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용사] 문 너머
들어갔다…… 저, 정말로 들어가 버렸다.
“히잇…! 무, 무슨 짓이야! 안 돼!”
그녀의 비명이 선명하게 들렸다.
아까보다도 훨씬 목소리가 높다. 진심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이래서야 그냥 강간 아닌가.
아까까지는 그래도 여자도 어느 정도 즐기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남자가 여자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범하고 있는 것이다.
말려야하나?
그렇지만 그럼 내가 몰래 엿듣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들켜버린다.
“크윽!”
그 순간 내 팔에 갑작스런 통증이 찾아왔다.
당황해 급히 팔을 걷어 올려보니 내 팔에 새겨진 작은 장미문신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왜, 왜 갑자기 피가?
“꺄앗! 이, 이게 뭐야…!”
“크윽! 뭐….”
안에서도 이상한 소리가 난다.
둘이 당황하고 있다. 무슨… 일이지?
설마 이것과 관련이 있나?
“흐윽? 이, 이거, 이상해…!”
“오… 오옷….”
여자는 남자 밑에 깔린 채 덜덜 떨고 있었는데, 그건 남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으읏♥ 이, 이럴 리가… 없는데엣♥”
남자가 자지를 살짝 빼자 그녀의 입에서 의문 섞인 교성이 터져 나왔다.
“시발… 존나… 조여….”
남자도 뭐라고 외치는 것 같았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파앙!
남자가 다시 자지를 그녀에게 꽂자 그녀의 양발이 허공에서 부들거렸다.
“헤윽… 흐윽…. 흣, 흣, 흑…♥ 이, 이거 이상해… 분명 이거 때문이얏….”
팡! 팡! 팡! 팡!
남자는 보는 사람이 무서울 기세로 그녀의 구멍 속에 자기 막대기를 쑤셔넣었다.
“흐으윽… 그, 그만… 이, 이상해져…♥”
“시발년… 주인에게….”
제길, 왜 남자 말은 제대로 안 들리는 거지?
여자 말 때문에 자꾸 그의 말이 묻힌다.
팔뚝으로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야수와 같은 두 남녀의 교접에서 눈과 귀를 뗄 수가 없었다.
슉슉.
나는 피가 흐르는 손으로 자지를 훑었다.
뚝.
피가 한 방울, 바닥에 떨어졌다.
아니, 피가 아니다.
눈물이다.
“왜…?”
왜 눈물이 흐르지?
슬프거나 하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 난 굉장히 흥분하고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흥분한 적은 없었는데.
어쩌다가 옷 사이로 유니의 가슴을 보았을 때도, 실수로 아린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도, 세리아가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조금 야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빨고 있을 때도 이렇게까지 흥분하지는 않았다.
이게… 섹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격렬하고, 날카롭고, 배덕적이었다.
“하악♥ 하앗♥ 죄송해욧… 건방지게 굴어서… 죄송해요오♥”
“개년! …년! 시발….”
찌꺽찌꺽.
남자의 물건이 거칠게 그녀를 꿰뚫고, 다시 빠져나온다.
한 번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점점 축축해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사과해! 지금까지… 전부… 사과해!”
그는 울분을 풀어내듯 그녀를 깔아뭉개며 소리쳤다.
“하아악♥ 죄, 죄송해요! 제가, 제가 전부… 잘못했어요♥”
무엇을 그리도 잘못했는지.
그녀는 남자에게 안기며 연신 소리쳤다.
꽈악!
그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꺄아악♥ 왜, 왜 기분이 좋은 거야아…♥ 전부, 전부… 탓이야♥”
잠깐 안 들린 부분이 있었지만, 그들의 말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미칠 것 같다.
내 자지는 꿀렁거리며 지금이라도 백탁액을 토해낼 것 같았다.
아직 안 된다.
조금 더… 조금 더 보고 싶다….
“…좋아? …쳐! 더 소리쳐!”
“하앗… 학… 이, 이런 거… 버틸 리가 없어…♥ 주, 죽어버려요…♥”
치덕치덕.
어느 샌가 내 손가락까지 흘러내린 피가 내 자지를 적시고 있었다.
제길, 제길, 제길!
지혈할 생각도 안하고, 마치 발정 난 원숭이마냥 자지를 훑고 있다.
이게 용사의 모습인가?
여신님도 이 모습을 봤다가는 기겁하고 힘을 빼앗아갈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추한 꼴이었다.
그렇지만… 참을 수가 없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토록 흐트러진 모습을 보는 건 너무나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죽엇! 죽고… 나에게… 복종… 노예….”
“하아악… 그, 그건… 그건 안 돼♥ 봐, 봐 주세요♥”
그녀의 다리가 바닥을 마구 긁으며 저항했다.
아니, 저항이라기에는 남자의 몸에 털끝만큼도 닿지 않았다.
“노예… 건방지게….”
“하악… 학… 노, 노예 아냐앗♥ 나, 나는… 마버… 히익♥”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그녀는 남자가 다시 깊숙이 박아 넣자 비명을 질렀다.
“개년! …개년! …시발년!”
“하악… 아, 아니야아♥ 개년… 아니야아…♥”
퍼억퍼억!
그건 마치 폭력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 같은,
남자의 자지로 여자의 보지를 때리는 일종의 폭력이었다.
“더러운… 변태… 암캐년….”
“아, 아니야… 흐윽, 암캐 아니야♥ 사람이야아♥”
인격을 모독하는 그의 말에 그녀가 헐떡이면서 부정했다.
“시발… 안 넣어줄… 인정해!”
“빼, 빼지마… 아, 아라쓰니까… 인정할 테니까… 계속… 계속해주세요♥”
슬슬 참기가 어려워진다.
“간다… 시발… 인정해….”
“흐읏… 읏… 읏….”
저 쪽도 한계가 가까워졌는지 속도를 높혔다.
으읏, 더는… 더는 무리다.
“간다!”
“흐으읏… 가, 가버려요오♥ 아, 암캐 가버려요♥”
그가 그녀에 딱 밀착한 채로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몸도 경련이 온 듯 떨리고 있었다.
찌익.
내 고추에서도 하얀 물이 흘렀다.
“하아… 하아….”
풀밭에 떨어진 백탁액.
그리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에 잘 띄었다.
쥬우욱.
사정을 끝낸 그가 자지를 질 밖으로 꺼냈다.
크, 크다….
내 것보다 두 배정도는 커 보인다.
저런 걸, 저 여자는 몸속에 집어넣었던 건가….
“헤으윽… 헤윽♥”
그녀는 다리를 연신 떨어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다시 따끔하는 고통이 내 팔에서 느껴졌다.
저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능력의 부작용일까….
한 번 사정하고 난 직후라 그런지, 아니면 갑작스런 통증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이 조금 맑아진 기분이었다.
이, 이제 그만 보자….
나는 바지를 추스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아린과 유니의 모습이 보인다.
이쪽으로 오고 있다!
나는 서둘러 바지를 올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옷을 가다듬었다.
정령의 시야를 통해 남자가 다시 여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설마 한 번 더 할 생각인가?
정령의 소환을 취소하려고 했지만, 선뜻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빠, 빨리 그만두지 않으면… 그녀들이 올 텐데.
남자는, 쓰러져 있는 여자를 붙들고 다시 억지로 집어넣었다.
“……!”
여자는 화들짝 놀라며 그를 거부하려고 했지만, 몇 번 피스톤질을 하자 다시 바닥을 긁으며 교성을 내질렀다.
들리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쾌락에 울부짖는 암컷의 모습이었다.
“…에릭!”
“…용사님!”
그리고 둘의 목소리가 내 정신을 일깨웠다.
“어, 으, 응?”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둘이 내 바로 옆까지 다가와 있었다.
“에릭, 왜 그래? 어디 다쳤어?”
“세상에, 피나잖아요 용사님!”
둘은 내 팔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당황하며 내 안부를 물었다.
아린이 재빨리 기도를 외워 지혈시켰다.
“어디서 다치신 건가요? 설마 도플갱어랑 만났나요?”
“아… 아니야. 아직 못 찾았어….”
갑자기 장미 문신에서 피가 흘러나왔다고, 말하려 했지만 왠지 입이 잘 열리지 않았다.
“윽!”
정령의 시야 속 남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또, 또 사정한 건가…?
뷰욱.
그녀의 질에서 그가 자지를 뽑아내자 하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저렇게… 많이?
분명 한 번 사정했는데도 어떻게….
“에릭?”
“용사님?”
내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자 둘이 다시 걱정했다.
“아, 아무 것도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또?
남자는 바닥에 앉아 쉬더니 쉴 새 없이 경련하는 그녀에게 다시 다가갔다.
하지만, 벌써… 세 번짼데?
“으음, 아린도 못 찾았다고 그랬지?”
“네….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요.”
애써 못 본 체 하며 신경을 껐다.
그래, 대화에 집중하자.
들리는 얘기로 보아하니 그녀들도 못 찾은 것 같다.
누군가가 놓친 걸까?
아린? 아니면 유니?
……아니면 나?
솔직히 중간부터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확인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마 셋 중 누군가가 실수를 했다면 그건 나겠지.
그럼… 내가 놓친 거라면….
내가 지나쳤던 어딘가에 세리아가 있었단 말인가?
얼굴을 직접 확인했던 집을 빼고, 빈 집들도 일단 후보에서 제외하면,
남은 건… 이 집밖에 없다.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이 안에 세리아가…… 있을 리가 없어.
시야 너머로 남자에게 매달리는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혹시 지도가 잘못됐다던가…….”
“으음… 그치만 그럼 아무런 단서도…….”
그녀들이 골똘히 의견을 나누고 있었지만, 나는 전신에 얼음이라도 끼얹은 듯 몸이 차가웠다.
……아니야.
아니야.
세리아가, 다른 남자랑…….
그렇게 짐승처럼…….
여전히 정령의 시야에는 짐승처럼 몸을 섞는 두 사람의 모습이 생생하게 비치고 있었다.
뷰르르륵!
다시 남자의 몸이 떨린다.
사정했다는 걸 곧장 알 수 있었다.
또, 또 저렇게 많이….
여자의 손은 남자의 등에 얹힌 채 그를 꼭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가 멀어지자 그제야 눈치 챈 듯 화들짝 손을 뗐다.
“…그럼 일단 돌아가서, 어?”
아린이 말을 하다말고 잠시 내 건너편을 바라보며 당황했다.
“요, 용사님! 저거!”
그녀의 말에 시야를 돌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보니, 저멀리 붉은 머리와 민소매 차림을 한 여자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리아!”
의심할 여지없이 세리아다.
역시!
지금 내 눈에 비치는 다른 그녀는 세리아가 아니었다.
그래. 세리아가 저렇게 다른 남자에게 매달릴 리가 없다.
그녀가 다른 남자랑 관계를 맺을 리도 없다.
그도 그럴게, 그녀는 저기 있지 않는가.
“세리아!”
나는 소리를 지르며 그녀에게 뛰어갔다.
“요, 용사님! 잠시만요!”
“에릭! 저건 아마….”
그녀들이 나를 불렀지만, 이미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세리아는, 나를 보더니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가지마! 세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