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36화 (36/54)

19 EP.41 기분 좋아지는 약(5).

#040화. 기분 좋아지는 약(5).

어느새 어둠이 그윽한 밤.

지금 나와 마오가 걸어가고 있는 곳은, 우리 집 앞쪽의 공원이었다.

마오의 집은 우리 집 아파트 앞 공원 너머에 있는 펜션.

어렸을 때, 자주 보던 엉덩이춤을 춰대던 만화 속 캐릭터가 살던 곳처럼.

사회에서 힘없는 가난한 서민들이 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 집도 가난한 서민이기는 마찬가지지.’

늦은 밤에 그녀를 혼자 보낼 수 없으니, 나는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는 길이다.

어두운 밤 아래 공원에서는 무슨 변태와 마주칠지 모르니 말이다.

‘저기도 하나 있네.’

저번 시라베 선배의 조사목록에서 봤던 그 인간들인 듯했다.

알몸인 여자가 개 목줄을 차고 산책한다. 그 내용. 개 목줄을 쥔 사람이 배가 튀어나온 중년의 남성이었다면, 곧바로 제압 후, 중성화 수술을 시켜줬겠지만.

남자가 생긴 게 평범한 게 뭐랄까 변태적인 순애태그와 같은 거 같았다.

바바리코트를 입은 여자의 다리에서 애액이 끝없이 흘러내려 오고, 둘 사이에 깨가 쏟아져 나오는 걸 봐서는 말이다.

‘부럽다. 순애태그!’

나는 슬쩍 옆의 마오에게 눈짓을 하고 앞만을 보고 걷기 시작했다.

스륵 소리를 내며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나뭇잎들과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

한 마디로 어색했다.

치료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정액을 제공했다고는 하지만, 못 볼 꼴 볼꼴을 다 봐버린 상태였다.

우리 둘은 이곳까지 오며, 아직도 단 한마디의 말을 하지 않았다.

앞만 보며 걷던 내 귀에 마오의 발걸음이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류. 또 구해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나는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따라 어깻죽지 아래의 마오를 내려다봤다.

이제 약 기운은 어느 정도 날아갔는지, 어눌한 발음은 없었다.

아직도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기는 했지만.

“딱히,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고 한 건 아니고. 반장으로서 당연한 행동이었어. 다른 건 걱정 하지 마, 리카 선생님이 챙겨주는 약은 꼬박꼬박 먹고.”

“알, 알았다고. 누굴 애로 보나.”

말은 투덜거리면서 무슨 몸은 꽈배기처럼 꼬아대고 있는 마오였다.

‘그것보다, 이걸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니.’

내 정액으로 바로 약을 만든 뒤, 마오에게 건넸던 리카 선생이었다.

리카 선생이 말하기를 약이 완벽하지는 않으니, 주기적으로 정액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 했다.

‘산하나를 건너면, 또 산이라더니.’

츠우미를 갱생시킨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인간 약재가 되어버리게 생겼다.

“그, 아스카는 계속 못 깨어나는 거야?”

약간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마오는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는 제 친구를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

“리카 선생님을 믿어, 그 여자가 겉은 나사 하나 빠진 사람으로 보여도. 양호선생보다 똑똑한 사람은 아직 못 봤으니까.”

그것도 그런데 얘는 아무리 약 때문이라고 해도 자신을 팔아먹은 애를 아직도 친구로 여기고 싶을까.

방에 들어갔을 때, 대충 안경을 낀다면 탑재할 수 있는 수사능력, 즉 탐정 컨셉으로 보기에는 마오가 파파카츠 같은 일을 하려 방에 들어간 게 아니란 것은 알 수 있었다.

약에 취해서 실험대에 묶여있을 때, 다리를 훌쩍 벌리고 넓적다리를 흔들어대느라 보인 남들보다 튼실한 처녀막이 그대로 있기도 했었고.

“근데, 오늘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서?”

휴대폰에 온 문자를 뒤늦게 확인했던 나였다.

마오는 드러난 아랫배를 슬쩍, 쓰다듬더니 평소의 그 삐뚤어진 미소를 짓더니 내 어깨를 툭하고 쳐왔다.

“그냥, 기대나 하고 있어.”

‘딱히 기대가 아니라 염려를 하는 것일 뿐이다만.’

반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잔소리가 마려워 오기 시작했다.

“그것보다, 마오.”

안경을 고쳐 쓰고, 진지하게 마오를 내려다보니. 마오가 나를 올려다보며 목울대를 꿀꺽였다.

‘그것도 그런데 얘는 칠칠치 못하게.’

나는 슬쩍 손을 올려 마오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애가 맞고 자라서 이렇게 삐뚤어졌나.

눈을 질끔 감아댄다.

내 손끝에 부드러운 마오의 입술이 느껴졌다. 그리고 집게손가락으로 잡은 꼬부랑한 털을 잡아 때주었다.

내 자지를 빨 때, 묻었던 걸 아직도 달고 있는 듯했다.

내 자지 털을 입 옆에 붙이고 다녔던 걸 알면, 저 뻔뻔한 마오라도 부끄러워할 테니 얼른 바닥에 버려줬다.

‘이런 게 남자의 매너지.’

“집에서 왜, 허리 돌리는 연습이랑 자지 빠는 연습을 해대는 거지?”

맥 빠진 듯이 흐물거리는 마오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뭐, 뭐라는 거야. 미친놈아! 그건 약에 취해서 헛소리를….”

“그런 걸 연습할 시간에 집에서 공부하는 게 어때?”

“아니라고!”

마오가 그 특유의 일본 여학생의 과장된 몸짓처럼, 주먹을 꽉 쥐어 팔을 아래로 쭉 핀 뒤, 앞머리를 앞으로 꾹 눌러대며 빼액거렸다.

대체 왜 와이셔츠를 저런 식으로 입는지는 모르겠지만, 와이셔츠를 앞으로 묶어 탱크톱처럼 만들고 단추는 다 풀어두어 가슴골이 다 보였다.

“학생이 옷을 이렇게 입는 건 좋지 않아.”

나는 그녀의 가슴골 끝까지 풀려있는 단추를 몇 개 잠가주었다.

“패션이라고....뭐....조금 과하다 생각하면, 이 정도는 잠그고 다녀줄게.”

시시덕거리고 있는 마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직 내 잔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곧 모의고사가 있는데, 공부는 하고 있는 건가?”

“응?”

“하…, 허리 한 번 돌릴 시간에 펜을 한 번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진짜!”

“미래를 생각한다면, 공부를 좀 해. 언제까지 그렇게 갸루인척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뭐 먹고 살려고?”

‘팩트’라고 적힌 화살표가 날아가 마오에게 쿡쿡 찔려 들어갔다. 화살표를 한 대 맞을 때마다 ‘윽!’소리를 내며 한 걸음씩 물러나는 그녀가 귀를 감싸왔다.

그리고 반항적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마오가 자신 있다는 듯이 거들먹거려왔다.

“왜, 너처럼 공부 잘하는 범생이 잡아서, 시집가면 그만이야~”

내 귀에는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한강물 온도 확인하면 그만이야라고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일까.

그리고.

“요즘은 남자도 똑똑해서 퐁퐁남이 되려 하지 않는다고?”

“퐁퐁? 뭐래 나 설거지 잘해. 이래 보여도 집안일도 잘하고, 요리도 할 줄 안다고! 에베베베.”

더는 잔소리를 듣기 싫다는 듯이, 마오가 귀를 막고 유치한 소리를 내 대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어느새 마오의 집 앞이었다.

이름도 옛날에 봤던 만화 속 펜션과 비슷하게 와장창 펜션. 정말 이름에 걸맞게 허름한 펜션이었다.

“그럼 잘 들어가고.”

마오가 잘 들어간 걸 확인한 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등을 돌렸다.

“야!”

정말 쟤는 예의범절부터 주입을 시킬 필요가 있었다. 딱 봐도 방음 따위는 전혀 되어 보이지 않는 펜션인데, 소리를 질러대다니.

뒤를 돌아보니 마오가 아까 내가 썼던 소변 컵을 들고 서 있었다.

투명한 컵 안에서 출렁거리는 흰색의 내 정액.

“그, 이거 다 쓰면, 어떻게 부탁해야 해?”

“그냥 부르면 돼.”

고개를 끄덕인 마오가 또 비뚜름한 미소를 짓더니 검지와 엄지로 원을 만들어 입으로 가져다 댔다.

그리고 벌어지는 마오의 입.

그 원으로 요사스럽게 혀를 돌려대며, 자지를 빠는 듯 행동한 마오가 내게 윙크를 보내왔다.

“나 도와주는 거니까, 나도 한 번씩 잘 빼줄게. 류.”

이래서 갸루는.....

마오는 내 설교가 늘어지기 전, 냉큼 제집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어쨌든 나도 집에 돌아가 볼까.’

*

끼익-

혹시나, 미도리가 자고 있을까. 일찍 집에 도둑이 집에 들 듯이 조심히 들어왔다.

덩치가 덩치인지라, 아무리 조심히 걸어도 발걸음 소리를 낼 수밖에 없으니.

‘흡!’

발레리나들이 하듯이, 발끝으로 바닥을 지탱하고 섰다.

균형을 잡기 위해 앞뒤로 팔을 교차해 뻗은 뒤, 발가락 10개를 꿈틀거리며 미끄러지듯이 집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꺼져있는 불.

달팽이처럼 미끄러져 가는 발가락 10개에 미동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내 눈에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이 보였다.

‘이거 요즘 미도리한테 미안한걸.’

아무리 늦는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식탁 의자에서 하나만 툭하고 빠져있는 의자에 그녀의 온기가 아직도 느껴지는 듯했다.

이곳에서 앉아 날 기다렸겠지.

나는 조심히 의자를 다시 밀어 넣고, 탁자 위의 음식들을 랩으로 싸 냉장고 안에 넣었다.

내일은 아침에 어머니가 요리할 필요가 없을 것이었다.

나는 주방을 모조리 정리한 뒤, 천천히 내 방으로 향했다.

주방 옆에 놓여있는 시침이 가리키는 숫자는 11시. 항상 10시 정각에 자는 내가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발가락을 꿈틀거리며 움직여, 미도리의 방문 앞을 지나 내 방으로 가려 할 때, 항상 문 닫는 거는 까먹지 않는 그녀의 방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내가 항상 보안이 첫 번째라고 했는데.’

아무리 가족 사이라도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일에 휩싸여 이 평범한 읍토미 세상의 남자가 되어버리면 어떡하려고 이러는지.

‘아, 미도리는 좋아하려나.’

문틈 사이로 슬며시 바라보니 침대 위에 엎드리고 있는 미도리가 보였다.

‘창문도 열어났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나는 시원하게 까져있는 미도리의 맨 엉덩이를 철썩 때려 혼내고 싶었지만, 아들이 엄마의 엉덩이를 때릴 수는 없는 법.

끼-익.

조심히 방문을 열어 들어가, 창문을 닫아 준다.

‘내일 한소리 해야겠어.’

굉장히 불편한 자세로 잠자리에 들어있는 미도리. 저 모양을 봐서는 자위를 하다 잠이 든 거 같다.

엉덩이만 삐죽 위로 솟은 채, 아무것도 입지 않고 그곳을 다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

나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골반에 손을 살며시 올려, 그녀가 편하게 누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준 뒤, 덮여 있는 머리를 정리해주니 입에 무언가를 물고 침을 질질 흘리며 자고 있는 미도리.

‘이건, 볼개그?’

볼개그라고 하기에는 입마개라고 하는 게 더 알맞아 보였다. 볼개그는 숨구멍이 뚫려있는데, 이 입마개는 소리 한점 못 새어 나올 거 같았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 어머니가 남다른 취향이 하나 더 생긴 듯했다.

나는 입마개를 천천히 풀어준 뒤, 작은 전등이 올라가 있는 서랍 위에 입마개를 올려놨다.

“흠냐~, 언제 와…. 오늘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흐으응…”

내가 집에 들어오는 게, 얼마나 섭섭했는지 잠꼬대까지 하는 미도리의 모습에 최대한 집에 빨리 올 수 있게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나는 미안함에, 어머니의 머리를 살짝 들어 베개를 넣어준 뒤 방 밖으로 나왔다.

*

끼익- 턱.

“유령님...흠냐...얼른 와줘.”

물론 방을 이미 나간 류는 듣지 못했다.

*

이미 10시 정각이 지나버린 김에 나는 밤을 이용해 좀 더, 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자에 앉았다.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낸 나는 전원 버튼을 누르고 화면이 완전히 켜질 때까지 생각을 정리했다.

‘그 녀석들이 말한 풍속점의 이름이.....’

아부라야.

이곳에서 다들 약을 샀다고 털어놨다.

뭐 그들이 다시 그곳에 갈 이유도 동기도 모조리 내가 으깨놓았지만, 나는 그곳에 갈 이유가 충분했다.

‘적어도 그 비밀 조직의 끄나풀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약을 구매한 놈들이라니.’

아쉽게 되었다.

하지만 이세계도 21세기를 본따 만들어진 세상. 인터넷또한 있었고. 풍속이라는 것도 합법인 세상이었다.

그렇다면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검색할 수 있다는 것.

『아부라야』

이름을 쳐보니 공식 사이트까지 있는 꽤 유명한 곳이었다. 겨우 풍속점 주제에, 옛날 사무라이가 칼을 차던 시절에나 있을 거 같은 유곽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곳.

거기에 온천까지 있었다.

‘꽤나 큰 곳이군.’

천천히 홈페이지를 살피는 와중. 역시 풍속점답게 일하는 여자들의 사진들도 올라 와있었다.

천천히 페이지를 내리는 중.

눈에 띄는 한 여자.

‘이 문신들.’

금발 머리에 꽤 사나운 눈을 가진 여자.

몸에 하는 이레즈미 문신이 전에 만났던 금태양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뭐, 이레즈미 문신이 거기서 거기 이기는 하지.’

나는 홈페이지에서 주소와 연락처를 스크린샷을 해 따로 정리했다.

‘다음은 아부라야, 저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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