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 [용사] 그 파티
요즘 우리 파티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라고 할까, 무언가 좀 침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막상 말을 걸어보면, 평소와 같지만 무언가 찝찝하다.
그 녀석이 오기 전까지는 이렇지 않았는데…….
아니, 그도 우리 파티원이다.
동료를 함부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우연. 우연이다.
그리고 설령 그가 나쁜 마음을 품더라도, 고작 짐꾼에 불과한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분명 최근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쌓인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는 자연스레 몇 주 전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
“옙, 그럼 방 2개에 10골입니다.”
여관 주인의 말에 세리아가 지갑을 꺼내 값을 치렀다.
우리 파티의 자금은 여기서 계산을 제일 잘하는 세리아가 관리하기 때문에 지갑은 그녀의 주머니에만 들어있었다
자기 키보다 큰 스태프와 망토를 두른 세리아는 누가 봐도 마법사라서 돈을 도둑맞을 일도 없다.
어떤 간 큰 소매치기가 감히 마법사의 지갑을 훔치려고 하겠는가.
그랬다간 땅 속에 파묻혀 머리만 지상 위로 빼꼼 올라오게 될 것이다.
“자, 에릭. 여기 열쇠.”
그녀가 나에게 열쇠를 건넸다.
세리아가 근처에 다가오자 꽃향기가 났다.
붉은 머리칼과 붉은 망토.
그녀의 강렬한 이미지에 걸맞은 장미향이었다.
그녀가 향수를 뿌리는 모습은 본 적이 없지만, 항상 그녀의 몸에선 장미향이 났다.
이것도 마법의 일종일까? 언제 봐도 신기했다.
“우후후, 에릭 님. 외롭다고 저희 방 훔쳐보시면 안 돼요?”
신관인 아린이 나를 보고 찡긋 웃었다.
그러자 그녀의 금발 머리가 찰랑거렸다.
아린의 머리카락은 매우 길어서 허리까지 내려오는데, 이렇게까지 기르는 이유는 그들만의 종교적 관습이라고 했다.
머리카락이 길면 그만큼 관리하기도 힘들겠지만, 그녀는 꼬박꼬박 새벽마다 일어나 머리 관리에 공을 들였다.
한 번은 내가 ‘여기에는 우리밖에 없으니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했더니 무시무시한 눈으로 째려봤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분명 머리카락을 관리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중요한 종교적 행위인 것이리라.
“에, 에에에, 에릭! 훔쳐보다가 걸리면 얼굴까지 바닥에 묻어버릴 거야!”
세리아가 그녀의 머리카락만큼이나 새빨간 얼굴로 나에게 손가락질했다.
역시 내가 이 파티의 유일한 남자다보니 신경 쓰이는 걸까?
“괜찮아. 절대 훔쳐보지 않을 테니까 안심해!”
나는 그녀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하아…….”
“후우…….”
그러자 세리아와 아린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왜?
“아하하, 둘 다 그만해. 에릭은 착해서 그런 짓 안 한다는 거 알잖아.”
유니가 둘을 말렸다.
역시 소꿉친구. 믿음직스럽다.
그녀는 나와 같은 마을에서 자란 소꿉친구 유니.
갈색 머리를 땋은 수수한 시골소녀였지만 그래도 마을에서는 미인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녀 또한 내가 용사로 각성한 날, 마찬가지로 정령사가 되어버려서 지금은 나와 같이 모험중이다.
“유니, 당신은 너무 순진해서 탈이에요.”
아린이 그녀의 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으에에, 그런 거야? 잡아당기지 마.”
유니가 그녀에게 볼을 잡힌 채 바둥바둥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세리아도 풋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유니 얼굴 이상해!”
“웃지 말고 도와줘어~”
유니가 울상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같이 웃었다.
유니 덕분에 기분이 풀린 그녀들은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
나도 슬슬 올라가봐야겠다.
우선 짐부터 풀고, 욕실이 있으니까 몸을 깨끗하게 씻고 일찍 자야지.
“저기…….”
내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아, 제렌 씨.”
그는 제렌 씨였다.
보다시피 우리 파티에는 남자가 나 혼자 뿐이고 여행 경비도 넉넉하지 않아서 우리는 마물의 일부를 수집해 파는 것으로 경비를 보충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가방의 부피가 늘어나 전투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가 되었는데, 그 모습을 본 세리아가 짐꾼을 하나 고용하자고 제안을 했다.
마물과 싸울 때는 멀리 떨어져 있다가 우리가 재료를 수집하면 그가 가방에 넣어서 들고 다니는 것이다.
사실 우리 파티에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좀 꺼림칙했지만 막상 파티원으로 받고 나니 묵묵하고 존재감이 옅은 사람이라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반대했었지만 이렇게 되고나니 역시 세리아의 혜안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저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제렌 씨는 일단 우리 파티원의 일원이 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역이기 때문에 우리와 숙소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 점을 고려해서 일당을 충분히 주고 있으니 그에게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예, 그럼 내일 아침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제렌 씨는 나에게 허리를 꾸벅 굽혀 인사를 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나보다도 나이가 많을 텐데 저렇게 정중하게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면 왠지 낯간지럽기도 하고 용사로 인정받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 올라가기도 했다.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지.
우선 짐부터 풀자.
나는 상쾌한 마음으로 세리아에게 받은 열쇠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