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짐꾼] 돌이킬 수 없는
“내, 내가 왜….”
이년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거부하려 했다.
어림도 없지.
“싫으면 죽이든가.”
“무슨 그런…!”
“아, 근데 죽이면 용사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 알아두고.”
내가 대놓고 막나가니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한다.
짐꾼이 주제도 모르고 마법사한테 깝치는데 죽여 버릴 수가 없다.
그 놈의 용사가 뭐라고!
“오늘 내가 어디 갔다왔는지는 아냐?”
“…내, 내가 알 바야?”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며 매정하게 대답했다.
그래, 알 바는 아니었지.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아까 봤겠지만, 내가 의외로 아는 사람이 좀 많거든?”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에 살짝 망설임이 섞였다.
“별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용사님이랑 같이 모험하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서 그동안 만난 친구들한테 다 말하고 다녔을 뿐이야.”
“…….”
그녀는 내 말을 곱씹었다.
나는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 성 해자의 비밀을 알고 있고, 숙소 주인에게 무료로 방 5개를 빌리기도 한 사람이다.
나한테 무언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누구라도 짐작하겠지.
물론 사실은 그냥 내가 여기 도박장에서 좀 잘나갔을 때, 돈 없는 놈들한테 이것저것 뜯어내다가 알게 된 것뿐이다.
그 수로를 알려준 건 무슨 늙은 마법사였는데, 자기 스승이 이 성을 지었다는 허풍쟁이 도박꾼이었다.
물론 제아무리 마법사라도 도박쟁이인 시점에서 패배는 정해져 있는 법. 그는 부족한 돈 대신 성의 비밀을 이것저것 알려줬는데, 수많은 구라들 중에서 가치 있는 정보는 이거 하나 뿐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이년은 그런 사정까진 모른다.
오늘 하루 종일 내가 의외의 면모만 보여줬기에 평가가 달라졌겠지.
아무 것도 없는 하찮은 짐꾼에서 무언가 감추고 있는 놈 정도로.
뭐 물론 내 말을 안 믿을 수도 있다.
다만 가능성으로는 고려하겠지.
“네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뭐, 글쎄. 다들 내가 여기 들어온 걸 아는데, 내가 죽어버리면 다들 좀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그런다고 누가 신경이나 쓸 거 같아?”
“용사는 신경 쓰지 않을까? 살인마 파티 같은 소릴 들으면 꽤 좋아하겠는데?”
“윽….”
안 그래도 이런 면에 민감한 용사다.
주변에서 살인마 파티 같은 소리를 들으면 그 연약한 멘탈이 버틸 리가 없지.
“그, 그런 헛소문에 에릭은 휘둘리지 않아.”
“그런가? 하긴 나보다는 더 잘 알겠지?”
내 장담하건데 주변에서 그런 소문이 들리는 순간 용사 멘탈은 와장창 박살날 것이다.
게다가 정말로 자기 파티원이 사람을 죽였다? 장담하는데 절대 못 버틴다.
“……더러운 새끼.”
“뭐, 좋게 생각해. 덕분에 용사를 속일 기회가 생긴 거잖아?”
“어차피 네 말대로 하다보면 더 의심만 살 거잖아….”
크크, 그야 당연하지.
적어도 아직은 확실한 증거가 없지만, 계속 이러다간 언젠가 확실하게 들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년을 막을 구실이 없어진다.
그건 내가 조심해야겠지.
“나도 죽고 싶진 않으니까 안 그러지. 그냥 이렇게 둘이서만 좀 즐기자고.”
“…….”
고민하는가?
좋아. 이미 넘어온 것과 마찬가지.
“나로서도 용사한테 의심받으면 좋을 거 없어. 확실히 수로에서는 내가 너무 성급했다. 앞으론 그러지 않을 거야.”
그녀의 얼굴이 망설임이 스쳤다.
내 제안을 따르는 게 좋지 않은 선택임은 그녀도 안다.
그렇다고 해서 날 간단히 죽여버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둘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결국은 내 쪽이 이기겠지.
왜나면 이년은 답도 없는 변태년이니까.
“빨아봐. 존나 기분 좋게 만들어 줄테니까.”
“누, 누가 그런 걸로….”
그러면서 흘긋 내 자지를 살핀다.
제 딴에는 안 들키려고 조심한 것 같지만, 이미 다 보인다.
덥석.
그녀 손을 잡고 내 앞으로 잡아끌었다.
거부하는 척을 하지만 그렇게 힘이 실려 있진 않았다.
“시작해봐.”
내 자지 앞에 서있는 그녀에게 한 마디 하자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나를 노려봤다.
“…넌 곱게 못 죽을 거야.”
살벌한 협박.
이게 진심이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 아무튼 용사를 위해 힘내보라고.”
용사랑 잘 되고 싶으면 나한테 더 봉사해보라고.
안 그러면 파국밖에 안 남으니까.
자, 과연 넘어올까?
나는 몸을 뒤로 젖혀 그녀 앞에 내 양물을 훤히 드러냈다.
그녀를 향해 곧게 선 자지.
표정을 찡그리며 잠시 고뇌하던 그녀는 결국 서서히 몸을 숙였다.
좋아. 됐다!
“그 상태로 어떻게 하려고? 앉아야지.”
“큿…….”
내 비아냥에도 그녀는 얼굴만 찌푸렸을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성공한 것이다.
좋아. 이제 존나게 즐길 일만 남았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바닥에 주저앉을 때처럼 다리를 바깥으로 쭉 빼고 앉는 자세다.
평소라면 절대 이렇게 앉지 않을 텐데, 무릎 꿇는 자세만큼은 거부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럼 또 시켜줘야지.
“자세가 그게 뭐야? 똑바로 앉아.”
“…앉았으면 됐지 뭐가 문제야?”
싫다는 티를 팍팍 낸다.
싫어? 싫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꺼져. 용사한테는 내가 잘 말해둘 테니.”
내가 일어나 바지를 추켜올리려고 하자 그녀가 나를 다급히 붙잡았다.
“왜?”
“…아, 알았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소리를 지르는 그녀.
태도가 아직 건방지지만 아무튼 의지를 보였으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 그럼 어디 보여줘.”
“…시발, 진짜….”
그녀가 분한 듯 중얼거린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반항이라고는 나를 욕하는 것 뿐.
이 정도는 남겨두기로 했다.
어차피 조만간 이 마지막 반항까지 나에게 싸그리 바치게 될 테니까.
그녀는 꼼지락거리며 잠시 망설였다.
내가 이불을 탁 내려치자 그제야 움찔하더니 다리를 슬쩍 모으곤 공손하게 무릎을 꿇었다.
내 자지 앞에 무릎 꿇은 마법사라.
살아생전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시발시발….”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수치와 치욕에 덜덜 떨고 있었다.
이건 그녀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 명령만으로 하는 행동.
저번처럼 적당히 합리화할 구실 따윈 없다.
그녀는 지금 짐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다.
마탑에 들어가 세상 다 가진 듯 오만하게 굴던 마법사는 드디어 현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좋아. 훌륭해.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쌀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러긴 너무 아깝잖아?
“자, 그럼 다시 빨아주실까. 저번보다 더 천천히 해봐. 감상을 하고 싶으니.”
“…죽어.”
그녀가 독설을 뱉었다.
죽여버린다가 아니라 죽으라고 한 점이 귀엽다.
“안 할 거야?”
“…알았으니 닥쳐.”
이죽거리자 그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저 손이 이미 몇 번이나 내 자지를 훑고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걸렸다.
그녀는 지금 자기가 더렵혀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는 이미 충분히 더러웠다.
이제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가 없을 뿐.
“흐읏….”
그녀가 눈을 질끈 감고 혀를 살짝 내밀었다.
가만히 기다렸다가는 한참 걸릴 것 같아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자지를 들이밀었다.
부비적부비적.
내 자지로 그녀의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
그녀의 얼굴 곳곳에 보이지 않는 흔적이 남았다.
“무, 무슨 짓…!”
“네가 느리니까 이러는 거 아냐. 아까처럼 내가 기다려줄 거 같았어?”
아직도 자기가 참아주는 거라고 생각하게 둬선 안 된다.
이젠 그녀가 내 말에 복종할 때다.
“꼬추로 맞고 싶지 않으면 얼른 빨아.”
“큭! 으읏….”
순간 나를 죽일 듯 노려보던 그녀는 곧 상황을 깨닫고 다시 풀이 죽었다.
상황판단이 빨라서 좋다.
“열심히 해봐. 그럼 나도 기분 좋아서 용사를 더 열심히 설득할지도 모르잖아?”
내가 적당히 당근을 던져주자 그녀가 반응했다.
“…뭘 믿고?”
“믿지 말든가.”
“…….”
내가 고추를 그녀의 입에 정조준하자 입이 오물거리더니 빨간 혀가 슬며시 다시 나왔다.
징그러운 생물을 손으로 만지듯 조심스러웠다.
톡.
그리고 마침내 닿았다.
기념비적인 첫 만남.
아니지, 두 번째잖아?
하도 떨길래 처음인 줄 알았다.
할짝.
그녀가 조심스레 혀로 내 자지를 핥았다.
눈은 꼭 감은 채였다.
“야, 눈 안 떠?”
봉사의 기본예절이 안 되어있네 이거.
자기가 무엇한테 봉사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어야할 것 아닌가?
그녀의 닫힌 눈이 파르르 떨린다.
내가 그녀의 눈을 살짝 누르자 그녀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아, 알았어!”
크크, 눈이라도 짓누를 줄 알았나?
기껏 생긴 노예인데 그럴 순 없지.
살짝 겁을 준 게 통했는지 그녀가 살며시 눈을 떴다.
“히익….”
요 며칠 간 몇 번이나 본 형체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리라.
그녀는 자기 눈앞에 있는 자지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다시 봉사를 시작했다.
햐릅햐릅.
그녀가 고양이처럼 혀를 햘짝이며 내 기둥을 핥기 시작했다.
아직 적응단계라 그런지 간지러웠다.
내가 고추에 힘을 주자 고추가 잠깐 흔들렸다.
“읏….”
그녀는 당황하면서 아까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핥기 시작했다.
츄릅츄릅.
본격적으로 혓바닥이 내 자지를 감싸기 시작한다.
그래, 처음 할 때보단 확실히 빨라졌다.
그 땐 얼굴도 못 봤는데, 지금 보니 상당히 절경이다.
눈물을 그렁그렁 맺은 채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내 자지에 달라붙어 있는 그녀.
두 손은 꼭 모은 채 다리 사이에 끼우고 있다. 조금씩 움찔거리는 걸 보면 그녀의 몸에도 반응이 오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입술이 가까이 달라붙었다가 다시 멀어진다.
그 아슬아슬한 거리가 나를 흥분시켰다.
“슬슬 입 벌려.”
“……흑.”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았다.
수로에서도 입에 들어갔던 물건이지만 역시 직접 보면서 넣으려니 제법 거부감이 상당한 것 같았다.
밑의 입은 바닥에 떨어진 것도 넙죽넙죽 받아먹던데, 하여간 대가리 닮아 까탈스러운 윗입이었다.
“억지로 넣는다?”
“기, 기다려봐… 내가 할 테니까….”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단 번에 내 귀두를 물었다.
쥬읍.
자지를 문 그녀의 얼굴이 가려졌다.
“흐으… 흐으….”
그러더니 자지를 입에 문 채 머뭇거린다.
하여간 내가 도와줘야겠네.
덥석.
내 손이 그녀의 양 귀를 잡았다.
“으읍?!”
그녀가 당황하며 자지를 빼려고 하자, 나는 그녀의 귀를 잡아당겼다.
“헤윽……! 읍!”
갑자기 목구멍에 꽂히는 자지의 감촉에 그녀가 기겁을 했다.
쥬릅쥬릅.
나는 그녀의 항의를 무시한 채 귀를 잡고 앞뒤로 잡아당겼다.
그녀의 머리가 그에 딸려 내 자지를 물었다 뱉었다 했다.
“읍… 윽…! 읍! 으읍!”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생체 오나홀을 쓰는 기분이다.
그녀의 자주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런 짓마저도 거부하지 못하는 그녀의 처지를 생각하면 이쪽이 훨씬 더 꼴렸다.
“후우…… 시발 앞으로는 이렇게 쓸 테니 각오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병신년 같으니라고.”
“후읍! 윽!”
내가 매도하자 그녀가 사나운 눈으로 나를 쏘아본다.
푸욱!
나는 그녀의 귀를 세게 끌어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케헥… 읍!”
그녀가 목이 막혀 괴로워하는 소리가 났다.
어차피 이 정도로 죽을 일은 없으니 괜찮다.
나는 더 열심히 그녀의 머리를 쥐고 흔들었다.
츄릅쥬릅쥬릅.
“읍… 윽읍… 으읏!”
“용사도 혼자 설득할 자신이 없어 나한테 몸이나 대고 말이야! 병신 같은 년! 쓸모없는 년!”
사실과는 조금 달랐지만 기분이 좋았기에 막 소리쳤다.
팡팡!
말하면서 엉덩이를 내리치자 그녀가 흠칫흠칫 떨었다.
“흐읏… 읏….”
그녀는 항의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녀를 풀어주지 않았다.
어딜 오나홀 주제에 반항을 하려 해!
깝치지 말라는 의미에서 몇 번 더 입에 넣고 흔들어줬다.
“오엑… 윽….”
쥬븝쥬븝.
내 자지가 침에 묻어 번들거렸다.
나는 그녀의 입에 자지를 처박을 때마다 입안 곳곳을 쑤시며 내 냄새를 깊숙히 남겼다.
후우, 슬슬 갈 거 같은데.
스퍼트를 올리려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쥬브읍.
내가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빼자 그녀의 입에서 자지가 뽕 튀어나왔다.
내 자지와 그녀의 입 사이에 침으로 된 다리가 둘 셋정도 세워지더니,
투투둑.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하나씩 무너져 내렸다.
“케흑! 커흑! 사, 사람한테 무스… 읍!”
입이 자유로워지자 또 헛소리를 하길래 혓바닥을 붙잡았다.
“가만히 있어 시발년아.”
혓바닥을 주욱 내리자 그녀의 입이 자동으로 벌어졌다.
탁탁!
나는 그녀의 벌어진 입을 조준하며 재빨리 손으로 속도를 냈다.
“읍…? 브, 브슨 지디야…!”
그녀가 혀를 붙들린 상태에서 어떻게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말이 나올 턱이 없었다.
탁탁탁!
한계가 임박하자 나는 벌떡 일어나 내 자지를 그녀의 혀 위에 올렸다.
뷰르릇!
하얀 정액이 그녀의 혀를 타고 그녀의 입속으로 다이빙했다.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높이 솟구친 친구들은 그대로 그녀의 얼굴 위에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흐으읏! 윽!”
뷰릇! 뷰릇!
입 속으로 착지한 내 새끼들은 자연스레 목구멍을 타고 밑으로 쏜살같이 내려갔다.
“흐윽! 으윽!”
그녀가 당황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탁.
나는 그녀의 혀를 놓아주고 머리카락에 슥슥 닦았다.
“미, 미친 새끼…!”
그녀가 경악해서 나한테 소리쳤다.
그 말을 듣자 나는 픽 웃음이 새어나왔다.
“미친 건 너겠지, 변태년 같으니라고.”
그녀의 손은 이미 서로 비비적거리는 가랑이 사이에서 나올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흐읏!”
그녀가 당황해 자세를 풀고 뒤로 물러섰다.
“크크크, 이렇게 거칠게 다루는 게 취향인가? 넣는 것도 거칠더니.”
“개, 개소리하지마…!”
그녀가 빨개진 얼굴로 소리쳤지만 이미 그녀의 얼굴은 절반이 새하얬다.
“으윽, 더러워…….”
그녀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얼굴에 묻은 정액을 닦았다.
“그대로 나가.”
“뭐?”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가 다시 물었다.
“지금 그 상태 그대로 돌아가라고.”
“미, 미쳤….”
“여기까지 와서 다 망칠래?”
그녀의 얼굴이 다양한 방식으로 일그러졌다.
“아까 보니 용사는 신관 년이랑 같이 나갔더만. 들킬 일도 없을 테니 잘 됐잖아?”
“아, 아린이랑….”
충격받은 그녀의 얼굴을 보니 몰랐던 모양이다.
“크크, 벌써 버려지셨나?”
“아, 아니야!”
그녀가 다급히 소리쳤다.
“진짜 버려지고 싶지 않으면 얼른 들어가라고. 내 생각 바뀌기 전에.”
나는 내 할 말 다 했다는 듯 침대 위에 벌렁 누웠다.
“큿… 으윽….”
그녀가 분하다는 듯 몸을 떨었지만 그녀에게는 할 수 있는 행동이 없었다.
스태프도 없는 년은 날 겁줄 수 없다.
있더라도 아무 것도 못했겠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중요한 걸 덧붙였다.
“아, 그리고 앞으로 내가 부르면 재깍재깍 와. 스태프는 놓고.”
어차피 그걸로 나를 죽일 수는 없겠지만 스태프는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정신적 안정감을 선사할 것이다.
그러니 나와 있을 땐 최대한 떨어뜨려놓는 것이 좋았다.
“아, 앞으로?”
“그럼 이걸로 퉁칠 줄 알았냐?”
그녀도 알고 있었다는 듯 별 말은 안했다.
그냥 째려봤을 뿐이다.
이미 저 정도는 애교나 다름없지.
내가 누운 채 눈을 감자 그녀는 잠시 조용히 서있다 나갔다.
“진짜 언젠간 죽을 거야.”
귀여운 경고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