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짐꾼] 돌이킬 수 없는
마법사년은?
충격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지금도 내 힘에 맞춰 질질 끌려오는 수준이다.
이때를 틈 타 가슴도 좀 만지작거렸지만 평소와는 달리 정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말랑말랑.
조금 작은 가슴이 내 손아귀에서 흔들렸다.
뭐 작기는 하지만 아예 절벽인 수준은 아니다. 이정도면 딱 슬랜더하고 꼴리는 가슴이지.
그런데 정말 이래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충격은 충격인 모양.
“힘이 없으시군요. 조금 부축해드릴까요?”
혹시 대답이 돌아올까 싶어 슬쩍 물었다.
이미 부축하고 있지만. 덤으로 실컷 만지고 있다.
몰캉몰캉.
으음, 나쁘지 않은 감촉.
그동안 밑으로만 즐겼는데 위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입도 해금했는데 슬슬 가슴도 해볼까.
그렇게 고민하다보니 대답이 돌아왔다.
“너… 너 때문에….”
그녀는 나에게 가슴을 잡힌 채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아니, 아니야….”
그러더니 다시 조용해진다.
솔직히 쌍욕을 먹을 줄 알았던 나로서는 좀 의아한 반응이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나한테 욕을 하려다가, 말았다.
용사 때문에?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이미 상당히 떨어진 것 같은데.
하긴, 그녀는 정신이 없는 상태일 테니 모를 수도 있다.
아니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분명 선택할 권리를 줬다.
사실상 의미가 없는 선택이지만, 아무튼 그녀는 거절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결국 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들켰다.
나에게 드는 분노의 감정보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후회가 더 큰 걸까?
암컷년들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그것 말고는 얌전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몰캉몰캉.
그녀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놔.”
그제야 정신이 든 그녀가 나에게 경고했다.
슬슬 무서우니 나도 손을 뺐다.
“…….”
정신은 차린 것 같은데 조용하니 어째 좀 무섭다.
뭐라고 말해야하지?
“시발…….”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어색하다. 함부로 깝치면 뒤질 거 같은 분위긴데.
그렇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자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 내가 언제는 뭐 생각하고 움직였나.
덥석.
나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뭐하는 거야?”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말투였다.
아니, 분노는 느껴진다. 손끝이 얼어버릴 듯한 차가운 분노가!
“아, 미안. 벽인줄 알고.”
생각하니 화난다.
내가 왜 이년 페이스에 끌려다녀야 하지?
상황을 주도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여야 했다.
“죽고 싶어…?”
살기가 뚝뚝 묻어져 나온다.
모습이 안 보이니 잘 모르겠지만, 벌써 스태프를 겨누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뒤지면 뒤지는 거지.
꽈악.
나는 본능에 따라 그녀의 유두를 꼬집었다.
“흐읏…!”
그러자 살벌한 그녀의 입에서 귀여운 신음이 새어나왔다.
“…….”
“…….”
다시 감도는 적막.
당황한 그녀의 기색이 보이지 않아도 전해진다.
흐흐, 시발년 그럼 그렇지. 괜히 무겁게 분위기 잡고 있었구만?
용사 때문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겠지만, 어느 정도 상황을 판단할 머리는 돌아온 것 같았다.
이 기회를 틈타 주도권을 뺏으려고 했나?
제법 치밀한 계획이었지만 젖꼭지 한 번 만졌다고 신음소리를 내는 변태 년에게는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내가 양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만지자 그녀가 손으로 탁 쳐냈다.
“하, 하지마…!”
아까보다 확실히 독기가 빠졌다.
덕분에 기껏 잡은 분위기가 다 깨져버렸다.
“너, 너 때문에… 아니…. 아무튼 너 때문에…!”
판도 깨졌겠다, 그녀는 횡설수설하며 평소 페이스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나 때문에? 난 분명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네, 네가 애초부터 이상한 제안을 하니까…!”
그녀가 부들부들 떨며 화를 냈다.
참고로 부들부들 떨었다는 건 내 상상이다. 왠지 지금 상황이면 그럴 것 같았거든.
내버려두면 자꾸 내 탓만 하면서 찡찡댈 거 같은데, 딱히 받아줄 생각은 없다.
“아, 다 왔네.”
“읏….”
그녀가 말을 뚝 멈췄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사다리.
저 위에 다들 있을 것이다.
다른 파티원과, 용사까지도.
“…….”
그녀가 다시 조용해졌다.
용사와 마주할 생각을 하니 생각이 복잡한 것 같았다.
“숙소는 잡을 수 있냐?”
이대로면 계속 벙어리 상태일 것 같아 슬쩍 물었다.
“…아니.”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솔직히 답했다.
그렇겠지. 이런 상황에서 어떤 놈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겠나?
아무리 마법사라도 뾰족한 수는 없겠지.
그렇다고 용사가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럼 숙소는 내가 잡지.”
“뭐?”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반문하는 그녀.
왜 못 믿겠냐?
사실 다른 곳이었다면 나도 어쩔 수 없겠지만, 여기는 데론.
비벼볼 구석이 충분했다.
칼빵 맞고 쫓겨나긴 했지만…….
어차피 병사들은 죄다 전쟁에 정신팔려있을 테니 괜찮다.
나한테 빚 좀 진 놈들 족치면 잠 잘 자리쯤이야 껌이지.
이런 얘기를 간략하게 해주자 그년은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의외로 할 줄 아는 게 있었구나….”
뭐 이 새끼야?
내가 그럼 평생 짐만 지고 다닌 줄 알았냐?
여기저기 구르다가 이 자리까지 굴러 떨어진 거지, 내가 결코 어디 가서 꿀리는 인간은 아니다.
시팔 도박장의 귀신하면 바로 나였다고.
요즘엔 아는 놈도 없겠지만.
“아무튼, 그럼 숙소는 내가 잡는다. 각방으로 잡을 테니까 이따 자기 전에 내 방으로 와. 너도나도 서로 좀 할 얘기가 있을 거 같은데.”
물론 존나게 박아대려고 부르는 건 아니다.
아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
존나게 박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부르는 거니까.
방금 생각해봤는데, 지금 이 상황은 꽤나 좋은 상황 같았다.
무엇보다 이 년 상태가 별로 안 좋다. 아마 머리도 제대로 안 돌아가겠지.
잘만하면 좀 더 써먹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럴싸한 계획이 하나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잘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질러보기로 했다.
잘만 풀리면 진도를 확 뺄 수 있다.
잘 안되면? 그날로 뒤지는 거지 뭐.
“…….”
무슨 상상을 하는지 그녀가 조용했다.
“대답은?”
“…알았어.”
한참의 고민 끝에 그녀가 겨우 대답했다.
***
그 뒤로 대충 숙소를 잡아줬다.
아니나 다를까 그쪽으로 일하는 놈 하나 찾아서 족쳤더니 금방 꼬리를 말았다.
여기 놈들 중에 내 돈 안 빌려봤던 놈이 얼마나 되겠어.
방을 빌린 뒤에는 적당히 바깥에서 시간을 때웠다.
일부러 마법사년이 방에 먼저 들어가기 전에 나섰다.
이년에게 내가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나름 중요한 포인트였다.
사실 그 뒤로는 딱히 할 게 없어서 적당히 거리나 쏘다니다 돌아왔다.
시발 진짜 거리가 텅텅 비었네.
뭐 좀 재미 볼 거 있나 싶었는데, 말짱 꽝이다.
보나마나 도박장 운영하는 새끼들도 판 다 접었겠지.
이런 상황에서 누가 도박하러 오겠어?
살짝 실력발휘 좀 해볼까 했는데, 아쉽게 됐다.
이미 얼굴이 팔렸으니 들어가지도 못하겠지만.
결국 별 소득 없이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밑밥은 깔아뒀으니 딱히 손해보진 않았다.
간단하게 다 같이 저녁을 먹고 난 뒤, 용사 방에서 가장 먼 내 방에 앉아 잠시 기다리니 노크 소리가 났다.
똑똑.
“들어오시죠.”
혹시 다른 년놈일 가능성도 있으니 일단 조심스레 답했다.
끼익.
빨간 년이 들어오는 걸 보니 다행이 마법사년이 맞았다.
평소에 걸치던 붉은 로브는 두고 왔는지 민소매 차림에 스태프도 들고 있지 않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스태프가 없다는 점에 조금 놀랐다.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인가?
아니면…… 그래도 상관없다는 건가?
내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으니 그녀가 쭈뼛거리며 들어와 문을 닫았다.
“…네 말대로… 왔어.”
이 상황 자체가 어색한지 눈동자가 바닥을 향하고 있다.
나는 이불을 탁탁 치면서 말했다.
“일단 앉아. 그리고 나서 얘기를 좀 해보자고.”
그러더니 이년은 의자에 쏙 앉아버렸다.
여기 오란 뜻이었는데?
역시 아직 이해를 못한 것 같다.
뭐 좋아.
그런 건 천천히 교육시키면 되겠지.
솔직히 안 올 가능성까지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지금 내 방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거의 성공한 셈이었다.
“그래서… 뭘 어쩌려고?”
그녀가 먼저 서두를 놓았다.
“일단 아까 있었던 일을 좀 정리하자고. 의심 받을 일은 하나라도 줄여야하지 않겠어?”
내가 능청맞게 대답하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에릭이 그걸 못 알아챌 리가 없잖아!”
하긴, 마법이 풀리고 봤던 그의 얼굴은 진짜 죽을상이었다.
상황을 모르는 나머지 두 년도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누가 봐도 의심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어차피 직접 본 것도 아니야. 얼마든지 속일 수 있지.”
“내… 내 바로 옆에 있었을 거 아냐…. 모를 리가 없어!”
멍청한 년이라면 어떻게든 속여 볼 텐데, 이년한테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하긴 나라도 옆에서 쥬븝쥬븝하는 소리가 나면 모를 수가 없지.
이러면 역시 계획대로 가는 수밖에.
“의심하면? 그럼 뭐 어쩔 건데?”
“뭐?”
그녀가 눈을 치켜떴다.
“뭐 시발 막말로 직접 보기라도 했어?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지. 지가 의심해봤자 뭘 하겠어? 널 죽이기라도 하겠냐?”
“…아냐 …이, 이미 늦었어…. 에릭은 이제 날 믿지 않을 거야…. 흐윽, 미안해 에릭…!”
잘 가나 싶더니 갑자기 눈물을 터뜨린다.
아이씨 여기서 울면 어떡해!
달래줘야 하나?
그런 건 용사가 잘 할 거 같은데.
우는 여자 달래는 특기는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지켜봤다.
그녀는 곧 내 앞에서 울기 쪽팔렸는지 억지로 울음을 참았다.
그래봤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지만.
“야, 그냥 당당하게 나가. 그렇게 접시 깨먹은 애새끼마냥 덜덜 떨면 맞는 말이요 하는 꼴밖에 더 되냐? 오히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나가면 걔도 내 착각인가하면서 넘어갈 걸?”
“에, 에릭을 속일 수는 없어….”
후, 답답한 년이다.
그 놈이 뭐라고 그렇게 집착하는지.
뭐 이번에는 그 덕택을 좀 보겠지만.
“그럼 가서 솔직하게 털어놓을래? 용사님 사실 조금 전에 다른 남자 고추 빨고 왔어요라고?”
“읏….”
그러자 그녀의 말문이 막혔다.
용사를 속이기는 싫다.
그렇지만 사실대로 말하고 싶지도 않다?
이미 양립은 불가능하다.
그 날 나에게 자위를 보여준 시점부터 이미 용사를 속이고 있던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은 애매모호하게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오늘 일로 그것도 쫑이다.
내 자지를 물고빨고했다는 사실은 이제 변하지 않으니까.
“그래. 다 구라고 솔직히 너 지금 좆된 거 맞아. 귀가 뚫려 있으면 모를 수가 없지. 이미 그놈 머릿속에선 우리가 침대 위에서 서로 뒹굴고 있을 걸?”
내 말을 듣자 다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평소에는 그리 싸가지 없던 년이 이렇게 놓고 보니 그냥 사춘기 소녀나 다름없다.
사랑에 눈이 먼 어린년.
용사한테 들킬까봐 울고, 용사를 속이고 있는 자기 처지가 슬퍼서 또 울고.
그리고 이젠 용사 때문에 내 말을 들어야 하니 또 울겠지.
“야, 생각해봐.”
슬슬 시동을 걸 때가 됐다.
“이미 용사는 우리를 의심하는 상황이야. 맞지?”
“흐윽….”
저년의 눈물샘이 또 터지려한다.
그래, 울든 말든 내 말을 듣고 있으면 됐지.
“그러니 우리 둘이서 좀 협력하자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녀가 훌쩍이면서 물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해를 풀어야지, 안 그래? 그대로 저렇게 믿게 냅둘 거야?”
“…오해 아니잖아.”
아니 그야 진짜 빨긴 했지만.
“어차피 못 봤으니까 오해야.”
“…누가 그런 걸 믿어.”
“그럼 그대로 둘 거야?”
“…….”
어차피 눈앞에서 까발릴게 아닌 이상, 어떻게든 용사를 속여 넘겨야 한다.
그녀도 그 정도 사실쯤은 알고 있겠지.
“그러니까 날 죽이겠다던가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알았지?”
“흥. 그게 목적이었어?”
목적? 그야 목적 중 하나긴 하지.
죽어버리면 죽도 밥도 안 되니까.
그렇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이래서는 내가 주도권을 뺏겨버리는 형국이니.
“그래. 여기서 날 죽인다고 쳐봐. 용사가 뭐라고 생각하겠어?”
“…….”
그녀도 짐작 가는 게 있는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내가 만약에 죽는다면 용사가 뭐라고 생각할까?
아하, 짐꾼 주제에 자꾸 기어올라서 죽였구나.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 놈 성격상 분명 ‘저 남자 자지도 잘만 물더니, 혹시 더 켕기는 게 있어서 죽인 거 아닐까?’ 정도로 의심할게 뻔했다.
안 그래도 이런 쪽으로 좀 집착이 심한 것 같은데, 한 번 의심이 들면 밑도 끝도 없이 의심하겠지.
아마 이년을 볼 때마다 그 생각이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더러운 년이라고 버릴 지도 모르지.”
“에릭은 그런 짓 안 해!”
그녀가 절대 그럴 일 없다는 듯 곧장 반박했다.
사실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 호구 같은 놈은 분명 혼자 끙끙대면서도 모르는 체 할 것이다.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그럼 너는?”
“나…?”
그녀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뭐 보나마나 용사는 내 착각이다, 그럴 리 없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참고 넘어가려 하겠지. 그런데 그럼 너는 괜찮겠어?”
“무슨….”
“널 볼 때마다 그 놈이 괴로워할 텐데, 네가 버틸 수 있겠어?”
“난… 그런….”
자기를 볼 때마다 안색이 어두워지는 용사.
본인은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괜찮다고 둘러대겠지만 이 년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얼굴 볼 때만 그러겠는가?
나중에 관계가 더 진전되면?
키스 할 때마다 ‘그 놈한테 먼저 해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테고,
자기 걸 빨아줘도 ‘그 놈한테 해줘서 이렇게 잘하는 건가’싶겠지.
하나하나 신경 쓰는 티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다.
“정말 괜찮겠어?”
“…….”
그런 미래의 모습을 상상했는지 그녀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다.
진실한 사랑만 있으면 이런 것쯤은 문제없네 뭐 그딴 소리는 안 해서 다행이다.
진실한 사랑?
용사는 평생 의심하면서 살 텐데?
“…어, 어차피 이미 늦었어. 되돌릴 수 없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녀가 예리한 부분을 짚었다.
사실 그녀는 이미 좆된 게 맞다. 이미 의심하고 있잖아.
그렇지만 여기서 내가 죽어버리면 의심을 풀 기회마저 날아간다.
“내가 살아있으면 의심을 풀 기회라도 생기겠지.”
“…말만 그러고 계속 할 거잖아.”
당연하지 시발!
그냥 놔둘 리가 있나.
“도와주지. 용사가 자기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게 해줄게.”
“뭘 믿고?”
“안 믿으면 어쩔 건데?”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이거 지금 협박하는 거야?”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눈치도 좋군.
당연히 협박이지.
나는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순간 당황한 그녀의 목소리.
그녀 앞에서 나는 바지를 훌렁 내렸다.
빨딱 솟은 내 친구.
“당연히 맞지, 시발년아. 빨아봐.”
업그레이드된 협박 시즌 2. 오늘부터 시작한다.
그녀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