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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라는 공작에게 시집왔는데-85화 (85/150)

85화

놀라며 뒤를 돌아보려 상체를 치들었으나 나디아는 움직이지 못했다. 다정한 손바닥이 그녀의 등을 가볍게 누르고 있었다. 손을 얹어 놓은 것에 가까웠지만 그것만으로 나디아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나디아는 고개를 들고 앞을 보았다. 익숙한 무늬의 벽지와 굳게 닫힌 커튼, 창틀. 하나하나 뜯어보면 익숙한 것들인데도 테이블에 엎드린 채로 보이는 풍경은 낯설었다. 목이 바짝바짝 말랐다.

커다란 손바닥은 그녀의 등을 거의 덮었다. 옷감 위로 꾹 누르는 손바닥의 압력과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손바닥은 다정하게 등을 쓸다가? 허리 부근으로 내려가 멈추었다.

‘안 보여서 무서워.’

루크가 어떤 눈으로 자신을 보는지 알 수가 없다. 뒤에 선 남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진득하게 허리와 등을 쓰다듬는 손바닥과…… 엉덩잇골 사이에 올라온 두껍고 뜨거운 기둥뿐이었다.

‘왜 아무 말이 없지? 왜….’

움직이지도 않고.

“루크? 루크, 화, 화난 거 아니죠….”

“?화?”

대답이 한 호흡 늦게 돌아왔다. 나디아는 바르르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이 뭔가 실수를 한 것이 분명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아 거칠었다.

“왜 그렇게 생각한 건지, 전혀 모르겠소, 나디아….”

“하지만 목소리가.”

“내 목소리?”

“화난 것 같아….”

말을 한 것만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루크가 자신에게 실망을 해서 화를 내는 것, 나디아는 그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날 싫어하게 된 거면 어떻게 하지?’

자신은 루크가 황홀하게 바라볼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의 찬사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았다. 그가 자신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진실을 들킬까 봐 움츠리게 됐다.

나디아는 루크를 잃고 싶지 않았다.

황홀하게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를, 너무 소중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조심스러운 손길을 잃는다면? 그 상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이 될 것이다. 나디아는 그가 바라는 자신으로 있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시오, 나디아. 당신을 어떻게, 하.”

“하지만….”

“난 지금, 후, 어떻게 하면, 당신이 아프지 않게?.”

“싫, 싫어하지 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테이블에 기대어 누운 상체가 앞으로 쭉 미끄러졌다. 테이블 끝을 붙잡지 않았다면 떨어질 뻔했다. 나디아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루크는 말없이 나디아의 치맛자락을 위로 걷어 올렸다. 성의없이 둘둘 말아올린 치맛자락에는 분명 주름이 잡히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 빌어먹을 드레스와 속옷을 찢어버리지 않는 것만으로 그의 인내는 칭찬받아 마땅했다.

“당신이 싫다면 이럴 리가 없잖소.”

“아….”

“싫어하는 사람에게 흥분할 수 있을 리가.”

“…….”

“할 수만 있다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씹어먹고 싶은데.

사람에게 식욕을 느끼는 게 과연 정상일까? 루크는 오동통한 엉덩이를 쥐고 살짝 벌렸다. 이 둥근 살에 이를 박고 잘근잘근 씹으면 어떨까. 군침이 혀 아래 고였다. 정상은 아닌 게 분명했지만 그런 게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그의 머리에는 정상, 비정상을 구분할 이성이 없었다.

‘다 먹어치우면 속이 편해질까.’

그럴 리는 없겠지.

흰 피부에는 쉽게 손자국이 남았다. 그는 부풀어 터질 것 같은 페니스를 길게 뻗은 나디아의 다리 사이에 끼워 길게 박았다가 빼냈다. 젖은 음부를 문지르는 자극에 나디아가 몸서리를 쳤다.

“으, 으흐읏….”

“축축해, 나디아….”

“흐으, 으으….”

길게 뻗은 다리가 힘없이 허우적거렸다. 나디아는 제 다리로 서려고 애를 썼지만, 가련하게도 힘이 빠졌는지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알고 있소? 당신 지금 날 물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아.”

“읏, 으흑!”

“이걸 원하오?”

나디아를 놀리듯이 짓궂게 말하며 루크가 페니스의 끝을 움찔거리는 음부에 물렸다. 살이 오물거리며 끝을 삼키려 했다. 그대로 박아넣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루크는 입 안 살을 세게 깨물어야 했다. 축축하고 따뜻하고 보드라운 살이 예민한 성기 끝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흥분이 머리를 안개처럼 부옇게 흐렸다.

나디아는 작다. 제 마음도 모르고 화가 났냐는 둥, 싫어하면 안 된다는 둥 말을 해서 그의 속을 상하게 했다고 해도, 시간을 들여 천천히 몸을 풀어줘야 했다….

“응, 으응.”

“나디아?”

“싫, 싫어….”

“…….”

“넣어, 넣어줘요….”

나디아가 울먹거렸다.

“가지 마…….”

나디아는 숨을 헐떡거리며 무릎에 힘을 주었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다리는 힘없이 미끄러졌지만, 두어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엉덩이를 뒤로 쭉 뺐다.

겨우 끝만 물었을 뿐인데 숨이 찼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며 조금 더 그를 삼켰다.

그동안 루크는 못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나디아는 손을 뒤로 뻗었다. 손끝은 금세 그에게 닿았다. 그녀는 손에 잡히는 그의 옷자락을 세게 쥐어 당겼다.

“싫어, 아파도 되니까, 날….”

“…….”

“날 생각해서 멈추지 마요….”

자신을 배려해 참고 있는 거라면 그러지 않길 바랐다. 더 정신없이 빠져주길 바랐다. 제 모든 것을 이용해 그를 붙잡고 싶었다.

“…….”

“흐, 흑, 흐윽, 루크….”

“…….”

“싫어하면 안 돼, 아!”

루크는 제 바지를 움켜쥔 나디아의 손등을 덮어 쥐었다. 손목을 꾹 누르자 빠르게 뛰는 맥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디아는 실수했다. 그녀가 만약 루크를 볼 수 있었다면 화가 났냐는 말은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화가 났냐니. 루크는 참고 있었다.

“실수한 거요, 나디아.”

“으흐으응, 으응!”

“당신에게 더 미치면, 난, 당신을 씹어먹을지도 몰라….”

그럼에도 좋고 해 주면, 염치 모르는 자신은 기꺼이 그녀를 잡아먹고 말 것이다.

눈앞이 흐려졌다 선명해지길 반복했다. 오로지 나디아만 선명하게 보이고, 나머지는 흐려져 보이지 않았다. 흰 엉덩이와 긴 다리와, 그 사이에 자리잡은 검붉은 색의 페니스만 보였다. 자신은 여전히 그녀를 상처입힐 흉기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를 붙잡고 있었다. 사랑스럽게도.

이 광경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데 감사했다.

루크가 성기를 천천히 밀어넣자 나디아가 신음을 흘리며 바르작거렸다. 예민한 부위에 온 감각이 몰린 것 같았다. 축축하게 젖은 살이 오물거리며 빨아들이고 강하게 죄었다.

“으흑, 흑, 아, 아흑!”

강하게 밀려 들어왔던 페니스가 거의 끝까지 빠져나갔다. 속살이 따라가듯 달라붙었다가, 다시 박아넣자 가늘게 경련한다.

“읏, 으응! 앗!”

“쉬, 나디아….”

“아!”

테이블이 흔들리며 앞으로 밀려났다. 어지럽게 흔들리는 시야가 희게 점멸했다. 루크와 테이블 사이에 짓눌린 부분이 아플 만도 한데 고통은 멀고 쾌락만이 가깝다. 그가 짓누르는 고통마저 제게 정신없이 빠져 몰입했다는 증거 같아 달기만 했다.

“소리를 낮추지 않으면, 들릴 거요.”

“읏, 으읍, 응!”

루크는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 제정신일 때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그가 자신을 짓누르는 건 이성 따위가 남아있지 않은 증거였다.

정신없이 제게 빠져있다는 증거.

루크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허릿짓에 점점 속도가 붙었다. 축축하게 젖은 음부와 페니스가 마찰하는 소리, 길게 늘어진 흰 다리와 가련한 신음소리가 머리를 가득 메웠다. 미칠 것 같은 감각이 흥분이라면, 욕망에 미쳐 모든 걸 내버린 수많은 어리석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라고 다를 것 같지도 않았다.

영원히 이렇게 살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나디아 안에 파묻힌 채 죽을 수만 있다면.

“으으응, 아으응, 아! 아!”

“나디아, 윽!”

속살이 강하게 경련하며 루크의 성기를 죄었다. 마지막을 예감하며 속도를 올려 치받던 그의 등이 뻣뻣하게 경직되는 순간, 나디아가 몸을 움츠렸다.

툭, 투둑….

진득한 체액이 결합된 부위에서 흘러나와 카펫 위에 얼룩졌다.

*

나디아는 포크를 쥐었다.

잘 익은 생선 살에서 먹음직스러운 향기가 올라왔지만 식욕이 일어나질 않았다. 얼른 침대로 가서 잠들고만 싶었다.

“나디아, 왜 그러니? 입맛이 없어?”

“으응? 아니, 으응….”

정신이 없고 피곤해서 입맛도 덩달아 없어졌을 뿐이었지만, 나디아는 대답을 망설였다. 입맛이 없다고 하면 어디 아픈 게 아니냐고 걱정을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일리야의 질문에 무어라 대답할지 귀를 기울이고 있는 앤더슨이 말이다.

“아니, 그냥 좀….”

“…….”

나디아는 말끝을 흐리며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다.

단순히 ‘입맛이 없냐’는 질문이었을 뿐인데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조리 자신에게 쏠려 있었다. 근엄하게 스테이크를 자르던 아버지와 비비안을 챙겨주던 앤더슨, 편식하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던 비비안.

예절 선생도 칭찬할 법한 완벽한 태도로 우아하게 수프를 떠 마시던 피오나와 식탁에 모자란 것이 없는지 살피던 일리야, 마치 평생 이 저택에서 일했던 사람 마냥 자연스럽게 시중을 들어주던 안나, 그리고 루크까지.

“…….”

나디아의 뺨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빠르게 대답했다.

“아냐! 졸려서!”

“아직 8시도 안 됐는데……?”

“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그러니?”

일리야는 미심쩍게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나디아가 깨작깨작 포크를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디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얼굴을 들면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루크와 또 눈이 마주칠 것이다. 나디아는 그 얼굴을 보고서 또 직전의 기억이 떠오를까 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루크는 옷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확실히 지켰다. 나디아가 지쳐 늘어져 있는 동안 그는 정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다리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직접 속옷과 드레스를 정돈해주었다. 나디아는 손 하나 까딱할 필요도 없었다.

꼼꼼하게 정리해주며 그는 그녀의 다리에 빈틈없이 입을 맞췄다. 발가락 끝부터 시작해 발등, 발목, 종아리, 오금, 허벅지, 그리고 얇은 속옷 한 장으로 덮인 그곳까지….

나디아는 루크를 흘긋거렸다. 그는 눈이 마주치자 씩 웃어주었다.

“……?”

“…….”

싱그럽기까지 한, 담백하고 상쾌한 미소였다. 나디아는 울상이 됐다.

‘……나 진짜 야한가 봐…….’

상쾌한 미소가 야하게 느껴질 정도면, 이미 구제할 바 없는 짐승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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