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4 험난한 등굣길(2)
#003화. 험난한 등굣길(2).
츠우미는 풀린 다리에 철봉만을 겨우 붙잡고 갓 태어난 사슴처럼 떨어대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져 터질 것만 같은 그녀.
출렁거리는 엉덩이가 떨려대며, 무거운 엉덩이에 한껏 흐물거려진 둔덕의 살이 강제로 벌어져 ‘쯔업’거리는 소리를 낼 때마다-.
뚝뚝
애액이 떨어져 내렸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 보여주기 싫어!’
최악이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그녀와 같은 사립학교의 교복으로 보였다. 츠우미의 인생에서, 저런 완벽한 남자와 말을 섞을 기회조차 있었나?
아니.
단 한 번도.
그녀는 지금 자신이 꿈에나 그리던 남자와 만났음에도, 치한에 당해. 칠칠찮게 애액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는 추잡한 모습을 보여 주는 중이었다.
‘분명히, 경멸하겠지? 경멸할 거야. 변태 같은 년이라고....’
얼른 허벅지에 걸쳐 있는 흰 물방울무늬를 올리려 해도, 그럴 수조차 없었다. 한참을 당한 치한에 온몸이 예민해져 절정에 닿기 직전이었다.
따로 노는 허벅지의 근육 줄기에 그녀는 움직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츠우미는 꼬여대는 머릿속을 억지로 붙잡고, 천천히 눈을 들어 자신을 구해준 남학생을 바라봤다.
*
“크윽, 이봐, 이게 무슨 짓이야!”
안경을 쓴 돼지. 일명 안여돼가 징그러운 자지를 덜렁대면서 소리를 꿱꿱 질러댔다.
역겹다.
저런 편견과 클리세가 뒤섞인 비호감형 생물이 실존한다는 게.
대낮, 전철에서 저런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 한 점 없어 보였다. 방귀 뀐 놈이 성을 낸다고.
불쾌함에 찡그린 코에서 안경이 흘러 내렸다.
“흠.....치한 짓을 하는 사람을 막아냈습니다만?”
“치한은 무슨 치한! 저년도 즐겼다고, 지금도 음탕하게 물이나 질질 흘려대는 거 안 보여?”
확실히 이 세계에서는 저 치한의 말이 맞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싫어하던 히로인이 나중에는 즐기게 된다는 치한물 뿐 아니라 능욕물 전체를 통틀어 전통적인 클리세.
‘내가 살던 세상에서는 여자가 강간당하다 보면, 좋아진다는 건 개가 월월 짓는 소리지만.’
이곳에서는 현실이었다.
어쨌든.
나는 안경을 고쳐매고 뒤를 돌아봤다. 올라간 브레지어를 내릴 생각도 못 한 채, 가슴과 육덕진 허벅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피해자였다.
나는 피해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하앗! 넵!”
얼굴을 푹 숙인 채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피해자.
“저, 신고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아, 아, 그건 쫌...부모님도 걱정하실 테고. 그리고 부..부끄러워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요.”
흠.... 딱히 신고하고 싶어 보이지는 않았다. 본인이 원치 않는다는데 내가 억지로 경찰에 전화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썩은 세상이 저 치한 놈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릴지도 의문이었다.
앙심을 품고, 더 안 좋은 느낌의 스토리로 흘러갈 수도 있고 말이다.
“하, 봤지? 어? 시발 저년도, 암퇘지 년도 즐겼다고!”
돼지의 멱을 쥐어짜는 소리가 귀를 괴롭혀 왔다.
이 세상에서 태어 난지도 어언 20년, 이 세계 나이로 1○세. 이런 짓들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애니로 봤을 때는 꼴리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버리니 어쩜 이렇게 역겨운지 모르겠다.
나는 천천히 치한 범에게 다가갔다. 남산만큼 튀어나온 배때기 때문인지,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듯했다.
또각또각
단화가 전철의 바닥을 밟으며, 소리를 내 댔다.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방관만 하던 것들.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평범한 회사원들이 내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 눈을 피했다.
“아하, 뭐 저분의 얘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뭐 신고는 하지 않는다니. 그럼…”
나는 재킷 품 안에 손을 집어넣어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저 돼지의 육수가 손에 닿는 것조차 원치 않았기에.
“일어나시죠?”
“윽.....뒷목이. 시발, 너 이 새끼. 경찰 오면 합의금 낼 준비해!”
딱히 낼 생각은 없는데.
두툼한 족발이 손수건 위에 올려진 순간, 나는 약한 척을 하며 중심을 잃은 척했다.
뭐, 저 정도 돼지라도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몸이지만, 얇아진 몸 턱에 주변의 목격자들은 내가 중심을 잃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턱
“어이쿠, 무거워서 중심을 잃었네?”
헛디딘 발이 훤하게 드러나 있는 놈의 불알을 향해 갔다. 역시나 19금 세상 속의 불알답게 크기가 상당했다.
밟아 터트리기 딱 좋게.
빠직-!
길가다 잘 익은 은행을 밟아 터트린 느낌이었다. 나는 코앞에 손날을 펴 고개를 숙였다.
“아, 실수. 죄송합니다.”
“으, 으, 으, 으”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자신의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치한. 다행히도 튀어나온 배 때문에 제대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길가에 버린 꽁초를 밟아 끄듯 스냅을 줘 발목을 한 번 비튼 뒤, 나는 천천히 발을 들어 올렸다.
‘으....이거 많이 아프겠네.’
“아, 아, 으아아아악━! 케헥, 헥.”
비명을 내지르다 치한이 게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일명 강제 헥토파스칼 TS 킥이었다. 운이 좋다면 심영이가 된 덕에 거유 미소녀로 TS될 줄 누가 아는가?
세상은 넓고, 망가와 클리세는 많았다.
“아, 다들 실수인 거 보셨죠?”
이상하게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채, 서류가방으로 그곳을 가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일이 실수인 걸 인지 시켰다.
「…내리실 문은 왼쪽, 왼쪽」
타이밍 좋게 전철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
“아, 정말. 감사합니다. 어떻게 이 은혜를 보답해야 할지.”
“아니에요. 같은 학교의 학생인 거 같은데, 당연히 도와야죠.”
끊임없이 고개를 숙여대는 여학생. 안경에 거유답게 둔한 건지, 칠칠치 못한 건지 브레지어는 가슴 위에 걸려 있는 채 하얀 와이셔츠만 내려가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것 보단.....어 저게 뭐지?”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내가 손가락을 내미는 방향을 바라봤다.
‘지금이다!’
저 답답한 안경의 성격을 봤을 때, 아직도 그대로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하면, 허둥지둥거리다 또 어떤 유치한 만화적 상황을 만들어 낼지 몰랐다.
민망하지 않게, 깔끔하게 처리를 해주는 것이었다.
바지에 휴지를 끼우고 다니는 여자를 본다면, ‘저기 바지에 휴지 끼어있어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슬쩍 가서 빼주는 게 매너라는 것 아니겠는가?
컨셉에 몸을 맡기는 순간, 손이 마하 5의 속도. -그렇다고 나도 모르게 독백을 내뱉고 있었다.
어쨌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흰 와이셔츠를 위로 올리니, 거대한 가슴이 출렁하고 내려왔다. 다행히 함몰 유두인 덕에 걸릴 게 없으니 브래지어를 내리는 것은 수월해 보였다.
살짝 브래지어를 당겨 그대로 레이스 달린 아가씨 브래지어 속으로 출렁이는 가슴을 놓아준 뒤, 와이셔츠를 내리고 빳빳이 당겨 최대한 주름을 펴주었다.
“꺄앗, 흐읏?”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고 안경을 정리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음침 안경 거유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가슴에 한 팔을 올리고 있었다.
“아, 아까 무슨?”
“네?”
“아, 아니요.”
“그것보다, 이제 슬슬 걸으면서 얘기할까요?”
나는 시계를 바라봤다. 학교에는 항상 최소 20분 전에는 도착해, 해야 할 공부의 준비를 마쳐야 하는 법.
“아, 넷!”
내 당연한 말에 뭘 그리 놀랬는지, 손에 들고 있는 가방으로 저글링을 해대는 그녀였다.
마구 떨려 하는 모습의 그녀처럼, 나도 사실은 속으로 긴장이 되었다. 사실, 잼민이 시절, 금태양 컨셉을 잡은 뒤로는 여자와 제대로 말을 섞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청춘이....
컨셉을 바꾸었으니, 금태양 시절만큼의 황당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고작 시선만으로 임신당한 기분이 든다던가, 실제로 상상임신까지 해버리는 그런 것들 말이다.
대뇌 망상 속 NTR 조교라니, 끔찍하다!
“그것보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는 츠우미. 츠우미예요.”
왠지 모르게 젖소 같은 이름. 그녀와 딱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저는 류라고 합니다.”
“류....이름도 멋있어…”
“네?”
“헤엣! 입으로 말해 버렸…아윽!”
혀를 깨물었는지, 입을 가린 채 파닥거리는 츠우미의 모습에 나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얼굴의 반을 덮은 커다란 안경과 답답한 앞머리 때문에 무슨 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아플 게 분명했다.
혹시 몰라 가방에 든 알보칠과 약병을 꺼내려는데, 얼씨구.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발밑을 보면서 걸으셔야죠.”
최대한 몸에 닿지 않게 몸을 잡아채려는데, 미지의 힘이 그녀의 몸을 틀어 뻗은 내 팔을 타고 돌아 들어왔다.
미끄러지듯이 내게 안겨 가슴을 꾹꾹 내 복부에 눌려대는 그녀는 시뻘게진 얼굴로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딸려 올라간 가슴이 민달팽이처럼 매끄럽게 내 아랫도리를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잠시, 움직이면 안 되는….”
미끄러지는 그녀를 막기 위해, 손을 쥐는 순간 손에서 ‘말캉’ 소리를 내는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엉덩이를 손으로 쥐어 버린 것이었다.
꽤 크다고 자부하는 손을 그대로 먹어버린 탐스러운 엉덩이, 그 속의 새끼손가락에 젖어있는 치맛자락이 느껴졌다.
펑-!
실제로 그녀의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흐갹! 아헤에에에…”
푸슈수수숙━
손바닥을 타고 느껴지는 물세례.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는 위로 치켜져 올라가 있었고, 턱 근육은 풀려버렸는지 혀를 길게 쭉 빼 내밀고 있었다.
천박한 표정의 아헤가오.
고작 엉덩이 한 번 쥐어져 버린 것으로 성대하게 분수를 뿜어내며 가버리는 그녀였다.
‘아무리 전철에서 쌓였다고는 해도....’
역시 이세계는 방심 따위 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천천히 엉덩이를 잡은 손을 뗀 뒤, 그녀의 어깨를 집어 세우니 돌아가 있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아갔다.
“아….”
츠우미는 왠지 모를 탄성을 터트렸다.
남색의 스커트가 완전히 젖어버려 티가 날 것이었다. 나는 가방에서 기다란 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허리에 두르고 있어요.”
멍하니 날 바라보는 츠우미. 그녀의 목부터 올라온 빨간 피부가, 마치 온도계 안의 시뻘건 수은처럼 치고 올라가 그녀의 머리를 쳐버렸다.
“죄, 죄, 죄송합니다앗━!”
슈웅 소리를 내며, 황급히 도망치는 츠우미. 확실히 다 큰 여자가 치마에 실례하고, 그런 천박한 표정을 보였으니 민망할 법했다.
나는 츠우미의 뒷모습을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19금 버전이지만, 일반 럽코 만화에서나 볼 법한 상황. 그 전 금태양의 모습으로 있을 때와 천지 차이의 반응이었다.
어마어마한 발전이었다.
전이었으면, 헤읏, 철저하게 범해져서 임신해버렷! 과 같은 반응을 보이거나, 공포에 빠져 애액이 아닌 노란 오줌을 질질 흘려댔었을 것이었다.
완벽 안경남 컨셉.
이거 확실히 금태양 보다 나았다.
*
일본도 한국도 그렇다고 어느 곳도 아닌, 이세계에서도 입학실 날은 설레게 벚꽃들로 가득했다.
3월의 따뜻한 봄 햇살을 한껏 즐기며, 나는 가로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길 끝에 보이는 새하얗고 깔끔하게 지어진 학교.
평범하게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학생들.
아 정말 치유된다!
이제 나는 더는 금태양이 아니었다.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갑자기 마음을 스치는 음악 한 소절.
그래 보여주는 것이다. 완전히 달라지는 나를. 핑챙인 엄마를 개과천선 시킨 나였다.
어떤 19금 클리세들이 나의 마지막 학창시절을 망쳐버리려고 해도, 이제는 안 통한다.
‘모조리 깨부숴 주겠어.’
안경 밑에서부터 타고 올라온 빛이, 안경태의 끝에서 ‘빤짝’ 소리를 냈다.
나는 안경을 고쳐매고 대문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