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33화 (33/54)

19 EP.39 기분 좋아지는 약(3)

#038화. 기분 좋아지는 약(3).

마오는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눈앞의 풍경이 유화의 물감처럼 입체적 이어지고 화려해져 갔다.

뒤섞이는 형형색색의 물감 속에서 마오는 빛이 번쩍거리는 오아시스를 본 듯했다.

자지를 덜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남자의 끝단에 맺혀있는 한 방울의 쿠퍼액.

두근-!

마오는 타들어 갈 거 같은 목과, 모래라도 씹고 있는 듯이 퍼석한 혓바닥을 입안에서 굴려댔다.

쿠퍼액이 떨어져 내리고.

바닥에 부딪힌 물방울이 산산이 부서져 흩뿌려졌다.

“목, 목말라!”

서서히 침대를 향해 기어가는 마오의 모습은 오직 인육만을 탐해 단 하나의 목적만을 가진 좀비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피부에, 땀으로 푹 젖은 볼 위로 머리카락이 얼키설키 붙어 있어 생동감이 넘친다는 차이 정도가 있었다.

몸을 끌고 쿠퍼액이 떨어진 땅바닥으로 향하던 마오의 바짝 솟아오른 유두가 땅바닥에 끌리는 감각에 한 번 긴 뒤, 얕게 가버려 몸을 떨어대기를 반복했다.

“흐으읏, 땅바닥에 가슴 누르는 거 기분 좋아.”

바닥에 가슴을 꾹꾹 눌러대는 마오의 입을 누군가 막아섰다.

“쉿, 지금. 예쁜 여자애 하나 더 왔으니까. 조용히 있어.”

방문을 열로 나간 한 명과 현관으로 가기 전, 모퉁이의 바로 옆에서 제압을 준비하는 남자 한 명의 모습이 마오의 눈에 들어왔다.

‘입술에 이건.’

마오는 입술에서 왠지 딱딱한 캡슐 모양이 느껴졌다.

자연스레 혀를 내밀어 약을 혀끝으로 콕콕 찔러댄, 마오는 곧바로 혀로 약을 감아 입안으로 들고 갔다.

꿀꺽.

“흐으으으읍-! 흐욱!”

‘이 약 쩔어! 약, 약 더 줘!!’

약, 약, 약, 약, 약, 약

약━!

충혈된 눈으로 약이 있을 만한 곳을 미친 듯이 훑는 마오의 두 동공이 어두운 밤 한가운데 고양이의 눈처럼 확장되어갔다.

“어, 어? 사진이랑 많이 다른데, 누구? 쿠에엑-!”

그리고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한 방 안.

“히, 히히히히.”

실성한 듯 웃기 시작한 마오의 눈에 환각이 보이는 듯했다.

동글동글한 감자 아저씨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공중을 날랐다.

뒤로 날아가며, 마오에게 윙크를 날리는 감자 아저씨에 마오는 히히덕 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쿵━!

“뭐, 뭐야?”

그리고 모퉁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 여자. 그런데 보라 머리를 한 그 여자의 모습이 꼭 류의 모습 같았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교복 치마와 와이셔츠는 얼마나 작은지 단추가 울어대고 있었고.

팽팽하게 당겨진 와이셔츠에 드러나는 잔 근육들이 울긋불긋 솟아올라 와 있었다.

“어, 류! 류다.”

마오는 저기 방금 날아간 감자 아저씨들처럼, 자신이 류 생각을 너무 많이 해 환각이 보인다 생각했다.

어린아이처럼 박수를 쳐대는 마오.

환각이라도 류의 모습에 아까 전부터 쿵쿵거리던 자궁이, 두방망이질 치는 심장처럼 미친 듯이 뛰어대는 걸 느꼈다.

“어이! 당신 누구야?”

“저건 대체 뭐야. 사진에서는 저렇게 안 생겼었잖아.”

당황해, 옆의 아무 물건이나 집어 드는 아저씨들 사이로 무릎을 세워 엎드린 마오가 엉덩이를 매혹적으로 흔들며 네 발로 류에게 기어갔다.

“뭐해, 저 여자, 아니 저게 여자일리 없잖아. 어쨌든 한 명이야. 쳐!”

앞으로 달려드는 두 명의 감자 아저씨들.

마오의 눈에 류의 주변에 꽃들이 피어나는 듯한 환각이 보였다.

‘예쁘다.’

활짝 핀 꽃들이 류가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주먹 끝에서 흩날리고.

감자 아저씨들은 감자를 으깬 감자가 되어 벽에 착하고 달라 붙어버렸다.

피어나는 꽃에 눈을 반짝거린 마오는 꽃향기를 맡기 위해 코를 킁킁거렸다.

그리고 맡아지는 꽃향기.

마오는 본능적으로 기어가 류의 안쪽 허벅지에 얼굴을 비벼댔다.

“냄새 좋아.”

그녀의 뒷머리에 들쳐지는 치맛자락, 마오는 슬쩍 고개를 들어 치마 속 풍경을 바라봤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아주 묵직한 스판 팬티.

킁킁

마오가 그 두툼한 주머니에 슬쩍 콧등을 올리기 전.

마대 위의 생선 냄새를 훔쳐 맡는 고양이 목덜미를 잡아채듯, 마오는 순식간에 잡혀 위로 딸려 올라갔다.

세상 나라를 잃은 듯한 표정의 마오.

팔을 버둥거리며 안타까움을 표하다, 몸을 덜덜 떨어대기 시작했고. 잡힌 목덜미가 류의 어깨선에 다다랐을 때쯤, 마오의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나오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놔! 저, 정액 줘! 놔!”

“하아…얘는 대체 여기 왜 있는 거야?”

달팽이관을 애무하는 듯한 기분 좋은 중저음 목소리에 마오는 바르르 떨다, 류를 바라보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

“류, 나, 나 몸이 타는 거 같아. 목말라, 그니까 정액 줘, 정액. 나 요즘 집에서 맨날 자지 빠는 연습도 하니까. 기분 좋을 거야 응?”

눈이 희번뜩하게 돌아 발버둥 치는 게, 이거 예삿일이 아닌 듯했다. 이제는 숫제 눈물을 흘리며 내게 애원을 해대는 마오의 모습에 나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응? 류. 제발, 제발. 나 잘 빨 자신 있다니까? 부탁이야. 진짜 미칠 거 같아서 그래. 응?”

나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지방 잔뜩 낀 돼지들을 살피다 침대 위를 바라봤다.

다리를 쩍 벌린 채, 얼마나 안에다 싸질렀는지 흰 정액을 뭉텅 쏟아내는 아스카가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보지를 벌려대며 엉덩이를 위아래로 털어대며 나를 유혹하는 모습에 저절로 두 눈이 질끔 감겼다 떠졌다.

‘생각보다 약이 더 위험한 거 같은데.’

마오의 옷은 멀쩡한 걸 보니. 아직 당하거나 그런 거 같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내 시선을 따라 아스카를 한 번 바라봤다.

나를 올려다보는 마오가 황급히 치마를 내리더니, 손바닥으로 흠뻑 젖어 옅은 털이 비치는 보지 둔덕을 마구 문질러댔다.

“흐으읏! 류 봐바. 나 허리 돌리는 연습도 집에서 맨날 했었다?”

내게 목덜미를 잡힌 상태에서도 허리를 앞뒤로 흔들어대는 마오의 목덜미가 깃에 쓸려,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집에서 공부나 하지 대체 왜 허리 돌리는 연습을 할까라는 생각이 절로드는 대사였지만, 이해하기를 포기한다.

살갗이 까져 피가 송골송골 올라오는데도 계속해서 몸을 흔들어 대는 마오.

약에 취해서 아픈 것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아니면, 약 탓에 그것도 쾌감처럼 느껴지던지.

“잠시 쉬고 있어.”

나는 마오의 목 바로 옆 경동맥을 두 손가락으로 짚어주었다.

곧바로 몸을 축 늘어트리는 마오를 침대에 두고 내가 다가오니 환하게 웃으며 뒤치기 자세로 엉덩이를 벌려대는 아스카도 맥을 짚어 잠재워주었다.

“류, 조사 준비 완료?”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방안을 살피는 시라베 선배. 선배가 먼저 들어가면 혹시 추행을 당할 수도 있고 안전에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밖에 세워둔 뒤 내가 먼저 들어온 것이었다.

“네, 잠시 심문을 해야 할 거 같아서요. 뒷골목에서 기분 좋아지는 약을 판다는 소문은 사실이니까. 조사는 끝났고, 여기 애들 좀 맡아 주시겠어요?”

도도도도-

달려온 시라베 선배가 땅바닥에 널브러진 약을 검지와 약지로 집어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았다.

다리를 통통 굴려대는 게 조사를 완료 해,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모양.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벽에 등을 기댄 채 기절해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어긴 범죄자놈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우리가 있었던 303호로 놈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시라베 선배에게 보여주기에는 이 앞의 일은 너무 선정성이 강했다.

*

“다, 당신 누구야?”

“그 우리는 왜 잡은 겁니까?”

의자에 묶여 나를 바라보고 있는 중년의 남자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두 놈은 머리가 다 벗어진 흔해 빠진 기분 나쁘게 생긴 읍토미 세상 속의 흔한 음흉 캐릭터의 중년이었고.

한 놈은 안경 낀 오타쿠처럼 보이는 생김새.

전형적인 읍토미속의 범죄자의 얼굴들.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제 반짝거리는 머리를 보여주고 있던 마지막 한 놈이 잠에서 깼다.

“왠 이, 이상한 여장남자 놈 하나가. 이게 어떻게 된….”

그 이상한 여장남자 놈과 눈이 마주친 녀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리더니.

묶여있는 의자를 뒤뚱거리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그 미안하지만! 나는 남자는 취향이 아니라! 정말이야! 세울 자신도 없다고!”

“어멋!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욧!”

방안을 채우는 하이톤의 목소리.

“…….”

그리고 방안을 채우는 기묘한 정적.

잠시 후 의자들이 삐걱거리면서 내게 최대한 멀어지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젠장.’

나는 쪽팔림에 얼굴을 가렸다.

문을 열기도 전에, 큼지막한 남정네가 서 있으면 문을 열어주지도 않을 거 같아 선택한 여장.

이 빌어먹을 세상은 잠시 여장을 했다고, 보추마냥 간드러진 목소리를 내게 덧씌우려고 했다.

그래서 최대한 목소리를 깔아서 말을 했던 건데.

저런 주먹으로 세 대 정도 맞은 것 같은 일그러진 고구마가 그런 말을 하니 나도 모르게 당황해버려 컨셉에 잠시 먹혀버렸다.

툭-

얼른 머리에 쓴 보라색 가발을 벗어 던진 뒤.

가슴 부위에 꼭꼭 눌러 담았던 휴지를 빼낸 뒤 와이셔츠를 털어냈다.

“큼큼, 방금 거는 모두 기억에서 잊어준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가방에서 교복 바지를 꺼내 입은 나는 치마도 마저 벗은 뒤, 노끈을 돌돌 말아 추처럼 만들어 놓은 것을 꺼냈다.

원래는 흰색이었을 노끈으로 만든 다발은 왠지 검갈색으로 때가 타 있었다.

훅-, 훅-

추를 천천히 진자운동을 시키며 나는 벽에 달라붙어 더는 도망칠 구석이 없는 놈들을 노려봤다.

“잊어주실 거죠?”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여대는 삼인방.

‘오늘 이후로는 기억도 하기 싫을 테니, 잊은 것과 마찬가지 일려나.’

갸루기는 하지만, 내 반의 학생을 건드린 놈들이었다.

쉽게, 쉽게 경찰에 넘겨 처벌받게 하는 호사 따위는 주지 않을 것이다.

죄를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더라.

저들은 거세형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일어나신 분? 당신이 쓰신 약은 어디서 받았죠?”

“그, 나는 모른다만…,”

이런, 이런.

이 흉악한 추를 보고도 입을 다물 자신이 있다니, 의자 정중앙이 뻥 뚫려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원래 만화에서 흑역사를 보여주면, 머리를 때려 기억 삭제술을 시키는 법이지만, 저들은 불알에도 뇌수가 담겨있으니 이것으로 충분할 것이었다.

진자운동을 하던 노끈으로 만든 추가 섬뜩한 호선을 그리며 의자 밑으로 향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몸을 부르르 떨어대며 게거품을 물어대는 머리 빗겨진 아재를 바라보는 두 명의 표정을 보니, 곧바로 모두 다 털어놓고 싶은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아직 듣고 싶은 생각이 없다.

*

삐-삐-삐-삑

옅은 알코올 냄새와 의료기구에서 나는 소리.

“얘는 나도 더는 손을 못 쓸 거 같아. 약을 너무 과용해버렸어.”

이미 경비원 빼고는 다들 퇴근을 해야 할 학교 안이었지만, 양호선생 리카에게는 제외였다.

원래 매드 사이언스는 연구실에서 사는 법, 리카에게는 퇴근이라는 게 따로 없었다.

“안타깝게 됐네요. 마오는 어떻게 됐어요?”

살벌한 심문, 좀 더 부드럽게 말하자면 수사를 마치고 마오와 아스카를 챙겨 리카에게 왔다.

일단 불법적인 약물을 쓰기는 했고, 저렇게 맛이 간 상태로 경찰서나 일반 병원으로 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건 그렇고 리카가 완전히 치료 못 할 줄은 몰랐는데.’

리카의 눈에는 흥미로운 실험체 두 구와 새로운 약을 들고 왔으니, 처음에는 황홀해 보였던 리카였었다.

지금은 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표정이 구겨진 상태였고.

“상태가 좋지는 않아.”

아직도 눈을 못 뜨고 땀과 침대가 축축하게 젖을 만큼 애액을 흘려대는 아스카를 보니, 마오의 상태가 걱정이 됐다.

티격태격하다 어느새 정이 들어 버린 듯했다.

“류가 들고 온 그 약. 굉장히 악랄하게 만들어진 약이야. 몸을 항상 발정나게 만들고, 약의 쾌감과 점막에 정액이 닿았을 때 뇌가 녹아내릴 만큼 쾌감을 받게 만들어 놨어.”

나는 내게 목덜미가 잡혀 들여 올려진 상태에서도 허리를 흔들어대던 마오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을 분석을 해봤는데, 그때 그 투명인간을 만드는 약 있잖아? 그 거랑 분자의 구조가 비슷하더라고.”

그 투명인간도 나를 노리는 집단에서 보냈었던 건가.

“완전히 해독시키는 건 힘들어도, 중화는 시킬 수 있어. 약의 설계상 처음부터 중화를 시키는 방법이 있게 설계가 되어있으니 중화제를 만드는 것 따위는 쉬웠어. 으득.”

내 생각에는 그렇게 짧은 시간에 중화제까지 개발했다는 게 대단했지만, 본인이 자존심이 상한다는 데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류. 지금 당장 네 정액이 필요해.”

“예?”

정말 이 상황에서도 저러고 싶을까 싶어 짜게 식은 눈으로 리카를 바라보니, 표정이 진지했다.

그리고 리카가 책장으로 가, 책 몇 개를 툭툭 치니.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며, 숨겨진 방이 드러났다.

실험대에 묶여서 몸을 벌벌 떨어대고 있는 마오의 모습.

따뜻한 양호실의 안이지만, 마오는 마치 빙하 속에라도 있는 듯이 입술이 퍼렇게 질려있었다.

그리고 거멓던 머리가 스트레스 탈색이라도 된 듯, 연해져 있는 머리.

“지금, 당장.”

리카의 단호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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