹했다.

제발 나를 안아주길.

더러운 몸이지만 그래도 나를 안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다가갔다.

평소라면 절대 이러지 않았다. 정말로.

에릭이 어떤 남자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 결과는 사실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터져 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왜… 왜 나를 안 받아주는 거야? 내가 더러워서?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내 감정이 도무지 현실을 받아들이질 못했다.

덕분에 꼴사나운 모습을 에릭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래. 유니랑 아린에게도…….

슬쩍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좌우를 둘러보니 둘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지칠 대로 지쳐 흔들어도 안 일어날 것 같다.

그녀들에게는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서로 앞지르지 않기로 했는데, 내가 먼저 약속을 깨고 에릭과 키스해버렸다.

그녀들이 나를 비방해도 할 말이 없었지만, 그들은 나를 간지럽히는 것으로 벌을 대신했다.

또 배려를 받아버렸네.

스스로가 한심해진다.

“으읏….”

얇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가, 찬바람이 제법 날카로웠다.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지만 여전히 눈은 말똥말똥한 채다.

이럴 땐 거길 살짝만 비벼주면 금방 잠이 오는데….

아니, 아니지. 이 미친년이 뭐라는 거야.

그딴 수모를 겪고도 자위가 하고 싶다고?

진짜 아무래도 나는 미친년이 맞는 거 같다.

그 때도 사실상 강간이나 다름없었는데, 그렇게나 흥분해버려선…….

그래도 그건 변명의 여지가 있다.

문신. 그래, 전부 이 문신 탓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남자의 것이 내 안으로 들어왔을 때, 어깨가 화끈거리면서 전신이 성감대로 변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었다.

스태프나 다른 것들과 비교해서 크게 다를 것 없는 남자의 성기가 그렇게까지 날 미치게 만든 건, 분명 문신 탓이다.

왜, 왜 그딴 기능이 있는 거냐고….

여신님이 준 거 아니야?

새벽의 여신이 아니라 쾌락의 여신이라도 되는 걸까.

나는 아린이 들었으면 경을 칠 상상을 하며 손가락으로 클리를 슬쩍 문질렀다.

“아흣….”

아 진짜 미친년….

결국 못 참고 이러고 있네.

제발 정신 차리자.

난 지금 그 남자에게 강간당한 거야.

그래놓고 하루 만에 이렇게 자위나 하고 있다니, 진짜 제정신 맞아?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 빌어먹을 문신이 내 몸에 이상한 것이라도 심어뒀는지, 이상하게 그 뒤로도 흥분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몸이 더 민감해진 기분이다.

중요한 자리에서도 자꾸 야한 생각이 들어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하아… 하앗….”

더 빠르게.

클리를 문지르는 손가락이 점점 더 빨라졌다.

부족해.

더, 더, 더.

“하악… 하윽….”

천박하다.

자위를 좋아하는 마법사라니?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평생 놀림감이 될게 뻔하다.

그 남자한텐 들켜버렸지만……. 적어도 그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순 없다.

아린이나 유니가 내 본색을 알게 되면 경멸하겠지? 더러워하겠지?

“흐윽… 흐으….”

찌걱찌걱.

문지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어 손가락을 질 안으로 넣어버렸다.

만약 내가 이러는 걸 에릭이 알게 된다면?

에릭은 분명 이런 변태 같은 여잘 좋아하지 않겠지?

…그것만큼은 안 된다.

그런 일이 생겼다간 쪽팔려서 죽어버릴 것이다.

“히윽… 히잇… 힉….”

엉덩이가 부르르 떨렸다.

신음을 억눌러야 하는데, 자꾸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만다.

이러다가 누가 깨기라도 하면 안 되는데.

역시 그만두자.

빨리 잠이나 자야지.

“하아… 하악….”

진짜 그만둬야하는데.

이 손은 내 손이 아닌 걸까? 내 말을 도무지 듣지 않는다.

부족해서. 자꾸만 더 갈구하고 있다.

이정도면 됐잖아.

여기서 더 뭐가 필요하단 거야?

스승님이 주신 소중한 스태프인가?

……아니. 이미 답은 알고 있다.

나는 분명 스태프로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인정하긴 싫지만, 죽어도 싫지만.

내 몸은 남자를 원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그 뇌까지 태워버릴 듯한 쾌락을 갈구하고 있었다.

아무리 손으로 클리를 문질러도, 손가락으로 질 내부를 휘저어도, 그 압도적인 폭력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 짐승 같은… 난폭함이 필요했다.

그래도 그 남자한테 가는 건 사양이다.

내가 아무리 암컷 원숭이마냥 발정난 년이라 해도, 제 발로 그를 찾아갈 만큼 돌아버리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대로 자위만 하고 있어서는 평생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남자… 남자가 필요해.

그 남자만큼은 죽어도 안 돼…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 놈들과 하는 건 싫어….

그럼 에릭밖에 없잖아.

나는 계속 부정하던 현실을 마주봤다.

에릭…… 그도 남자다.

스스로 이런 말하기도 좀 뭐하지만, 나처럼 예쁜 여자가 먼저 다가가서 하자고 하면 거절할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에릭도 나를 딱히 싫어하지는 않잖아. …그렇지?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아직 그는 아무 것도 모른다.

지금이라면 에릭과 하나가 될 수 있다.

꿀꺽.

나도 모르게 몸이 뻣뻣해졌다.

적어도 마왕을 잡기 전까지는, 우리 셋 중 그 누구도 에릭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지 않기로 약속했다.

에릭을 사랑하는 바보 셋이서 한 맹세.

잃을 것이라곤 서로의 신뢰밖에 없지만, 나는 진심으로 아린이나 유니와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승자와 패자가 갈리겠지만, 그래도 그녀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경쟁자 이전에 소중한 친구들이니까.

설령 내가 패자가 되더라도, 그녀들을 미워할 일은 결코 없으리라 단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앞질러 버리면?

그 때도 그녀들은 나를 친구라 여겨줄까?

“후으… 흐으….”

이건, 이건 배신이야.

아린과 유니를 배신하는 짓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침대에서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정신 차리자 제발.

그녀들을 무슨 낯으로 보려고 이러는 거야?

문에 한걸음 한걸음 가까워진다.

그렇지만 달아오른 몸을 도무지 내버려둘 수가 없다.

몸에 불이 붙었으면, 당장이라도 물을 부어서 꺼버려야지.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차가운 감촉이 마지막으로 나에게 경고했다.

정말 괜찮겠어?

그녀들을 배신해도.

“…….”

여전히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아린과 유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자고 있다.

“미안해….”

아린과 유니는 나의 소중한 친구이지만,

내 달아오른 몸과 마음은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탁!

내 등 뒤로 문이 닫혔다.

***

보글보글.

냄비 속에서 끓어오르는 스튜를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에릭에게 너무 과감하게 다가간 것부터?

그 남자에게 협박을 당한 시점부터?

아니면 마탑에서 처음으로 자위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

설마 에릭이 그런 성적인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을 줄이야.

어쩐지 용기 내어 키스했을 때도 반응이 미적지근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하아….”

어쩌지. 완전히 그런 쪽으로 이미지가 박혀버린 거 아닐까?

어떻게든 그 기억을 덮어버리고 싶었는데 작전은 작전대로 실패하고 괜히 에릭에게 실망감만 안겨준 것 같아 답답했다.

요즘 무엇 하나 생각대로 되는 게 없네.

몸도 상태가 좀 이상하고….

나는 괜히 꼼지락거리며 시선을 흘끗 그 남자 쪽으로 향했다.

그는 내 시선을 눈치 못 챘는지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나도 잠시 자리 좀 비울게.”

“에엥? 세리아도? 다들 뭐 잘못 먹었어?”

아린, 에릭에 이어 나까지 자리를 비우려하자 유니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그런 건 아니야. 금방 돌아올게.”

“으음…. 알았어! 대신 너무 늦게 오면 우리끼리 고기 다 건져먹을 거니까 알아서 해!”

유니의 귀여운 협박을 뒤로하고 나는 아린과 에릭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괜찮아. 금방 끝내고 오면 돼.

이건, 그, 문신 때문이니까.

3일간 계속 참아왔으니까, 잠깐쯤은 괜찮아.

고개가 계속 돌아가는 걸 애써 참고 아무도 없는 수풀 속으로 들어왔다.

“하아….”

스스로의 처지를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비천한 짐꾼한테 처녀를 뺏기고, 정작 에릭한테는 거절당했는데도 이 빌어먹을 장미 문양은 마치 저주처럼 계속 날 달아오르게 만들고 풀어주질 않았다.

마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계속 잔열이 몸에 남아있었다.

넓은 마차라고 해도 몰래 자위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한 것은 또 아니라서 속 시원하게 풀어낼 수도 없다.

게다가 하필이면 또 내가 아린에게 거의 대부분의 사실을 그대로 털어놓는 바람에, 그녀는 평소보다도 더 날카로운 눈으로 나와 그를 관찰 중이다.

그 덕분에 그가 나를 건들지 않는 건 다행이었지만, 나도 몰래 자위할 수가 없게 된 건 답답했다.

누가 종교인 아니랄까봐 이런 거에는 또 엄격해서, 틈만 나면 절제하라고 설교를 해댄다.

그녀는 좋은 친구지만… 솔직히 이럴 땐 좀 방해다.

그러니 그녀가 없는 지금이 기회였다.

“하윽….”

3일 만이라 역시 감도부터가 다르네.

만진 것만으로 가볍게 가버릴 뻔했다.

“후읏…. 후으….”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의심받을 테니, 빠르게 끝내자.

나는 처음부터 속도를 올렸다.

꾸욱꾸욱.

손톱으로 클리를 누르며 빙글빙글 돌렸다.

“하아…. 하악….”

이 감촉. 이 느낌!

3일 동안 자위를 금지당해서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마차에서 워낙 할 일이 없으니까 다들 졸기 일쑤라, 정작 우리 모두 밤에 제일 정신이 말똥말똥했다.

그 말은 새벽에 몰래 자위할 수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 남자도…… 괜히 쫄아서 조용해져서는…….

“흐윽? …흑, 흐읏….”

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래선 마치 기대했던 거 같잖아.

절대, 절대!

그런 걸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이상할 뿐이다.

그 남자 성격이라면 분명, 남이 안 보는 틈을 타 이것저것 시킬 줄 알았는데…….

“하앙… 하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손가락을 질 안으로 넣어버렸다.

찌꺽찌꺽.

“흐으, 흐으….”

그렇잖아.

그 전까지는 자기 자지를 빨게 시키질 않나,

내 가슴으로 봉사를 요구하질 않나,

심지어 얼마 전에는 강제로 내 처녀를 뺏어가지도 않나.

정말… 하나 같이… 최악의 쓰레기 같은 행동들뿐이야….

움찔움찔.

내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머리까지 미약한 쾌락의 신호가 내달렸다.

“하으으….”

나를 마치, 노예처럼… 다루더니….

왜 지금은 또 이렇게 조용한 건데….

찌걱찌걱.

안 되겠다.

역시 손가락으로는 더 이상 만족할 수가 없다.

무언가 대신할 게 필요했다.

남자의 물건을 대신할 무언가가….

반 쯤 감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나뭇가지가 하나 보였다.

좀 가늘지만 손가락보다는 나아보였다.

급하니까 이걸로 만족할까.

어차피 상처가 나더라도 다시 ‘복구’할 수 있다.

“후우… 후우….”

설마 이걸 또 넣는 순간 문양이 발동하지는 않겠지?

그 날 이후로 뭔가 넣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불안했다.

그 때처럼 기분이 좋아지면 소리도 억누르지 못할 텐데….

그랬다간 분명 누군가한테 들킬 것이다.

“흐윽…. 아, 안 되는데….”

그런 미래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나뭇가지 끝으로 질구를 살살 문지르다 적당히 젖었다 싶을 때쯤 과감하게 나뭇가지를 찔러 넣었다.

“히이이…… 아?”

…생각보다 별로네.

손가락보다 딱히 기분 좋은 것도 아니고, 뭔갈 넣었다고 그 때처럼 강렬한 쾌감이 나를 덮치지도 않았다.

역시 사람이 아니면 발동 안하는 걸까.

나는 실망감에 나뭇가지를 다시 빼서 버렸다.

어쩔 수 없지. 시간도 없으니 손가락으로 만족하자.

“하응, 하으….”

이러고 있으니 손가락도 나름 괜찮은 거 같기도….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이런 걸로는 안 돼.

사람이 필요했다.

나를 안아줄, 나를 버리지 않을, 그런 따뜻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흐읏, 으읏… 하아….”

이럴 때… 그가 옆에 있었다면.

나는 아쉬움에 슬며시 눈을 떴고, 이 순간 제일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과 눈이 맞아버렸다.

“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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