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44화 (44/54)

19 EP.49 아부라야 유곽(5).

#048화, 아부라야 유곽(5).

숨을 들이마시며, 세상의 기를 느낀다.

공기의 흐름을 타고 느껴지는 선명한 기의 질감.

코오오오오-

‘그저 가볍기만 했던 공기가.’

물속에 있는 듯이 무겁게 느껴진다.

“밥씨.”

“왜yo? 겁나면 지금 당장 기브 업하면 됩니다?”

칠흑 같은 베레타 권총을 흔들어대며, 치티치티 뱅뱅을 하는 것만 같은 모습.

씨익 웃음을 지은 밥의 하얀 이빨에 반사된 빛이 굴절되어, 매끄러운 총기 위로 빛이 맴돌았다.

이미 모든 게 다 끝났다는 듯이 이빨을 보이는 밥이었지만, 내 눈 안의 빛은 꺼지지 않았다.

“그렇죠, 동양의 신비의 무술. 하지만, 밥씨 그거 아십니까?”

“뭘yo? 혹시 차력을 열심히 해, 불릿도 못 뚫는 큼캉불괴라도 되었다는 겁니까?”

“아뇨, 이건 절권도입니다. 몸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지지는 않지만, 제 손은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죠.”

“그래서yo?”

더는 기다려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밥의 굵직한 손가락이 방아쇠 위로 올라갔다.

천천히 당겨지는 쇠.

그리고 연철로 만들어진 스프링이 손가락의 장력에 의해 모여져 간다.

꿀걱

턱 끝에 맺힌 땀방울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었다.

땀의 무게에 미세하게 늘어나 내려가는 하나의 굵은 땀방울.

“동양의 무술에는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마하 3의 속도로 총알의 옆면을 치면 총알 따위는 손쉽게 쳐낼 수 있다.”

“하하하하하, 그거 정말 대단하군yo. 그런 신비로움이라니! 그렇다면 좋은 구경을 하겠습니다.”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는 밥.

이제 곧 쏜다.

몸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을 억제해보려고 하지만.

흔들흔들.

그래도 미세하게 떨려오는 몸은 어쩔 수 없었다.

흔들리는 땀방울.

점성이 중력과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내릴 때, 저 방아쇠도 당겨지겠지.

툭-

정지된 것만 같은 세상 속에서 오직 몸 안에서 뛰고 있는 심장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땀방울이 느껴진다.

당겨지는 방아쇠.

무릎까지 내려간 땀방울.

탈칵.

방아쇠가 당겨져 뻑뻑한 부위에 걸렸고.

물방울이 산산이 조각나 흩날리기 전.

나는 곧바로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쌍절곤 대용으로 만들어 놓은 옷가지를 밥에게 던졌다.

똑━!

마치 귀 옆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은 물방울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

마하 3의 속도로 손을 뻗어 총알을 치면, 총을 튕겨낼 수 있다.

본 만화 보다 그 대사가 일백 배는 유명한 곳에서 나온 말이었다.

실제로 해본적은 없지만, 어쨌든 이 읍토미 세상도 만화를 기반으로 한 세상.

탕━!!

‘온다.’

먼저 총구에서 빠져나온 빛들이 내가 던진 티셔츠의 견직물 속에서 삐져나오며 번쩍거린다.

날아오는 총알이 티셔츠에 닿은 뒤, 셔츠가 회오리모양으로 휘감기는 것이 느껴졌다.

터지는 실밥들과 고개를 들이미는 총탄.

마하 3의 속도로 움직이면 그만일 뿐이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자세를 굽힌 뒤 팔을 휘두르기 위해 어깨를 뒤로 당겼다.

‘여기서 이제 팔만 움직이면, 타이밍만 정확히 맞춘다면…. 나는 하, 하…, 하!’

“하겠냐!”

병신아!

나는 곧바로 당긴 어깨의 팔을 내리며, 그 탄력으로 빠르게 옆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무슨 마하 3의 속도로 총탄을 튕겨내기는 무슨.

그 전생에서 유명했던 짤방엔, 똑같이 마하 3의 속도로 총탄을 쳐내려다, 그대로 손에 총알이 박히며 ‘크르르륵, 쿠후욱!’이라는 괴상한 신음을 내는 영상도 함께 있었다.

손 하나가 박살 나고, ‘후훗, 이건 마법처리가 된 총탄이지’ 따위의 대사를 들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피이이잉-!

머리 위를 스쳐가는 총탄.

눈앞으로 총탄에 끊긴 머리카락들이 후두둑 떨어지는 게 보였다. 그대로 떨어져 내리지 못하고 내 얼굴에 다다다닥 붙어 버리는 머리카락들.

거슬리지만, 신경을 쓸 여유 따위는 없었다.

‘곧바로 다시 총알이 날아올 거야.’

나는 열린 문으로 기어가는 키코의 엉덩이를 보며 팔을 더 빠르게 휘저어 댔다. 마하 3의 속도로.

그런데 생각을 할수록 괘씸하다.

아무리 총으로 유명한 나라, 천조국에서 왔다고 해도, 남자답게 주먹으로 상대할 것이지 총을 쓰다니.

탕━!

다시 쏘아지는 총탄.

남자답지 못한 무기답게 목덜미 옆을 지나가는 총탄은 여자의 비명처럼 높은 목소리로 ‘피이잉-’하며 지나갔다.

나는 곧바로 엎드려 있는 키코의 골반에 손을 집어넣고, 슬라이딩해 문을 빠져나왔다.

“흐에에에에엑!”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으며 벌벌 떨고 있는 키코. 약에 취했어도, 총 무서운 건 아는 것 같았다.

“총, 총! 누가 총을 쐈어!”

우루루 복도로 몰려나온, 유녀들과 남자들이 각자의 총을 덜렁거리며 도망쳐 나왔다.

“비, 비켜! 우린 빠져나가야 한다고!”

“꺄아아악-!”

군중들을 해치며 내게 다가오는 선글라스를 낀 경호 요원들. 문제는….

하나 같이 다 총을 들고 달려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탕탕탕━!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총탄의 소리. 총알이 날아오는 속도보다 내 귀에 먼저 도착한 소리 덕에 나는 키코를 잡은 상태로 곧바로 앞으로 굴렀다.

내가 있던 자리의 벽에 박히는 총알들.

이 빌어먹을 세상은 이상한 곳에서는 항상 고증이 잘 되어있는지, 총탄이 벽을 가뿐히 뚫고 날아와 댔다.

“히이이익-! 나, 주거? 그럼 약, 약만 조금만 더 먹고 죽으면 안 될까?”

내 품에서 발버둥을 치며, 제 머리를 뒤적거리는 키코를 무시하고 나는 복도를 내달렸다.

“거기 서라-!”

총알 소리에 군중들이 순식간에 엎드려, 경호원들이 내게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

나는 먼저 문을 박차고 옆 방으로 굴러 들어갔다.

그리고 땅바닥에서 콘크리트와 함께 튀어 오르는 총알들.

‘이 녀석들 내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다.’

제압하려고 다리를 향해 쏜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잡힌다면, 겨우 약을 찾았는지 입에 집어넣고 부르르 떨어대는 키코의 꼴이 될 것.

죽었으면 죽었지.

붙잡힐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잘 꾸며진 방 안에 달린 유리창을 바라봤다.

큰 유곽답게 이곳은 삼 층.

혼자 뛰어내려 낙법을 펼친다면, 다치지는 않겠지만 내 팔 안에는 지금 키코가 들려있었다.

예전 금태양이었던 긴타요였다면, 다칠 정도가 높이는 아니겠지만 현재는 그저 연약한 약쟁이 여자.

‘잘 못 뛰어내리면 키코가 죽는다.’

그렇다고 그냥 잡고 뛰어내린다면, 내 발목이 아작날터.

나는 구른다고 흘러내려 간 안경을 고쳐 올리고 방안을 바라봤다.

‘저거다.’

발을 박차고 달려나가며 나는 키코에게 말을 했다.

“꽉 잡아, 놓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

“잠, 잠깐만 뭘 할 생각인데. 에? 아니지?, 잠깐만 멈춰줘어어어…흐익!”

혀를 깨물었는지 입을 감싸 쥐는 키코를 무시하고 아무 물건이나 잡아 창문을 향해 던졌다.

쨍그랑!

바람이 양방이라 그런지 거칠게 들어오는 바람. 커튼이 내가 앞으로 할게 무엇인지 아는지, 불안한 듯 심히 펄럭거려댔다.

나는 키코를 아기 코알라가 어미에게 매달리듯이 고쳐맨 뒤, 손을 뻗어 이불보를 강하게 쥐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야, 야 설마. 아니지. 여기 층고도 높아서 3층보다 더 높다고.”

“괜찮아. 안 죽어.”

실제로 아파트에서도 8층 높이까지는 뛰어내려도 즉사할 확률은 낮다.

타다다다다닥-

빠르게 구르는 잔발과 동시에.

“아아아아아안~돼에에에에에~”

슬로우 모션이 걸린 것만 같은 키코의 목소리.

키코의 입술 바람에 펄럭거리고 작은 침방울 들이 튀어나온다.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 알 수 있는 모습. 하지만 이 창문 밖이 아닌 이상. 탈출구 따위는 없어 보였다.

높이 뛰기를 하듯이 발을 먼저 뻗은 나의 다리가, 덜 부서진 유리창을 깔끔히 날려버리며 시원한 밤바람을 마주했다.

“으에에에에엑!”

눈을 질끈 감고, 내게 매달리는 키코.

그리고 다리 밑으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멋이 있던 모래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점점 선명해지는 모래 위에 그려진 기하학적인 문양과.

지이이익-

창문틀에 박혀있던 유리에 걸린 이불보가 찢어지며, 아찔한 추락을 계속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속도라면.’

그리고 모래 위에서라면, 충분히 안전하게 착지를 할 수 있었다.

나는 과감히 잡은 이불을 놓았다.

쿵-!

모래에 발이 닿는 순간 무릎을 굽히며, 충격을 줄인다.

키코의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 목이 다치지 않게 만든 뒤, 중력에 저항하지 않고 앞으로 쏠린 무게 중심으로 낙하의 충격을 분산시켰다.

한쪽으로 내민 어깨에 부드러운 모래가 닿는 순간.

키코와 나는 데구르르- 앞으로 굴러갔다.

“미, 미쳤어. 이 높이에서 뛰어내리다니.”

“잡아!”

슬쩍 고개를 돌려, 위를 올려다보니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고 나를 내려다보는 보안요원들.

황급히 무전을 쳐대는 게, 일 층으로 사람을 보내는 게 분명했다.

나는 눈동자가 골뱅이 모양으로 핑핑 돌고 있는 키코가 다친 곳이 없는지 대충 확인하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흐앗!”

벌겋게 달아오른 몸과 키코의 땀으로 젖은 몸에 붙은 모래들이 바람에 휩쓸려 뒤로 날아간다.

앞뒤로 흔들려대는 머리 때문에, 겨우 정신을 차린 키코가 나를 올려다봤다.

“진, 진짜 뛰어내리고도 멀쩡한 거야?”

고개를 대충 끄덕인 나는 문을 향해 달려나가려다, 곧바로 다리를 옆으로 틀며 옆으로 튀어나갔다.

멀리서 봐도 보이는 큰 대문이 닫혀가고 있었다. 아무리 빨라도, 곧 닫혀 버릴 게 뻔했다.

“이곳에 후문 같은 거는?”

“어, 없어. 그, 그것보다. 류, 이거 자세 때문에 네 자지가 내 걸 쿡쿡 찔러대서…흐으윽…!”

아까 약을 먹었던 탓에 아랫도리가 죽을 생각을 하지 않는 거 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뛰고 있는 중, 내 자지 모양대로 늘어난 바지가 키코의 보지에 콕하고 박혀 그녀가 넘어가지 않게 도와주고 있었다.

“시라베 선배. 곧바로 빠져 나갈 테니 접선 장소로 미리 가 있으세요.”

『알았다, 오버!』

통신기기로 총소리가 들려 더 신이 난 듯, 시라베 선배가 처음으로 누가 들어도 신난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람이 총을 맞을 뻔했는데.’

정말 언제 한 번은 엉덩이를 매섭게 때려주겠다 속으로 다짐하며, 나는 높은 담장을 향해 달려갔다.

“흐으응-! 청바지를 입어서 거친대, 내 소중한 곳을 꾹꾹 눌러대니까....나♡!!!!”

눈앞에 보이는 고풍스럽게 이리저리 휘어 자라 있는 소나무.

그리고 그 옆의 중절모를 쓰고 담배를 피는 여자.

저곳이었다.

기윽 자로 꺾여있는 소나무를 디뎌 이 담장을 넘어간다.

“쓰으읍- 하아아아…. 닥터가 들으면 실망하실 텐데, 그놈을 어떻게 처리해야. 이놈이고 저놈이고 도움이 안 돼.”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여자가, 나를 보더니 놀란 듯 입을 크게 벌려댔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그녀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갔다.

“아, 아니. 잠깐!”

내가 달려오는 속도로 그대로 부딪힐까,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그녀.

나는 그녀의 바로 앞에서 발을 굴러 뛰어올랐다.

꾹-

중력의 힘에 이제는 내 바지춤을 거의 삼켜버린 키코의 보지.

“오오오옥! 가, 꾸우우욱 눌러져서 가버렷!♡”

나는 내 바지춤에 키코가 실례할까 싶어, 소나무에 발을 딛는 동시에 나는 그녀를 옆구리에 끼우고 담장 너머 환하게 빛나고 있는 보름달을 향해 뛰어올랐다.

“히윽!, 흐이이잇!♡”

푸슈슈슈슈슛-!

공중에서도 추진력을 얻기 위해 끝없이 달리는 나의 다리.

다행히, 거리가 모자랄까 걱정을 했었는데, 키코가 분수를 뿌려대며 추진력을 보탠다.

‘아, 이 밑에는.’

동그랗게 떠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중절모를 쓴 여자의 얼굴 위로 달빛에 반짝거리는 키코의 애액이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치이익-

애액에 젖어 꺼지는 담배와 함께, 나는 담장을 완전히 넘었다.

‘담배는 몸에 안 좋으니까. 많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겠군.’

나는 시원하게 가버렸는지 축 처진 키코를 어깨에 얹고는 보름달을 이정표 삼아 계속해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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