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라는 공작에게 시집왔는데-38화 (38/150)

37화

“먼저 루크를 덮친 건 전데요….”

“…….”

“무, 물론 자는 사람을 만진 건 파렴치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디아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치만 눈앞에 있으니까 만지고 싶고, 루크는 자는 것 같고, 조금만 만지면 모를 것 같아서…. 깨버릴 줄은 몰랐어요….”

그녀는 루크가 화난 게 아니기를 바라며, 돌처럼 굳어버린 그의 뺨을 감싸 쥐었다. 이렇게 커다란 사람이, 아마도 손쉽게 그녀를 죽여 버릴 수도 있을 강인한 사람이 고작 손가락이 닿았다고 견딜 수 없다는 듯 애달픈 표정을 짓는다.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제가 루크에게 해로운 거 아닐까요?”

“…….”

“저 이제는 안 무서운데….”

나디아의 녹색 눈동자가 기대로 반짝거렸다. 그녀는 빠르게 고동치는 심장 소리가 그에게 들리지 않길 바라며, 그의 두꺼운 목에 팔을 감았다.

서툰 유혹이었지만 루크를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했다.

*

“루크, 제발, 이제, 아….”

나디아가 흐느끼며 애원했다. 긴 손가락이 도톰하게 부푼 살 속에 파고들어 예민한 곳을 긁었다. 감각이 곤두서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쾌락으로 뇌를 어지럽혔다. 루크는 나디아의 귓불을 빨아들여 살짝 이를 세워 씹었다. 부드러운 살이 이 사이로 뭉개졌다. 질척한 물소리와 함께 낮은 목소리가 귀 가까이에서 흘러나왔다. 귀를 파고든 혀의 감촉만큼이나 자극적인 목소리였다.

“아직 안 돼, 조금만 더…. 충분히 젖지 않으면 다칠 거요.”

안 된다, 더는 견딜 수 없다. 나디아는 울먹거리며 도리질을 쳤다.

루크는 나디아를 미치게 하려고 작정한 사람 같았다. 집요하게 나디아의 성감대를 찾아내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 걸 좋아하는지 알아내려는 듯이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덕분에 나디아의 몸 어디에도 루크의 입술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창피하다고 피하고 숨으려 했던 나디아를 달래가며 기어코 입을 맞추고야 말았다.

커다란 손에 넘치는 가슴을 움켜쥐고 밀어올리듯 문지르고, 곤두선 끝을 아프도록 잡아당겼다. 예민한 살은 쉽게 고통을 쾌락으로 뒤바꾸었다. 나디아는 반은 울면서, 나머지 반은 흐느끼면서 휘몰아치는 감각과 흥분 속을 헤맸다.

다리가 달달 떨리고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도톰한 살 속을 파고든 손가락이 어딘가를 계속 자극했고, 배 안쪽이 조여들었다. 나디아는 울며 루크의 목을 끌어안고 도리질을 쳤다.

“이제, 더는, 흐으으…. 기절, 기절할 것 같아….”

“후….”

루크의 입술 사이로 달뜬 숨이 흘러나왔다. 그는 혀를 내밀어 나디아의 눈물을 핥아 먹었다. 아직 안 된다고 말은 했지만 정작 루크야말로 한계에 이른지 오래였다.

꼿꼿하게 일어선 성기가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갈라진 선단이 투명한 액을 토하며 꺼떡거렸다. 핏줄이 돋아난 흉흉한 그것은 루크의 체구만큼이나 크고, 굵었다. 나디아의 체구는 결코 작지 않았지만, 루크는 지나치게 컸다. 충분히 젖어주어도 나디아는 괴로울 것이었다.

나디아가 최대한 쾌락과 흥분에 젖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길 바랐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이지만 그녀에게 안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더는 나디아도, 루크 자신도 한계였다. 루크는 숨을 몰아쉬는 나디아의 뺨에 입을 맞췄다. 보드라운 살이 마치 생크림 같았다. 그녀의 체취와 땀 냄새에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는 나디아의 입술을 찾아 강하게 빨았다. 나디아는 입술을 벌려 순순히 그에게 혀를 내주었다.

나디아는 키스를 가장 좋아했다. 흐느끼던 그녀가 금세 키스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루크는 지나치게 흥분해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그녀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벌렸다. 그리고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성기 끝으로 도톰하게 부풀어 젖은 그곳을 문질렀다.

흥분으로 부푼 살점이 미칠 것처럼 부드러웠다. 이미 손가락의 침입을 허락했던 그곳에 뻐끔거리며 성기의 끝을 머금었다 뱉었다. 이대로 처박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끓어올랐다. 그는 이미 여러 번 이성을 놓을 뻔했다.

천천히, 천천히 해야 한다고, 루크는 몽롱한 머리로 되뇌었다. 그건 거의 최면이나 다름없었다. 제 흥분이나 쾌락은 둘째였다. 나디아가 아프지 않게? 그것이 최우선이었다.

루크는 천천히 성기 끝부터 밀어 넣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충분히 젖어 있어도 저항감이 심했다. 나디아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제기랄, 너무?.’

겨우 끝만 물었는데도 미칠 것 같았다. 뜨겁고, 좁았다…. 나디아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입구부터 넓혀가며 움직였다. 나디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집요하게 빨고 핥아 부푼 입술은 쉽게 찢어질 것이었다. 루크는 그녀의 입술 사이에 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물어요.”

“흐, 읏….”

입을 벌리고 고개를 돌려 손가락을 뱉어낸 나디아에게 속삭인 그는 깊이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빠르고 강하게, 성기를 밀어 넣었다. 한꺼번에 끝까지 넣는 건 무리였다. 겨우 반 조금 넘게 넣었는데도 나디아는 작살에 맞은 물고기처럼 파드득 몸부림을 쳤다. 그는 이를 악물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흐, 아, 아파, 아흑, 루, 루크….”

“쉬, 나디아….”

“아파….”

나디아가 흐느끼며 루크의 어깨와 가슴 사이에 이마를 문질렀다. 땀으로 흠뻑 젖은 그녀의 얼굴 위에 키스했다. 저절로 허리가 움직이려 했다. 좁은 길이 성기를 강하게 압박하며 조였다. 납작한 배가 바르르 떨렸다.

“그만할까? 응?”

“으, 으흑, 아흑….”

“나디아.”

“싫, 싫어….”

하얀 뺨이 눈물로 흠뻑 젖었다. 몽롱하게 풀린 녹색 눈동자가 부풀었다. 축축하게 젖은 살이 성기를 죌 때마다 가느다란 이성이 끊길 것만 같았다. 이대로 성기를 끝까지 처박고 마구 흔들면, 기분이야 좋을 것이다. 뱃속 가득 고여있는 욕망이야 풀리겠지. 그러나 루크는 제 욕심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더 견딜 수 없다면, 여기서 그만둘 수 있었다.

나디아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 계속해요, 계속….”

그녀가 팔을 들어 올려 그를 끌어안았다. 일그러진 얼굴과 멈추지 않는 눈물은 그녀가 느끼는 고통을 반증했지만, 루크는 그녀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를 위해서 물러설 수는 있었지만, 계속하라는 말까지 거절할 수는 없었다.

루크는 성기를 거의 끝까지 빼냈다가, 다시 빠르게 찔러 넣었다. 멈출 수 없다면, 최대한 빠르게 그녀를 다시 쾌락 속으로 밀어 넣는 게 최선이었다. 아직 정신을 놓아서는 안 된다. 아직…….

“루크, 루크?.”

나디아의 젖은 목소리가 귓가 가까이에서 들렸다. 고막이 아니라 뇌에 곧장 울리는 듯했다. 루크는 강하게 허리 짓을 시작했다. 나디아. 한계까지 몰린 쾌락이 한 가닥 남아 있던 이성을 완전히 잡아먹었다.

*

나디아.

나디아는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루크의 목소리가 귀에 달라붙은 듯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피로와 잠기운에 몽롱한 상태로 그녀는 새벽의 기억을 더듬었다.

정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소설 속에서 읽었던, 그리고 그녀의 상상과 달리 현실은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창피하고? 생생했다.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 키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감각의 홍수 속에서 헤매었다.

“으, 으으….”

하나둘씩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얼굴에 불이 날 것 같았다. 나디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창피해 죽을 것만 같았다.

‘몇 시지…….’

루크는 아침 일찍 침실을 나섰다.

잠 한숨 자지 못해 피곤할 텐데, 그는 나가기 직전까지 나디아의 얼굴에 가랑비 같은 키스를 남겼다. 둥근 이마, 눈썹뼈 위, 콧대, 코끝. 입술에서는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뺨과 귓불, 턱 끝에도 입을 맞추었다. 그녀를 놔두고 떠나는 것이 아쉽다는 듯, 반쯤 잠에 취한 그녀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떠나기 직전까지 그녀의 안에서 제 것을 빼주지도 않았다. 거기까지 떠올린 나디아가 ‘으으으’하고 신음을 흘렸다.

“루크, 변태….”

루크는 다정하지만 집요한 남자였다. 나디아가 아프다, 싫다고 하면 당장 멈추지만 이내 살살 달래어 먼저 허물어지게끔 만들었다. 덕분에 그의 욕심껏 시달린 나디아는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로 녹초가 되었다.

‘산악 훈련 일정만 아니었다면….’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아니었다면, 어쩌겠다는 말일까. 나디아도 루크가 일찍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두 사람의 체력은 지나치게 차이가 났다. 나디아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루크만 움직였는데도 그는 하나도 지치지 않은 것 같았다.

‘언제 돌아올까?’

일정은 닷새 예정이라고 했다. 알면서도 괜히 손가락으로 날짜를 꼽아본 나디아가 얕은 숨을 내쉬었다. 아쉬운 건 루크만이 아니었다. 손 닿는 곳에 루크가 없다는 것이 허전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루크가 미리 말해놓은 것인지 늦은 오후인데도 침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어 당장 움직이는 건 무리였다. 나디아는 눈을 감았다.

“벌써 보고 싶다….”

긴 닷새가 될 것 같았다.

*

엿새 후, 루크 리처드 스테이턴이 실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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