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흐읏!”
루크가 작살 맞은 짐승처럼 뻣뻣하게 굳었다. 그녀의 손은 바지춤으로 막 들어갔을 뿐 아직 페니스 근처에는 닿지도 않았다. 나디아는 깜짝 놀라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혹시 아프거나 불편한 거라면 당장 그만둘 생각이었다.
루크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뺨과 찡그린 미간은 무언가를 참기 힘든 듯 버거워 보였지만, 아프거나 불편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기분 좋아 보여.’
나디아는 용기를 얻었다. 심지어 그는 무릎에 힘이 빠진 듯 끌어안고 있던 나디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디아는 그대로 손을 바지 안으로 밀어 넣었다. 눈으로 보지 않아서 오히려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입술이 바싹 말랐다. 그녀는 내리지 않은 손을 그의 머리칼 사이에 묻었다. 두피가 살짝 땀에 젖어 있었다.
옆으로 밀려나 있던 페니스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 끝이 위를 향했다. 나디아의 손이 가장 먼저 닿은 부분은 기둥 중간으로, 위에서부터 손을 넣었던 그녀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지 망설였다.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손에 닿는 감각만이 전부였다.
‘딱딱하고, 두껍고….’
뜨겁다. 그리고 어깨에는 그의 뜨거운 숨이 닿았다.
“읏, 나디아, 아.”
그저 손이 닿아있을 뿐인데 루크는 견디기 힘든 듯했다. 무언가 해주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더 한다면 괴로워할 것 같기도 했다.
“나디아, 읏, 제발, 손?.”
“?뺄까요?”
“아니, 제발. 그만두지 마시오, 제발….”
애원하는 조였다. 그는 땀에 젖은 이마를 그녀의 목덜미에 문지르고, 살짝 그 부분을 깨물었다. 자국이 남지 않을 만큼 아주 살짝.
“그만두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할 테니까, 제발….”
나디아는 손바닥을 오므려 그의 페니스를 일단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의 뒷머리를 토닥거렸다. 루크는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긴장하며 몸을 떨었다.
“루크, 루크….”
“으응, 하아….”
손으로만 만져서는 형태도 크기도 온전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가 입술로 목덜미를 계속 지분거려서 그녀의 머릿속도 부옇게 번져갔다. 그가 귓가에 흘려넣는 달뜬 신음과 흥분으로 찌푸려진 얼굴, 필사적이기까지 한 애원도 그녀를 흥분시켰다. 그녀는 울 듯이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이대로, 문질러줘.”
무릎이라도 꿇고 애원할 수 있었다. 아니, 발목을 잡고 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이대로 손을 떼지만 않아준다면.
“이렇, 이렇게요?”
나디아는 동물의 등을 쓰다듬듯 기둥을 길게 훑었다. 꿈틀거리며 꺼떡이는 것이 정말 살아있는 것 같았다. 루크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틀리진 않았나 봐.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는 몰라도 쓰다듬는 게 가능했다. 그녀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쭉 밀어올리듯 훑었다.
뜨거운 기둥은 사람 살갗 같지 않았다. 표면은 얇아서 가벼운 손길에 밀려났으며, 보기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마치 고급 겨울 옷감처럼….
그 감촉 자체에 집중하게 됐다. 더 만지고 싶다. 부드러웠다. 나디아가 조금 더 과감하게 움직였다. 손바닥으로 쭉 밀어 감싸자 까칠한 수풀에 닿았다. 아, 여기가 몸 쪽이구나. 그녀의 손끝이 사타구니 피부를 스친 순간이었다.
“아, 제기랄, 나디아!”
“아!”
짐짓 화난 것 같은 목소리와 함께 나디아의 몸이 번쩍 위로 들렸다. 루크가 이를 악물고 그녀를 떼어내 들어올린 것이다. 나디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루크는 그녀를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앉히고는 조금 떨어진 채 숨을 헐떡거렸다.
“내가 시, 실수했어요?”
“아니, 전혀. 전혀 아니오. 더 하면 내가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라는 뒷말은 거의 숨소리에 묻혔다.
나디아는 루크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단정하게 차려입었던 차림새가 마구 흐트러져 있었다. 꽉 조인 셔츠가 답답했는지 스스로 옷깃을 풀어헤쳤고, 벌어진 셔츠 사이로 살짝 젖은 목덜미와 쇄골이 보였다. 나디아가 손가락을 밀어넣어 헝클어진 머리칼과? 흥분으로 흐려진 눈.
그리고 그 아래에는 바지 위로 삐져나온 페니스가 보였다. 나디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저걸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밝은 대낮이라 지나치게 정확히 보였다. 떨어지지 않는 나디아의 시선을 따라 숨을 몰아쉬던 루크의 눈길도 제 아래로 향했다.
갈라진 둥근 끄트머리가 투명하게 젖어 있었다. 색은 약간 검붉었고, 바지춤 밖으로 빠져나온 부분만 보아도 그의 배에 찰싹 달라붙을 듯 꼿꼿하고 굵고 길었다.
“징그럽지 않소? 이런 건….”
“아뇨, 아녜요. 그냥….”
좀 많이 굵은 소시지 같았다. 아니, 바게뜨…?
‘산딸기 소스를 발라서 바게뜨를 구우면 저런 색이 될까?’
포도 소스는 어떨까. 포도잼의 달콤새콤한 맛이 혀에 맴돌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제발, 나디아. 그렇게 보면….”
나디아가 눈을 들어 루크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미칠 것 같은 얼굴이었는데, 자신이 어떻게 보고 있기에 저렇게도 초조하고 불안해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보았을 뿐인데, 그냥.
루크가 입 안으로 욕설을 뇌까리며 손바닥으로 나디아의 눈을 가렸다.
“루크?”
“안 돼, 나디아. 그러면 안 되오.”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그렇게 맛있는 걸 보듯 거길 보면.”
“…….”
들키지 않으리라 믿었던 속내를 정확히 지적당했다. 나디아는 입을 다물었다. 루크의 목소리는 약간 화가 난 것 같았다. 성마르고 거칠고 낮았다. 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 예쁜 입에 물려주고 싶잖아.”
“……아플까요……?”
입을 크게 벌리면 끝은 베어물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크기를 가늠해보듯 나디아는 입을 벌렸다.
한 번 먹을 것을 대입해 보았기 때문일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솟았다. 손으로 만져본 표면은 보들거리고 부드러웠다. 사람의 피부인데, 피부 같진 않았다.
‘왜 먹고 싶지?’
사탕을 빨듯이 쪽쪽 빨면 무슨 맛이 날까? 피부이니까 짤까. 하지만 거긴 피부 같지 않았는데. 갈라진 끝에 혀를 세우고 핥으면 그곳도 벌어질까.
사람의 몸을 빨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충동이 식욕인지 성욕인지 구분할 길이 없었다. 나디아는 당황스러워서 그의 손바닥 아래에서 눈을 빠르게 깜박거렸다. 긴 속눈썹이 그의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나디아의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이 조금 아래로 내려왔다. 그래 봤자 여전히 그녀의 눈은 가린 채였지만, 그의 엄지가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누르는 대로 움푹 들어간 입술이 조금 아프다. 그러나 늘 닿으면 부서질 듯 조심스러운 손길보다는 이쪽이 좋았다.
손가락….
나디아는 흐린 눈을 깜박거렸다.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의 엄지를 입술로만 물었다.
“……제기랄.”
사실 조금 더 심한 욕을 하고 싶었지만 루크는 이 와중에도 절제해냈다. 소리를 지르며 날뛰고 싶었다. 흥분이 지나쳐서 페니스가 터질 듯 팽창해 아팠다.
나디아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저택의 응접실에서 하반신을 내어놓고 그녀의 손길에 어쩔 줄 몰라서 헐떡거리는 꼴이라니…….
저 입에 페니스를 물리고 싶어서 미친 꼴이라니.
‘난 개다. 오늘부터 개다.’
루크는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어차피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멀쩡한 행세나 하면서 살고 있는데, 그는 좀 나은 편이다. 제가 짐승이라는 걸 알고는 있으니까.
나디아가 물었던 엄지를 그녀의 입에 다시 가져다 댔다. 그녀는 얼마나 열중했는지 예쁜 녹색 눈동자가 몽롱하게 흐려져 있었다. 루크는 볼 안쪽 살을 깨물었다. 촉촉한 점막 살이 엄지를 감싸고, 동그랗게 모은 입술이 손가락을 쪽 빨았다.
손가락은 예상한 대로 짭짤한 맛이었다. 그러나 손가락을 물고 빠는 행위가 어딘지 이상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나디아는 혀를 내밀어 단단한 손톱과 그 아래 굳은살을 핥았다. 그의 숨이 더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것도 기분이 좋았다.
이게 만약 그의 저것이라면, 손가락 끝이 갈라진 끝이고, 이 밑이 기둥일 테니까.
나디아는 고개를 비틀어 그의 손가락 아래를 쭉 미끄러지듯 핥고, 옆면을 살짝 깨물었다. 그의 입술에서 기어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콧잔등을 찡그렸다. 인내와 이성은 이미 눈송이처럼 녹아버렸다. 살짝 뒤로 미는 것만으로 나디아는 소파에 눕듯이 기대게 됐다.
“아! 손….”
한창 손가락을 빠는 데 집중하고 있던 나디아가 볼멘소리를 냈다. 루크는 그녀가 편히 기대어 눕도록 자세를 정리해주고는 다시 엄지를 내어주었다. 그러나 다른 손은 바쁘게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겨울이라 옷감이 무거웠지만 그런 건 방해 축에도 끼지 않았다. 맨살을 찾아 다급히 손이 움직였다.
속치마를 지나 얇은 속옷을 찾아내 빠르게 밀어냈다.
“끝까지 가진 않을 거요, 그러니까-.”
“으응…?”
“조금만 핥게 해줘요.”
핥아? 어디를….
루크의 손이 얇은 팬티를 밀어내고 축축하게 젖은 비부에 닿아있다는 걸 알아차린 나디아가 바싹 긴장했다. 싫은 건 아닌데, 조금 무섭기는 했는데, 그와 반대로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