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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의 짐꾼-5화 (5/236)

〈 5화 〉 [짐꾼] 마법사 혼자서

크크크. 진짜 병신인가?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아무래도 이 용사는 진지하게 이곳에 사천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여기서 사천왕이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는 데론이다.

그런데 데론은 우리가 출발한 마을에서 걸어서 나흘이나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사천왕이 있다는 정보도 그냥 소문에 불과했다.

예상외로 데론 성이 고전하고 있자 소문에 살이 붙은 것뿐이다.

물론 정말로 그곳에 사천왕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내가 사천왕이라면 눈앞의 데론 성을 차지하는 것이 더 급하지 굳이 이런 애송이 4인조를 잡겠다고 전장을 비울까?

솔직히 그들이 현 시점에서 이 용사라는 존재를 알고 있기나 한지조차도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 멍청한 용사는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 모양이었다.

같이 다니는 이 년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는데 말이다.

용사는 진지하게 정찰을 나갈 것을 제안했고, 그가 다른 년들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기 전에 내가 재빠르게 그의 사고를 유도했다.

덕분에 용사는 다른 년들을 데리고 정말 정찰을 하러 나가버렸다.

“하아… 하아…. 당신,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침낭에 누워있는 마법사년이 앙칼지게 나를 쏘아봤다.

나름 최대한 째려보고 있는 것이겠지만 얼굴이 빨간 탓에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 그녀는 지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아침에 세 년의 얼굴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발정한 상태였다.

세상에. 아무래도 정말 최음독이 먹힌 것 같았다.

물에 탔으니까 효과가 사라져야하는 거 아냐?

솔직히 이런 전문적인 지식은 잘 모른다.

아무튼 예상치 못한 대박에 속으로 횡재를 외쳤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들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마당에 한 년 붙잡고 따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녀들이 발정난 모습을 눈에 새기며 그 정도로 만족하려고 했다.

기회는 고블린들이 나타날 때 찾아왔다.

나는 당연히 고블린을 이길 자신이 없으니 멀찌감치 도망쳤는데, 덕분에 세리아라는 마법사년이 마법을 쓰고 절정하는 것을 보았다.

몸이 부르르 떨린 것을 보면 확실하다.

다른 년들은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왜 이 년만 이러는지는 몰랐다.

마법을 쓴 탓인가?

마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럴싸한 추측이었다.

심지어 한 번 더 쓰자 아까보다 강하게 몸을 떨었다.

용사가 그녀를 위해 쉬어가자고 제안했을 때 나는 기회를 포착했다.

그리고 이렇게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당신… 듣고 있나요…?”

세리아가 다시 나를 째려보며 물었다.

무슨 얘기였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에릭을….”

아아, 맞다 이거였지.

“아가씨야 말로 무슨 소리십니까? 정말로 사천왕이 있으면 어떡하려구요!”

나는 최대한 멍청한 척을 했다.

“하아…. 이렇게 바보일 줄은….”

그러자 세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할 가치도 못 느끼는 모양이었다.

아니 시발, 이건 좀 빡치는데?

뭔가 ‘그럼 그렇지 빡대가리 새끼’라고 여겨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개 같은 년, 꼭 따먹어주마.

이를 갈면서 그렇게 다짐하고 있자 그녀가 짜증나는 듯 침낭에서 반 쯤 몸을 일으켰다.

“하아…. 혹시 아저씨, 뭐 이상한 거 넣었어요?”

아니 아저씨? 이젠 당신이라는 말도 안 쓴다.

본색을 드러내는구만 이 시발년!

잠깐, 그런데 뭐라고 했지?

“무, 무슨 소리십니까?”

“우리한테… 설마 이상한 거 먹였냐고…. 최음독 같은 거.”

시발! 어떻게 알았지?

역시 마법사가 대가리가 잘 굴러가긴 하나보다.

이거 좆됐나?

좆됨 센서가 다시 기동하려고 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단 무조건 잡아떼면서 상황을 살폈다.

“어제 우리가 히프노 플라워 잡았으니까…. 그걸로 뭔가 했냐고 묻고 있잖아…!”

와 시발 귀신인가?

너무 정확해서 할 말이 없다.

“그, 그럴 리가요! 제가 대체 언제 그런 짓을 했겠습니까!”

일단 대충 뱉은 말이었지만 그녀에게는 그럴싸하게 들린 것 같았다.

“하아… 그렇긴 한데… 대체 뭐지 시발….”

들었나?

시발! 시발이라고 했다!

용사 앞에서는 존나 내숭이나 떨더니 자리를 비우니 바로 이 모양이다.

정말 더러운 년이다.

나는 그녀의 사악함에 치를 떨었다.

“…어제 우리방 안 들어왔지?”

눈을 마주보면 들킬 거 같아서 시선을 돌린 채 대답했다.

“그, 그럴 리가요! 제가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

그러자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 였나?

적어도 더 이상 추궁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그야 그렇겠지. 증거도 없는데.

그녀가 홱 돌아누웠다.

나한테는 얼굴도 보이기 싫다는 건가?

“……미안. 의심해서.”

그리고 나한테 사과했다.

새끼, 속았구나!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지만 미친 놈 같아 보일 테니 참았다.

“아닙니다. 의심할 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으으, 그러면 내가 더 나쁜 년 같잖아.”

괜히 미안해졌는지 그녀의 말소리가 작아졌다.

그리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땅바닥만 내려다보는 척을 하면서 슬쩍 눈만 들어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대화가 끊기자 마법사년은 다시 발정난 자기 몸을 의식하는지 은근슬쩍 허벅지를 비비고 있었다.

자위라도 하고 싶은데 내가 있으니 못 하는 모양이다.

그런 거면 또 나가줘야지.

난 그렇게까지 눈치 없는 새끼가 아니다.

“…저기.”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 하자 내가 말을 자르고 벌떡 일어났다.

“저는 잠시 나가있겠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계시는 편이 마음 편하겠죠.”

안 그래도 내쫓을 생각이었는데 제 발로 나간다니 조금 놀란 듯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으, 응…. 알겠어.”

당연히 그녀는 나를 말리지 않았다.

알아서 자리를 비켜줬으니 오히려 고맙겠지.

고맙기는 뭘, 다 나 좋다고 하는 건데.

나는 텐트를 나가자마자 조심스레 뒤로 돌아갔다.

그녀와 제일 가까운 곳.

그녀와 나 사이에는 얇은 천 하나밖에 놓여있지 않았다.

“…….”

내가 나가고서도 그녀는 잠시 눈치를 보는 듯 조용했다.

인내심을 갖고 얌전히 기다리자 마침내 긴장이 풀어졌는지 텐트 안에서 가냘픈 소리가 새어나왔다.

“…흐읏.”

이럴 줄 알았지 변태같은 년.

좀 전의 얼굴은 자위하고 싶어 미칠 거 같은 암캐의 얼굴이었다.

한 두 번 본 게 아니라서 잘 안다.

“하앗, 하아….”

그녀가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자기위로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발정상태를 유발하는 최음독은 생각보다 무서운 독이다.

딱히 목숨에 해가 되는 건 아니라서 많은 이들이 무시하곤 하지만, 이 독의 진짜 무서운 점은 사고력이 저하된다는 점에 있었다.

사람은 성욕에 한 번 불이 붙으면 좀 멍청해진다.

지금 같은 상황이 딱 그렇다.

만약 최음독에 걸린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자위가 하고 싶어도 근처에 사람이 있는 이런 상황에서 할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제대로 발정나면 그런 사고가 둔해진다.

그런 사소한 사실보다는 빨리 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싶어진다.

“힉, 읏… 하악….”

슬슬 불이 붙었는지 그녀의 소리가 한 층 더 거세졌다.

“하윽… 히잇….”

그녀의 애처로운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열심히 자기 손으로 위로하고 있겠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결국 암컷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한다.

몸이 요구하는 건 남자인데 그걸 손으로만 달래고 있으니 해결이 되겠는가?

아무리 만져봐야 더 애만 탈 뿐.

나는 그걸 알았기에 여기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년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여자의 손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아, 하아……. 후우…….”

아니나 다를까 금세 신음소리가 멈췄다.

잠시 조용해졌나 싶더니 텐트 안에서 뭔가 부스럭거렸다.

“으으…… 미쳤지 미쳤어…….”

혼잣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야? 뭘 하려고?

밤이라면 조명으로 실루엣이라도 확인했을 텐데, 빌어먹게도 낮이라 텐트 안을 도무지 볼 수가 없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텐트 가까이 귀를 가져다댔다.

“하아…… 으응…….”

결국 다시 자위인가.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하여간 시발년 아니랄까봐 괜히 사람만 설레게 만들어놓고 있어.

실망한 내가 귀를 떼려고 하자 여지껏 들어본 적 없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햐앗……♡”

오? 뭐지?

“하악…♡ 하아♡ 흐윽…….”

아까와는 신음의 차원이 다르다.

이건 혼자 만지작거려서 낼 수 있는 신음이 아닌데?

남자에게 안기는 암컷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뭐, 뭐야? 안에 아무도 없을텐데?

“으응……♡ 학, 햐악♡”

저 소리!

분명 존나 큰 자지가 박혔을 때 여자들이 내는 소리다!

상황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흐읏…… 스승님 죄송해요옷……♡ 이, 이런데 쓰라고 주신 게 아닌데……♡”

알 수 없는 혼잣말까지 들린다.

뭔데 시발 스승이 딜도라도 줬나?

“하아앙…♡ 햐악, 하아♡”

위기감이 느껴진다.

원래대로라면 머지않아 수컷의 손길이 필요해진 그녀가 나를 부를 예정이었다.

그러면 내가 들어가서 바로 진짜 남자를 알려주는 그런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저 시발 빌어먹을 딜도가 다 망쳐버렸다.

아니 시발 제자에게 딜도를 주는 또라이가 어딨어!

참을 수가 없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텐트 입구를 확 걷어버렸다.

“하악, 하앗…… 죄송해요 스승니임♡”

그러자 거기에는 자기 스태프를 보지에 쑤시고 있는 마법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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