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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의 짐꾼-30화 (30/236)

〈 30화 〉 [용사] 마물 탐색 작전

다음 날 아침, 나는 아린과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은 뒤 유니와 함께 조사에 나섰다.

‘걱정마세요 용사님!’

아린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쪽 문제는 아린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임무에 집중해야지.

우선 동쪽부터 차례로 돌아볼 생각이다.

도시에 숨어든 마물은 동쪽에 가장 많은 흔적을 남겼는데, 아마 그 쪽에 빈민촌이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았다.

빈민촌.

집 없는 이들이 집을 짓고 산다는 다소 의아한 느낌의 동네다.

그들에게 딱히 악감정이 있지는 않지만 솔직히 내키는 곳은 아니었다.

그들은 외부인, 특히 돈이 많아 보이는 자들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하다 들었다.

우리도 딱히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이미 병사들이 한 번 들쑤셔 신경이 예민할 그들을 굳이 자극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허름해 보이는 옷을 입고 그곳으로 향했다.

이러면 그들의 경계심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겠지.

“또, 또, 씨발 좆같은 게 지랄이네, 안 꺼져?”

“저, 저기, 그러지 말고 한 마디라도 대답을…….”

“대답은 너희 엄마한테 들어 새끼야!”

딱!

거지 하나가 내 머리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졌다.

작은 돌멩이라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몹시 나빴다.

대체 내가 그들에게 무슨 못된 짓을 했다고 이렇게까지 욕을 먹어야하는가?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를 들먹이며 욕을 하는 것도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지금이라도 허름한 망토 속에 숨긴 칼을 뽑아들고 싶었지만, 내 검은 같은 인간이 아닌 사악한 마물을 베기 위해 존재하는 검이므로 참아야했다.

손이 자꾸 허리춤으로 향하려는 걸 나는 가까스로 막았다.

“에릭. 내가 해볼게.”

“무슨 소리야!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내가 펄쩍 뛰며 말렸지만, 그녀는 나에게 돌멩이를 던졌던 거지에게 다시 다가갔다.

“아이 씨발, 꺼지라는 말 못 들…….”

스륵.

“죄송한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

유니가 얼굴을 가리던 망토를 슬쩍 내리며 물었다.

그러자 쌍욕부터 박고 보려던 거지가 유니를 보고선 괜히 헛기침을 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친절해진 거지의 태도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유니는 그런 거지에게 생긋 웃어주며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분명 그녀는 하나만 물어본다고 했지만, 거지는 그런 쩨쩨한 사실에 신경쓰지 않았다.

“와아, 고마워요. 아저씨!”

“크흠. 난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

거지가 그렇게 말하며 더러운 손을 내밀자 유니가 자연스럽게 슬쩍 피했다.

뭐지.

마치 유니가 아니라 아린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유니에게 이런 기술이?

그녀는 거지에게서 충분한 대답을 얻어낸 뒤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거지가 손까지 흔들어주는 걸 보니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에헤헤, 어때! 나도 쓸모 있지?”

“어,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

“아린이 가르쳐줬어!”

역시 그럼 그렇지.

어쩐지 아린의 모습이 느껴진다 했다.

“어제 밤에 잠깐 배웠지. 이러면 다들 대답을 잘해준 댔는데 정말이네!”

“그, 그러게….”

상상이상으로 효과적이었다.

솔직히 나도 순간 그들을 부럽다고 생각해버렸다.

아린이 저렇게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을 가끔 보긴 했지만, 유니가 그러는 건 아린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귀여운 사촌 조카를 보는 삼촌의 심정이 딱 이러지 않을까 하는 느낌.

물론 사촌 조카를 만져보려고 슬쩍 손을 내민 그 거지는 칼에 베여도 할 말이 없었다.

어딜 그 더러운 손을!

“그래서, 뭐래?”

“응. 이상한 사람이 자기한테 말을 걸은 적이 있대.”

흥분을 가라앉히고 유니의 얘기를 들어보니, 며칠 전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그 거지에게 뜬금없는 것을 물어봤다고 한다.

이 세상이 밉지 않냐, 전부 다 때려 부수고 싶다는 생각 한 적 없냐, 대충 그런 뉘앙스의 말이라고 했다.

불안한 낌새밖에 안 느껴지는 문장이다.

그러나 저 성질 더러운 거지는 당연히 그 남자한테도 험한 말을 했고, 무언가 할 말이 있어보였던 그 남자는 결국 포기하고 갔다고 한다.

“그게 끝이야?”

“응, 그런가봐. 근데 그 뒤로도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계속 무언가를 묻고 다니는 거 같았대.”

으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무언가 하려는 계획일까?

무슨 계획인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좋은 쪽일 리는 없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보자.”

“응! 내가 할게!”

유니는 자신감이 붙었는지 적극적인 의지를 불태웠다.

“그럼… 부탁할게.”

나는 조금 떨떠름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다른 사람들을 하나씩 만나면서 물어봤지만, 다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모욕적인 말들을 뱉었다.

어지간하면 참고 넘어가고 싶었지만, 그들은 너무 말이 심했다.

“빡쳤냐? 부모 없는 티내기는.”

“무, 무슨 말을 그렇게…!”

대체 왜 이 사람들은 내 부모님을 걸고넘어지는 거지?

설령 나에게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건 내 잘못이지 부모님의 잘못이 아니다!

인내심에 한계가 온 내가 허리춤에 손을 올리는 순간, 유니의 손바닥이 내 손을 덮었다.

“에릭. 내가 할게.”

“유, 유니….”

그녀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나한테 했던 그 모욕들은 전부 어디로 갔는지 그들은 헤벌레한 얼굴로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었다.

“…….”

덕분에 정보가 점점 모이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조금 찝찝했다.

물론 유니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쯤은 알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생긋 웃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질투하는 건가?

그냥 더 원활한 조사를 위해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뿐인데.

나도 알고 있다.

그래도 왠지 그 모습을 보고 있기가 조금 거북했다.

“에릭! 내가 얘길 듣고 왔어!”

“으, 응…. 고마워.”

유니는 임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인데, 거기에 내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시킬 수는 없지.

나는 애써 침착한 척을 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크게 의미 있는 정보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허름한 차림의 남자를 만났다고 증언했는데, 제각각 인상착의가 다른 것을 보니 정말 모습을 바꾼다는 도플갱어가 맞거나 아니면 여러 명의 협력자가 있는 듯했다.

그 남자는 거지들을 찾아가 우리가 아까 들었던 것과 비슷한 얘기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대부분은 누가 성질 더러운 사람들 아니랄까봐 제대로 상대해주지 않은 듯한데, 그런 상대에게는 그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 아마 그렇다고 대답을 했을 것 같은 일부 거지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하나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분명 무언가 다른 얘기를 들은 것 같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아무리 캐물어도 대답하려 들지 않았다.

조금 그랬지만 유니가 얼굴을 조금 더 드러내고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구역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조사해봤지만 이 이상의 소득은 없을 것 같아 우선 첫날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숙소에 먼저 돌아오자, 예정보다 조금 일찍 돌아온 탓인지 아직 아무도 없었다.

“으음, 역시 너무 일찍 돌아온 걸까?”

“금방 오겠지. 조금만 기다리고 있자.”

우리는 잠시 세리아와 아린을 기다렸지만, 그들은 좀처럼 돌아오질 않았다.

“우리 좀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

“……그러게.”

이상하다.

이미 약속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닐까?

불안해진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동시에 문이 열리더니 세리아와 아린이 들어왔다.

“세리아! 아린!”

다행이다.

별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어째 둘 다 좀 피곤해보이기는 했지만 어디 다쳤다거나 그런 부분은 없는 것 같아 안심했다.

“둘 다 무슨 일 있었어?”

유니도 둘을 걱정하며 달려왔다.

그러자 세리아와 아린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후우…….”

무, 무슨 일이지?

갑자기 불안해졌다.

“미안해요, 용사님. 조금 불미스러운 일에 얽히는 바람에 살짝 늦었어요.”

“불미스러운 일이라니?”

내가 당황한 모습을 보였는지, 아린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따, 딱히 큰일이 난 건 아니에요. 다만 조금 오해가 생기는 바람에…….”

“오해?”

“네. 덕분에 그 오해를 푼다고 시간을 다 써버렸지 뭐에요. 죄송해요…….”

아무래도 제대로 된 조사는 못한 모양이다.

그건 좀 아쉬운 사실이었지만, 사실 내 관심은 그것보다 다른 쪽에 쏠려있었다.

……세리아.

그녀에 대해서는 물어봤을까?

지금이라도 당장 캐묻고 싶었지만, 다들 모여 있는 자리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조금만 참자.

“에릭. 미안하지만 우린 별 소득을 못 얻었어. 혹시 너희는 무슨 얘기 들었어?”

세리아도 미안하다는 듯 시선을 슬쩍 돌렸다.

어쩔 수 없지.

일단 가진 정보만이라도 얘기를 해보자.

우리는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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