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의 짐꾼-32화 (32/236)

〈 32화 〉 [짐꾼] 함정

내가 그녀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자 그녀가 스태프를 들고 살벌한 눈으로 돌아보더니,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흠칫 놀라며 스태프를 슬그머니 내렸다.

“바쁘게 돌아다니시는구만?”

“어, 어, 어떻게…….”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설마 마주칠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다.

뭐 상당히 큰 도시니까 그럴 만도 하지.

그래도 같은 도시에 있는데 한 번 쯤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언젠가 있을 일이 좀 더 빠르게 일어난 것뿐이다.

“저, 저리가! 여기 아린도 있거든!”

그녀는 당황하며 내 손을 쳐냈다.

그러나 나는 당당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그녀에게 말했다.

“저번에 그 투명마법, 다시 걸어줘.”

“뭐, 뭐…?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내가 얼굴을 쑥 내밀며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뒤로 빼며 기겁을 했다.

“그냥 좀 슬쩍할게 있거든. 네 몸에는 손대지 않을 테니 걱정 마.”

“그, 그딴 이유로 내가 해줄 거 같아?”

“그럼 다른 이유면 괜찮다는 건가?”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누, 누가, 그렇대! 절대 안 해줄 거거든!”

“교회 안까지 소리 다 들리겠는데?”

내가 비웃으며 말하자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입을 합하고 막았다.

그래. 역시 들키고 싶지는 않겠지.

주물럭주물럭.

“슬슬 나올 거 같은데 빨리 걸어주는 게 어때?”

“흐읏… 미, 미친 새끼….”

그녀가 당황하며 주변을 살폈다.

행인 한 둘이 지나가면서 우리를 흥미롭게 살피고 있었다.

“사, 사람들이 보잖아. 미쳤어?”

“난 누가 봐도 상관없는데.”

스륵.

그녀의 옷 안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벗기는 시늉을 하자 그녀가 다급히 소리쳤다.

“아, 알았으니까 그만해!”

그녀는 나를 끌고 재빨리 주변 골목으로 들어갔다.

“호오, 여기서 해주길 바라는 건가?”

문질문질.

내가 그녀의 보지를 간지럽히자 그녀가 몸을 비비꼬았다.

“아, 아니거든! 집중해야하니까 방해하지 마!”

난 들은 척도 안하며 계속 문질렀다.

“흐읏… 빠, 빨리… 곧 나올 거란 말이야…!”

“부탁드립니다.”

“뭐?”

“‘부탁드립니다’라고 해.”

이 기회에 말버릇 좀 고쳐보자.

사실 신관년한테도 들키면 좀 많이 곤란하지만, 먼저 다급한 티를 낸 이년의 잘못이다.

“크읏… 진짜….”

세리아는 인상을 팍 쓰며 나를 노려보았다.

예전에 비해 많이 얌전해졌군.

그동안 열심히 길들인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흐읏… 하, 하지 말라니까… 그, 그만해… 햐읏♥”

급하다며?

이 년 정말로 즐기고 있는 거 아냐?

내가 팬티를 잡고 확 내리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그녀가 소리쳤다.

“그, 그만해주세요! 부탁이니까!”

자존심이 상하는지 눈을 꽉 감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상태였다.

좀 꼴리네. 박아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대사가 틀렸다.

“그거 아니잖아. 다시해.”

내가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보지를 활짝 벌렸다.

“해, 했잖아… 히익♥ 으읏… 부, 부탁드립니다!”

“뭐를?”

“더 무, 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 힉….”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그녀의 보지를 만지작거렸다.

대답쯤은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크흣, 지, 진짜로 더는 안 돼! 드, 들키면 이번에야 말로….”

“…….”

“마, 마법! 마법 걸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점점 다급해진 그녀가 결국 꼬리를 내렸다.

그래. 이래야지.

“좋아. 앞으로도 이렇게만 하라고. 그러면 계속 귀여워해 줄 테니까.”

턱.

포상으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다듬어주었다.

“…….”

어라, 얌전하네?

예전처럼 뿌리치지는 않더라도 노려보기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궁금해서 슬쩍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녀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뭐지 이 반응?

어제 용사가 버린다니 어쩐다니 하는 것도 그렇고 최근 갑자기 이상하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그 시련의 동굴을 나온 뒤부터 조금 달라졌다.

흠….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튼 지금 당장은 생각나는 게 없었다.

“뭐해, 안 걸어?”

“하, 할 거야!”

그러더니 그녀는 나한테서 한 발짝 물러나 주문을 외웠다.

평소보다 영창이 빠른 걸 보니 다급한 모양.

곧 내 모습이 사라졌다.

몇 번을 겪어도 신기한 마법이다.

대체 무슨 원리일까.

아마 난 들어도 모르겠지.

“세리아? 거기 있나요?”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아린이 골목길로 들어왔다.

휴, 좀만 늦었으면 들킬 뻔했네.

고맙다 행운의 오나홀!

“아, 아린!”

세리아가 화들짝 놀라며 스태프를 뒤로 숨겼다.

“…이런 곳에서 뭐하세요?”

“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세리아는 황급히 변명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

믿겠냐?

아니나 다를까 아린은 그녀의 말을 조금도 믿지 않고 세리아에게 다가왔다.

“바로 앞에 있겠다더니 그 사이 무슨 볼일이 생기셨길래?”

“…그, 그게….”

마치 추궁이라도 하는 것 같은 걸.

세리아는 누가 봐도 수상쩍은 피의자였다.

“혹시 누가 불렀나요? …예를 들면,”

“아, 아니야!”

예리한 것 봐.

이 년도 어째 나랑 눈이 자주 마주치더니 날 감시하고 있었나?

세리아는 다급히 머리를 굴렸다.

“화장실!”

“네?”

“조, 조금 급해서… 미안해….”

필사적인 변명치고는 참 거시기했다.

그래도 효과는 좋았는지 신관 년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래. 이 정도면 내 오나홀치고는 잘했다.

엉덩이를 툭툭 쳐주자 그녀가 흠칫 놀랐지만, 아린 앞이라 그런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마법을 쓰시던 건….”

“흐, 흔적을… 지우느라…….”

“그, 그랬군요…. 미안해요 세리아.”

아린이 당혹스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

세리아는 부끄러워 미치겠는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툭 치면 바로 터질 것만 같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년한테는 못볼 꼴 많이 보였지.

전에는 자위하는 것도 들켰고, 이번에는 밖에서 오줌싼 년 취급까지 받게 생겼다.

물론 자위 건도 그렇고 둘 다 내가 뒤에 있었지만 어차피 못 보니까.

신관년도 그 때 생각이 났는지 세리아의 하복부를 슬쩍 바라봤다.

“…빠, 빨리 가죠.”

“…으, 응!”

신관이 애써 어색한 공기를 환기하며 발을 옮겼다.

“미쳤지 진짜…….”

세리아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작게 중얼거렸다.

물론 난 들었다.

그 뒤로 둘의 즐거운 탐문 조사가 계속되었다.

나는 약속을 지키는 정직한 사나이이기 때문에 그녀의 몸을 건들지는 않았다.

“저기 가게 안으로 들어가.”

“…….”

내가 세리아 귀에 속삭이자 그녀가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내가 또 자기 몸을 더듬지는 않을까 당황했는지 옷자락을 꾹 눌렀다.

하지만 만지지 않는다.

그녀 본인도 의아해할 정도로.

존재감은 계속 드러내지만 그녀를 만지지는 않는다.

그녀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가 무슨 짓을 하겠거니 싶겠지만, 아무 것도 안하니 결국 남는 건 상상 뿐이다.

분명 이런 짓을 하겠지, 저런 짓까지도 하겠지.

상상만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몸이 서서히 달아오른다.

다른 년 같았으면 무슨 개소리냐 싶겠지만, 타고난 변태인 그녀에 한해서는 놀랍게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보라, 지금도 슬며시 허벅지를 비비고 있지 않는가.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중이리라.

“…세리아? 혹시 아직도 그, 흐흠, 화장실에 가고 싶으신가요?”

아린이 조금 부끄럽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누가 보면 좀 마려운 걸 참는 거 같기도 하다.

“으, 응…. 아! 저, 저 가게에 화장실이 있을 거 같으니 잠깐 들어가자.”

그녀는 이 꼴을 괜히 더 숨기느니 그냥 화장실이 급한 척을 하려는 것 같았다.

순간적인 순발력치고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내 명령도 듣고, 오해도 풀고.

그녀의 정신이 실시간으로 마모되고 있다는 점을 빼면 다 좋은 계획이었다.

“흐읏… 미쳤지 진짜.”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이 자연스레 밑으로 향하더니 흠칫하고 다시 올라왔다.

어라, 이거 봐라.

의외로 이런 게 취향인가?

아니, 생각해보니 의외는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지금 상황에 흥분하고 있는 건 분명했다.

“그, 그러죠. 그리고 세리아, 그건 생리현상이니 딱히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으, 응…!”

그녀는 방금 자기가 자위할 뻔했다는 사실에 당황했는지 자기 손을 꼭 붙들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게 혹시 내가 봤나 확인해보려는 거 같았지만, 그런다고 알 턱이 있나?

결국 세리아는 날 찾는 걸 포기하고 가게 문을 벌컥 열었다.

“어서오세….”

“화, 화장실 좀 쓸게요….”

남자 점원은 웬 미녀가 새빨간 얼굴로 나타나 부탁하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 그러세요.”

“죄송해요….”

아린이 따라 들어오며 사과했다.

역시 좀 비싸 보이는 가게더니 내부에 화장실도 있네.

이것이 도시?

역시 사람은 도시에 살아야한다.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정신머리가 돌아온 모양이다.

“…거기 있지?”

그녀가 나를 불렀다. 물론 대답 안했다.

“…하아. 나 진짜 미친년인가.”

그녀의 혼잣말이 들렸다.

뭐, 미친년 맞긴 하지.

성욕에 미친 년.

“…흐읏.”

어?

이게 무슨 소리야?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에 순간 정신이 그 쪽으로 확 돌아갔다.

이 미친년 뭐하는 거야?

화장실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이미 문은 잠겨있었다.

투명인간이라도 잠긴 문을 따는 재주는 없다.

“…으읍.”

그녀가 입에 옷자락을 물었는지 소리가 잘 새어나오지 않았다.

세상에, 지금 설마 자위하는 거야?

좀 제정신이 아닌 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더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그녀도 아직 생각이라는 게 남아있는지 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좀 떨어져있는 둘은 못 들었겠지만, 그래도 나는 똑똑히 들었다.

그녀가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을!

이쯤 되니 약간의 존경심마저 느껴졌다.

나도 시발 저런 짓 할 생각은 못했는데!

귀를 문에 가져다댔지만 소리는 거의 새어나오지 않았다.

“…….”

아, 시발 이걸 놓치나.

문을 열 방도가 없는 이상 어쩔 수 없다.

아쉽지만 이걸로 참을까.

나는 빵빵하게 부푼 자지를 애써 달래며 멀어졌다.

그래, 정신차리자.

저 년 자위하는 거 보려고 여기 데려온 거 아니다.

그런 건 이미 많이 봤잖는가.

아무튼 내 최종목표는 세리아 하나로 끝이 아니다.

이런 기회가 찾아왔을 때 좀 더 밑밥을 깔아둬야지.

나는 가게에서 상품을 구경하는 아린에게 접근했다.

꽤 비싸 보이는 상품들이었다.

장신구가 위주인 걸 보니 주변에 대장간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챙기면 값 좀 나오겠네.

손이 근질거렸지만 지금은 곤란했다.

그러니 딱 하나만 챙겨야지.

젤 무거운 녀석으로 하나 골랐다.

내 손에 잡히자 장신구의 모습이 스륵 사라졌다.

나보다 작은 물체가 내 육체와 접촉하면 마법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이 무겁고 작은 장신구도 보이지 않겠지.

나는 잠시 이걸 챙겨들고 그녀 주위를 맴돌며 기다렸다.

“후우….”

이윽고 세리아가 빠르게 자위를 마치고 시원한 얼굴로 다시 나왔다.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표정이다!

굉장하다.

역시 자위의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기에 한 점 모자람이 없다.

순간 나도 내 착각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아, 세리아.”

아린이 장신구를 구경하면서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세리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내가 오자고 시켰으니 무슨 일이 생길 거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아쉽지만 딱히 그런 거 없다.

지금 당장은.

“세리아? 아직 볼 일이 남았나요?”

“아… 그, 그게….”

그녀는 혹시 내가 무슨 말을 하진 않을까 잠시 기다렸지만,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으응…?”

그녀는 내가 아무 말도 안하자 의아해했다.

“세리아?”

아린은 이상하다는 듯 다시 물었다.

“아, 아니야. …이만 가자.”

그녀는 내 명령이 이해가 안 됐는지 여전히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별 말이 없었으니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고마웠어요.”

“아, 아닙니다….”

남자직원이 빨개진 얼굴로 대답했다.

저 새끼, 혹시 얘네 가자마자 화장실에서 냄새 맡는 거 아냐?

왠지 관상을 보니 그럴 거 같아 무서웠다.

뭐 거기까지는 내 알바 아니지.

그보다 슬슬 타이밍이 왔다.

세리아가 문을 열었다.

누가 봐도 나가려는 모습이다.

그래, 이때지.

나는 그 장신구를 일부러 소리 나게 아린의 밑으로 던졌다.

땡그랑!

“어?”

직원이 얼빠진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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