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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라는 공작에게 시집왔는데-112화 (112/150)

112화

어째서 스테이턴 저택이었는가. 당연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머무는 집에서는 나디아를 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죄책감은 나디아가 없을 때에만 제 역할을 했다. 나디아가 거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 혼자 결심한 인내는 햇살 아래 눈송이보다 나약했다. 거부는커녕 사르르 안겨오면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나디아는, 발칙하다.

나디아는 솔직하고 호기심이 왕성했다. 겁은 많았지만 그건 사람을 향한 두려움이다. 한 번 신뢰를 준 사람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법이 없었다. 그러니까 즉 신뢰를 준 상대와의 행위에는 꽤나 과감하다는 것이다. 성적인 부분은 이제껏 몰랐던 분야라 그런지 무엇이든 다 해보고 싶어 했다.

“후, 흠….”

포도잼을 바른 바게뜨라고 표현하더니, 그녀는 정말 무언가를 먹듯이 둥근 끝을 삼켰다. 쪽 소리를 내며 입술을 떼었다가 장난치듯 혀로 감아 쓸었다. 고개를 비틀어 긴 기둥을 핥기도 했다.

미칠 것 같다. 불쑥 요동칠 것 같은 몸을 내리누르느라 전신의 근육에 바싹 힘이 들어갔다. 모든 신경이 깨어나 아우성을 내질렀다. 루크는 이를 악물었다.

페니스를 감싸 쥔 두 손날이 고환에 닿는 감각, 고개를 비튼 그녀의 콧잔등이 허벅지를 스치는 감각, 그리고 습하고 따뜻한 입속이 예민한 부분이 빨려 들어가는 감각…. 목 뒤가 선득하게 곤두서는 쾌감과 흥분이 머릿속을 쥐어뜯었다. 한계까지 발기한 페니스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저절로 허리가 비틀렸다. 당장 처박아 흔들고 싶지만 참아야 했다.

길고 두꺼운 페니스는 아래로도 전부 받을 수는 없었으므로 입 안에 깊이 들어갈 리가 없었다. 한계까지 집어삼켜 목구멍으로 조인다면 모르겠지만 루크는 그런 가학적 행위는 나디아가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없다. 그녀를 다치게 한다면 루크는 당장 이 쓸모없는 기관을 잘라버릴 것이다.

가쁜 호흡을 숨기려 입을 틀어막았다. 입에 물려주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나디아의 머릿속에서 이런 발칙한 상상들이 이루어지고 있었을까.

어떤 상상을 했든 눈앞의 광경을 이길 수는 없으리라.

완전히 몰두한 듯 녹색 눈동자가 기묘하게 번들거렸다. 입을 움직이는 대로 머리 전체가 흔들렸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성가시다는 듯 귀에 거는 손길은 다급하기까지 했다. 몇 번이나 걸어도 다시 흘러내리는 통에 그녀는 페니스를 입에 문 채로 신경질적인 신음을 흘렸다. 결국 루크가 그녀 대신 긴 머리카락을 쥐었다.

“읏!”

치아가 예민한 살갗을 긁었다. 쾌감과 통증은 얇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통증조차 자극이 되어 억눌러왔던 사정감이 한 번에 몰려왔다. 루크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자 나디아가 재빨리 입을 떼내었다.

“괘, 괜찮아요? 아파요?”

“아니, 아프지는 않아.”

하지만 더 참는 건 무리였다. 페니스가 터지거나 그의 신경이 터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만하는 게 좋겠소. 이만 올라와요.”

“아….”

나디아는 아쉬운 듯이 제 눈 앞을 보았다. 아쉬운 듯 쳐다보는 애절한 눈길이 향하는 곳은 불뚝하게 솟아올라 혈관이 드러난 검붉은 페니스였다. 스스로 보아도 흉측한 모양이건만, 그녀는 먹음직스러운 빵이라도 되는 듯이 보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입가에 묻은 건 타액만이 아닐 것이다…….

루크는 어딘가에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흥분이 지나치면 사람이 미친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제발, 나디아. 날 죽일 셈이오?”

“하지만….”

“전부 당신 거요. 다음에 또 언제든 가지고 놀아도 좋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 줘.”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받기만 해야 하는 펠라티오는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나디아가 흥미롭게 즐기는 것 같아 할 수 있는 한 버텨보고 싶었지만, 이제 무리였다. 입 안은 다리 사이와 비슷했지만 자칫 자제심을 잃고 허리를 흔들었다가는 그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 그를 움직일 수 없게 했다.

“제발, 무릎이라도 꿇겠소.”

“무릎은 내가 꿇고 있잖아요.”

나디아가 부루퉁하게 대꾸했다. 말을 할 때는 사람의 얼굴을 봐 주었으면 좋겠다. 이 상황에 고리타분한 예절 같은 걸 따지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입을 열어 말을 할 때에 페니스에 숨결이 닿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루크는 그녀의 팔 아래에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웠다.

“그럼 키스….”

스테이턴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참지 못하고 한 번 안았기 때문에 그들은 이미 벌거벗은 상태였다. 루크는 그녀가 제게 기대기 편하도록 조금 뒤로 물러났다. 푹신한 베개가 등 뒤를 받쳤다. 그의 입술만 쫓아오던 나디아는 그의 몸 위에 누운 셈이 되었다.

루크는 그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잘록한 허리를 붙잡았다. 나긋한 손가락이 얼굴을 감싼 건 그와 동시였다.

촉, 쪽, 소리가 숨소리에 섞였다. 루크는 나디아가 바라는 대로 깊이 키스하다가 고개를 틀어 그녀의 콧잔등과 뺨, 광대, 눈가와 눈썹에 입을 맞추었다. 나디아는 혀를 얽는 키스도 좋아했지만 짧게 입을 맞추어주는 것도 좋아했다. 나디아가 만족스럽게 웃는 걸 확인한 루크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큰일이야.”

“으응…?”

“아니, 별 건 아니오. 그저 이제 앞으로 식사하는 당신만 봐도 설 거 같아서.”

본래 나디아에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서지만, 이제는 입을 벌리기만 해도 설 자신이 있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서요…?”

몽롱한 녹색 눈동자가 깜박거렸다. 루크는 씩 웃으며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 손으로는 둥근 엉덩이를 받치고, 비부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갈라진 틈은 충분히 젖어 축축했고, 손가락도 무리없이 삼켰다. 손가락을 삼킨 질 내부가 수축하며 그녀의 허리가 바르르 떨렸다.

“아, 아앙….”

나디아가 등을 둥글게 말고 허리를 띄웠다. 그의 허리를 다리 사이에 두고 무릎이 자꾸 미끄러졌다. 부푼 비부의 틈에 페니스 끝을 가져가며 루크는 바들바들 떨리는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숨을 몰아쉬는 나디아는 힘들어 보였지만, 흥분으로 인한 것이었다. 루크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대로 앉으면 돼, 나디아.”

“심, 심술쟁이….”

“사랑하오.”

그렇게 말하면, 아무 말도 못 하잖아…. 나디아는 팔에 힘을 주어 상체를 일으켰다. 엉덩이를 지나 등허리에 닿은 페니스의 끝이 축축했다. 다리 사이가 축축한데. 이렇게 앉으면 그의 아랫배를 더럽혀버릴 것이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들었다. 그가 끝을 맞춰둔 덕에 허리를 아래로 내리기만 하면, 그대로 삼킬 수 있었다.

루크는 나디아의 머리칼을 걷어내고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제 체중을 이용해 조금씩 엉덩이를 내리는 그녀는 창피해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 놀렸다가는 울 것 같아서 그는 이쯤하기로 했다. 그리고 파들거리는 그녀의 아랫배부터 잘록한 허리를 붙잡고 허리를 쳐올렸다. 자극이 지나쳤는지 나디아가 울음 같은 신음을 터뜨리며 질이 수축해 페니스를 조였다. 단숨에 갈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오늘은 아무도 없으니 소리가 새어나가는 걸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깨우러 올 사람도 없었다.

마음껏 끌어안을 수 있었다.

*

제아무리 강철 체력을 자랑하던 루크라고 해도 누적된 정신적 피로에는 이길 수가 없었다. 특히 정신적 피로는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 하룻밤 수면으로는 회복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새벽 수면은 제대로 된 휴식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나디아를 안고 있어야만 비로소 깊이 잠들 수 있었다. 부드럽게 감겨오는 팔과 간지러운 머리칼, 얽힌 다리의 무게와 조금 뜨거운 체온이 없으면 안 된다. 고작 닷새 보지 못한 것으로 어지간히 유난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그러한 것을. 자신은 아내에게 유난한 타입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더라. 애처가라고 했던가. 루크는 자신의 정체성을 순순하게 인정했다. 훤히 보이는 사실을 외면해봐야 꼴사나워질 뿐이다. 인정할 건 곧장 인정해버리는 게 나았다.

루크는 이미 스테이턴 성 사람들은 물론, 인근 영지민들이 그를 ‘애처가 공작’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면도를 시도했던 이발사로부터 시작된 별명은 ‘팔불출 공작’이었지만, 스테이턴 가의 위엄을 고려해 안나가 수정해준 것이다.

‘나쁘지 않군.’

오히려 좋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나디아를 사랑하고, 더 사랑할 수 없어서 미칠 것 같다는 걸. 눈독을 들이면 죽여버리겠지만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걸 온세상에 자랑하고 싶었다.

사랑스럽다 뿐이랴, 착하고 성실하고 다정하며 발칙하고 야했다.

‘영원히 못 잊을 거야….’

오늘은 기념하자. 기억하자. 눈을 감아도 선명히 그려낼 수 있었다. 기억력이 좋아서 다행이다. 아니, 기억력이 아무리 안 좋아도 그건 못 잊지. 의식이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루크는 잠에 반쯤 취한 채로 잠들기 직전의 잔상을 더듬었다. 잔상은 감각도 불러일으켰다. 축축하고 뜨뜻한 입 안으로 페니스가 빨려 들어가던? 응?

루크는 눈을 번쩍 떴다.

아무리 선명해도 감각이 이다지도 확실할 리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나디아의 녹색 눈동자와 시선이 맞았다. 그녀는 입을 떼어내고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제 거라면서요….”

“…….”

“자고 있어도 움직이길래 신기해서 건드려보다 그만….”

너무나 사랑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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