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38 기분 좋아지는 약(2)
#037화. 기분 좋아지는 약(2).
“으아아아!-다시는 파파카츠 같은 거 안 할게요!”
털이 잔뜩 나 있는 엉덩이를 뒤흔드는 중년의 남자가 옷도 똑바로 못 챙겨 입은 채 허겁지겁 러브호텔 방안을 뛰쳐나갔다.
“여기도 꽝인가 싶네요.”
벌써, 세 번째로 잡은 파파카츠이건만 이번도 허탕이었다.
시라베 선배도 이제 슬슬 지치기는 하는지, 침대 위로 털썩이며 몸을 뉘었다.
‘확실히 하교 후에 쉬지도 않고 돌아다녔으니 지칠 만도 한가?’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는 시라베 선배를 보다, 나는 천천히 냉장고 쪽으로 향했다.
사실 전생에서도 모텔이라고는 가본 적이 없었지만, 인터넷으로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정도는 알았다.
뭐 매실이라던가, 망고, 물 같은 거 말이다.
저 아저씨가 방비는 이미 결제했으니, 음료를 먹어도 되겠지.
덜컥
냉장고를 여니,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르게 매실 쥬스 캔이 나왔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모텔은 거기서 거기인 듯했다.
『아아아아앙!!♡좋아, 더, 더 쌔게, 흐읏!』
삐걱삐걱
방음 문제도 그렇고 말이다.
차가운 음료의 캔과 신음소리에 내가 지금 러브호텔에 여자와 단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왠지 어색해지는 방의 공기.
나는 찬 매실 쥬스캔을 뺨에 대어 어색한 공기를 털어내고, 뒤로 돌았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벽에 귀를 부치고 있는 시라베의 모습.
“저, 선배? 뭐하시는 건지....”
“아, 신음소리가 너무 커서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조사 중이야.”
그걸 듣는다고 조사가 되겠나 싶지만, 그것도 그렇고 방 안에 남자가 그것도 뒤에 있다는 것 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말려 올라간 치마에, 드러난 엉덩이에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것보다 저 조사쟁이도 성욕이라는 게 있었네.’
흰 팬티에 두툼한 둔덕의 살 때문에 움푹 들어간 보지 쪽이 젖어있었다.
조사를 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반응 없이 항상 무표정인 시라베 선배라 의외였다.
‘오늘도 집에 가면, 오나홀이나 써야겠네.’
옛날에는 여자 엉덩이만 봐도 심마가 찾아오고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오나홀 덕에 나도 많이 유해진 듯했다.
나는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아, 손에 든 매실 쥬스를 내밀었다.
“여기, 일단 쥬스 좀 드세요.”
시라베 선배가 쥬스를 받다, 스치는 손가락에 흠칫하고 놀래왔다.
『호오옥!! 파파♡너무, 좋아아아앗! 파파한테 건방지게 굴어서 죄송해요옥, 더 팡팡 박아줘♡』
조금 더 어색해지는 분위기, 우리는 흔들리는 두 눈을 황급히 피했다.
그것보다 대사가, 딱 파파카츠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예전에 자주 보던 망가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건방진 갸루가 아저씨와 파파카츠를 하는 게 싫어, 대충하다. 거근에 팡팡 박혀 자지의 포로가 되는 그런 류의 망가.
“그-, 마지막으로 한 곳만 더 조사하자-.”
침대 중앙에서 네발로 기어오는 시라베 선배, 큰 가슴을 팔로 짓눌리니 와이셔츠에 틈이 생겨 흰색의 브라들이 보였다.
빠르게 눈을 내리깐 나.
‘이거 섰네.’
불룩 솟아오른 면에 다리를 꼬니, 매끄러운 내 다리가 드러났다.
옆에 다가와 멍하니 내 휴대폰만을 바라보는 시라베 선배에 나는 파파카츠 앱을 켰다.
나의 사진 솜씨 때문인지, 아니면 시라베 선배가 예쁘장하게 생겨서인지.
문자가 꽤 쌓여있었다.
문자를 살펴보니, 다들 고릴라처럼 생긴 게, 약보다는 거근으로 승부를 볼 거 같은 생김새들.
개기름 철철 넘치고, 이마는 훤히 비어있는 그런 음흉한 인상을 노리는 나로서는 다들 탈락이었다.
“어-, 여기 우리가 있는 러브호텔이야.”
시라베 선배의 손가락을 따라 메시지를 바라보니, 정말 우리가 있는 러브호텔의 이름이 찍혀있었다.
“정말, 그렇네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303호이니 심지어 바로 옆 방이었다.
『크크크, 파파한테 항상 그딴 식으로 건방지게 행동한 거 잘 못 했어, 안 했어?』
『잘못 했어여, 흐으윽!! 앞으로 착하게 행동할테니까아, 으읏!♡』
『그래, 착하다. 우리 딸. 상으로 이거 더 먹어야지?』
『오오옥♡, 약♡ 호옥, 조하아아♡』
시라베 선배와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바라봤다.
‘찾았다.’
*
“아스카가 조금 늦네?”
지이잉-
러브호텔 앞에서 쪼그려 앉아 막대사탕을 쪽쪽 빨던 마오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스카 : 미안! 아, 일ㄹ 처리 하닥가아, 늦었어. 문신 해주는 ㅅ사람 방으로 불렀으니까, 방으로 와.」
마오는 늦어버려 허겁지겁 문자를 보냈을, 아스카를 생각하며 잠시 웃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얼마나 쪼그려 앉아있었는지, 어느새 저린 다리를 주물렀다.
‘아스카가 문신 비도 내준다니까. 그냥 넘어가 준다.’
마오는 아까 전 러브호텔에서 허겁지겁 뛰어나가던 중년의 남자가 아스카의 파파(호구)라 짐작했다.
아스카가 파파카츠를 하는 남자가 있는 방에 자신을 부를 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우웅-
자동문이 열리고 들어가는 마오.
마오는 엘리베이터에 탄 뒤, 품속에 넣어둔 사진을 꺼내 봤다.
여자의 아랫배 위에 그려져 있는 문신.
‘으으, 야하긴 한데, 아프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자궁이 비치는 그 꼴불견인 츠우미에게 대적하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는 해줘야 했다.
마오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의지를 다졌다.
띵동-
천천히 열리는 문.
‘304호라 했었지?’
친구들과 한 번씩 술 먹고 놀 때, 자주 오던 러브호텔이기는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떨리는지....
휴대폰을 꺼낸 마오는 이 근처에 있어 보이는 류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
류를 사로잡기 위해서, 하는 문신.
그녀의 문신을 보고 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호기심을 견딜 참을성 따위 마오에게는 없었다.
‘마지막 승자는 결국 나야 츠우미.’
혹시나 많이 아플까 싶어 호주머니에 넣어둔 고통 분담 인형을 잠시 쪼물락 거린 마오는 벨을 눌렸다.
“……”
아무런 반응이 없는 방문 너머.
마오는 자신이 방을 잘못 찾았나 싶어, 문에 박혀있는 호실의 숫자를 살폈다.
“304호 맞는데….”
똑똑똑
“아스카! 나야, 마오!”
그래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마오는 문에 귀를 대 안에 아무도 없는지를 살폈다.
철문을 타고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소리.
그리고 빠르게 뛰어오는 듯한 발걸음 소리에 마오는 고개를 때고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덜컥-
“마오, 왔어?”
열린 문으로 마오는 원래 헐벗은 채 돌아다니지만, 왠지 더 어수선하게 옷을 그저 걸치고 있는 아스카를 바라봤다.
발갛게 상기된 피부.
그리고 조금 어눌하게 들리는 발음과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아 보이는 두 눈.
“아스카, 너! 술 먹었어? 나는 길에서 쪼그려 앉아서 아스카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오는 문을 잡고 있는 아스카를 지나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신발장 바로 옆 장판으로 그대로 털썩 주저앉은 마오는 무릎 바로 밑까지 오는 롱 부츠를 잡아 벗으려고 끙끙거려댔다.
킁킁
“근데, 술 냄새는 안 나는데. 얼마나 먹은 거야? 문신해주는 사람도 술 먹은 건 아니지? 그것보다 이 냄새 뭐야. 발 냄새 완전 쩔어 구리잖아. 욱!”
조잘조잘 떠들며, 부츠를 마저 벗은 마오는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의아할 때쯤.
달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든 마오의 눈에, 문을 잠그고 안전고리까지 거는 아스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스카?”
문을 잠그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 그녀였지만, 안전고리까지 거는 아스카의 모습에 이상한 괴리감을 느끼는 마오였다.
평소와 다른 아스카의 모습.
지금도 뭐가 그렇게 다급한지, 손을 벌벌 떨어대고 다리를 동동 굴려대고 있었다.
“야, 왜 그래? 아스카, 너 손톱! 너 네일 때문에 손톱 무는 거 절대 안 하잖아?”
계속해서 말을 던지지만, 돌아오지 않는 대답.
뇌의 주름이 남들보다 조금은 부족한 마오였지만, 눈치는 있는 마오였다.
아스카에 대한 믿음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신발들이 그제야 마오의 눈에 깊숙이 박혔다.
‘아스카 신발이랑, 구두가 세 짝?’
구두들은 얼마나 신고 다녔는지, 검은색 구두는 이미 광택을 잃어있었고 낡을 대로 낡아 있는 구두였었다.
이런 구두, 마오에게는 익숙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그녀의 아버지의 구두가 이런 모양새였기 때문에.
‘문신하는 사람이 이런 구두를….’
터벅-
뒤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
마오는 손등에서 닭살이 돋는 걸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야, 진짜 우리 아스카 친구 사진 그대로 예쁘잖아? 반가워?”
맨몸으로 자지를 덜렁거리고 나오는 한 중년의 남자. 볼록 튀어나온 배는 마치 임산부의 배를 보는 듯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혐오감에 마오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야, 야. 이거 뭐야? 문신해준다는 사람이 왜 홀딱 벗고 있어. 아스카, 나 이런 거 안 좋아하는 거 알잖아. 응?”
마오가 한 걸음 물러설 때마다, 기분 나쁜 인간들이 벽 너머로 나왔다.
“이야, 제가 부른 여자애는 아직인가 본데, 저 마오? 쟤는 진짜 장난 아니게 예쁜데요?”
“사람 수 대로 불러서 놀기로 한 거니까. 번갈아 가면서 쓰면 되죠. 어차피 약은 넘치도록 많으니까요. 하하하하.”
물컹-
마오의 등에, 아스카의 풍만한 가슴이 꾸욱하고 눌리는 게 느껴졌다.
“흐으읏!”
바로 목 뒤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에 놀라, 뒤를 돌아본 마오의 눈에 눈을 까뒤집고 문에 등을 기댄 채 부르르 떨고 있는 아스카의 모습이 보였다.
“너, 너 왜 그래...응?”
입가로 침을 질질 흘러 대는 게, 한 번씩 밤에 보이는 약물중독자의 모습과 같다 마오는 생각했다.
마오는 떨리는 손으로 슬그머니 문의 안전고리를 향해, 손을 뻗어 갔다.
“우리 아스카, 파파 말 잘 듣고 완전 착한데?”
“그러게요. 우리 회원님을 호구처럼 생각하던 못된 딸은 어디 가고 저렇게 착한 아이만 남아있고. 하하하.”
“다 쿠수리님 덕분이죠. 그럼 아스카? 이제 괜찮으니까 약 먹어.”
끼이이익-
조심히 연다 해도, 기름칠이 덜 되었는지 기분 나쁜 쇳소리를 내는 안전고리의 틈새.
마오는 침을 꿀걱 삼키며 아스카의 눈치를 봤다.
기다란 혀를 내밀며, 혀 정중앙에 파란색의 알약을 올려놓은 아스카는 마치 천국이라도 두 눈에 보이는 듯이 황홀한 표정을 지어댔다.
그리고 안전고리를 완전히 빼낸 마오가 문고리에 손을 올렸을 때, 그 위로 아스카의 손이 덮어졌다.
천천히 고개를 든 마오와 아스카의 눈이 마주쳤다.
“난, 착하니까아…. 내 제일 소중한 친구한테 기분 좋은 약 양보할게.”
“흡-!”
점점 커지는 마오의 눈과 처져가는 아스카의 눈이 대조되었다.
마오의 입안을 파고드는 아스카의 혀가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마오의 혀를 감아 약을 올린 뒤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꿀걱
“뭐, 뭐하는 짓이야!”
털썩
“히힛, 마오도 이제 기분 좋아질 거야. 그러니까, 파파 얼른 약, 약 주세여♡”
“오냐, 여기 있다!”
넘어진채로 짐승처럼 남자에게 걸어간 아스카가, 남자의 자지 위에 올라가 있는 파란색의 약을 게걸스럽게 빨아 댔다.
“츄읍, 약, 더, 줘! 자지 너무 조하, 빨리 밀크 주세요. 파파! 츄릅.”
‘다 미쳤어.’
코가 시뻘게 질만큼, 남자의 치골에 얼굴을 박아대는 아스카의 모습을 본 마오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먹은 약.
이 약 때문에 아스카가 저렇게 맛이 가버린 게 분명했다.
‘빨리 도망쳐야 해!’
문고리에 손을 올려 탈출하려는 마오. 그리고 그런 마오를 재밌다는 듯이 조소를 뛴 얼굴로 바라보는 남자들.
쿵━!
‘어?’
몸 안에서, 정확히는 자궁에서 쿵하는 소리가, 마오는 들려온 거 같았다.
이상하게 높아지는 문고리.
“이, 이게 내 몸이 왜 이래.”
‘뜨거워 몸이. 너무 뜨거워.’
신발장에 주저앉은 마오는 목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방 안에서 나는 쿰쿰한 정액과 땀이 섞인 냄새가 달게만 느껴지며, 마오의 눈이 풀려갔다.
엉덩방아를 찍어 벌어진 다리 사이로 물웅덩이가 지고.
쏟아질 거 같은 가슴에 걸친 쟈켓이 흔들려, 품속의 사진 한 장이 떨어져 내렸다.
애액으로 된 웅덩이에 젖어 드는 문신의 그림.
마오는 본능적으로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저장된 단축번호 키를 꾹 눌렀다.
“도와줘, 도와주세요. 몸이 너무 뜨거워요.”
뜨거운 몸에 차가운 타일 위로 몸을 눕힌 마오의 귀에, 문 너머로 휴대폰 벨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둥둥 두둥 링동~빠빠빠빠♬』