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스테이턴 공작 가문에서 나에게 청혼을 한 걸까.’ 스테이턴 가문은 제국에 단 넷밖에 없는 공작 가문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가였다. 광활한 영지와 탄탄한 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황가와도 가까이 얽혀 있는 푸른 피. 영지는커녕 이름만 겨우 귀족 나부랭이인 랭커스터 남작 가문으로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가문이었다. 그러나 나디아는 이런 과분한 행운은 한순간도 바라지 않았다. 스테이턴 공작은 사교계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를 둘러싸고 흉흉한 소문이 무성했다. 가장 유명한 소문은 그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야수라는 것이다. 키가 2미터가 넘는다느니, 털이 덥수룩한 고릴라라느니, 어린애를 잡아먹는다느니, 살육을 즐긴다느니……. * 딸꾹! 나디아는 빠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하얀 뺨이 안쓰러울 만큼 붉게 물들었다. 커다란 녹색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딸꾹! 딸, 꾹! “…….” “…….” 남편의 눈길이 따갑게 쏟아졌다. 도망가고 싶다……. 그리고 무서워……. 첫날밤, 나디아는 두려움과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