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라는 공작에게 시집왔는데-148화 (148/150)

148화

오일이 예상보다 훨씬 미끄러웠다. 셔츠는 힘겹게 벗겨냈지만, 그의 몸 위에서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는 게 문제였다. 체온으로 따뜻해진 오일로 피부를 문지르며, 나디아는 상체를 숙여 그에게 바싹 기대었다. 전신으로 그의 몸을 문지르는 꼴이 되었지만, 신음을 삼키는 그를 보니 서투른 손짓에도 기뻐해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단단한 근육은 아무리 보아도 신기했다. 언뜻 거칠 것만 같은 피부도 직접 만져보면 보기보다 부드럽고, 뜨거웠다. 두꺼운 흉통과 팔, 울대가 솟은 목, 날렵한 턱선과 말랑거리는 귓불, 저녁이면 수염이 올라오는 턱…. 나디아는 혀를 내밀어 가슴 끝을 핥았다. 톡 튀어나온 유두가 제 것처럼 단단해진 게 신기해서 입 안으로 굴려봤다. 그가 하듯이 따라해보려 했지만 사실 잘 되지는 않았다. 말랑한 혀를 누르는 돌기의 감촉이 신기해서 쪽 빨아도 봤다.

‘좋아하는 거 맞나…?’

나디아는 허리를 세웠다. 팽팽하게 부풀어 제 엉덩이 사이를 문지르는 페니스가 조금 눌려서 뒤로 밀려났다. 그가 흡, 신음을 삼키는 걸로 보아, 역시 다른 곳보다 페니스 쪽 자극이 제일 큰 것 같았다.

가만히 있어달라는 제 부탁대로 루크는 숨을 거칠게 헐떡거리면서도 바싹 긴장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이따금 시트를 쥐어뜯으려는 듯이 주먹을 움켜쥐긴 했지만,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려는 듯했다.

‘오히려 더 괴롭히는 것 같은데…?’

이상하다. 셀리아는 좋아서 미칠 거라고 했는데…. 역시 숙련도의 차이일까. 나디아는 얼굴을 가린 루크의 팔을 어루만졌다. 팔에도 근육이 단단하게 잡혀 있어서 볼 때마다 신기했다. 갈라진 부분으로 손가락을 쭉 미끄러뜨리고, 얼굴을 가린 팔을 내렸다. 루크는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붉게 물든 눈가와 밭은 호흡, 그리고 발정이 나서 애달프기까지 한 절박함. 나디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를 어루만질 때부터 젖어들었던 다리 사이가 꽉 조이며 목 안쪽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제발, 나디아. 이제….”

“으응?”

“죽을 것 같아….”

루크가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 어쩌지. 허리가 절로 움찔거렸다. 이 갈증을 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지만, 애원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더 버티고 싶었다. 제게 이런 심술궂은 면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루크가 자신을 애무할 때 어째서 심술궂게 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아요? 왜?”

“나디아….”

“그만할까요?”

“제발,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거 알잖소….”

나디아는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뭉을 떨었다. 그리고 허리를 내려 팽팽하게 발기한 페니스를 무자비하게 깔고 앉았다. 오일로 덮인 페니스를 엉덩이로 문지르고 비비며 자극하자 그가 이를 악물었다. 아, 저기 너무 좋아. 나디아는 홀린 듯이 그의 턱을 바라보았다. 움찔거리는 눈가와 찌푸린 눈썹, 질끈 내리감은 눈썹도 좋았다. 살짝 주름이 진 콧잔등이 사랑스러웠다.

허리를 앞으로 당겼다. 엉덩이 아래에 깔린 페니스의 뿌리 부분의 음모가 오일로 끈적해졌는지 비벼지는 소리가 꽤 적나라하게 났다. 축축하게 젖은 것은 오일 탓만은 아니겠지만 나디아는 빨개진 얼굴로 뚝 시침을 뗐다. 그가 애원하는 얼굴을 조금 더 보고 싶었다. 얼마나 움직이지 않고 버텨줄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루크를 기분 좋게 만들어줄 생각이었는데. 나디아는 입술을 핥았다. 매끄러운 피부가 손바닥으로 미끄러질 때, 그가 흥분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신음을 흘릴 때, 뜨거운 체온에 불이 붙은 듯이 전신으로 흥분이 퍼졌다. 머릿속이 몽롱해지는 건 여느 때와 같았지만 어느 순간 바닥 없는 절벽으로 떨어지는 쾌감과 달리 기분 좋은 고양감이 발끝까지 짜릿하게 만들었다.

“루크, 절대….”

“읏!”

“절대 움직이면, 안 돼요….”

나디아는 오일로 젖어 피부에 달라붙은 슬립 끝을 모아서 한 손으로 끌어 쥐었다. 그리고 허리를 들어올려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한쪽 팔로만 체중을 지탱했다. 조금 힘들었지만 버틸 만했다. 느낌만으로는 그의 페니스를 찾아내기 힘들어서 나머지 한쪽 손을 내렸다. 더듬거리며 뜨거운 페니스를 쥐자 그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나디아는 제 입 바로 앞에 있는 그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쉬이, 가만히.”

“나디아, 흐읏….”

갈라진 끝에 손가락 끝을 미끄러뜨렸다. 선액으로 끈적해진 선단과 보들거리는 귀두를 매만지고는, 그것을 다리 사이로 이끌었다. 겨우 끝만 물었는데도 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튕기듯 저항감이 들었다. 나디아는 애가 타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가 넣을 때는 저항감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삼킬 수는 있었는데…….

“나디아, 천천히….”

“응, 으응, 응!”

루크가 손을 들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나디아는 허리를 들었다 내리길 반복하며 천천히 끝부터 삼켜갔다. 촉촉한 점막이 빨아먹듯 압박과 함께 오물거렸다. 루크는 이를 악물었다. 눈앞에 빛이 번쩍 튀고 머리가 희게 비어갔다. 당장 몸을 뒤집어 그녀를 헤집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기어코 참아냈다. 나디아가 흐느끼며 허리를 뒤틀었다.

묵직하게 밀고 들어오는 압박감은 아래에서 그를 받을 때와는 또 달랐다.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의 페니스 모양대로 넒어지는 게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평소와는 비벼지는 위치가 달라서 더욱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 아앙! 읏, 으흣….”

“당신은 얕은 곳도 좋아했지….”

“루, 루크으.”

“입구를 천천히 비벼주는 것도 좋아했고, 아주 천천히 박아주는 것도 좋아했고….”

“아니야, 아냐….”

“당신이 좋아하는 대로 해 봐요.”

끝까지 내리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다리가 달달 떨렸다. 나디아는 더는 한 팔로 견디지 못하고 그의 가슴에 무너지듯 기댔다. 풍만한 가슴이 단단한 가슴 위에서 뭉개졌다. 그의 몸 위에 올라타 엉덩이를 치켜든 자세는 부끄러웠고, 더 깊이 문지르지 못해서 안타깝고 답답했다.

“그만할 거요?”

“시, 싫어….”

나디아가 입술을 깨물고 몸을 일으켰다. 오일 범벅이 되어있는 탓에 중심을 잡기가 더 힘들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내렸다. 체중을 실어서 천천히. 배가 후들거렸다.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와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루크도 버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좁은 길이 그를 쥐어짤 듯 압박했다. 그녀가 체중을 실어 내리누르지만 그건 영원처럼 느릿했다. 그가 눈을 내렸다. 오일로 번들거리는 흰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렸다. 금색 음모로 덮인 다리 사이로 그의 검붉은 페니스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폭력에 가까운 시각적 자극이었다.

“나디아, 제발. 키스할 수 있게 해줘요.”

“으으응!”

“제발, 제발. 이렇게 빌겠소. 키스만 할게.”

나디아가 더듬거리며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루크는 목을 쭉 빼내서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 도톰한 입술을 깨물자 가냘픈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조금 튕겼다. 나디아가 튀어오를 듯 깜짝 놀라서 입술을 떼었다.

“아앙, 앗!”

“조금만, 도와주기만 할 거요….”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나디아가 진짜 싫다면 안 할 거니까…. 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루크가 혀로 그녀의 입술을 핥았다. 입술을 핥고 치열을 훑고, 축축하고 말캉한 살을 빨아들였다. 나디아가 불현듯 정신을 찾고 스스로 혀를 움직이려 했지만 그가 조금 더 빨랐다. 그는 키스만 허락받았으므로.

나디아의 몸에서 힘이 점점 풀렸다. 힘이 빠진 몸에 체중이 실려, 페니스의 끝이 그녀의 끝에 막혔다. 더 밀고 들어갔다가는 그녀의 배가 이상한 모양으로 불룩거릴지도 모른다. 루크가 나디아의 귓가에 젖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끝?”

“읏, 아니, 아냐….”

의외로 나디아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아무래도 좋을 일에는 승패를 따지지 않지만, 꼭 이루고 싶은 일에 한해서는 고집이 대단히 셌다. 그녀는 오늘 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루크는 키스로 부푼 그녀의 입술을 핥으며 숨을 골랐다. 그녀의 안을 헤집고 좋아하는 부분을 찔러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바라지 않는다면 할 수 없다.

나디아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는 거의 끝이 빠질 것처럼 허리를 들었다가 천천히 내리기를 반복했다. 질척하고 좁은 점막이, 그가 빠져나갈 때마다 놓치기 싫다는 듯이 딸려 나갈 듯 달라붙었다가? 매끄럽게 삼켰다. 나디아가 흥분을 참으려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페이스대로 빠르게 절정에 올라, 오랫동안 몇 번이고 한계에 부딪치는 것은 마치 끝없는 절벽으로 떨어지는 듯하다. 신경이 예민해지면 그가 닿기만 해도 자극을 참을 수가 없는데, 머릿속이 희게 비는 절정감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그와 자신의 몸이 그대로 뒤섞이는 듯한 감각……. 지나치게 예민해진 신경이 이성을 잡아먹는 감각이었다.

그러나 아주 천천히 그를 받아들이는 감각은 그와는 달랐다. 제 안이, 그의 모양대로 넓어지는, 그 감각이 선연하게 뇌에 새겨지는 듯했다. 그와 자신의 몸의 경계가 또렷해지는 대신 밀접하게 맞닿아 비벼져 누구보다 가까이 닿아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열기는 느리게 퍼졌지만 결코 온화하지 않았다.

이제까지는 빠르게 몰아붙여서 몸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면 지금은, 머릿속이….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아….”

“나로 당신이 만족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아….”

“읏….”

나디아가 멈칫했다. 루크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우흑, 우흐윽….”

“나디아?! 뭔가 잘못됐소? 아파? 아픈 거요?”

“그게 아니라, 나는….”

나디아의 녹색 눈동자가 물기에 젖어 부풀었다. 루크는 후둑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 그녀의 눈물이 마치 투명한 비늘 같다고 생각했다. 나디아가 말했다.

“나는 내가, 당신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나만 또 기분 좋으려는 거 아니었단 말이에요….”

“……아.”

“내가, 당신을….”

아, 한계다. 루크가 빠르게 몸을 일으켜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 나디아는 저항없이 뒤로 쓰러지며,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