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40화 (40/54)

19 EP.45 아부라야 유곽.

#044화, 아부라야 유곽.

은은한 불빛이 머무는 고풍스러운 유곽.

그 맞은편의 산에, 보라색의 머리카락이 수풀과 함께 흔들렸다.

“그러니까-, 이건 이렇게 쓰는 거라고?”

몸을 숨길 거면 전부 숨기지 엉덩이만 삐죽 수풀 밖으로 내밀고 흔들어대는 시라베.

사용설명서를 한 손에 쥐고 부품을 이것저것 끼우는데, 손이 움직이면 동시에 엉덩이도 함께 씰룩거렸다.

그녀는 왠지 훤히 드러난 엉덩이에 바람이 불어대는 것만 같았다.

‘오늘 바람이 많이 부네.’

맹하고 무감각한 그녀는 그 인기척을 무시하고, 리카선생이 만든 스파이 로봇에 집중할 뿐이었다.

씰룩씰룩

멈춰 선 돌풍 위로 넓은 손바닥이 나타났다.

그리고 곧바로 흔들리는 큰 엉덩이에 큼지막한 손이 호를 그리며 내려간다.

후우욱-

바람을 가르는 손바닥.

멈칫.

푸짐한 엉덩이 바로 앞에 멈춘 손이,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어댔다.

“시라베 선배.”

분노를 억누른 듯한 매서운 목소리.

큰 엉덩이가 쏙하고 수풀 안에 들어가더니, 보라색 머리가 툭하고 수풀 밖으로 튀어나왔다.

“류, 조사 준비 중.”

망원경을 끼고 있는 시라베의 눈에는 류의 눈과 코만이 보일 뿐이었다.

*

저걸 정말 때려줄 수도 없고.

나는 부들부들거리는 손을 한 손으로 잡고 말려대고 있었다.

사진을 보고 얼마나 놀랐었는지, 이미 벌써 혼자서 유곽에 침입을 한 줄 알았다.

여태껏 조직이라는 것들을 상대해 왔었던 나였다. 그리고 이런 맹한 조사 바보가 혼자서 그런 조직에 침투하는 순간.

인체에 있는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하얀 우유를 질질 흘러대며 패배 선언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 태평하게 엉덩이나 씰룩거리고 있는 꼴이라니.

“선배, 제가 내일 오자고 했지 않습니까.”

“그치만-, 조사를 할 수 있다니 참을 수 없는걸.”

‘저걸 정말.’

내 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스파이 영화에서나 나올 거 같은 이어폰을 껴대는 시라베 선배를 보고 나는 단념했다.

미도리도 지금 자는 중이고 하니, 오늘 빠르게 처리를 해야 하나.

나는 한숨을 내뱉고는 가방에서 옷들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교복은 너무 눈에 띌 테니, 츠우미가 사준 평범한 청바지와 흰 티셔츠를 걸친 뒤. 손에 젤을 쥐어짜, 머리를 뒤로 올백으로 넘겼다.

그리고.

이 읍토미에서 변장이란, 허술한 듯하지만, 일종의 법칙이라는 게 있었다.

바로 눈 밑의 점.

점을 찍기 위해 산 화장품을 눈 밑에 톡하고 찍어준다.

나는 이제 류가 아니라, 유다.

“시라베 선배, 리카 선생님한테 새 안경 받아 오셨죠?”

“응-.”

*

전생에서 한때 유명했던 구글 안경이 발전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모양새.

겉으로 보기에는 전자제품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기 힘든 검은색 뿔태 안경이었다.

‘빨간색 나비 넥타이를 매고 왔어야 했나.’

음성변조기가 목에 걸려있지 않는다는 것에, 나는 손으로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하이테그놀로지의 안경이 있다면 나비넥타이 하나쯤은 없어도 괜찮았다.

눈에는 AR로 된 선들이 떠다니고 녹화 중이라는 표시가 뜬다.

귀에 깊숙이 박혀있는 이어폰이 잘 작동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라베 선배의 이름을 불러봤다.

“선배, 잘 들려요?”

『응, 잘 들려. 그럼 잘 부탁해 요원 A.』

조사 놀이에 심취한 거 같은 시라베 선배에 절로 다리에 힘이 풀릴 거 같았지만, 저번에 미약을 찾으러 다닐 때도 의외로 꽤 도움이 되던 선배였었다.

‘지금도 믿을 수밖에.’

꽤 크고 복잡해 보이는 유곽 안.

나 혼자서 모든 곳을 뒤질 수는 없었다.

옷에 걸려있는 거미 모양의 브로치.

이것을 풀어 놓는 순간, 시라베 선배가 이 스파이 로봇을 작동시켜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할 거다.

그건 그렇고.

‘이거, 상상 이상인데.’

““어서오세요-!””

큰 대문을 지나쳐, 유곽 안으로 들어오니. 모래로 예쁘게 데코를 해놓은 일본식 정원이 보였다.

그리고 네모난 돌로 이어져 있는 길옆에는 잘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시라베 선배가 있어서 다행이야.’

내 지갑 사정을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비싼 곳에 오기는 불가능하니 말이다.

정원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니, 빨간 호롱에 담긴 불빛들에 내가 진짜 유곽 안으로 들어왔다는 실감이 났다.

온통 빨간 불빛에, 어깨가 헐렁해 흘러내릴 거 같은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유녀들.

하나 같이 외모들이 범상치 않았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내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안내를 시작하는 유녀.

예의 있게 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듯하지만, 사실은 전혀 가리고 있지 않은 듯한 연륜과 기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호원은 하나, 둘, 셋, 넷….’

입구에만 네 명.

“예약하시고 오셨나요?”

“아, 네.”

“성함이?”

“에도가와 유입니다.”

프런트에는 두 명 그리고.

‘저 사람은….’

두 손을 모으고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남자.

안 그래도 까만 양복에 까만 선글라스 그리고 칠흑 같은 피부. 그림자 속에 숨어 있어 순간 이곳에 있는지도 모를 뻔했다.

내가 만약 일반인이었다면, 구석에 저렇게 서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전문적인 히트맨의 모습.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선글라스 낀 그가 내게 천천히 고개를 돌려왔다.

그리고 오직 어둠만 보이는 듯한 그믐 진 곳에서 드러나는 하얀 이빨.

마치 어둠 속에서 하얀 이빨만 둥둥 떠다니는 듯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흑인인가.’

이 세계관 최강 중의 하나인 흑인.

그들의 이름은 왠지 모르겠지만, 밥 혹은 존으로 통일이 되어있었다.

저 근육과 덩치로 보았을 때는 아마 이름은 밥이 아닐까 싶었다.

“아, 예약 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후미코! 손님 안내해 드리렴.”

“네.”

‘쉽지 않겠어.’

나는 가칭 밥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번 훑은 뒤, 안내인을 따라갔다.

*

덜컥

먼저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했나.

나는 옷을 벗어 차곡차곡 개어 준 뒤, 서랍 안에다 정리해 넣었다.

아까 전 거미 모양의 브로치는 복도에 슬쩍 뿌려두고 왔으니, 지금쯤 시라베 선배가 이 유곽 안을 뒤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것보다...”

나는 온천용 가운을 꺼내 들어 걸쳐 입었다.

시라베 선배는 대체 무슨 코스로 예약을 해놓은 거지?

내 생각보다 더 호화스러운 방 안. 심지어 조그마하게 나무 벽으로 둘러 싸져 있는 곳에는 온천이 있었다.

똑똑똑

“들어가겠습니다.”

이 유곽 안의 유녀들의 상냥한, 그리고 콧소리 섞인 목소리만 듣다, 흉통에서 나는 날 것 그대로의 소리에 내 눈이 저절로 돌아갔다.

툴툴거리는 목소리.

그리고 경쾌하고 거침없는 발걸음.

풀어헤쳐 져 있는 유카타 안, 다 드러나 흔들거리는 가슴 위로 도깨비 문신이 보였다.

‘저 여자애는.’

그때 사이트에서 봤던 여자였다.

“도대체 몇 타임을 돌라는 거야. 짜증나게. 여어-, 오빠. A코스로 시키셨네요.”

카탈로그를 든 그녀가 카탈로그를 내려놓더니, 나를 바라봤다.

“안, 안녕하세요. 긴, 아니 키코라고 합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망울이 곧 떨어질 것처럼 크게 뜨였다.

“아, 네.”

나는 왠지 놀란 듯한 그녀를 보고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올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보면 볼수록 나와 붙었었던, 긴타요가 여동생이 있다면 저렇게 생겼지 않을까 싶은 얼굴이었다.

나는 금발에 문신으로 덮여 있는 양키답게, 왠지 살짝 멍청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살짝 눈짓했다.

“아! 내 정신을 봐, 손님 따라와.”

짝-

손뼉을 치며 황급히 앞으로 나아가는 키코를 따라나섰다.

큼지막한 엉덩이를 요염하게 흔들어대며, 앞장을 서 걸어가는 그녀.

‘그 녀석이 TS됐다고 해도, 저런 식으로 엉덩이를 흔들어대지는 않겠지.’

그리고 저런 꼴이 될 정도로 약한 녀석도 아니었고 말이다.

*

수증기가 뭉게뭉게 올라오는 나무통으로 된 온천.

수증기와 함께 올라오는 나무향이 마음 깊숙한 곳까지 풀어주는 기분이었다.

“그럼, 세신 할게요. 오....빠.”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것보다. 약에 관한 건 어떻게 꺼내는 게 좋을까.’

심문을 하는 동안 알아낸 것은.

처음에는 정력제로 속여서 팔고, 약값을 내 주면 유녀들이 직접 약을 먹은 뒤, 약에 대한 효과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약을 팔아댄다고 들었다.

“그럼 편하게 뒤로 누워 볼래?”

“아, 네.”

어느새 말을 놓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해 나도 모르게 곧바로 고개를 뒤로 뉘어버렸다.

물컹.

이건, 물침대와 같은 극상의 말랑거림.

시중에 나온 목베개는 따라갈 수 없는 품질의 젖베개였다.

“큼....흠...”

심적인 불편함에 절로 터져 나오는 목 기침.

내 목이 풍만한 가슴 사이로 먹혀들듯이 파고들어 갔다. 구리빛으로 타 있는 가슴과 다르게, 연한 핑크빛의 유두가 내 눈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그녀가 손을 뻗어 천천히 내 몸을 더듬어 왔다.

손을 뻗어 괜찮다 하고 싶지만.

나는 지금 잠입 조사 중이었다. 유곽에 거금을 주고 와서 서비스를 받지 않는다면 그것보다 수상한 게 없을 것이었다.

“오...빠, 그..... 몸이 정말 좋네? 흉터도 많고. 옛날에 쫌 날렸었나 봐?”

“아, 그 일들이 좀 많았어요.”

“나도 옛날에는 근육이 많았었거든.”

쓰윽, 쓰윽.

어느새 거품 칠을 시작한 그녀가 온몸으로 내 몸에 거품 칠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렇습니까?”

“응, 근데. 내 숙적 중의 숙적이랑 한 판 붙었었는데, 크게 부상을 당했었어. 문제는 내가 몸담고 있던 조직에서 말 안 듣는다고 담궈 버리더라고.”

여자 중에서도 야쿠자 같은 게 없는 것은 아니니, 세력 싸움 같은 것에 밀려서 이렇게 몸을 파는 일까지 흘러온 듯했다.

“그래서, 이 모양 이 꼴이 됐지.”

탁탁

때밀이 아저씨처럼 내 등을 툭툭치는 키코의 손짓에 한국인이라서 어쩔 수 없이 자동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아니, 일어나라고.”

언제 유카타를 풀어헤쳤는지, 키코의 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츠우미보다야는 작지만, 미도리만한 가슴.

전신 문신이라 흉측할 것만 같았는데, 구리빛 피부와 날카로운 눈이 함께 어울려지니, 여전사와 같은 섹시함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가슴이 너무 커 아래가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하면 다행.

그녀도 지금 빨랫줄에 널린 것 같은 내 수건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목욕 다음은 소프 코스야.”

“소프 코스입니까?”

소프 코스? 이런 유흥쪽에는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이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 몸에 향유를 바르고 마사지 해주는 거야. 남자가 그런 것도 몰라?”

“아하.”

내 몸에 바짝 붙어, 위아래로 움직이며 가슴을 비벼대며 키코는 거품을 묻혀 댔다.

“하아, 하아…. 진짜 몸은 뭐 이렇게 커 가지고.”

내 어깨를 붙잡은 그녀가 천천히 내 몸에 나 있는 흉터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온천물이 뜨거웠던 탓일까.

그녀의 구리빛 피부가 발갛게 상기 되어있었다.

점점 딱딱해지는 유두가 내 몸의 근육 결에 따라 툭툭 튕겨댄다.

“흐읏, 하아…. 이렇게 컸었나.”

왠지 씁쓸하게 말을 잇던 키코가, 내 선명한 복근 사이에 유두가 툭하고 걸리자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흐으응! 아, 몸 구부리지 말라고.”

툭-

그리고 떨어져 내린 키코의 손에 들린 비누.

“아, 잠시만.”

천천히 비누를 주우려는 키코의 엉덩이가 드러났다. 항아리 같은 골반에 그어져 있는 수많은 선들.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내려가는 그녀의 다물린 엉덩이골이 벌어져갔다.

물이 아닌, 점성이 있어 보이는 것으로 질척하게 젖어있는 그곳.

그리고 완전히 허리를 숙이고 비누를 쥔 키코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히이이이익━!”

털썩

엉덩방아를 찍은 키코.

나는 넘어진 그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엉덩이를 뒤로 질질 끌며 내게 멀어지는 그녀.

‘왜, 그러는 거지?’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매듭지어져 있던 수건이 풀려버렸다.

스르륵 내려가는 수건과 그녀의 얼굴에 드리우는 긴 막대 모양의 그림자.

키코의 두 눈이 얼굴 중앙의 거대한 기둥으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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