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의 짐꾼-48화 (48/236)

〈 48화 〉 [신관] 올바른 길로

거절당하는 건 자주 있는 일.

그러니 고작 그 정도로 화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시 한 번 제안할게요.”

“생각 없습니다.”

그의 눈에 약간의 짜증이 담겼다.

왠지 모르게 무언가가 울컥하고 치솟는다.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는 건가요?”

“글쎄요?”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모른 척을 했다.

세리아에게, 그런 짓을 해놓고서 뻔뻔하게!

용사님께 말해서 당장 그의 몸을 반토막 내버릴 수도 있다.

소문이니 뭐니 하는 건 다 접어두고, 고작 마법을 조금 쓸 수 있을 뿐인 짐꾼 따위에게 우리가 겁먹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조심해야하는 건 그일텐데.

도대체 무엇을 믿고 이렇게 뻔뻔하지?

“당신을 내쫓을 수도 있어요.”

“흐음….”

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그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정도로는 안 될 것 같아 조금 세게 나가기로 했다.

“이 일을 용사님이 아시면 절대 가만두시지 않을 걸요. 몸 성히 나가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크흐흐,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그러나 그는 오히려 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 내말이 우습게 들리나?

이렇게 전면으로 내 말이 부정당한 적은 처음이라 많이 당혹스러웠다.

성욕 하나 제어하지 못하고 날뛰는 주제에…!

“오, 신관님께서 화내시는 건 처음 보네요.”

표정 관리에 실패했는지 그가 내 얼굴을 보며 히죽 웃었다.

왜일까. 순간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두려움? 내가?

그럴 리 없지. 착각이다.

“어쩔 수 없군요. 용사님께 말해서 당신을 내쫓겠어요.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를 내쫓으면 파장이 크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당신이 알 바가 아닙니다.”

나는 그의 은근한 협박을 무시했다.

저런 말에는 대답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괜히 더 말을 섞었다가는 상대에게 말려들어가는 것이다. 세리아처럼.

…딱히 세리아를 탓하는 건 아니다.

“아마 못하실 텐데.”

“뭘 믿고 그런 말을 하시죠?”

왜 이렇게 당당하지?

마음먹고 내치기로 하면 그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

어차피 그를 고용하고 있는 건 우리니까, 얼마든지 우리 마음대로 자를 수 있다.

“그야 여러분이 저를 놓지 못할테니까요.”

“그건 또 무슨… 꺄, 꺄악! 뭐하는 짓이에요!”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윗통을 벗기 시작했다.

역시 이 남자는 성욕에 잡아먹힌 괴물이다!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였다.

세리아로도 모자라 나까지 덮칠 생각이다.

내가 도망치려 하자 그가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

“그런 거 아니니까 잠시만 기다리시죠.”

부, 붙잡혔어!

이제 나도 세리아처럼 더럽혀지는 걸까?

“이익! 이, 이거 놓으세요!”

“아니, 그런 거 아니래도… 후우.”

한 손으로 내 팔목을 붙잡은 그는 다른 한 손으로 능숙하게 옷을 벗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어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거 보십쇼.”

“…그런 수법에는 안 넘어가요!”

부끄러운 모습을 나한테 보여줘서 당황시킬 셈이겠지.

그런 치졸한 수에 넘어가지는 않는다.

손을 잡아당겼지만, 역시 평소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는 남자라 그런지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빠져나갈 수가 없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날지도 몰라.

어쩔 수 없지, 큰 소리로 용사님께 도움을…….

“아니, 이거나 한 번 보고 얘기하라니까요?”

“그런 더러운 수에는 안 넘어가요!”

소리를 지르려다가 그의 말에 순간 가로막혔다.

여전히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다. 빨리 용사님께 도움을 요청하자.

“용….”

“용사님이랑 관련 있는 겁니다.”

순간 멈칫했다.

거짓말일거야. 그냥 핑계겠지.

그렇지만 그 남자가 용사님을 언급해버린 이상, 나는 상황을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의 하나, 정말로 용사님과 관련 있는 것이라면 알아야하니까.

잠재적인 위협을 모른 채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대체 무슨… 어?”

그리고 시선을 돌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상반신을 탈의한 그는 자신의 등을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몸이 조금 좋기는 했지만, 용사님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고작 자기 몸을 자랑하려고 했던 걸까하고 생각한 그 순간, 내 시선이 낯익은 문양으로 향했다.

검은 장미…….

색깔은 다르지만, 익숙한 모양이다.

“그걸 왜 당신이….”

모를 수가 있는가?

나의 몸에, 세리아와 유니의 몸에, 그리고 용사님의 몸에 새겨진 바로 그 문양이다.

다른 점이라곤 조금 더 새까맣다는 것 정도.

“이래도 저를 내쫓으실 겁니까?”

나는 그의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상황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다.

왜 그에게 문양이 있지?

문양은 우리 셋에게만 나타난 것 아니었나?

그도 우리 파티원이라서? 그렇지만 그에게 딱히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아니, 애초에 문양은 능력 있는 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일까?

확신을 내릴 수가 없다.

우리는 이 능력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까.

“…그건 뭐죠?”

“보시고도 모르십니까? 똑같은 문양이죠. 여러분이 새기고 있는 것과.”

그에게 이 사실을 말한 적이 있던가?

아니, 똑같은 문양이 나타난 시점에서 별로 의미 없는 얘기다.

“이것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당신보다는요.”

전부 가설의 영역이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한 우리와는 달리 그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할 터.

그는 어쩌다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문양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것에 불과하다.

워낙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새겨져 있으니 들키는 것도 당연하겠지.

나는 시선이 슬쩍 내 쇄골로 향하는 것을 자제했다.

하필이면 이런 부위에….

마치 창부라도 된 것 같아 부끄러운 문양이다.

여신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곳에 이런 문양을….

“저는 아무 것도 모르겠는데, 저에게도 좀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같은 동료로서.”

“누가 동료라는 거예요.”

그는 짐꾼.

우리와 동등한 파티원이 아니다.

나는 그 사실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뭐, 같은 문신동료가 아닙니까.”

“당신처럼 새카만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답했다.

왜 저자만 검은색이지?

우리 모두 다 붉은 색인데. 처음 생겼을 때 다같이 눈으로 보고 확인한 사실이니 분명하다.

“흐, 그렇습니까. 그건 그렇고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 상대방의 능력을 훔쳐올 수 있다니.”

“…훔쳐온다구요?”

말이 좀 그렇지만, 아무튼 상대의 능력을 가져오는 건 용사님밖에 못 할 텐데….

우연히 용사님이 쓰는 걸 본 거겠지? 그렇지만 대체 언제?

“그래요.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더니 그는 뒤춤에 꽂아둔 작은 스태프를 꺼내 세리아의 특기마법, 열 마법을 흉내 냈다.

그의 문양에서 빛이 난다. 그녀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징표.

“어, 어떻게….”

“혹시 못하십니까?”

그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큿….”

용사님한테만 허락된 힘이 아니었나?

아니라면 도대체 이건 뭐지? 무슨 힘이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정리가 되질 않는다.

“뭐 그래도 저를 추방하신다면 어쩔 수 없군요. 이정도 마법이면 어디가서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을 테니.”

“나, 남의 힘으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에요!”

“그건 용사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의 뻔뻔한 태도에 기가 막혔다.

“용사님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그 힘을 사용하시는 거예요! 당신처럼 사리사욕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구요!”

“그럼 뭐, 저도 어디 가서 용사질이나 하죠.”

“무, 무슨…!”

용사는 단 한 분 뿐.

나머지는 전부 사기꾼이다.

“그렇지만 사실 용사님 밑에서 짐꾼짓 하는 것도 저는 좋거든요.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아가씨.”

그는 그렇게 말하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이가 없다.

이렇게 협박해놓고 나한테 부탁하는 척을 하는 건가?

“그런다고, 제가… 망설일 거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실제로 망설이고 있었다.

그가 용사님과 같은 힘을 쓰면서 용사행세를 하는 것.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진짜 용사님은 이곳에 계시니, 그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가짜에 불과하다.

용사님처럼 여신에게 선택받은 자가 아닌 이상, 개인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법.

가짜용사는 머지않아 전부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 자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가설들이 전부 깨져버렸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결국 우리가 무슨 힘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셈.

이게 무슨 힘인지 알기 위해서는 그가 필요했다.

매우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지만.

“크읏….”

“쫓겨난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조금 말이 험하게 나와버렸지만, 용사님께 해를 가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습니다. 그냥 지금처럼만 있을 테니, 부디!”

그는 아까와는 태도를 정반대로 바꾸어, 비굴할 만큼 나에게 사정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나 싶어 놀라울 지경이다.

“제가 계속 여기에 남아있으면 능력에 대해 더 자세히 조사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가 예리하게 상황을 짚었다.

마침 그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뜨끔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희들로도 충분해요.”

“그래도 제가 있으면 더 정확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대로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분자인 그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

무언가 확실하게 제약을 가해야했다.

“왜 저를 못 믿는 겁니까?”

그는 억울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호소했다.

“세리아에게 그런 짓을 해놓고서 묻는 건가요?”

“그건 정말 오핸데….”

나는 속지 않는다.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

자신의 더러운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계획이겠지.

“당신의 수에는 넘어가지 않습니다. 세리아로도 모자라 저한테까지 손을 대실 생각이시죠? 절제라는 것을 배우셨으면 좋겠네요.”

“음….”

그는 내 말을 듣더니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가만히 내버려두자니 조금 불안해서 말을 걸려고 했는데, 그가 먼저 선수를 쳤다.

“아무래도 신관님께서는 저를 의심하시는 거 같은데, 제가 어떻게 하면 믿어주시겠습니까?”

“당신이 더러운 욕망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세요. 물론 그런다고 당신이 저지른 일들이 없던 것이 되지는 않지만, 평생 속죄하며 살아가세요.”

“증명이라….”

그는 턱을 쓰다듬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씩 웃었다.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앞으로 당신에게는 절대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

“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신관님께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 이러면 안심 아닙니까? 제가 신관님께 이상한 짓을 저지를 일도 없을 테니까요.”

왜 이런 제안을 하지?

그는 몸이 목적 아니었던가?

어차피 내 몸에 손을 못 댄다면 그의 욕망을 풀 길도 없어질… 아니, 세리아가 있구나.

“세리아한테도 손을 대지 마세요.”

“뭐, 좋습니다. 허락 없이 손을 대는 일은 없도록 하죠.”

딱히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우리 모두 그를 막을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세리아가 괜히 자기 성욕에 넘어간다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없을 터…….

세리아… 설마 안 그러겠지?

그녀도 용사님을 사랑하고 있는데, 설마 스스로 자청해서 몸을 바친다거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야 그가 그녀를 말로 잘 속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단단히 일러주면 괜찮겠지.

그런데도 만약 넘어간다면… 조금 실망하겠지.

괜히 어깨가 따가워 신경 쓰였다.

그의 마법이 변수지만 어차피 마법을 갓 쓰기 시작한 초보자 하나 못 이길 우리가 아니다.

적어도 이렇게 약속을 해두면, 별 구속력은 없더라도 날 막을 명분은 없겠지.

이 정도라면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

세리아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전에 자궁에 복구 마법을 걸 수 있다니 어쩌니 했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 고작 이 정도에 무너질 세리아가 아니다.

그녀의 취향이 문제일 뿐, 사람 자체는 좋은 아이기도 하고.

잠시 머리를 굴려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요. 대신 당신이 먼저 어기면, 저희가 당신을 죽이든 내쫓든 알아서 하겠어요. 그 때도 저희가 이런 자비를 베풀 거라곤 생각하지 마세요.”

“걱정 마시죠. 신관님이나 마법사님이 제 다리에 매달려 사정하기라도 하지 않는 한 절대 손대지 않겠습니다.”

“누, 누가 그딴 짓을…. 생각만으로도 불쾌하네요.”

나는 그의 추잡한 망상에 질려버렸다.

우리들을 자기 같은 짐승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크흐흐, 확실히 그렇군요. 어지간한 개변태가 아닌 이상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자꾸 그런 얘기 하지마세요. 불쾌합니다.”

“알겠습니다… 흐흐.”

그는 여전히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저는 얌전히 일만 하고, 이 문양과 관련해서 신관님께 적극 협조하기. 그 대신 신관님은 제가 이 파티에 남도록 내버려두는 것. 맞습니까?”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제 설교도 들으세요.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합니다.”

이건 세리아와 같이 하자.

아니지, 이왕 할 거면 유니나 용사님도 불러 다 같이 하는 게 좋겠다.

좋은 가르침은 아무리 들어도 모자라니까.

“하아… 무슨 또 귀찮은… 아니지, 좋습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다말고 생각을 고쳐먹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도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다.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니까, 자신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다.

다만 주변에서 아무도 말려주지 않으니 타성적으로 비행을 계속 저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면 저만 너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저도 하나만 조건을 더하고 싶은데요.”

“지금 의견을 제시할 입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 정말 별 건 아닌데, 저희끼리 맺은 약속, 용사님껜 비밀로 합시다. 어때요?”

“…무슨 속셈이죠?”

용사님께 알리고 싶지 않은 건가?

그러나 그에게도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용사님은 이를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아무런 힘도 없는 남자지만, 그래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폭이 넓어지는 건 좋은 일이니까.

“보십쇼. 전 아무 능력도 뭣도 없는 놈입니다. 용사님한테 도움 될 만한 것도 없고, 용사님이 괜히 비슷한 능력이 생겼다고 저한테 또 화내실까봐 두렵네요.”

“아니, 용사님이 고작 그런 걸로 화를 내실 리가….”

“자기 걸 뺏었느니 뭐 그러실 것 같아서…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는 겁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착하신 용사님이 그럴 리가…….

요즘, 좀 신경질적으로 변하시긴 했지. 전부 저 남자 때문이지만.

그렇지만 확실히 이건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고, 용사님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다는 그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저 남자가 신뢰할 수 없는 남자라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하지만, 용사님은 거의 노골적으로 그의 모든 행동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가끔은 나도 좀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용사님을 속이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문양에 대해 알기 위해서니까 결국 용사님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대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용사님께 알리겠어요. 알겠죠?”

“그러시지요.”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이걸로 거래 성립이군요.”

“제 몸에 손대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요?”

“아차, 실례했습니다.”

그는 어색한 듯 자기 손을 바지에 벅벅 문질렀다.

…행동 하나하나가 기분 나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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