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용사] 두 사람은
“원하는 대로 만져도 좋아.”
세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향해 가슴을 더 내밀었다.
성적인 호기심이 곧장 고개를 치켜세웠지만,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그녀에게 매력이 없어서?
결코 그렇지 않다.
그녀는 자고 있을 때도, 진흙탕에 빠져 온통 진흙범벅이 되었을 때도 아름다웠다.
그녀에게 매력이 없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질감이 들었다.
세리아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
왜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지만, 그런 기분이었다.
내가 그녀의 가슴에 손을 올린 채 가만히 있자, 세리아는 불안해졌는지 내 손을 잡고 억지로 주무르게 했다.
“세, 세게 꼬집어도 좋아…. 원하는 대로 해줘….”
꼬집어도 좋다니.
나는 그녀를 괴롭히면서까지 즐기고 싶지는 않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세리아?
“아, 그렇구나… 여, 역시 이게 좋은 거지?”
그녀는 무언가 깨달은 듯 살며시 밑으로 내려가 내 성기를 쥐었다.
그곳으로 다른 사람의 감촉을 느끼는 건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흠칫해버렸다.
낯선 자극에 반응했는지, 고추가 조금 커져버렸다.
“역시… 남자들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그녀가 작게 뭐라고 중얼거린 것 같았지만, 잘 들리지는 않았다.
“세리아! 그,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당황하며 침대 위에 반쯤 흘러내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나도 내 스스로를 자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괜찮아, 에릭… 처음이라 그러는 거지? 금방… 금방 익숙해질 테니까….”
그녀는 조곤조곤 말을 하며 다시 나에게 다가왔는데, 내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으읏….”
머리로는 안 된다고 필사적으로 말리는데, 야속하게도 내 하반신은 머리의 말을 듣지 않을 생각인가보다.
세리아가 발딱 선 내 고추를 보고 안심한 듯 살며시 미소지었다.
“괜찮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지금의 세리아는 누가 봐도 이상한 상태였다.
마치 이성을 잃고 동물적인 본능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부탁에 응답해줄 수가 없다.
내 거부감을 느꼈을 텐데도 세리아는 물러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나한테 다가와 한 손으로 봉을 잡고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곧장 귀두를 입에 물었다.
“으윽…!”
쪼옥.
그녀는 마치 키스를 하듯, 자연스럽게 내 새빨간 귀두와 입맞춤했다.
아직 그녀와 입맞춤도… 아, 오늘 했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와 입맞춤 한 번 해본 적 없었는데, 하루 만에 지나칠 정도로 관계가 진전되어버렸다.
이래서야, 다른 애들을 무슨 면목으로 보지?
츄읍, 츄읍.
“흐윽!”
상상 이상의 쾌락이었다.
손으로 하는 것과는 느낌이 달라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내 성기가 따뜻하고 축축한 공간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그녀의 혀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지점을 부드럽게 감싸온다.
평생 손으로밖에 해본 적 없던 나에게 있어, 그녀의 입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였다.
움찔.
슬슬 참기가 힘들어졌다.
이대로 조금만 방심하면 곧장 그녀의 입 안에 싸버리겠지.
내 정액으로 더럽혀질 그녀의 입 안….
“그, 그만!”
나는 내 더러운 상상에 기겁을 하며 그녀를 세게 밀쳤다.
“에릭…?”
나한테 밀린 세리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이건 이상하다.
내 더러운 성기를 입으로 빨다니, 소중한 동료에게 그런 짓을 시킬 수는 없다.
그녀가 입으로 해주는… 그래, 봉사.
세리아는 나를 위해 이런 행위도 감내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녀의 행위는 마치 하녀가 주인을 위해 봉사하는 느낌이 들었다.
세리아와 나는 부하라던가 노예 같은 그런 상하관계가 아니다.
우리는 동등한 동료일 뿐이다.
그래서였구나.
나는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에 부담을 느꼈던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비천한 존재인 것처럼,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내 비위를 맞추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내가 생각하는 둘 사이의 관계가 아니다.
만약 내가 세리아와 이런 연인관계를 맺게 된다면, 나는 건전하고 평등한 관계를 추구하지 이런 상하관계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세리아는 내 소중한 동료이기 때문에, 그녀를 모욕하는 듯한 행동은 용서할 수가 없다.
“세리아.”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내 표정을 보고 눈에 띄게 당황했다.
“너는 소중한 내 동료야.”
그러니까 스스로를 그렇게 비하하지 말아줘.
나는 내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왜?”
한참을 침묵하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단 한 글자.
“나로는… 안 되는 거야?”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
마치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처럼 그녀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더… 더 열심히 할게…. 잘 할 수 있어…. 에릭 너한테는 더한 것도 해줄 수 있어…. 그, 그러니까….”
“그러지 말아줘.”
부탁이니까. 너를 더 소중히 여겨줘.
그녀가 스스로를 물건처럼 파는 것 같아 기분이 조금 안 좋아졌다.
세리아는 내 표정을 보고서는 얼어붙었다.
“…안 돼.”
“세리아?”
그녀는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침대보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제발… 버리지마… 더러워진 나를… 버리지 말아줘….”
“세리아! 왜 그래 세리아!”
나는 세리아의 어깨를 붙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길 거부하고 계속 내 시선을 피했다.
버리다니… 내가 그녀를 버리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 나는 세리아를 버리지 않아! 절대로!”
“그치만….”
세리아는 떨면서 무슨 말을 입에 담으려다 말았다.
“세리아.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
울먹이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그녀가 안심할 수 있도록 애썼다.
그녀의 그 불안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더러워졌다는 것인지.
전부 꾹 눌러담고 우선은 그녀를 위로하는데 힘썼다.
그렇게 불안해하는 세리아를 달래길 잠시.
그녀의 떨림이 멎을 때쯤 나는 그 얘기를 다시 꺼내려고 했다.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누구세요?”
이런 시간에 대체 누가?
“용사님, 저에요.”
아린이었다.
세리아는 내 품에 안긴 채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아직 불안해하는 것 같았기에 나는 그녀를 놓지 않았다.
“에, 에릭, 놔줘….”
“지금은 안 돼.”
그녀가 이렇게 불안해하는데, 어떻게 놓아주겠는가?
내가 그녀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했다.
아린에게는 미안하지만, 잠시만 더 이러고 있자.
“거기에 세리아도 있죠?”
그러나 내 결심은 그녀의 뒤이은 말에 흔들리고 말았다.
어떻게…….
아니, 생각해보니 딱히 특별할 일은 아니다.
셋은 같은 방을 쓰고 있으니 아린이 도중에 일어났다면 그녀가 자리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겠지.
이런 새벽에 그녀가 혼자 밖을 돌아다닐 이유도 없다.
그리고… 오늘 저녁 때 아린도 그 모습을 봤을 테니까.
모르는 게 더 말이 안 된다.
“용사님. 세리아. 문을 열어주세요.”
열어주어야 할까?
우리는 잠시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세리아는 여전히 눈물이 마르지 않은 얼굴로 겨우 고개만 끄덕였다.
“알았어.”
그녀를 떼어놓고 싶진 않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얌전히 침대 위에 눕힌 후 문을 열었다.
“용사님, 늦은 밤중에 죄송해요. 그리고 세리아… 하아….”
그녀는 나를 보고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하더니, 세리아를 발견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온 아린은 세리아 앞에 섰다.
“세리아. 저희 약속했었죠.”
“……앞지르지 않기?”
세리아가 우물쭈물 거리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대체 뭘 앞지르지 말란 걸까? 잊을만하면 자꾸 한 번씩 누군가가 언급해서 궁금하게 만든다.
물어봐도 안 알려주던데….
“그런 거 말구요. 그날 저희끼리 약속했잖아요.”
나는 모르는 내용인데, 들어도 되는 걸까?
그래도 내방인데 나가기도 조금 그렇다보니 나는 둘의 눈치만 살피며 최대한 없는 척을 했다.
“고민이 있으면 전부 털어놓기로.”
“아…….”
아린의 말에 세리아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반응을 보였다.
“세리아. 지금 당신에게 고민이 많은 거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 원인도 어렴풋이 짐작이 가요.”
“그, 그건….”
아린의 말에 세리아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러자 아린은 살짝 내 쪽을 돌아보더니 세리아를 침대에서 일으켜 세웠다.
“잠시 나가죠, 세리아.”
“으, 응….”
아린은 그렇게 말하고선 세리아를 부축했다.
이대로 둘이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나보다야 아린이 이런 쪽에는 더 전문가겠지만, 그래도 조금 찝찝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또 이렇게 어영부영 넘어가야하나?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아린이 세리아 몰래 나를 보며 윙크했다.
그래. 우린 동맹이었지.
무언가 알아낸 것이 있다면 나에게도 말해줄 것이다.
아린을 믿자.
나는 그녀를 믿고 둘을 보내주기로 했다.
세리아는 방문 앞에서 할 말이 있는지 머뭇거리며 나를 돌아봤다.
“오, 오늘은 미안해 에릭…. 그런 걸 싫어할 줄은 몰랐어. 앞으론… 조심할게.”
“아… 으, 응….”
좋긴 했는데.
그렇다고 차마 사실 좋아한다고 밝힐 순 없는 노릇이라 나는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탁.
그녀들이 방을 나서고, 혼자 남은 나는 허탈해져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냥… 그냥 할 걸 그랬나.
아니, 그녀를 소중하게 대하고 싶다는 내 마음에 변함은 없다.
다만 잘 생각해보니 그냥 그 사실을 밝히고 평범하게 그녀와 맺어졌어도 되는 거 아닐까, 하는 후회가 들었을 뿐이다.
그랬으면… 만약에 그랬으면, 그녀가 처음인지 아닌지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깔끔하게 관리한 그녀의 하반신을 생각하자 다시 내 고추에 피가 몰렸다.
“후우….”
아무래도 오늘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