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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의 짐꾼-2화 (2/236)

〈 2화 〉 [짐꾼] 그 빌어먹을 파티

“후우…….”

여관을 나오자마자 짜증이 치솟는다.

빌어먹을 애새끼 같으니라고.

꼴에 용사랍시고 거들먹거리는 폼이 무척이나 신경에 거슬렸다.

일이 없어 쫄쫄 굶고 있던 차에 짐꾼으로라도 고용해준 건 고마운 일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이 파티와 함께 다니는 건 정말이지 지옥이었다.

우선 용사라는 새끼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 시골소년이면서 용사의 사명이라는 것에 취해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었다.

그 좆같은 강박증 탓에 적을 죽이지 못해 위기에 빠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용사만 문제인가? 나머지 세 년도 문제덩어리였다.

일단 세리아라는 마법사년은 파티의 금전을 담당하는 짠돌이라 일당도 더럽게 짜게 줬다.

뭐 일당이 5골? 당장 방 하나 잡는 데만 2골이 든다.

남은 1골로 저녁을 먹고 나면 수중에 남는 건 겨우 2골이다.

일당이 2골이라니 말이 되는가?

그러면서 자기들은 1박 5골짜리 고급 숙소에서 묵는다.

지들은 편하게 걸어 다니면서 제일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르는 나한테는 이딴 대우라니, 양심이라곤 좆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관년도 문제다.

이 미친년은 내가 보기에 자기가 어딨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마물이랑 싸우는데 머리카락을 그렇게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다니는 년이 세상에 어딨는가?

종교적 관습이라고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년이 그렇게 머리를 기르는 건 전부 용사새끼 때문이다.

원래 그녀가 속한 종교의 진짜 종교인들은 머리를 묶거나 틀어서 싸울 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다.

당연히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 몇 시간동안 머리를 관리하는 미친 짓도 안한다.

그런데도 이 년은 뻔뻔하게 매일 새벽마다 나를 깨워서 샴푸니 린스니 하는 것들을 요구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고생은 보이지도 않는 것이리라.

이 년도 용서 못 할 시발년이다.

유니.

이 년은 그래도 이 파티의 유일한 정상인이다.

용사와는 소꿉친구 사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왜 저런 머저리 같은 놈에게 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좆같은 파티에서 나를 챙겨주는 건 그나마 유니밖에 없다.

정령사라는 직업은 살면서 처음 봤는데, 정말 편리한 직업이었다.

목이 마르면 마실 수 있는 물을 공급해주고(만약 그녀가 없었더라면 세리아 이 시발년은 나에게 물도 제대로 주지 않았을 것이다), 잘 때는 알아서 불을 피우고 밤새 꺼지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

힘들 때마다 미안하다,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건 이 년밖에 없다.

아린인지 뭔지하는 그 썅년보다는 이 년이 더 신관 같았다.

“하아…….”

오늘도 받은 일당은 5골.

돈을 아끼려면 또 마구간에서 자야할 것 같았다.

마구간에서 자고 오면 냄새 난다고 다들 싫어하지만, 그러면 시발 돈을 좀 더 주던가 해야 할 것 아닌가?

진짜 천하의 시발년놈들이 따로 없다.

이 마을은 처음이지만, 대충 둘러보면 견적이 잡힌다.

아마 이 쪽으로 좀 걷다보면 마구간이 나오겠구만.

마구간이 있을 방향으로 발을 떼려는데, 웬 애새끼 하나가 바닥을 샅샅이 훑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금이라도 떨어뜨렸냐?

나도 괜히 궁금해져서 주변을 슥 살폈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뭐 설마 진짜 금은 아닐 테고, 심부름 받은 물건이라도 잃어버렸을 것이다.

멍청한 놈. 그러게 간수를 잘했어야지.

저런 놈을 돕는 건 그 용사새끼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했다.

“저기요……!”

그 애새끼가 나에게 말을 걸지만 않았더라면.

“왜?”

설마 같이 찾아달라는 양심 없는 소리를 하지는 않겠지?

“저기, 죄송한데 혹시 열쇠꾸러미 못 보셨나요……?”

“뭐? 열쇠?”

봤을 것 같냐?

생긴 것처럼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었다.

“바, 방금 저희 여관에 계셨던 분 맞죠? 사실 제가 예비용 열쇠 꾸러미를 잃어버려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여관이라는 거 보니 아무래도 그 용사 일행이 묵는 여관의 심부름꾼 같다.

아니 시발 갑자기 빡치네.

난 거기서 자지도 못하는데,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건가?

“호, 혹시 열쇠 못 보셨나요…….”

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뭐, 예비용 열쇠 같은 걸 잃어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아마 이대로 돌아갔다간 뒤지게 처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 일도 아닌데, 알바 아니다.

“몰라.”

나는 짧게 대답하곤 울상을 짓는 소년을 지나쳤다.

내가 뭐하러 애새끼를 도와줘?

괜히 기분만 잡쳤다.

길가에 돌멩이나 걷어차면서 잠깐 걷고 있다 보니 땅바닥에서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다.

오 돈인가?

주워보니 돈은 개뿔 열쇠꾸러미였다.

아니 잠깐…… 이거 아까 그 애새끼가 찾던 거 아냐?

그러고보니 그 마법사년이 용사 꼬맹이한테 준 열쇠랑 비슷하게 생겼다.

호오.

순간 머릿속에 몇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꼬맹이한테 대가를 받고 건네줄까?

그렇지만 그런 놈한테 딱히 돈 될 만한 게 있을 거 같진 않았다.

그럼…….

내가 가져야지.

정 쓸 일이 없으면 녹여서라도 팔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남의 방에 들어가서 대신 잘 수 있는 것도 아니까.

아니지, 잠깐만.

이 열쇠 꾸러미가 나에게 있다는 뜻은 그 시발년들이 자는 방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거 아닌가?

머릿속에서 번개가 쳤다.

재료, 재료 가방 어디 있지?

생각해보니 이미 용사한테 준 뒤였다.

아 시발 지금 방에 있으려나? 역시 있겠지?

방금 떠올린 기똥찬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선 우선 재료 가방이 필요했다.

제발 씻으러 갔기를……!

여관 앞에서 슬쩍 상황을 살펴보니 아까 그 꼬맹이가 푸르딩딩한 얼굴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

몇 대 맞았나 보구만.

무시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아까 창문으로 보건대 용사는 방이 있는 것 같았다.

하여간 시발, 도움이 안 되는 새끼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직접 부탁하기로 했다.

큼, 흠.

나는 목을 가다듬고 용사 방에 노크했다.

똑똑.

“네, 누구시죠?”

“갑작스레 죄송합니다 용사님, 저 제렌입니다.”

“제렌 씨? 잠깐만요.”

용사가 문을 열었다.

방금 씻고 막 잠들 생각이었는지 잠옷을 입고 있었다.

시발, 잠옷이라고? 난 그런 거 없는데.

“이렇게 늦게 찾아뵈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용사님.”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보다 별 일이네요, 제렌 씨가 절 찾다니.”

그래, 별 일이긴 하다. 내가 뭣 하러 이런 기분 나쁜 애새끼랑 말을 섞겠나?

자리에만 없었으면 말 걸 일도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깜빡하고 재료 가방에 지갑을 넣어둔 것 같아서, 한 번만 확인 해봐도 되겠습니까?”

고개를 숙이고 비굴하게 사정사정했다.

착한 인간이고 싶어하는 용사는 남의 부탁에 약하다.

게다가 내가 비굴하게 굴면 자기가 높은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좋아했다.

그야말로 애새끼나 다름없다.

“하하! 물론이죠! 그 꼼꼼하던 제렌 씨도 실수를 다 하네요.”

꼼꼼? 제대로 안하면 마법사 그 미친 년이 일당을 존나게 깎기 때문에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용사에게 보이지 않게 슬쩍 재료 가방을 가리고 서서 재빨리 필요한 물건을 찾았다.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여깄다!

행여나 용사가 보면 변명하기 곤란해지니까 재빠르게 주머니에 넣었다.

“어라, 벌써 찾으셨나요? 빠르시네요.”

“하하, 여기 있을 것 같았습죠. 그럼 전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

다시 꾸벅.

용사는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를 띤 채 나를 배웅했다.

하여간 쉬운 놈이다.

나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척을 했다가, 용사가 문을 닫은 걸 확인하고 다시 2층으로 올라왔다.

여자들은 옆방이라고 그랬지.

문에 귀를 대고 가만히 들어보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자고 있는 것 같다.

좋아, 딱 대 이 시발년들.

열쇠꾸러미를 꺼내 맞는 열쇠를 찾았다.

그런데 뭐가 뭔지 구분이 안 가게 만들어둬서 일일이 꽂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시발, 만들 거면 알아보기 쉽게 좀 만들지 이게 뭐야?

다른 열쇠 돌리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이렇게 해놨어?

우선 열쇠 하나를 살그머니 꽂아 봤다. 잘 안 들어간다.

패스.

다른 건? 얘도 안 들어가네.

이건 들어가긴 했지만 잘 안 돌아간다.

패스. 패스. 패스.

열쇠가 줄어감에 따라 나도 점점 초조해졌다.

이 시발 소리 듣고 깨면 어쩌지? 뭐라고 변명하지?

철컥!

그리고 마침내 맞는 열쇠를 찾았다.

끼익.

문이 비명을 지르길래 후다닥 뒤로 도망쳤다.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니 다행히 깨지는 않았나 보다.

다행이다. 잘도 자는군 개년들.

나는 냄새나는 마구간에서 자는데 이 년들은 편안한 침대에서 잔단 말이지?

억울하고 분통 터져 못 참겠다.

그 건방진 년들에게 참교육을 해줄 때가 왔다.

나는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그런데 방 안에는 유니밖에 없었다.

뭐야? 나머지 둘은?

이거 느낌이 안 좋다.

셋이서 자는 방인데 왜 하나밖에 없지?

좆됨 센서가 삐용삐용 울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자. 우선 무슨 상황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침대는 셋. 3인용 방이 맞다.

그리고 방에 있는 건 유니 하나뿐.

자세히 보면 작은 빨통이 비칠 듯한 야한 옷을 입고 자고 있다.

이런 야한 옷을 잠옷이라고 입고 있는 건가? 미친!

이건 따먹어달라고 신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로 달려들려다가 센서가 아직도 울고 있길래 겨우 정신 차렸다.

휴, 함정에 낚일 뻔했다.

식은땀을 닦으며 다시 주변을 관찰했다.

유니 양 옆의 빈 침대는 이불보가 아직 깨끗하다.

그 말은 아직 나머지가 침대에 누운 적 없다는 뜻.

그렇다면 그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은?

내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간다.

‘그래! 두 년은 아직 씻고 있다!’

유니만 먼저 씻고 돌아와서 자고 있는 거다.

살짝 물기가 묻어있는 베개와 그녀의 잠옷이 증명하고 있다.

캬, 이 완벽한 추리. 스스로에게 감탄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두 년이 아직 씻고 있다는 뜻은, 곧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아니 이러면 시간이 없잖아.

별 생각 없이 한 년씩 다 따먹으려고 했던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좆같다…….

절호의 찬스가 이렇게 날아가는가?

기껏 가져온 히프노 플라워의 최음독도 쓸모없게 되었다.

이거부터 입에 붓고 본방에 들어가면 바로 게임 끝인데.

존나게 아쉬웠지만 할 수 없었다.

에이, 시팔 돌아가서 딸이나 쳐야지.

이건 다시 가방에 넣어둘 수도 없으니 그냥 버려야겠다.

대충 주머니에 쑤셔 박고 나가려는데 문득 방에 놓인 물통이 보였다.

평소에 그 세 년이 자주 쓰는 물통이다.

보아하니 우물이 좀 멀리 떨어져 있어 미리 떠온 것 같다.

이거 물이랑 섞어도 효과 있나?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어차피 버릴 건데 뭐.

나는 혹시 몰라 최음독을 그냥 대충 물통에 붓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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