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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의 짐꾼-34화 (34/236)

〈 34화 〉 [용사] 마물 탐색 작전

아린 측이 얻어낸 정보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다지 쓸모 있는 게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보였다.

두 팀으로 나누어 돌아다녔지만, 결국 새로 얻은 정보는 없었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도 못 알아냈네.”

세리아가 머리카락을 꼬면서 중얼거렸다.

별 수확이 없어서 그런 건지,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죄송해요 용사님. 저희가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뺏기지만 않았어도….”

아린이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했다.

누명을 사서 감옥까지 갔다 왔다고 했던가.

아까 이 얘기를 들었을 땐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다.

감옥이라니!

그런 위험한 곳에 그녀들이 들어갔었단 말인가?

심지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리 도플갱어 때문이었다고는 하나 너무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인데, 하필이면 또 구해준 사람이 제렌 그 남자라고 한다.

제길, 대체 왜!

겨우 좀 떼어냈나 싶더니 이렇게 다시 엮여버리다니!

구해준 건 고마운 일이지만, 솔직히 조금 의심스러웠다.

그 남자가 정말 순수한 목적으로 세리아와 아린을 구해준 걸까?

……그녀들이 감옥에 갇힌 건 어디까지나 도플갱어 때문.

그 사실을 몰랐을 그가 이 사실을 이용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정말 단순한 선의인가?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괜찮아. 다친 곳 없이 돌아왔으니 그걸로 충분해.”

“용사님….”

아린은 별 것도 아닌 내 위로에 감동한 듯 눈을 반짝였고, 세리아는 여전히 머리카락만 꼬고 있었다.

하긴, 감옥까지 갔다 왔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빨리 쉬게 해주는 게 좋겠지.

어차피 오늘 조사로 특별히 알아낸 것도 없으니, 내일도 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

내일은 팀을 바꿔 나와 세리아, 아린과 유니가 각각 조사하기로 했다.

오늘은 이정도로 하자.

그래. 이걸로 오늘 조사는 끝이다.

이제 다른 얘기를 들을 시간이다.

과연 아린은 무언가 얘기를 듣고 왔을까?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냐, 너무 기대하지말자.

그런 일이 있었는데, 묻지 못했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나는 내 방에 먼저 올라와 마음을 진정시켰다.

똑똑.

“드, 들어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아린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평소에 입고 다니던 그 신관복이었다.

“후후, 그 옷이 아니라 실망하셨나요?”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장난스럽게 옷자락을 살짝 들어올렸다.

“아, 아니야! 딱히 기대 같은 거 안했어….”

“정말요? 그런 것치고는 순간 시선이 제 옷으로 향하셨는데.”

“아, 아니라니까!”

내가 필사적으로 부인하자 그녀가 살짝 다가왔다.

“미안해요 용사님….”

“역시, 못 물어본 거야?”

그래. 역시 그렇게 됐는가.

어쩔 수 없지.

조금 실망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그녀도 오늘 힘든 일을 많이 겪었으니까.

“아뇨, 물어봤죠.”

“응?”

내가 고개를 휙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아린은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 속으셨군요? 제가 그런 간단한 일 하나 못 할 리가 없죠!”

“지, 진짜야?”

역시 아린!

믿고 있었다!

“그럼요. 용사님이 듣고 싶어 하시는 걸 전부 알아왔답니다.”

그녀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밀었다.

작아서 별로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아린의 태도다.

별로 심각해보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내 오해는 전부 기우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

“그럼 들려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

다음 날 아침, 나는 세리아와 함께 숙소를 나섰다.

어제보다는 확연히 기분이 풀린 모습이라 다행이었다.

“에릭, 가자.”

그녀가 먼저 내 손을 잡아끌었다.

활기찬 모습.

평소의 그녀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다소 인위적이지만.

그 사실은 잠시 묻어두기로 했다.

밝은 척을 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어제 아린의 말이 생각났다.

둘이 교제하는 사이는 절대 아니랬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내 마음속 부담은 덜었다.

그래, 아직 내가 생각하던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둘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었냐는 질문.

아린은 확신이 없다고 했다.

세리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지만, 다소 망설이는 것 같았다고 아린은 말했다.

망설였다.

왜 망설인 것일까.

그저 당황스러운 질문이라?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아니면…… 정곡을 찔려서?

적어도 기분 좋게 내 팔을 잡아끄는 지금의 그녀에게선 그런 모습이 느껴지지 않았다.

“에릭, 이쯤 아니야?”

“아, 자, 잠깐만… 조금 더 가야해.”

그녀가 갑자기 질문을 던지자 나는 허둥지둥 지도를 꺼냈다.

그래. 난 그녀를 믿기로 하지 않았는가.

아무튼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으니 그 말을 믿자.

……믿는 수밖에.

내가 지도를 보고 있자 그녀도 슬쩍 고개를 내밀어 같이 지도를 살폈다.

달콤한 향.

적어도 그녀의 향만큼은 변함없이 은은했다.

“흐음. 거의 다 왔네.”

“그렇지. 일단 여기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질문 방식은 조금 바꾸는 게 좋을까?

어제와 같은 식이면 딱히 얻을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에릭.”

갑자기 그녀가 나를 불렀다.

“응?”

“……그 힘 말이야. 여신님한테서 받은 힘이 맞는 거지?”

그 힘이라.

내 팔목에 새겨진 그것을 말하는 거겠지.

나는 슬쩍 고개를 내려 내 팔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옷에 덮여있어 안 보이지만, 이 안에는 여신님이 주신 용사의 새로운 능력이 잠들어 있다.

여신님이 직접 강림하셔서 나에게 말씀해주신 건 아니지만, 당시 상황도 그렇고 사천왕을 한 번에 녹여버린 그 힘도 그렇고, 의심할 여지없는 여신님의 힘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결론 내리지 않았는가.

“…그렇지. 그래도, 왠지 조금 이상해서.”

세리아는 내 말을 듣고도 무언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적어도 남의 기술을 따라하는 그런 능력이 있다는 얘길,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 용사의 일대기에서도, 마법서에서도.”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용사 얘기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용사가 이런 능력을 쓴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라면 갑자기 왜 이런 능력이 생겼겠어?”

“……정말 여신이 용사에게 내린 축복이 맞는 걸까? 오직 에릭에게만?”

우선 우리는 그렇다고 결론을 냈다.

세리아도 동의한 일이다. 왜 굳이 이제와서 그걸 다시 의심하지?

물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나도 왠지 꺼림칙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게 아니고선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다.

“미안. 그냥 조금 생각이 많아졌나봐.”

결국 세리아가 먼저 포기했다.

나도 좀 찝찝하긴 했지만, 여신의 축복이 아닌 경우를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어서 그대로 받아들였다.

오늘도 마기의 흔적이 있던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그다지 큰 소득을 건지지는 못했다.

다양하게 질문을 바꿔서 던져봐도 여전히 입을 여는 사람들은 별로 아는 게 없었고, 무언가를 아는 것 같은 사람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도중에 세리아가 화가 나는 바람에 마법을 쓰려는 것을 겨우 말렸다.

“그치만 저 자식 분명 뭔가 알고 있잖아!”

“그, 그래도 마법까지 쓰는 건 너무한 거 같아.”

“너! 뭘 숨기고 있는 거야!”

“히이익…… 저,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가씨!”

무언가를 아는 듯한 눈치의 그 거지는 그렇게 말하며 넙죽 엎드려 빌었다.

우리보다 몇 살이나 더 나이 많아 보이는 아저씨가 그러고 있으니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이, 일어나세요. 안 물어볼 테니.”

“저, 정말이십니까?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는 과장되게 나한테 넙죽 절하며 후다닥 도망쳤다.

“하아… 그래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잖아. 마법 한 방이면 다 술술 털어놓을 텐데.”

세리아는 마음에 안 든다며 스태프를 든 채 팔짱을 꼈다.

새로 받은 스태프가 아니라 스승님에게 받았다는 그 옛날 스태프 그대로다.

분명 좋은 스태프긴 하지만, 세리아는 손에 익지 않는다며 새 스태프를 쓰지 않았다.

혹시 몰라 항상 허리에 끼고 다니기는 하지만 손에 들고 다니는 건 언제나 옛 스태프였다.

“마족 때문에 선량한 일반인을 괴롭힐 수는 없어.”

“안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칠지 모르는데도?”

“……응.”

바보 같다고 욕하더라도 할 수 없다.

내 판단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고통 받을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그래도, 마족을 잡아야 한다면서 의심 가는 일반인을 공격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알았어.”

“미안해.”

그녀는 납득하지 못한 눈치였지만 내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분명 더 빠른 길을 내버려두고 쓸데없이 멀리 돌아가는 내 방식이 마음에 안 들겠지.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아니야.”

“응?”

“난 에릭의 그런 방식도… 조, 좋다고 생각해.”

그녀는 조금 빨간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내 생각이 들리기라도 했나?

“얼굴에 다 쓰여 있는 걸.”

그녀가 스태프로 내 머리를 콩 하고 쳤다.

“자, 가자! 해 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돌아봐야지.”

세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슥 내밀었다.

“응?”

“부, 부끄러우니까 빨리.”

그녀는 모자로 얼굴을 가리며 나에게 손을 쫙 펼쳤다.

잡아달라는 걸까?

내 손을 그녀 손 위에 살며시 얹자, 그녀가 깍지를 꼈다.

손 너머로 전해지는 따뜻한 감촉이 어색했다.

“에릭.”

“응?”

“…날 버리지 말아줘.”

그녀가 뭐라고 말을 했지만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다시 물어봐도 세리아는 무슨 말이었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뭐, 아마 중요한 말은 아니었을 거다.

약간의 기대를 품었지만 아린과 유니도 딱히 새로운 정보는 없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정말 그 도플갱어를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다음날.

여전히 별 소득 없이 숙소로 돌아온 나와 유니는, 작은 지도를 손에 든 채 당황하는 아린을 발견했다.

“용사님! 세, 세리아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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