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짐꾼] 함정
하나, 둘…… 이게 다 몇 개야?
갑자기 쏟아지는 동전들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생각보다 여기 오래 머물 거 같으니까, 그… 넉넉하게 줬어.”
세리아가 고개를 돌린 채 나한테 꽤 많은 돈을 건넸다.
뭐야, 하룻밤만 묵고 가는 거 아니었나?
여기 오면서 들은 바로는 그랬는데, 아무래도 영주가 불렀다는 일과 관련 있는 듯싶었다.
그런데 그게 뭔지 말해줄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군.
꽈악!
나는 건방진 세리아년의 가슴을 쥐었다.
“히익!”
“그래서, 무슨 일인데?”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조금 더 앞에 가면 경비병들이 있겠지만, 너무 큰 소리만 내지 않는다면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 이거 놓고 얘기해…!”
“먼저 말하면 놔줄게.”
그러자 그녀는 나를 퍽퍽 치면서 저항했지만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다.
쪼물딱쪼물딱.
그녀의 작은 가슴을 양손으로 주무르자 곧 이년의 얼굴이 빨개졌다.
하여간 변태 같은 년.
아닌 척 해도 저건 발정난 암컷의 얼굴이다.
“이, 이거 놔!”
“말해주면 놓아준다니까?”
그녀가 잠시 말없이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렸다.
이거 혹시 더 괴롭혀달라고 조용해진 거 아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을 만큼 긴 침묵이었다.
조금 더 가지고 놀아주지.
그렇게 생각하며 한 손을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향하자 그녀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조, 조사할게 있어서 그래.”
이 시발.
더 만져달라는 거 아니었어?
이대로 순순히 손을 빼긴 아쉬워서 그녀의 팬티를 옆으로 치웠다.
“마, 말했잖아! 그만해!”
“좋으면서 뭘.”
내가 손가락을 계곡 사이로 쑤셔 넣으려 하자 그녀가 양손으로 열심히 막았다.
물론 그다지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푸욱!
손가락이 그녀의 질 안으로 손쉽게 침입했다.
“흐윽…!”
넣자마자 이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보지를 괴롭히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조산데?”
“그, 그건 말 못해… 히익! 지, 진짜로 안 돼!”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완강하게 저항했다.
그런 것 치고는 아까 저항이 약했는데.
또 그러면서도 지금 건 제법 거세게 저항한다.
하여간 종잡을 수 없는 년이었다.
클리를 엄지와 검지로 쥐고 누르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히이익! 아, 안 돼! 에릭을 배신하면… 배신하면 정말 버려질 거야…!”
무슨 소리지.
갑자기 웬 생뚱맞은 혼잣말을 하고 있다.
자세히 물어보면 입을 다물 거 같았기에 추궁하지 않았다.
비비적비비적.
클리를 꼬집으며 엄지로 문지르자 그녀가 다리를 자연스레 다리를 벌리며 달달 떨었다.
“흐읏… 흐윽…♥”
크크, 벌써 가버렸구만.
조금 더 해보려고 손가락에 힘을 넣으려던 찰나, 그녀가 날 거세게 밀쳤다.
“여, 여기까지만 해….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에릭이….”
그녀는 지금 영주와 대면하고 숙소로 이동하기 전에 잠깐 빠져나온 상태였다.
생각지도 못한 장기간의 투숙이 되어버렸기에 잠깐 회의를 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난 참가 못했다.
억지로 비집고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간 그 용사놈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볼게 뻔했다.
요즘 용사는 나를 사실상 세리아 따먹은 새끼로 확신하고 있다.
따먹지는 못했다는 걸 빼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동안 너무 대놓고 설치기는 했다.
하긴 병신이라도 알아챌 정도였으니, 병신인 용사가 알아채는 것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나저나 이 년 그런 살벌한 상황 속에서 잘도 빠져나왔구만.
“이, 이거만 주고 온다고 겨우 말렸단 말이야!”
그녀가 다급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뭐, 딱 돈만 주고 오는 거니까 걱정 말라고 잘 다독이고 왔나?
아무튼 계속하기에는 좀 그런 상황이었다.
“그래서 난 뭐하고 있으라고?”
“알아서 쉬고 있어. 돈 다 떨어져도 우리가 안 오면…… 그냥 알아서 살 길 찾고.”
뭐? 이 시발년이 지금 나 버리겠다고 한 건가?
내가 당장이라도 덮칠 것처럼 행동하자 그녀가 몸을 움츠리더니 변명했다.
“따,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마, 만약의 얘기야….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몰라서 그래.”
이 시발 그게 그 소리잖아!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고 있어!
“나, 나는 그럼….”
그녀는 후다닥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시발년이 용사가 바로 옆방이라고 아주 기고만장해졌다.
그렇지만 지금 저 안으로 쳐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좋아, 어차피 여기 머문다고 했지?
어디서 뭘 하는지 정도는 적어도 알아둬야겠다.
나는 떠난 척을 하면서 그들을 미행해 숙소를 체크했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일단 그 정도로 충분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혹시나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그들이 머무는 숙소 앞으로 찾아갔다.
조사라고 했으니 분명 이 도시를 돌아다니겠지.
설마 용사가 세리아를 혼자 보낸다거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혼자 있어봤자 할 것도 없다.
도박?
미쳤다고 자기 구역도 아닌 곳에서 도박을 하겠는가?
그런데 문 앞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용사 일행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야. 오늘은 휴식인가?
이렇게 농땡이 부릴 놈이 아닌데.
잠시 더 기다려 봐도 나올 생각이 없길래 위험을 무릅쓰고 여관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이미 나갔댄다.
이런 시발!
괜히 생고생했다.
이 갈 곳 없는 분노를 세리아년 보지에 갚아주리라 다짐하며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뭐하지.
여관에서 배나 긁어?
사창가에 가기엔 이미 눈이 높아져버렸다.
세리아년이 있는데 뭐 하러 그런 곳을 가나?
못생기고 헐렁헐렁한 창녀들 보지에 넣고 싸느니 세리아 얼굴에 싸는게 더 기분 좋다.
용사가 눈에 불을 켜고 있어서 좀 자제중이지만.
하여간 남 주기 싫으면 자기가 먹기라도 하던가.
정작 자기도 손을 안 대면서 남이 손 댈까봐 전전긍긍하는 꼴이 참이나 우스웠다.
이래서야 진수성찬 차려놓고 전시만 하는 꼴 아닌가.
그러다 음식 다 썩는다.
그리고 나는 그런 환경파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썩게 내버려둘 바에는 내가 꿀꺽하는 게 모두에게 이득 아니겠나?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뭐야?”
어떤 건방진 새끼야?
고개를 홱 들었더니 허름한 차림의 중년 아저씨가 서있었다.
“…이 세상이 증오스러운가?”
뭔 개소리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초면부터 헛소리를 찍찍 싸는 꼴을 보니 정상인은 아닌 듯싶었다.
“꺼져, 지랄 말고.”
“이 세상에 복수를 하고 싶지 않은가?”
“내 말 안 들리냐?”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지 이놈은 지 할 말만 늘어놓았다.
“우리는 너에게 힘을 줄 수 있다. 복수할 힘을.”
아니, 복수한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조금 지능에 문제가 있는 새끼 같았다.
근데, 뭐라고? 우리?
“우리? 너네 뭐하는 새끼들이냐?”
“……이 세상이 밉지 않은가?”
이 놈 봐라?
지금 이 자식 분명 말을 돌렸다.
뭔가 하는 행동만 보면 수상하기 그지없는 놈인데.
조금 궁금해졌다.
“맞아. 미워! 미워서 견딜 수가 없어! 다 복수하고 때려죽이고 싶어!”
“그럼 우리가 도와주겠다.”
존나 단순하네 이 놈.
아까 내가 꺼지라고 했던 말은 다 잊었는지, 맞장구를 쳐주니 바로 반응이 튀어나왔다.
“뭘 해줄 건데?”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그대에게 주겠다.”
와. 존나 듣기만 해도 수상한 냄새가 폴폴 난다.
이거 시발 네라고 하면 막 이상한 곳 끌려가는 거 아냐?
“어…… 조금 생각해봐도 되냐?”
“아직은 때가 오지 않았다. 달이 가득 차는 날, 이곳으로 오도록.”
그러더니 그는 종이 한 장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펴보니 작은 지도였다.
아니 뭐? 지도?
이놈들 왜 이런 걸 갖고 있지?
들키면 좀 많이 곤란할 텐데.
갑자기 존나 위험한 일에 말려든 게 아닐까 싶어 식은땀이 흘렀다.
“표식이 있는 곳으로 찾아와라. 복수가 하고 싶다면 결코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말도록.”
다시 살펴보니 지도라기에는 조금 허술했지만, 아무튼 어디가 어딘지 쯤은 대충 구분되게 그려져 있었다. 아마 이 빨갛게 동그라미 쳐진 곳으로 오란 뜻 같았다.
그러더니 그는 몸을 돌렸다.
가기 전에 혹시나 싶어 물어보기로 했다.
“잠깐. 너 혹시 여기 오다가 무슨 막대기 든 빨간 머리년 못 봤냐? 가슴 좀 작은.”
“……봤다.”
오, 내가 긍정적인 답변을 줘서 그런가?
갑자기 협력적으로 변했다.
“그래? 어디 있었냐?”
그러자 그는 손을 들어 방향을 가리켰다.
“…….”
아니 끝이야?
그걸로 내가 어떻게 알아?
“……그 날까지 침묵하라.”
그러더니 그는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존나 처음부터 끝까지 수상 그 자체인 놈이었다.
뭔가 여기 영주 놈이 이걸 알면 난리날 거 같은데.
문득 용사 일행이 여기 오래 머물면서 무언가를 조사한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 일이 이런 병신 같은 놈 쫓는 일은 아니겠지?
설마 장기투숙까지 한다는데 이렇게 쉬운 일을.
그래도 이것보다 더 수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거 같진 않은데.
흐음…….
허가받지 않은 지도를 들고 다니는 건 위험한 짓이지만, 어쩐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들키지 않게 작게 접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속옷 속에 넣어두었다.
그럼 이제 세리아 이년을 찾아가볼까.
저 남자가 위치를 존나 머저리같이 알려주긴 했지만, 적어도 방향은 알았으니 아까보단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있겠지.
얼마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금방 찾았다.
마법사년과 신관년 둘이 같이 다니기로 한 모양인데, 정말 너무 눈에 잘 띄었다.
잠깐 따라다니면서 보니까 무슨 탐문 같은 걸 하는 모양인데, 거지새끼들이 성실히 응답해주는 것 같진 않았다.
그야 그러겠지. 존나 입은 것만 봐도 잘 사는 놈들 같잖아.
탁!
세리아가 신경질을 내며 엉덩이를 더듬으려던 거지의 손을 쳤다.
그걸로 기분이 나빠졌는지 거지의 목덜미를 잡고 스태프를 들이밀자, 멍청한 거지새끼는 그제야 자기가 마법사를 건드린 걸 알았는지 울고불며 용서를 구했다.
주변 거지들은 겁에 질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하나둘 슬금슬금 자리를 떴다.
이 머저리들 저러면서 탐문을 할 생각인가?
신관년은 나름 그들의 정보를 얻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 뒤에서 마법사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으니 누가 겁에 안 질리겠는가?
무서우니 답이야 해주겠지만, 저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마법사들은 다 똑똑한 년놈들뿐이라더니, 요즘 저년을 보고 있으면 그 사실에 회의감이 든다.
세상에 이렇게 또 멍청한 년이 있을까.
두 여자는 잘 진행이 안 되는지 연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야 당연히 안 되겠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보더니 둘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저래선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얻을 것 같은데.
일단 얌전히 따라가 보기로 했다.
“앗…….”
누가 신관 아니랄까봐 아린이 눈앞의 교회에 반응했다.
아까보다 가까이 다가가서 그런지 말소리까지 들렸다.
갑자기 뒤돌아보지 않는 한 쉽게 들키지는 않을 거다.
“잠깐 갔다오지 그래? 여기서 기다릴게.”
“아, 아니에요…. 다음에 들리죠.”
그래. 좀 가라!
용사한테 무슨 언질이라도 들었는지 저 신관은 도무지 마법사한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설마 그 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봐? 잠깐 인사만 하고 오면 되잖아.”
“그래도….”
“그럼 내가 바로 문 앞에서 기다릴게.”
사실 마탑과 교회는 그다지 사이가 좋은 조직이 아니다.
지금이야 뭐 마왕이라는 공통의 적 때문에 협조하고는 있지만, 사실 둘 다 서로를 눈엣가시처럼 바라보는 놈들이었다.
그래서 마법사가 공공연하게 교회에 출입하는 건 그다지 좋은 행동이 아니었다.
뭐, 정작 저 파티는 딱히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 것 같지만.
아린은 그 말을 듣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들킬 뻔했네.
재빨리 골목 안으로 숨었는데, 다행이 못 본 모양이다.
“…금방 올게요.”
아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들어가기 전까지 몇 번이나 세리아를 돌아보았다.
걱정도 많군.
마음만 같아서는 떨어지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은데, 신실한 신자인 그녀는 교회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뭐, 나는 잘 모르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거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
아무튼 찬스다.
둘이 같이 있는 걸 보고 포기하려고 했는데, 좋은 생각이 나서 한 번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세리아 이년은 내 행운의 요정이다.
이년과 얽힌 일은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오나홀 아닐까?
힘들게 살아온 나에 대해 여신이 내려준 선물일지도 몰랐다.
나는 교회 앞에서 신성한 기분을 느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덥석!
“어떤 새끼가 또… 히익! 왜, 왜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