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라는 공작에게 시집왔는데-25화 (25/150)

24화

“그럼 이건?”

“……!”

나디아의 머리 양옆으로 짚은 팔을 내려 그녀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겹쳐진 허리 아래가 꾹 눌렸다. 나디아는 처음에는 루크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듯 눈을 빠르게 깜박거렸다. 루크는 조금 허리를 움직여 그녀의 납작한 배에 아랫도리를 비볐다.

뭉툭한 끝이 바지 위로 단단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디아의 말랑한 배가 젤리처럼 뭉그러졌다. 나디아는 길고 단단한 무언가의 형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는 다르다. 남성의 다리 사이에는 여성을 기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이것이었다.

책에서 문장으로 읽기만 할 때에는 이토록 적나라하고 생생할 줄 몰랐다. 나디아는 목 안쪽으로 비명을 삼켰다. 뜨겁게 배꼽 근처를 문지르는 무언가는 두껍고 딱딱했다. 아랫배까지 쭉 이어지는 게 길기도 했다.

이걸 다리 사이에 넣고 문지르는 것이다. 그러나 나디아는 한 가지 착각하고 있었다. 소설 묘사는 노골적이었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자세한 묘사는 지양하고 있었다. 모두 아는 부분을 생략하고 비밀스러운 표현을 써서 우아하게 포장한 문장들이었다. 아름답지만 생생하지는 않은 표현들.

“이건 알고 있소?”

“……안나가….”

루크는 나디아 모르게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 당황스럽고 불길했다.

“안나가 준 책에서, ……읽었어요.”

“…….”

“진, 진정한 부부가 되는 방법도, 그 책에….”

“혹시 나디아, 당신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던 건….”

“…….”

루크는 어쩔 수 없이 웃고 말았다.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는 나디아가 너무나 귀여웠다. 그리고 자신과 진정한 부부가 되고 싶다며, 온몸으로 부딪쳐 온 용기가 사랑스럽다. 공원에서 부랑자처럼 누워있던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순간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다시 반하게 되고 말았다.

커다란 몸이 들썩거리며 흔들리자 나디아는 어깨를 움츠렸다. 배부터 다리까지 자신의 몸 위를 짓누르는 무게가 순간 무겁게 느껴진 탓이었다.

‘아, 내가 무거워하지 않게 배려해주고 있었어….’

나디아는 제 머리 옆을 짚은 루크의 굵은 팔뚝을 흘긋 보았다. 기분 좋게 늘어진 입술과 긴장이 풀려 웃음기가 서린 눈매, 어두운 눈동자도 보았다. 조금 전까지 제 입술과 맞대고 비비며 속살을 얽었던 입술…….

촉촉하게 젖은 저 입술이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나디아는 또렷하게 기억했다. 머릿속이 흐릿하게 번지고 몸이 붕 뜬 것처럼 달아올랐다. 제 입안과 혀에 그런 감각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만큼, 예민하게 달아오른 신경과 감각은 중독적이었다. 나디아가 손을 뻗어 루크의 목 부근을 만졌다. 두꺼운 목이 단단했지만 피부는 매끄러웠다.

웃고 있던 루크가 나디아를 보았다. 나디아는 자신을 본 순간, 그의 검은 눈동자에서 웃음기가 씻은 듯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무섭지 않았다. 잡아먹을 듯, 마치 노려보는 것처럼 가라앉은 눈동자에는 온전히 저 하나만이 비쳤다. 나디아가 말했다.

“루크, 키스해줘요.”

“……나디아.”

“키스하고 싶어요. 너무 기분 좋았단 말이야….”

목소리의 끝은 루크의 입술에 먹혔다. 나디아에게는 고작 두 번째 키스였지만, 그녀는 처음보다 능숙하게 입을 벌렸다. 루크가 깊이 키스해오며 그녀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키스가 길게 이어졌다. 나디아가 느끼기로는 거의 1시간 넘게 키스만 나눈 것 같았다. 그동안 그녀는 고개를 꺾거나, 코로 호흡하거나, 키스하며 끌어안은 그의 목덜미를 살짝 긁는 등의 자잘한 습관이 생겼다.

처음 하는 행동인데 습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이러리라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꺾으면 혀가 더 깊이 들어왔다. 코로 호흡하면 키스를 더 오래 할 수 있었다. 손톱으로 그의 목덜미를 살짝 긁으면, 그는 목구멍 안쪽으로 신음하며 섹시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디아는 완전히 몰입했다. 그녀는 루크의 입술을 핥고, 제 입안에 침입해 온 두꺼운 살을 사탕 빨듯이 쪽쪽 빨기도 했다.

“하아, 하, 으음….”

“읏….”

정신없이 비비고 핥아올린 입술이 부풀어 오른 게 느껴졌다. 내일 아침이 되면 붉게 달아올라 못생긴 꼴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인가? 나디아는 키스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루크가 키스를 그만두면 울고 싶어질지도 몰랐다.

그러나 루크는 루크대로 한계였다. 키스만으로 만족하는 나디아와 달리 루크는 터질 것처럼 피가 몰린 아랫도리 때문에 죽을 지경이었다. 입술과 혀에 신경이 집중될수록 아랫도리는 더욱 힘을 받았다. 꼿꼿하게 선 그것의 끝을 말랑한 나디아의 배에 연신 문질렀다. 나디아는 키스에만 집중해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루크는 자신에게 매달린 부드러운 몸을 손바닥으로 길게 쓸었다. 얇은 실크 잠옷은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못했다. 손가락에 힘을 주면 주는 대로 들어가는 말랑한 살의 감촉이 미칠 것 같았다. 어떻게, 사람 살이, 손바닥에 감기는 것 같을 수가 있지. 어떻게 이렇게? 기분이?.

얇은 잠옷 위의 허리 부근을 쓸며, 둘둘 말려 올라간 잠옷의 치맛자락을 그는 애써 무시했다. 배까지 올라가 버려 훤히 드러난 흰 허벅지와 조그만 속옷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사람은 욕망을 이길 수 없는 동물이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 바깥쪽부터 드러난 살갗에 손바닥을 가져가고 말았다.

얇은 잠옷은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못했다고 조금 전 생각했지만, 그녀의 살갗에 직접 닿은 직후 마음을 바꿨다. 저 얇은 천은 지독한 방해물이었다. 크림처럼 허물어질 것 같은 살은 말랑하지만 탄력 있게 손바닥을 밀어냈다. 키스를 이어가며, 루크는 그녀의 허리를 만지던 손을 올려 봉긋하게 솟은 가슴을 쥐었다.

“으응!”

나디아가 처음으로 먼저 입을 떼냈다. 그녀는 번쩍 눈을 떴다. 키스에만 집중하느라 자신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그녀는, 그제야 잠옷이 허벅지와 배를 지나 가슴까지 말려 올라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얇고 작은 속옷은 있으나 마나였다. 나디아의 커다란 눈이 제 가슴을 쥔 그의 손에 닿기 무섭게, 루크가 입술을 겹쳤다.

나디아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깊이 키스를 받았다. 그리고 루크는 그녀의 가슴을 뭉개듯 쥐며, 그 위에 꼿꼿하게 솟아오른 작은 유실을 엄지로 눌렀다. 나디아의 몸이 튀어 올랐다.

루크는 나디아가 흥분과 쾌락에 오롯하게 집중하기를 바랐다. 나디아는 겁이 많으니, 용기를 내주었다고 해도 아직 무서울 것이다. 정신이 몽롱하게 흐려진 채로 오로지 즐거움만 가져갔으면 했다. 루크는 키스를 멈추고 입술을 떼냈다. 그녀의 입술이 딸려오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밤새 키스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으으응, 루크, 싫어, 키스, 계속….”

아쉬운 듯 불만을 칭얼거리는 나디아의 뺨에 키스했다. 입매 옆, 섬세한 턱, 귀밑머리 위, 말랑거리는 귓바퀴…. 부서질까 무서운 목뼈를 타고 입술을 미끄러뜨린 그가 쇄골 부근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얇은 피부에는 금세 멍울이 졌다.

한 손으로는 버거운 풍만한 가슴을 뭉그러뜨리며, 볼록 솟아오른 유실을 괴롭혔다. 나디아는 놀란 것 같았지만, 그보다는 그의 손에 닿은 곳에서 퍼지는 쾌락에 집중했다. 딱딱해진 가슴 끝에서 짜릿한 고통이 퍼졌다. 발가락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기묘한 아픔이었다.

“읏, 으흣, 아…. 아으으응?.”

“쉬이, 나디아….”

촉, 쪽, 입술이 피부에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자극적이다. 나디아는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았다? 기분이 좋은데, 좋은데도, 무언가 해갈되지 않은 것이 남은 것만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다리 사이가 축축해지고 몸이 절로 비틀렸다.

나디아가 허리를 비틀자 루크가 몸을 들었다. 다행히 그는 터질 듯 아랫도리가 부풀었음에도 아직 바지를 벗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얇은 바지 위로 형태와 크기가 뚜렷하게 보였다. 그는 하체를 다시 나디아의 위로 붙였다. 그녀의 배꼽 근처를 눌렀던 아랫도리의 끝을 조금 더 아래로 가져갔다.

“……!”

녹아내릴 듯 흐물거리던 나디아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박거렸다.

다리 사이였다. 축축해진 다리 사이로 루크의 길고 단단한 것의 끝이 닿았다. 그는 갈라진 틈을 알고 있기라도 한 양 부드럽게 그사이를 비볐다. 결코 강제하지 않고, 사이에는 속옷과 바지가 남아 있었다.

뜨겁고 뭉툭한 끝이 다리 사이의 틈을 가볍게 스쳤다. 열 듯이 입구에서는 힘을 주어 비볐다가, 이내 밀려 올라가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나디아는 견딜 수가 없었다. 부끄럽고, 다리 사이가 젖었다는 걸 들킬 것 같았다. 그의 허릿짓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었다.

루크는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겁먹지 않도록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는 쾌락에 질 것만 같았지만, 다행히 그는 인내심이 강한 편이었다.

달라붙은 하체는 그대로 두고서, 나디아의 긴 목에 짙은 흔적을 남긴 그가 머리를 더 아래로 내렸다. 잠옷은 이제 거의 벗겨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옷깃을 헤치고 봉긋 솟은 흰 가슴으로 입술을 가져갔다.

그때였다.

“푸, 푸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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