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용사] 사천왕과 힘
“이건……!”
“커흑!”
해골 사천왕이 내 목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막혀있던 기도가 풀리자 나는 기침을 하면서 내 왼손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내 팔이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그에 해당하는 부위에서 빛이 솟구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네 놈, 무슨 짓을 한 거냐!”
해골이 녹아내리는 자기 손을 감싸며 나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뼈가… 녹고 있는 건가?
그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굉장히 당황스러워하는 톤이었다.
그만큼이나 나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당혹스러웠다.
“에, 에릭? 무슨 일이야 대체?”
“어? 에릭이 한 거야?”
세리아와 유니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만큼이나 그녀들도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 같았다.
“징표에요!”
그러나 아린은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지, 그렇게 소리쳤다.
“징표?”
“용사님에게 내리는 여신님의 축복…… 용사의 징표에요!”
용사의 징표?
그러고 보니 처음 여신님을 뵈었을 때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뭐였더라…… 위기의 순간 나를 지켜줄 축복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것이, 여신님이 나에게 내려주신 그 축복인가.
사천왕의 몸을 녹여버릴 정도니 그 위력은 말로 할 필요가 없었다.
“용사라고…? 이렇게 약한 인간이?”
해골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약하다는 말이 가슴에 아프게 꽂혔지만, 그래도 그는 조금 전의 압도적인 위엄을 잃고 있었다.
그의 왼손은 반쯤 녹아내려 이미 손등에 해당하는 부위가 사라져있었다.
그럼에도 손가락뼈가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마법적인 조치가 가해진 듯 했다.
“크윽…! 잔재주를!”
그는 분노하듯 소리를 높였지만 아까처럼 무섭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이것도 축복 덕분일까?
“용사님! 그 축복은 사악한 것을 쫓고 동료의 힘을 빌릴 수 있어요!”
“동료의… 힘?”
그 말을 들은 해골은 목소리가 나오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뭔가 알고 있는 네 놈이 제일 위험하군. 자신의 힘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애송이는 두렵지 않다.”
“히익!”
큰일이다. 아린에게는 그를 막을 만한 기술이 없다.
세리아나 유니가 그를 막을 수 있을까?
“아린! 내 뒤로!”
세리아의 목소리.
해골은 그녀들을 향해 검을 겨눈 채 한 발짝씩 걷고 있었다.
안 돼, 이대로 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하아압!”
그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일부러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나를 본 체도 안하던 그는 내가 바로 앞에서 검을 휘두르려 하자 그제야 몸을 틀고 내 칼을 막았다.
“크흐흐, 도발에 약하구나 애송…… 크아악!”
무언가 속셈이 있었던 것인지 음흉하게 웃던 해골이었지만, 내 팔에서 나는 빛에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아까 전처럼 뼈가 녹는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다급히 뒤로 물러서는 걸 보니 그런대로 효과는 있는 모양이다.
“몸에 닿아야 효과가 있을 거에요!”
“닥쳐라 신관!”
아린이 중요한 사실을 말해주었다.
직접 닿아야한다고?
아까는 그가 내 목을 쥐고 있어서 뼈가 녹았던 것인가!
“에, 에릭 대체 이게 뭐야?”
“무언가…… 강한 기운이야.”
세리아와 유니가 나한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두고 한 마디씩 던졌다.
나도 궁금하다. 그러나 우선은 저 녀석부터다.
“조금 이따가 설명 드릴게요! 용사님, 아마 용사님은 이제 저희의 힘도 원하시는 대로 쓰실 수 있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다급해진 내가 재촉하자, 해골이 쏜살같이 그녀에게 달려갔다.
“닥쳐라! 닥쳐!”
“아린에게 손 대지마!”
내가 사이에 끼어들자 그가 다시 고통스러워하며 뒤로 물러섰다.
“크으윽! 빌어먹을! 대체 뭐냐!”
그가 분통을 터뜨렸다.
실력으로는 분명 그가 우리 모두를 압도하고도 남지만, 이 여신님의 축복 덕분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크르륵! 크륵!”
“다… 다가갈 수가 없다!”
어느 샌가 우리 주변으로 마왕군들이 몰려들었지만, 일정 이상으로 다가오질 못했다.
“어쩌지?”
유니가 물었다.
마왕군들은 정확하게 내 빛을 기준으로 원을 이루며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이 안으로는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한 걸음 내딛으면 그들도 나를 따라 이동했다.
“……저 빛 때문에 접근을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여기서 빠져나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세리아의 분석에 나도 동의했다.
사천왕조차도 이 빛을 견디지 못한다면, 마왕의 병사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빛이 과연 언제까지 환하게 비출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 힘이 있다면 탈출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빠르게 저 자를 잡도록 하죠.”
마지막으로 아린이 그렇게 말했다.
그래. 접근만 하면 내가 이길 수 있다.
“크으윽! 제기랄! 여신, 그대는 또 나를 괴롭히는가!”
해골이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한 대사를 뱉었다.
그러나 딱히 궁금하지는 않다.
인간의 골격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보면 한 때 인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마왕의 사천왕일 뿐.
그렇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는, 죽어야 할 악이다.
“네 놈! 심판을 받아라!”
“닥쳐라, 더러운 인간!”
그는 날카롭게 소리쳤지만, 나에게 함부로 다가오진 못하고 있었다.
명백히 수세에 몰린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내 칼끝에 망설임이 서렸겠지만, 여신님의 축복 덕분인지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오히려 고양된 것 같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이길 수 있다!
나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크윽! 오, 오지마라!”
그는 당황하며 물러섰다.
지금은 자존심 때문인지 도망치지 않지만, 이대로라면 곧 도망갈 것만 같았다.
붙잡아야 한다. 무엇으로?
나는 자연스레 내 오른팔을 들었다.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자연스레 알고 있었다.
흙의 정령이시여, 부디 저 놈의 발을 붙들기를!
“히익!”
콰드득!
갑작스런 유니의 비명과 함께 흙더미가 솟아올라 해골의 발을 묶었다.
“이, 이런 걸로!”
그가 힘을 주자 흙더미가 터져 나왔지만,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다시 뭉쳐들었다.
“햐윽! 뭐, 뭐야?”
콰드득!
그가 흙더미를 떨쳐내고 한 걸음씩 물러날 때마다, 다시 흙더미가 솟아 그를 묶었다.
능력의 대가인지 내가 정령술을 쓸 때마다 유니가 이상한 비명을 질렀다.
오래 쓰면 그녀에게 부담이 갈 지도 모른다.
미안, 아린.
조금만 빌릴게!
“축복을!”
“히잇! 요, 용사님?”
내가 소리치자 내 다리의 근육이 강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오래 끌지 않는다.
단숨에!
나는 강화된 각력으로 땅을 박차며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 이 자식!”
그가 당황하며 검을 꺼내들지만, 나는 그와 다시 검을 맞댈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덥석!
그에게 다가가, 칼을 버리고 그를 세게 붙들었다.
“크아아악!”
그는 나를 내리치려던 팔을 부들부들 떨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주르륵.
그의 몸이 녹아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 이 자식! 이거 놓아라! 크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지만 나는 그를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크하아악! 여신! 여신! 네 년이 또……!”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지르며 그의 몸이 빠르게 녹아내렸다.
“마…… 왕이시여……!”
툭.
마침내 그의 손에서 칼이 떨어졌고, 그가 있던 자리에는 흰색 웅덩이만 남았다.
이긴…… 건가?
“에, 에릭! 갑자기 뛰어가면 따라잡을 수가 없잖아!”
다급히 뛰어왔는지 세리아가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움직이면 마왕군도 포위망을 유지한 채 나를 쫓아온다.
잘못했으면 파티원들이 그들과 부딪힐 뻔했다.
“앗, 미안….”
“이겼으니까 됐어.”
내가 사과하려하자 세리아가 막았다.
기뻐 보이는 목소리다. 역시 그녀도 기쁜 걸까.
“헤, 헨리님이 당했다!”
“어쩌지?”
우리를 포위한 마왕군 사이에서 동요가 빠르게 퍼져나간다.
우리를 보지 못하는 그들이라도 자신들의 상사인 사천왕이 녹아내리는 것은 똑똑히 보았겠지.
“에릭. 항복하라고 하자.”
세리아가 내 귀에 속삭였다.
정확히는 귀가 아니라 뒤통수였지만.
“다들 상황을 제대로 이해 못했으니 먹힐 지도 몰라.”
그런가?
일단 그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항복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도 죽을 것이다!”
***
당연히 모두가 항복하지는 않았다.
일부 항복한 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도망치거나 병사들에게 쫓겨 죽었다.
사천왕의 힘을 잃고 약해진 그들은 정예병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여신님의 축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내 마음 속에 피어났던 자신감과 흥분도 원래대로 되돌아왔는지, 성의 병사들처럼 도망치는 잔당을 쫓을 마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그들을 쫓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영웅이었다.
영주님은 우리의 공적을 인정해 데론 성의 영웅이 된 우리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환대를 베풀어주었다.
물론 데론 성은 이미 제 기능을 거의 상실했으니, 아무 것도 받지 못했다는 소리다.
그래도 적어도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여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는 있게 해줬다.
우리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지만, 동료들에게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굉장히 지쳐있었다.
여신님의 축복은 정말 좋은 힘이었지만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엄청 지치는 게 단점이었다.
평소에 막 쓰고 다니기는 힘들 것 같았고, 정말 중요한 순간에만 사용해야할 것 같았다.
그 헨리라는 해골 같이 사천왕과 맞설 때나, 혹은 나중에 마왕을 상대할 때에.
그러나 쓰고 난 후가 힘들다고 해서 그대로 묵혀둘 수는 없는 법.
나는 며칠간의 재정비 시간 동안 이 능력을 최대한 연구했다.
“흐읏!”
유니가 몸을 떨자 지면에서 흙이 살짝 솟아오르더니 빠른 속도로 근처 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퍼억!
흙에 반쯤 파묻힌 아이 형태의 정령이 나를 슬쩍 돌아보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땅의 정령을 중심으로 한 유니의 정령술이다.
지금 내 팔에는 손등부터 팔꿈치까지 넝쿨이 휘감겨 있다.
물론 진짜 넝쿨은 아니고, 문신처럼 그려져 있을 뿐이다.
세리아의 말에 따르면 이건 장미 넝쿨이라고 한다.
실제로 내 팔에는 장미꽃이 세 송이 피어 있었는데, 각각 세리아, 아린, 유니를 나타내는지 그녀들의 능력을 쓸 때마다 해당하는 꽃이 빛을 발했다.
무언가 되게 부끄러운 기분이었지만 그녀들은 어째서인지 좋아했다.
……그리고 그녀들에게도 비슷한 것이 생겼다.
내 팔에 장미꽃이 새겨졌듯이 그녀들에게도 어느 샌가 장미꽃이 한 송이씩 새겨진 것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빨간 장미꽃이었다.
그런데 위치가 하필이면, 그, 목덜미라서 조금…… 바라보기가 부끄러웠다.
솔직히 축복은 고마웠지만, 조금 뭐랄까, 왠지 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서 쓸 때마다 망설여진다.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힘이니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역시… 에릭이 내 힘을 쓸 때마다 이런 것 같아.”
유니는 자기가 낸 신음이 부끄러웠는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남의 능력을 쓰는 거라 이런 걸까?”
“그… 그런 거 아닐까?”
어째서인지 내가 능력을 쓸 때마다 그녀들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들의 말에 따르면 아픈 것까지는 아니고 무언가 자극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아주 잠깐이기도 하고, 아픈 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다.
“요, 용사님…… 저는 준비됐어요.”
아린이 심호흡을 하며 손을 모았다.
“응. 잘 부탁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고 그녀가 하던 행동을 따라했다.
“…축복을!”
“흐윽!”
아린이 움찔하며 살짝 비명을 질렀다.
내 몸 전체에 활력이 돌았다.
유니가 내려주는 축복은 생각보다 다양해서 몸 일부만을 강화할 수도 있었고, 전반적인 신체능력이나 특정 공격에 대한 내성을 올려주기도 했다.
그 동안은 약한 적들과만 싸워서 잘 알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확실히 대비하고 있어도…… 깜짝깜짝 놀라네요.”
아린이 멋쩍게 웃었다.
내가 그녀들의 기술을 쓰는 동안은 그녀들도 자신의 힘을 쓰지 못한다. 쓸 때마다 약간의 자극이 따라오는 건 물론이다.
아마 내가 힘을 발휘하는 동안 상대에게 주어지는 제약은 이 두 가지인 듯싶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왜 하필 꽃일까요?”
아린이 자기 목덜미를 살며시 만지면서 물었다.
왠지 그 동작이 요염하게 보여서 나는 눈을 슬쩍 돌려버렸다.
“후후, 용사님. 부끄러우신가요?”
그녀가 키득거렸다.
나는 빨개진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여신이랑 꽃은 별로 관련이 없지?”
“네……. 딱히 상징적으로도 연관이 있는 건 아닌데 말이죠.”
가만히 보고만 있던 세리아가 묻자 아린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조금 이상한 이야기였다.
새벽의 여신님과 꽃 사이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
교리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린도 모르는 걸 보면 정말 관계가 없는 상징물 같은데 왜 하필이면 꽃인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팔 전체를 휘감고 있는 모습도 왠지 조금 기분 나쁘다.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능력에 대한 것은 문헌에도 남아있었으니 여신님의 축복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세리아는 여전히 미심쩍어하는 표정이었지만, 아린의 말에 일단은 긍정했다.
“그런데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건 처음 들었는데…… 알고 있었으면 미리 말해주지 그랬어.”
“죄송해요 용사님. 사실 거의 전설 같은 얘기라서……. 저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그냥 만든 이야기인줄로만 알고 있었어요.”
내가 가볍게 묻자 그녀는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뭐, 우리 모두도 처음 듣는 얘기였고 여기서 가장 용사 전승에 대해 자세할 아린도 잘 몰랐던 것을 보면 그다지 알려져 있는 얘기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아마 수도에는 아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대주교님 같은 분이요.”
수도라…….
여기서 제법 거리가 된다.
마왕을 토벌하는 일이 더 급하기 때문에 아마 동선이 겹치지 않는 한 들리기는 힘들 것 같다.
“에, 에릭….”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자 세리아가 나를 불렀다.
“아, 응…. 그렇지….”
세리아의 마법도, 확인을 해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세리아의 마법은…….
“흐윽!”
“윽!”
바늘이 내 팔을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쭉 뻗은 내 손 앞으로 뜨거운 열기가 모여들었다.
“후우… 후우….”
마법은 오래 유지하고 있으면 굉장히 지친다.
아마 마법사와는 달리 나에게는 마력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세리아는 추측했다.
슈르륵.
내가 마법을 취소하자 내 주변의 온도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상하네요. 왜 세리아의 마법을 쓸 때만 용사님도 고통을 받는 걸까요?”
아린이 갸웃하며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의문을 입 밖으로 냈다.
“…아픈 건 아니야. 살짝 따끔한 정도야.”
세리아의 표정이 어두워졌길래 내가 그녀의 말을 조금 고쳤다.
“아니야, 에릭. 그래도 내 마법이 쓰기 힘든 건 사실이잖아.”
“그, 그건… 아마 마법이니까….”
내가 당황하며 어떻게든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나도 잘 모르는 이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유니의 정령술이야 정령의 힘을 빌리는 거니 그런 거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럼 아린의 신성력도 마찬가지여야 하는 거 아니야?”
세리아의 말에 나는 대답이 궁해졌다.
정말 나도 왜 그런지 의문이다.
“세, 세리아… 그래도 우선 쓸 수는 있으니….”
유니가 나름대로 위로를 건넸으나 세리아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왜 하필 이런 이상한 능력 때문에…….
축복은 확실히 축복이지만, 저주를 동시에 몰고 온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내 팔을 다시 살펴보았다.
넝쿨에 자란 세 송이의 빨간 장미꽃. 세리아의 것만 살짝 작았다.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